서울--(뉴스와이어)--노무현 대통령은 독일, 터키를 국빈방문하고 18일 귀국한 뒤 지난 9일 동안 밀린 보고를 받고, 예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며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예방을 받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순방으로 잠시 중단됐던 부처 업무보고는 법무부를 시작으로 기획예산처, 국정홍보처로 이어졌다. 귀국 이튿날 아침 일찍 4·19 묘지를 참배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원법회’에도 참석했다. 또 송철호 고충처리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했으며, 재외한민족센터 문동환 이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접견하고 환담했다.

토요 휴무가 낀 주말을 맞아선 경남 진해로 모처럼의 휴가를 다녀오기도 했다.

다도해 감상하며 “환상적 경관, 우리의 자산”

○…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는 지난 주말을 경남 진해에서 보냈다. 가족은 동행하지 않았고 대통령 내외만 22일 오후 일과를 끝마친 뒤 토요 휴무를 이용해 기차를 타고 진해로 내려가 2박 3일 휴식을 취했다. 대통령 내외는 24일 오후 귀경했다.

노 대통령은 진해 해군부대 내 숙소에 머무르면서 23일 오전 경남 통영의 한산도에 올라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작전사령관실로 쓴 제승당(制勝堂)을 방문해 헌화하고 한산대첩의 격전지를 둘러봤다.

노 대통령은 또 진해 해군기지에서 거북선을 보고 “아주 크고 멋있다. 임진왜란 200년 뒤 정조대왕 때 충무공에 관한 자료를 모아서 전집을 편찬한 적이 있었고, 19세기까지 이 귀선(龜船)이 있었는데 도대체 이런 유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 너무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다도해를 보면서 “아주 환상적인 경관을 가진 엄청난 우리의 자산이다. 인공과 자연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계획을 짜 새롭게 만들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탄핵시기에 청와대 식목일 행사에 참석해 “한산대첩 유적지를 한번 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고, 해외순방 뒤 맞은 첫 주말을 이용해 바람을 이뤘다.

한국성장 이룬 기업인·공무원 경험도 공유를

○… 26일에는 청와대에서 한-예멘 정상회담이 열렸다. 첫 방한한 알리 압둘라 살레(Ali Abdullah Saleh) 예멘대통령은 이날 노 대통령과 원유·LNG 등 자원분야의 실질협력 증진과 국제무대에서의 협력강화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노 대통령은 “먼 길을 마다 않고 한국을 방문해줘 감사하다”면서 원유·LNG·건설사업에서 두 나라 협력이 강화되기를 희망했으며, 살레 대통령은 한국정부가 예멘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유상차관 지원을 확대해줄 것과 정보기술(IT), 산업기술, 문화분야에서의 협력증진을 요청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한국기업의 예멘 발전소 건설 참여를 요청받고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에서 출발해서 성공한 40년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국과의 교류에서는 단순히 기술협력 뿐만 아니라 한국을 성공시킨 기업인과 공무원들의 소중한 경험자산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이즈미 총리에게 열차 참사 위로전문

○… 노 대통령은 26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일본 효고현(兵庫縣)에서 발생한 열차 탈선 참사와 관련해서다.

노 대통령은 전문에서 “열차 탈선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데 대해 큰 충격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면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위로의 뜻을 전하고 부상자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국정홍보처·기획예산처·법무부 등 업무보고 속개

○… 세 차례 진행된 업무보고는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날 정도로 보고 때마다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먼저 25일 열린 국정홍보처 업무보고에서 노 대통령은 “정부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동의가 필요하고, 국민동의를 받는 방법은 설득”이라며 “거버넌스(協治) 시대에 맞는, 국민동의를 이룰 수 있는 정치적 수단기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정책보도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방향과 관련해 많이 언급했다. “정책에 관한 다양한 모니터링을 잘하면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향제시를 얻을 수 있고, 국민의 뜻에 맞는 것이 무엇인지 방향을 잡아갈 수 있다”며 “정부는 매체로부터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가감없이 흡수하고 가감없이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정부대로 고집이 있고 매체는 매체대로 성격이 있어서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전제하고, “정부와 매체는 적절한 규칙을 만들어 페어플레이를 해야 하며, 어떤 것은 건설적인 것도 있고, 어떤 것은 퇴행적인 것도 있는데, 건설적으로 경쟁해 수준을 높여나가게 하는 것이 모니터링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21일의 기획예산처 업무보고에서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게 예산과 자율권을 넘긴 뒤 효과적으로 적절하게 사용되도록 통제해야 하는 데 가장 유력한 방법은 시민적 통제”라고 밝히고 ‘시민의 예산통제 방안’을 연구·검토할 것을 기획예산처에 주문했다. 이어 “시민들에게 쉽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언급은, 중앙정부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예산통제 방식이 직접통제 방식과 인센티브(교부세) 지원방식이 있으나 직접통제는 자율의 원리에 맞지 않아 저항이 있고 중앙정부가 항상 옳은 것도 아니며, 인센티브 제도 역시 효과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같은 날 법무부 업무보고에서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법무부와 검찰’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정부가 일하는 데 제일 어려운 것은 신뢰부족의 문제로, 신뢰의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하나의 방법을 제안한다면 버리는 것으로, 과거의 기득권과 습관을 바꾸고 새로운 것을 모색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이것은 거부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검찰에 대해 국민이 의심하는 것을 모두 버리는 것으로, 검찰이 가지고 있는 제도 이상의 권력을 변화의 흐름 속에서 내놓을 것은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흐름”이라며 “이것을 일찍 수용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가는 일도 즐겁지 않게 되고, 마지막에는 불명예스러운 이름만 남기게 되는데 이는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법회 참석 헌등하고, 4·19묘지 참배도

○… 노 대통령은 20일 저녁에는 불기 2549년을 맞아 열린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원법회’에도 참석해 연설했다. 법회는 불교계 26개 종단이 망라된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법장 조계종 총무원장)에서 주관했다.

노 대통령은 “성공한 사람이 존경받고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들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사회가 돼야 한다”면서 “화합과 상생의 불교정신은 우리 사회에 관용의 문화를 뿌리내리고, 경쟁과 연대가 조화를 이루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연설에서 불교와의 각별한 인연에 대해서도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어릴 적에 어머니의 염불소리를 들으며 자랐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며 찾았던 곳도 고향에 있는 장유암이라는 절이었다”면서 “절에서 공부하면서 욕심을 버리고 큰 가치를 추구하는 법, 절제하며 순리에 따라 사는 법 등 스님들의 청빈하고 엄격한 삶을 조금이나마 배웠다”고 회고했다. “그것이 지금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가르침들을 잊지 않고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 4.19혁명 45주년을 맞아 19일에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국립 4·19 묘지를 찾아 헌화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8박9일 동안의 독일, 터키 순방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가운데 귀국 이튿날 아침 일찍 4·19 묘지를 찾은 노 대통령 내외는 희생자 187위, 부상자 70위, 공로자 17위의 넋이 모셔져 있는 유영(遺影)봉안소에서 묵념했으며, 이제는 90대가 된 미망인 등 유가족들의 손을 일일이 맞잡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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