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실적 견조한 증가세 지속
최근 몇 년간 기업실적은 지속적인 개선추세를 보였다. 특히 매출증가세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12월 결산 상장기업의 매출증가율은 2004년 10.6%를 기록하여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매출증가율을 기록했다. 매출활동이 그 동안의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 서서히 정상적인 궤도에 접어들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수익성 역시 현저하게 개선되었다. 12월 결산 상장기업의 2004년 매출액영업이익률과 매출액경상이익률은 각각 9.8%, 10.9%를 기록하였다. 매출액영업이익률과 매출액경상이익률이 외환위기 이전에 각각 7%대, 3%대, 외환위기이후에는 각각 6%대, 2%대를 유지했던 점을 감안할 때 수익성이 현저하게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여기서는 기업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이유와 향후 전망을 살펴보기로 한다.
기업에 우호적인 경영여건 조성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기업실적이 증가한 것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우호적인 경영여건이 맞물려 나타난 결과로 판단된다. 수익성 중시의 경영활동이 정착되고 재무구조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기업들은 자산매각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통해 차입금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었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말 316.3%까지 상승했던 상장기업의 부채비율은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한 결과 2004년 말 90.4%로 하락했다. 이와 같은 재무구조 개선으로 투자는 위축되었지만 외부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강화되었다. 금융시장 여건도 기업에 우호적으로 변했다. 1997년 말 20%를 넘어섰던 시중금리는 불과 일 년 만에 한자리수대로 하락했고 1997년 중반 8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1998년 중반 1300원대로 상승했다. 환율상승은 수출여건을 호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기업들이 내수위축을 수출확대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수출은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2000~2004년 동안 연평균 내수출하 증가율은 5.0%에 그친 반면 수출출하 증가율은 그 2배가 넘는 12.4%를 기록하였다. 기업들이 수출에 주력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승했다. 외환위기 이전 30%대에 머물던 12월 결산 비 금융 상장기업의 수출비중(수출/매출)은 2000년에는 47.7%로 높아졌다. 2004년 수출비중은 45.8%를 기록하여 외환위기 직후에 비해서는 다소 낮아졌으나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요컨대 경기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기업실적이 개선된 것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여건 호전, 금리하락으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 감소 등과 같은 외부여건의 개선이 기업의 실적 개선을 주도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2000년 이후 총자산회전율(매출액/총자산)이 0.97회 수준에 머물고 있어 투자활동을 통한 판매증대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매출증대에 환율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환율하락은 기업실적 악화 요인
최근 환율하락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환율하락은 기업실적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환율이 하락하게 되면 기업의 매출규모가 감소하게 된다. 달러화에 대해 원화로 환산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외화부채에 대한 평가금액이 줄어들면서 평가이익이 발생할 수 있고 수입원자재에 대한 가격하락 효과로 원자재 수입금액이 감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수입규모나 부채규모가 매출규모에 비해 작기 때문에 환율하락은 기업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수출비중이 높아질수록 환율하락이 기업실적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은 커질 것이다. 실제로 환율하락은 매출이나 수익성을 급격하게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율 하락에 따른 수입원자재 가격하락 효과보다 수출매출 감소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12월 결산 상장기업의2004년 실적을 기준으로 수출가격이나 수출물량의 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만약 평균 환율이 1000원이었다면 매출액은 실제보다 5.8%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영업이익은 실제보다 34.4%가 감소하여 상장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평균 3.0% 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1145원에서 1000원으로 12.6% 하락하면 영업이익은 1/3이 감소하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2000년부터 계속 평균1,000원을 유지했다면 매출액은 연평균 6.8%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55.2%나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001년에는 영업실적이 적자로 반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환율이 하락하면 기업들은 수출가격 인상이나 원가 절감 등을 통해 대응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적이 악화되는 정도는 추정한 것보다 적을 것이다. 그러나 위의 결과는 환율하락의 영향이 기업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수출비중 높은 업종 수익성 크게 악화
환율변동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환율변동 위험에 대한 노출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거나 자산이나 부채에서 외화자산이나 외화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면 환율변동에 따라 받는 영향도 커질 것이다. 실제로 수출비중이 높을수록 환율하락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 환율이 하락할 경우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자동차, 운송, 전기전자, 화학 업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평균 환율이 1000원으로 하락한다면 운수장비 업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7.5% 포인트 하락하여 수익성이 가장 많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수창고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6.9% 포인트 하락하고 전기전자 업종의 경우에도 4.9% 포인트 하락하여 환율하락의 충격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하락으로 수익성이 오히려 상승하는 업종도 있다. 원자재를 수입하고 내수용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거나 제공하는 산업들은 환율하락의 혜택을 얻는 업종들이다.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거나 내수 의존도가 높은 전기 가스업이나 석유제품, 의약품, 통신업 등이 환율하락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환율이 1000원으로 하락한다면 전기가스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2.9% 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뒤이어 석유제품이 1.8% 포인트, 의약품이 1.3% 포인트, 통신업이 0.5%포인트 매출액영업이익률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의 편중 현상 지속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능성에 더해 국내기업의 실적에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우선 기업의 실적개선이 전반적인 경기확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적개선이 근로자의 소득개선으로 이어지고 소비를 활성화시켜 경기가 확장되는 선순환 연결고리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반적인 실적개선에도 불구하고 실적개선이 전체 기업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일부 우량기업에 편중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분석대상 상장기업 중에서 매출액 순위 상위 10위 기업의 매출액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45.7%에서 2004년에는 38.6%로 하락했다. 반면에 이익 상위 10위 기업의 비중은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영업이익 상위 10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대 중반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경상이익이나 당기순이익 상위 10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감소했으나 각각 57.9%, 59.2%를 기록하여 여전히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상위 10위 기업의 비중이 매출액 면에서 보다 영업이익이나 경상이익, 당기순이익 면에서 높은 것은 실적이 좋은 기업의 경영효율성이 다른 기업에 비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영효율성이 높아 동일한 매출에 대해서도 이익창출능력이 높아 매출액 비중에 비해 비용 등이 차감된 최종적인 경영성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와 같이 실적의 편중현상이 심하다는 것은 우량기업은 좋은 실적을 계속 얻고 있는 반면에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의 실적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실적의 개선이 전체 기업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일부 기업에 의해 국한되어 주도되면서 전체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수출기업의 수익성 내수기업보다 뒤떨어져
또 다른 문제는 수출채산성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내수위축을 극복하기 위해 수출확대에 주력하면서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져서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에 이르고 있다. 올해에도 내수가 다소 회복되겠지만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마이너스(-)에 머물러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수출채산성이 전체적인 기업수익성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수출기업의 수익성은 내수기업에 비해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을 수출기업, 50% 미만인 기업을 내수 기업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2000~2004년 수출기업의 연평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5%로 내수기업의 8.9%에 비해 2.4% 포인트 낮았다. 매출액경상이익률에 있어서도 수출기업은 4.5%를 기록하여 내수기업의 6.9%보다 2.4% 포인트 낮았다. 업종별로 살펴보아도 수출비중과 수익성 간에는 역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전자 업종처럼 수출비중이 높으면서 수익성이 높은 업종이 있는 반면에 운수장비 업종처럼 수출비중이 높으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업종도 있고 통신업처럼 내수의존도가 높으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업종이 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업종별 수출비중과 매출액영업이익률 간에는 음의 상관관계(상관계수 -0.22)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위축으로 수출에 주력하고 있지만 수출비중을 높이는 것이 반드시 수익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내수위축으로 수출이 우리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고 기업들은 수출에 주력하고 있지만 채산성에 있어서는 수출기업이 내수기업에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2001년 이후 수출기업이나 내수기업 모두 수익성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환경 악화 가능성
앞으로 경영환경은 최근과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기업실적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지되던 우호적인 경영환경이 올해에는 기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실적개선이 일부 우량기업이나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특정기업이나 수출채산성이 악화될 경우 전반적인 실적 약화로 이어질 위험도 잠복돼 있다. 무엇보다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것은 원화가치상승으로 인한 환율하락이다. 소비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기업들은 수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환율하락은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크게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 할 것이기 때문이다. 금리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인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데다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다면 경기확장에 동반한 금리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업들의 차입금의존도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상승이 기업실적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할 경우 국내기업의 실적은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기업들이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환율하락은 수출기업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업실적 악화요인에 대비해야
지난 몇 년간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기업실적이 개선된 것은 일부 우량기업에 실적개선에 의해 주도된 현상이고 환율상승이나 금리하락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실적 개선이 지속될지는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올해 거시경제 여건은 기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내수가 회복이 미약한 가운데 환율이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내수위축을 극복하기 위하여 기업들이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환율이 하락할 경우 수출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환율하락 폭이 클 경우 수출 주력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하면서 그 동안 경제성장을 주도해 왔던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연구개발을 통해 수출제품의 경쟁력이 많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수출증가에 환율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강화가 기여한 부분이 상당히 컸다는 점에서 환율하락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질 것이다. 더구나 환율하락에 더해 국제유가와 금융비용 상승 등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악재가 산적해 있다.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여 비용절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경영환경에 의존하는 수익구조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핵심 사업에 대한 집중투자, 연구개발 강화 등을 통해 세 자리 수의 환율에도 견딜 수 있는 제품경쟁력을 보유해야 한다. 특히 품질, 브랜드, 디자인 등의 차별화를 통한 비가격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 경영환경 악화로 인한 기업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는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가하락이나 소비심리 위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한편 기업들의 수익성 향상을 위한 대책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이다. 환율 급등락을 방지하여 금융시장 환경변화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기업의 적응능력이 강화할 필요도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하여 경영환경 악화를 극복하고 경제 살리기에 전력하여야 할 때이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경제연구그룹 부연구위원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연락처
이한득 부연구위원 3777-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