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 신규 시장 진출, 시장 지배력 강화 등 다양한 목적으로 M&A가 활용되고 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부실 자산 처리와 기업 간 빅딜이 M&A의 주요 이슈였다. 최근에는 민간 기업뿐 아니라 대학 등 교육계에서조차 대학간 M&A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M&A는 ‘1+1 > 2’라는 시너지 효과 때문에 기업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재무 정보 실사가 전부는 아니다

지금까지의 M&A 과정을 보면, 주로 피 합병 기업 재무 상태 실사, 유형 자산 재평가, 통합 후 기업 가치 산정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유형 자산이 기업 경영에 있어서 뼈대를 구성한다면, 무형자산은 뼈대를 둘러싸고 있는 살과 같다. 두 가지 모두 기업의 생존에 중요한 요인이지만, 인적 자원 역량, 조직운영 능력, 리더십, 인사 제도 경쟁력, 노동조합 성향 등 소프트한 측면은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한 소프트한 측면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M&A 초기 과정에서부터 인사 부서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인사 담당 임원 447명을 대상으로 Towers Perrin과 미국 인사관리협회(SHRM, 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가 2001년 공동으로 실시한 서베이 결과, M&A에 성공한 기업의 72%는 정밀 실사 단계(Due Diligence)에서부터 인사부서가 실질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M&A에 실패한 기업의 경우, 39% 정도만 인사 부서가 사전 실사 단계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업원의 감성 장애에 주목하라

인사 부서가 조기에 참여하고, 사전에 정확한 자산 실사를 한다 하더라도 예기치 못했던 M&A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많다. 비효율을 걷어내고, 최적의 인적, 물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나면 사업이 잘 될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두 기업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종업원들이 M&A 과정에서 느끼는 심리적, 감성적 장애 요인들에 주목해야 한다. 흔히들 M&A의 보이지 않는 비용(Hidden Cost)이라고 일컫는 종업원들의 감성적 장애 요인들은 본질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 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종업원들의 감성적 장애 요인들에 항상 주목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 생존에 대한 불안감(Anxiety)
M&A 와중에 종업원들은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린다. 종업원들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은 M&A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감성 요인이다. M&A 소문이 현실화되어 발표가 이루어지게 되면, 종업원들은 자신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연구 개발에 종사하는 인력들은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연구가 새로운 기업에서도 여전히 가치 있는 연구로 남아 있을 것인지, 아니면 사업성이 불투명해 폐기되어 버릴 것인지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M&A 협상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불안감은 생산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국내 모 증권사의 경우 2003년부터 M&A에 대한 소문만 무성하다가, 2005년이 되어서야 M&A가 발표되었다. 2년 동안 종업원들은 M&A 이후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고, 그 와중에 잘나가는 핵심 인재 100여명은 이미 자기 길을 찾아 조직을 떠났다.

● 상대적 박탈감(Loss)
M&A 성사 후 점차 새로운 제도의 윤곽이 드러나면 종업원의 불안감은 어느 정도 줄어들지만, 새로운 제도의 적용 과정에서 종업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늘어날 수 있다. 이 시기에 종업원들은 자신의 급여나 직급의 절대적 수준보다, 합병기업과 피 합병 기업 간 급여나 직급 체계의 차이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두 기업 간 임금 격차가 과다할 때, 임금이 높은 쪽으로 상향 조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합병 기업 입장에서 볼 때 급격한 임금 인상이 쉽지는 않다. 장기간 임금 격차를 방치할 경우 종업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나부터 살자’는 이기주의(Egoism)
M&A 이후 인력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이 본격화되면‘나부터 살자’는 이기주의가 만연하게 된다. 인력 구조조정이 기업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조치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 시기에 종업원들은 지식이나 정보를 타인과 공유하는 것을 주저하고,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기 보다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생존을 위한 개인의 이기적 행동은 M&A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들이 M&A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조직 문화로 고착된다면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 조직 적대감 증가(Resistance)
M&A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성 요인이 바로 피 합병 기업 종업원들의 합병 기업에 대한 적대감 확산이다. 기업 간 M&A는 최고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Top-Down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대다수 종업원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새로운 조직으로 편입된다. M&A에 대해 불안감이나 소외감을 느끼는 피 합병 기업의 종업원들은 합병 기업의 사람들을‘점령군’으로 표현하면서,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노동조합을 통해 조직적으로 저항하기도 한다. 강한 기업별 노조를 특징으로 하는 한국의 노사 관계 현실에서 이러한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데, 노사 간 갈등뿐 아니라 노노간의 선명성 경쟁에 따른 갈등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 끼리끼리 문화의 양산(We-They Tension)
M&A 전부터 같이 일했던‘우리(We)’와 M&A 이후 같이 일하게 될 ‘그들(They)’간의 심리적 긴장이‘끼리끼리 문화’를 양산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적 충돌(Cultural Clash)도 M&A 이후 나타나는 감성적 장애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M&A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M&A 전후 100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신설조직의 비전 설정, 새로운 경영진 선임, 인력 구조조정 등은 아무리 빨리 서둘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직 문화는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강한 조직문화가 성과를 높인다고 믿고 핵심 가치를 전파하는 등 자신만의 고유한 문화를 창출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강한 조직문화가 M&A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서로 뚜렷이 다른 문화를 가진 회사 간 합병 시 자신의 문화적 강점이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을 원치 않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만 어울리게 되고, 어느 순간 구성원들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나는 것이다.

M&A 후유증, 감성 경영으로 풀어라

M&A에 따른 종업원의 감성적 혼란 상태를 최소화하고 통합 기업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보이지 않는 감성적 장애 요인들을 잘 극복해야 한다. 이 때 기업 인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 상징적 도구를 활용하라(Symbol)
통합의 과정에서 종업원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새로운 조직에 대한 충성을 이끌어 내는데 구호, 로고, 신화, 의식(Ritual) 등과 같은 상징적 도구들을 잘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이러한 방법들이 어떻게 보면 가장 비과학적인 것 같지만, 종업원들을 하나로 묶고, 갈등을 해소하는 데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십 이론가들에 따르면 변혁이나 혁신을 주도하는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을 잘 발휘하는 리더들이 종업원들의 감성적 몰입을 이끌어 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러한 상징이나 구호 등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고 한다. ‘Be the Reds!’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너도나도 자신의 가슴에 새기고 다니던 슬로건이다. 하나의 슬로건이 개인에게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 진솔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Openness)
종업들에게 진솔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종업원의 불안감을 해소하거나 조직 차원의 적대감을 완화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최근에 M&A를 경험한 80개 미국 회사를 대상으로 한 서베이 결과, 진솔하고 정확한 정보 전달은 종업원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왜곡된 정보나 부정확한 정보의 제공은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M&A 초기 단계에 신속한 정리해고가 필요함을 느끼면서도, M&A 성사에만 초점을 두어‘100% 고용 보장’이라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는 향후 통합 기업의 경영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의 위험성은 HP와 Compaq사의 M&A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HP는 M&A 후 전체 종업원의 1만 5천 명 정도만 해고하면 될 것으로 예상하고, 당시 HR 담당자인 보윅의 주도하에 이러한 사실을 직원들에게 공표하였다. 해고 예상 인원수를 공표함으로써 종업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통합 기업으로의 신속한 전환을 꾀하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TBR 같은 산업 리서치 회사는 해고의 숫자가 종업원들을 의식하여 지나치게 낮게 측정되어 있음을 경고하였다. 결과적으로는 M&A 이후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1만 6천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종업원들의 경영진에 대한 신뢰감이 흔들리게 되었다.

●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Leadership)
종업원간 인적 통합을 가속화하여 실질적인 통합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이를 중간에서 지휘할 수 있는 유능한 통합 관리자(Integration Manager)를 선임하는 것도 중요하다. 피아(彼我)가 구분되는 조직 문화를 초기에 해결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말썽이 생기게 마련이다. 국내 은행간 M&A사례를 보면 통합 후에서도 여전히 출신 은행 간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합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 주는 사례다. 통합 관리자는 재무, 영업, 법률, 연구개발 분야에서 능력이 검증된 사람 중에서 뽑는 것이 바람직하며, 무엇보다도 구성원들 간 갈등이나 문화적 충돌을 관리할 수 있는 촉매자(Facilitator) 역할을 할 수 있고, 대인 관계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어야 하다. 통합 관리자는 사업 성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야 한다. 어느 한쪽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이 이동하면서 양자 간에 끈끈한 유대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 회사로 잘 알려진 Texas Instruments(TI)사가 당시 아날로그 신호 처리 분야에서 첨단을 달리고 있던 Unitrode사를 인수하는 과정을 보면, 통합 관리자의 중요성을 잘 알 수 있다. 통합 관리자로 선임된 보너는 양사를 오고 가며 종업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진행하였는데, TI에서는 Unitrode의 경영 방식과 사업 전략을, Unitrode에서는 TI의 경영 방식과 사업 전략을 전달했다. 보너는 일대일 면접을 통해서 양사의 종업원들을 다독거리고,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대방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사전에 없앰으로써, 조직간 문화 장벽을 극복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활용하라(Various Channel)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활용하여 종업원들의 심리적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어야 한다. M&A 발표 후 통합까지 무수히 많은 루머와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난무하는데, 왜곡된 정보는 종업원들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게 된다. 따라서 M&A를 전후해서 종업원이 동요하거나, 현 업무 수행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다각적인 대화 채널을 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미국의 Delta Airlines가 Western Airlines를 합병할 당시 Western Airlines의 각부서와 종업원 가정에 M&A 후 실시될 통합 프로그램의 내용이 자세히 담긴 우편을 발송하였다. Delta Airlines는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새로운 인사 프로그램, 신설되는 직무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우편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종업원들의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Yahoo!가 인터넷 포탈서비스 회사인 Inktomi사를 인수할 때도 모든 종업원들에게 새로 맡게 될 역할, 보상 체계 등을 상세히 적어 우편을 발송함으로써 종업원들의 불안감을 덜어 주었다. 우편뿐만 아니라, 워크샵을 통해서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워크샵에서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M&A 과정을 설명하고, 향후 수행하게 될 업무 방향, 새로운 조직에서 자신이 밟아 갈 수 있는 경력 경로, 신설 조직이 추구하는 전략적 지향점 등을 심도 있게 토론할 수 있다. 우편이 워크샵에 비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우편이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인데 반해 워크샵은 썅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장점이 있다. 정보 솔루션개발 회사인 Sperry와 Burroughs사가 합병하여 신설 회사인 Unisys사를 만들었을 때, ‘합병신드롬 워크샵’을 개최하여 M&A에 따른 종업원들의 감성적인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이밖에 일대일 면담이나 전문 카운슬링을 통해서도 M&A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통신 회사인 Bell Atlantic사가Nynex사를 인수할 당시, 일대일 면담이나 전문 카운셀링을 통해서 새로운 직무 환경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통합 기업 내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경력 경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조언해 주었다. M&A가 개인에게 불안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의 대처방식에 따라서는 M&A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잘 주지시켜야 한다.

● 공정한 보상 시스템을 구축하라(Equity)
M&A 후 신설 조직에서 종업원들이 보상 측면에서 불공정성을 느끼지 않도록 보상시스템을 신속히 정비해야 한다. GE의 HR 책임자인 쿤스는“통합된 기업이 가져갈 보상 시스템을 신속히 구축하는 것이 M&A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인사 시스템 구축은 노조와도 협상해야 하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신속히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M&A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임에는 분명하다. 보상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합병 기업의 종업원과 피합병 기업의 종업원, 그리고 핵심 인재와 일반 인재 모두 공정성을 느끼도록 보상 패키지를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상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성과에 기초한 보상 설계가 중요하다. 1998년 통신회사인 Bell Atlantic이 GTE와 합병하여 무선 통신회사인 Verizon을 설립했을 당시 보상 시스템 통합에 약 8개월이 걸렸다. 양사는 사전에 합의한 대등한 합병의 원칙을 보상 시스템 설계에 그대로 반영하되,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두었다고 한다. 요컨대, M&A가 성공하려면, ‘사람’이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람’이슈의 핵심은 종업원의 소프트한 감성을 잘 배려하는 경영에 있다.- LG경제연구원 진병채 인사조직그룹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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