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한국여성의 긍지를 심는 김정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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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투데이
2010-04-26 09:09
비엔티안 라오스--(뉴스와이어)--달란트란 ‘탤런트(talent)’라는 말의 어원으로 각자의 타고난 재능, 소질, 수완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혹자는 성경말씀대로 ‘재물’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뜻이야 어떠하든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재능이나 재물, 남이 없는 자신만의 것을 이르는 말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달란트를 갖고 살아간다. 그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재물이건 또는 사전에서 일컫는 재능이건, 그건 크게 상관할 바가 아니다. 다만 그 달란트를 어떻게 사용하고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서 인생을 값지게 살고 있느냐 아니면 헛되이 살고 있느냐가 결정지어 진다.

보통은 겉으로 나타나지 않고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거나 표출되지 않는 자신만의 힘을 ‘잠재능력’이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잠재능력’이나 ‘달란트’는 그 뜻이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단지 그 잠재적 능력을 발휘하느냐 아니면 달란트를 여러 사람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느냐는 스스로 보여주기에 달려 있다.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죽을 때까지 혼자 가지고 가는 사람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어느 책자에서 ‘모든 성공의 근원은 나 자신임을 잊지 말라. 나로부터 길을 가고 나로부터 성공을 이루고, 제 아무리 위대한 성공도 나로부터 빚은 것이 아니면 한낱 물거품에 불과하다. 내가 있어 사람이 있고, 또 길이 있고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달란트는 바로 나 자신임을 잊지 말라’고 쓰여 있다.

누군가 ‘라오스 어디에서 살고 싶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단연 ‘루앙남타’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푸른 평야가 온 도시를 감싸고 가까운 곳에 언제든지 오를 수 있는 야트막한 산도 있다. 유화 속에서 나올 법한 평온한 전원도시 루앙남타는 분위기가 여유롭고 풍요로움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주 듣는 말 중에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있다. 이곳 라오스에서는 엄마도 강하지만 ‘여자는 더 강하다’로 바꿔야 할 것 같다. 북부 루앙남타에서 자신만의 달란트를 남에게 나누어 주는 한국인 여성이 있어서다.

올해 나이 45세, 그것도 조금 위안삼아 만나이로 셈한 나이다. 지난 2000년 시작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라오스 봉사를 끝내고 2003년 프랑스 국제 NGO단체인 ‘SFE’의 단원이 되면서 남들이 마다하는 이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그녀.

첫 부임지는 비포장도로로 6~7시간을 가야하는 빡세 남부 아따푸. 한국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었던 그곳에서 SFC 단원으로 주립병원 간호사교육을 담당하며 3년 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인 김정화 씨는 “라오스에서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 산간오지가 좋아서 자청한 일이었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간호사를 가르친다는 일, 그리고 중심에 한국인으로써 설 수 있다는 것에 시간이 바람처럼 지나 가버렸다”고 지난 아따푸생활을 회상했다.

그리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부임한 곳이 지금 그녀가 몸담고 있는 루앙남타다. 혼자 생활이 외롭기도 하련만 당당함을 잃지 않는 김정화 씨는 어느새 5년이란 세월을 루앙남타에서 보냈다. 도합 11년의 라오스 생활, 라오스문화와 정서가 몸에 밴 그녀는 한국인이자 라오스의 구성원이었다.

여자이기 때문일까? 그녀는 “문화와 관습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으로 그들과 말씨름도하고 때로는 실망도 하지만 결국 다시 이곳 사람들과 어울리며 결국 하나가 되어버리고 만다”고 말하며 “이들은 쉽게 친구가 되고 또 같은 동양인이라는 동질감이 이곳 생활을 끝내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지금 생활을 말했다.

현재 의사 15명을 포함, 총 60명이 근무하는 루앙남타 주립병원에서 그녀는 간호사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말이 간호사 교육이지 사실 어렵고 궂은일을 모두 도맡아야 한다. 영어는 물론 라오어, 불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하는 김정화 씨는 장비사용이 어눌한 의료진에게 기술자가 되어 고장난장비도 수리하고 병원에 일이라도 발생하면 운전기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녀의 이런 일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그저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해야 할 일이고 자신이 아니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어서다.

그녀는 “이곳의 실질적인 문제는 최첨단장비나 병원시설의 문제보다는 인력구조상 효율적이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때로는 평준화가 좋은 점도 있지만 차별화되지 않은 낮은 임금으로 책임감이 부족한 점은 일을 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며 “이런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개선하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이곳에 있다”고 겸손의 말도 잊지 않았다.

강원도 춘천에서 1남 3년의 둘째로 태어난 그녀는 “제가 둘째라서 어릴 적부터 위 아래로 치다보니 혼자 사는 요령을 터득한 것 같다”며 “내가 가진 재능을 이들에게 나눠주는 일에 하루하루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여린 여자이기 이전에 강한 한국인인 김정화 씨는 “한국에 가면 일주일, 아니 길게는 2~3주는 훌쩍 가버린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라오스에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이곳이 제2의 고향이 된 것 같다”며 “라오스보다 더 외지고 소외된 곳으로 나를 보낸다고 해도 기꺼이 갈 준비가 되어있다”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드러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지금이 생활에 만족한다”며 “믿을 만한 분의 추천이 아니었으면 라오코리아타임즈와의 인터뷰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혼자만의 세상을 영위하며 자신만의 길을 통해 자아를 실현해왔고,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것을 즐기며 살아왔다. 그런 김정화 씨는 오는 10월 한국인 IT전문가와 결혼한다. 결혼 후에도 지금의 자원봉사를 계속하겠다는 그녀는 어려운 이웃을 돕고 더 힘든 곳을 향해 날아갈 준비가 되어있었다.

라오코리아타임즈를 통해 처음으로 결혼사실을 밝힌다는 그는 “꼭 라오스가 아니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 험하고 힘든 세상 그 어느 곳이라도 가겠다”는 그녀는 루앙남타에서 한국인의 긍지를 심고 있었다.

혼자 사는 법을 터득한 김정화 씨. 그녀는 짬날 때마다 기타연습도 하고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한가한 주말이면 한식을 만들어 주변 라오스 사람들을 초대해 같이 즐기며 문화와 인종을 초월한 인간적인 정을 쌓는데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끔 라오스 사람들이 그녀에게 묻는다. “혼자 사는 것이 외롭고 무섭지 않느냐고... .” 그러나 그는 “내 곁에는 나를 사랑하는 당신들이 있는데 무서울 게 있겠느냐고... .” 자신만의 달란트를 아낌없이 내주는 그녀, 김정화 씨는 사랑을 실천하는 라오스의 아름다운 한국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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