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시중자금의 단기화, 아직 부작용 크지 않다’

서울--(뉴스와이어)--시중자금이 단기금융시장으로 쏠리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의 금융시장 단기화는 경기회복과 장단기금리 차이축소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며, 우려되는 바와 같이 자산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4월 이후 국고채를 중심으로 시중금리가 크게 하락하고, MMF, CMA 등의 단기금융상품 잔액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9년말 4.41%이던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5월초에는 3.71%까지 하락하였고(AA- 등급p,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도 5.53%에서 4.48%로 하락하였다. 이와 같은 시중금리 하락세는 예금금리로까지 파급되어 6개월~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76%(2009년 12월)에서 3.26%(2010년 3월)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중금리 하락세와 더불어 단기금융부문으로 시중자금이 이동하면서 2010년 1월말 68.9조원이던 MMF 잔액은 5월 4일 현재 79.8원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시중금리 하락과 시중자금의 단기화 경향의 폐해를 우려한다.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로 인해 경제주체들이 수익창출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게 되면, 자산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금융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단기화 현상의 원인을 통화수요의 측면에서 분석하여 최근의 상황을 진단하고자 한다.

금융시장의 단기화 현상 심화

우선 최근 금융시장 상황을 여러 통화지표를 통해서 살펴보자. 현금, 결제성 예금, MMF 등으로 구성된 협의의 통화인 M1은 2009년 3월 이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2010년 15.3% 증가) 반면 광의의 통화인 M2 증가율은 9%에 머물고 있으며 M2보다 만기가 길고 현금으로 전환시 원금의 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기관 유동성(이하 Lf)의 경우도 6%대의 낮은 증가율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으로 구성된 M1의 증가율은 높고, 만기가 상대적으로 긴통화지표(M2, Lf 등)의 증가율은 그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중자금이 단기화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M1/M2 비율도 2009년3월 이후 상승 추세를 보여, 2010년 3월에는 24%에 이르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p정도 상승하였다.

장기적으로 볼 때 M1, M2, Lf의 연평균증가율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1992년부터 2010년 2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각 통화지표의 증가율을 보면, M1은 12.8.%, M2는13.4%. Lf는 13.0%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보면 단기와 장기 금융시장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경기변동, 금리변화 등에 따라서 각 통화지표의 움직임은 크게 달랐다. <그림3>을 보면 M1은 상대적으로 단기금리인 콜금리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M2는 콜금리보다는 경기에 영향을 받는것으로 나타난다. 변동폭도 M1이 가장 컸고, 그 다음으로 M2, Lf 순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의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M2 증가율은 크게 높지 않고, M1의 상승률이 높은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정책금리가 2%로 낮게 유지되는 것이 M1의 상승률이 높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1999년 이후 단기금리를 정책수단으로 변경하게 되면서, 중앙은행은 단기금리가 정책금리의 일정 범위에서 유지되도록 자금의 과부족을 조절한다. 결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중심으로 단기금리가 변동할 수 있도록 통화량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M1의 증가율이 높은 것이다.

반면 M2 증가율이 다소 낮은 이유는 장단기 금리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단기금리와 장기금리 차이가 크지 않으니 장기금리가 올라갈 때까지 단기로 자금을 예치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M2 증가율은 낮고 M1 증가율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중자금의 단기화가 예금자 및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낮은 장기금융상품을 기피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더라도 은행의 자금중개기능(단기로 조달하여 장기로 운용)이 원활히 작동한다면 큰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단기화 현상이 투자 및 자산의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여 대출수요가 감소하면서 나타난 것이라면 경제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해야 할 수도 있다.

거래적, 투기적 요인으로 M1/M2 비율 상승

<그림 4>는 M1/M2 비율의 변동을 거래적, 예비적, 투기적 동기의 세 가지 요인으로 분해한 것이다. 그림에 따르면 거래적 요인에 따른 M1/M2 비율의 변동은 경기종합지수 동행지수의 변동과 일치한다. 그리고 예비적 요인에 의한 변동은 거래적 요인과는 반대로 움직인다. 마지막으로 투기적인 요인에 의한 변동은 다른 요인에 의한 변동보다는 크지 않고, 여타 요인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최근 M1/M2 비율의 변동은 우선 경기가 회복되면서 거래적요인에 의해서 M1/M2 비율이 상승한 결과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예비적 요인에 의한 변동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줄어들면서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투기적 수요는 장단기 금리 차이의 축소에 따라서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세 가지 요인 이외에도 최근의 M1/M2 비율의 상승과 시중금리 하락에는 외국인 채권투자 확대와 대출 수요 감소에 따른 은행권의 자금운용의 변화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외국인 채권투자는 단기금리보다는 장기금리를 떨어뜨리고, 장기금리의 하락은 단기금융시장으로의 쏠림을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우리나라 채권의 수익률 수준보다는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수익률 차이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최근의 금리하락은 전 세계적인 저금리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09년까지 크게 증가하였던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이 2010년 들어 크게 축소되고 있는 것도 시중금리 하락과 단기화의 주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2010년 1~3월중 은행의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은 3.9조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의 34% 수준(2009년1~3월중 11.4조원)에 그쳤다. 가계대출은 대출기준금리의 변경, 주택가격 약세지속 등으로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으며, 중소기업 대출은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정부의 보증비율 축소, 신용위험 가능성 증대 등으로 은행들이 대출에 소극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은행들이 정기예금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였지만 대출 등 자금운용이 여의치 않자 일부 자금을 단기로 운용하는 것도 금융시장 내 단기화경향에 일조하고 있다.

각 요인별 수요와 자산가격과의 관계

M1/M2 비율을 거래적, 예비적, 투기적 요인으로 분해한 결과와 주가수익률간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주가수익률과 세요인들 간에는 장기적인 관계(공적분)가 있었다. 우선 주가수익률은 거래적 요인이 증가하면 상승하였다. 거래적동기의 화폐수요 증가는 경기회복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주가와 거래적 화폐수요가 정(+)의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예비적 요인는 경제적 불확실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거래적 수요와는 반대의 결과가 도출되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자산은 처분하고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려는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투기적 요인의 증가는 향후 금리상승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나타는 현상이므로 주식수익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수익률과는 달리 주택가격 상승률과세 요인들 사이에는 장기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공적분 관계가 없었음). 이는 주택가격의 변화가 경기 및 이자율 변화 이외에 정부의 세제 및 금융규제, 주택수요자의 구매심리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택가격과 개별 요인들간의 선행관계를 살펴보면 거래적 요인은 주택가격 상승률에 3~4개월 정(+)의 관계로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예비적 요인도 주택가격 상승률에 마찬가지로 3~4개월 부(-)의 관계로 선행하였다. 이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소득이 증가하고, 불확실성도 줄어들면 주택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투기적 수요는 오히려 주택가격상승률에 12개월 정도 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이 일정 기간 상승한 후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서 단기 금융시장으로의 쏠림이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산가격 급등 가능성은 낮은 듯

최근 금융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금리하락과 자금의 단기화 현상을 통화량 분석을 통해서 살펴보았다. 우선 M1 증가율이 M2보다 높은 현상이 단순히 ‘고수익 투자처를 기다리는 대기수요(투기적 수요)’에서 비롯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결제수요가 늘어나면서 M1/M2 비율이 상승한 측면이 크다.

그리고 중앙은행의 정책적인 고려가 M1/M2 비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정책금리 인상 기대가 상당 기간 미뤄지면서 장기금리가 하락하고 그에 따라 금융시장 내단기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외국인 채권투자의 확대와 대출 수요의 감소도 이러한 현상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최근의 M1/M2 비율의 상승은 국제적인 저금리에 따른 외국인 채권투자, 정책금리 인상 기대의 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산배분, 경제 전반의 대출감소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발생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현상이 주택 등의 자산 가격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90년에 비해 99년 이후 M1, M2 증가율 격차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주택가격의 상승도 높았던 점을 감안할 때 시중자금의 단기화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는지를 주시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정성태 책임연구원]

*위의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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