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기지개 켜는 조류(藻類) 바이오 연료 시장’
‘그래, 그 때 정말 잘 결정했지...’ 2020년, 한 석탄 화력 발전소의 사장이 창 밖의 넘실대는 바다를 바라보며 회상에 잠겼다. 2000년대 후반, 당시에 환경이슈가 전 세계를 강타하더니,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 불리는 이산화탄소가 화력발전소의 골칫덩어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기업체가 발전소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에너지로, 그것도 연료를 만드는데 사용한다며 협력을 요청해왔다. 알고 보니, 그 업체는 말로만 듣던 조류를 바이오 연료로 만드는 회사였다. 화력발전소 부근 대지에 공장을 만들어 발전소의 폐수와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미세조류를 키운다고 하였다. 양쪽 회사에 모두 이익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력발전소 옆에는 조류 바이오 연료 공장이 세워졌고,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다. 이 회사의 규모는 점점 커졌고, 어느새 공장의 폐수와 이산화탄소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규모까지 성장했다. 회사는 인근 바다에서도 미세조류와 대형해조류를 키워 연료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제 조류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여 자동차를 운전하며, 비행기도 타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위의 이야기는 조류(Algae) 바이오 연료를 개발하는 어느 연구자의 꿈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꿈이 현실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2008년 빌게이츠가 소유한 Cascade Investment가 Sapphire Energy에 1억 달러 규모의 투자 의사를 밝혔고, 2009년에는 미국 석유 메이저 Ex xonMobil이 Sy nthetic Genomics와 공동연구를 위해 6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투자를 받은 두 회사는 모두 조류를 이용해 연료를 생산하는 신생 바이오 연료 벤처기업들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조류로부터 바이오 연료를 개발하는 신생기업들이 늘어나는데 이어, ExxonMobil을 포함하여 BP, Chevron, Dow와 같은 대형 기업들의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기업들이 조류 바이오 연료에 주목하는 이유와 향후 극복 과제를 알아보고, 조류가 미래 바이오 연료 시장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할 것인지 살펴본다.
확대되는 바이오 연료 시장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의하면 세계 바이오 연료 수요는 2006년에서 2030년 사이 연평균 6.8%의 양호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에는 2006년 대비 수요 규모가 3배나 확대되며, 2030년에는 세계 수요가 1억 톤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수송용 연료에서 바이오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2007년에는 약 2%에 불과했지만, 2030년에는 9.3%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석유의 영향력은 점진적으로 약화되는 반면, 바이오 연료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바이오 연료 시장의 성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각국의 정부 정책 때문이다. 미국은 2022년까지 수송용 연료에 바이오 에탄올을 20%까지 혼합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유럽과 중국도 2020년까지 수송용 연료의 10%를 바이오 연료로 사용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각국의 노력이 본격화됨에 따라 바이오 연료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고, 이에 따라 시장의 확대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연료에 대한 재조명 확산
바이오 연료 시장의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많은 바이오 연료 업체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주로 콩이나 옥수수 등 연료 추출 효율이 높은 식용 자원을 원료로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1세대 바이오 연료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이 곡물 가격을 크게 상승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World Bank가 발행한 보고서에 의하면 바이오 연료는 2002년에서 2008년 사이 곡물 가격을 75%나 증가시켰다고 한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감축에 관해서도 부정적인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는 야자유 바이오 연료의 경우 경작지 확장을 위한 숲의 파괴로 인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1% 증가된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차세대 원료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목질섬유소나 바이오 폐기물을 이용한 2세대 바이오 연료이다. 하지만 2세대 바이오 연료는 식물을 둘러싼 단단한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과정을 거침에 따라 수율이 굉장히 낮아지고, 폐목재 등을 채집하는 데 드는 비용이 높아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대안이 해조류나 미세조류로부터 기름을 뽑아내는 3세대 조류 바이오 연료이다. 조류 바이오 연료는 미역, 우뭇가사리 등 대형해조류로부터 만든 연료와 식물성플랑크톤, 클로렐라와 같은 미세조류로부터 만든 연료로 구분된다. 대형해조류는 단위 무게당 탄수화물 함유량이 높아 바이오 에탄올에 주로 쓰이며, 미세조류는 지질(Lipid) 함유량이 높아 바이오 디젤에 주로 쓰인다. 이 밖에 조류는 생산 공정에 따라 휘발유와 성능이 거의 유사한 바이오 부탄올이나 높은 고도의 낮은 온도에서도 잘 견디는 항공유(Jet Fuel)를 만들 수도 있다.
조류 바이오 연료에 주목하는 이유
그렇다면 차세대 바이오 연료로서 조류 바이오 연료를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무엇보다도 생산 효율성이 높다. 무게의 50%가 기름인 미세조류는 연간 1 헥타르(1만 평방미터) 당 최대 98,500 리터의 바이오 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 1세대 원료 중 가장 효율이 높은 오일 팜보다 약 16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대형해조류 역시 생산효율성이 높다. 해양 면적 1 헥타르 당 최대 12,000 리터까지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사탕수수의 최대 생산능력보다도 1.5배 더 높은 효율성을 보여준다. 또한 해조류는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인 바닷물을 이용하여 키울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둘째, 식용 자원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1세대 바이오 연료가 가장 논란을 일으킨 부분은 농경지 사용으로 인한 곡물 가격 상승이었다. 미세조류는 비식용 자원일 뿐만 아니라, 농경지가 아닌 물과 햇빛이 있는 어느 땅에서나 자라며, 우뭇가사리, 다시마 등의 해조류는 일부 식용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재배장소인 바다 자체가 거의 무한하기 때문에 식용 자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셋째, 수자원 이용과 이산화탄소 감소 측면에서 환경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미세조류는 바닷물, 호수, 폐수 등 거의 모든 물에서 자라며, 폐수를 활용할 경우에는 수질 정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폐수 내 질소나 인 등을 조류의 영양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라이프싸이클 분석에서 미세조류는 석유 및 1세대 바이오 연료의 30% 수준에 불과한 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이는 2세대 바이오 연료와 유사한 수준이다.
기업 투자 확대로 경제성 확보 가속 예상
이와 같이 뛰어난 강점을 지녔기에 조류 바이오 연료는 꿈의 바이오 연료라고도 불리지만,아직 완벽한 제품이 되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존재한다. 가장 큰 장애물은 과다한 생산 비용이다.
조류 바이오 연료가 다른 연료 대비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석유가 배럴당 80 달러일 때, 생산 비용이 리터당 0.55 달러를 넘으면 안 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해조류 에탄올의 생산 비용은 리터당 0.77~1.1 달러, 미세조류는 리터당 1.48~5.38 달러로 추정된다.
조류 바이오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이 어떠한 기술개발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세부적으로 알아보자.
첫째, 생산능력이 높은 조류를 확보함으로써 원료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지질(Lipid) 또는 탄수화물 함유량이 높은 조류 균주를 유전자 조작 또는 이종 교배를 통해 개발하거나, 자연 속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조류를 탐색하여 찾아냄으로써 좋은 종을 확보하는 것이다. Sapphire Energy와 Aurora Biofuels가 이 분야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를 펼치고 있다. 다양한 종의 미세조류를 개발하고 있는 Sapphire Energy는 종자 산업의 최고봉인 몬산토와 같이 미세조류 세계의 몬산토라고도 불린다. 해조류 바이오 연료 기업들 역시 홍조류, 녹조류, 갈조류 등 다양한 종을 연구함으로써 생산 능력이 높은 해조류를 찾고 있다.
둘째, 생산성이 높은 조류 재배 방식을 개발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일조량을 높이는 방법이 이에 속하는데, 이를 위해 기업들은 조류를 일조량이 높은 지역에서 직접 재배하거나, 최적의 개방형 연못 또는 광생물 반응기 모형을 설계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Desert Sweet Biofuels는 Sonora 사막에서 미세조류 재배에 대해 연구하며, Solix는 광생물 반응기(Photo bioreactor)의 표면적을 확대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셋째, 직접적으로 생산비용을 낮추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다른 공장의 이산화탄소를 공급받거나, 폐수 및 하수를 이용하여 재배하는 방법이 이에 속한다. Seambiotic과 Algenol은 근처의 공장으로부터 이산화탄소를 공급받고 있으며, Sunrise Ridge Algae는 미세조류 재배에 폐수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광생물 반기 방식의 경우 초기 설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Solix, Valcent 등은 유리 대신 플라스틱이나 비닐 팩을 활용하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 ExxonMobil은 Synthetic Genomics와 함께 대규모 생산 능력 확보를 통해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개발하고 있다.
이 외에 바이오 정유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바이오 정유 기술은 바이오 디젤, 바이오 가솔린과 같은 수송용 연료도 생산하고, 부산물로부터 식품, 의약품, 화장품, 세제 등의 기초생활제품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바이오 복합소재도 만드는 기술이다. Dow, UOP Honeywell 등이 현재 개발 중에 있으며, 이 기술의 발전은 조류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됨으로써 기업들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높은 성장성 기대
차세대 바이오 연료로서 조류가 유망하다면, 향후 시장 전개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및 주요 기관의 예측 자료,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조류 바이오 연료 시장이 시간에 따라, 또 지역에 따라 어떻게 성장할 지 살펴보고, 한국에서의 가능성을 알아보자.
첫째, 조류 바이오 연료는 점진적으로, 그러나 빠른 속도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갈 것이다. 현재는 기업들이 투자를 시작하고, 파일럿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는 시장 형성 도입기라 볼 수 있다. 이러한 투자의 결과가 나타나는 2~3년 후부터 상용화를 이루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다. Algenol, Sapphire Energy, Solazyme, PetroAlgae 등은 적은 규모이긴 하지만 2011년에서 2012년 사이 상용화 계획을 갖고 있다. 상용화 기업들이 늘어남에 따라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류 바이오 연료 시장은 2012년에서 2018년 사이 연평균 115%라는 매우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되며, 일본조류 바이오 연료 시장도 2~3년 후부터 본격 성장할 전망이다. 물론 상용화 초기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셀룰로오스계 바이오 연료와도 계속 경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의 말처럼 10년 후부터는 비용 측면에서도 다른 연료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그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갈 것으로 보인다.
둘째, 조류 바이오 연료는 지역의 특색에 따라 영향력 있는 조류의 종류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미국,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은 미세 조류 바이오 연료가 주를 이룰 것이나,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해조류 바이오 연료의 영향력이 더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거대 투자를 이끌어 냈던 기업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미세조류로부터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업체였다. 서구 국가들은 해조류를 식용으로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해조류 재배 기술이 발달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프랑스와 아일랜드의 경우 건조된 해조류의 단위 무게당 비용이 필리핀의 1.2~2배 정도라는 점을 봐도 서구 해조류 기술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해양자원이 풍부하고, 해조류 재배 기술이 발달되어 있어 해조류 바이오 연료의 성장이 기대된다.
셋째, 장기적으로 국내에서는 조류 바이오 연료의 영향력이 1세대 식용 바이오 연료 못지 않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국내 바이오 연료 시장은 바이오 디젤만이 경유 혼합 비율 2%로 사용되고 있는데, 현재 사용되는 바이오 디젤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지속 가능성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원료 확보의 어려움은 1세대뿐만 아니라 폐목재나 바이오 폐기물을 이용하는 2세대 바이오 연료도 동일하게 직면한 문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3세대 조류 바이오 연료의 등장은 위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으로 보인다. 조류 바이오 연료의 생산은 땅의 면적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며, 바다를 이용할 경우 바다의 풍부한 자원을 이용할 수도 있어, 땅이 좁고, 삼면이 바다인 한국에 아주 적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해조류 재배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금호와 SK에너지 등도 조류 바이오 연료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바이올시스템즈㈜는 2012년까지 연간 120만 리터의 해조류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하기 위해 전남 고흥에 파일럿 플랜트를 구축 중이다. 또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는 화력발전소의 이산화탄소와 공장의 폐수를 활용하여 2013년 미세조류 바이오 연료 첫 생산을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바이오 디젤 혼합 비율은 정부 정책에 의해 중장기적으로 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므로 조류 바이오 연료의 성장 가능성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연료 포트폴리오의 다각화와 대체 에너지 개발이라는 관점에서 조류 바이오 연료의 잠재력과 미래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도 조류 바이오 연료 시장 진입기이므로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앞당기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시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정유진 선임연구원]
*위의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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