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는 문학, 역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서평위원회를 두고, 독서 문화의 저변 확대와 양서권장사업의 일환으로 매달 10종씩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고 있다.
‘5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는 500년 조선의 역사를 56편의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듯 쓴 역사서『조선의 마음』(신봉승, 선), 고대 그리스 과학자들로부터 뉴턴에 이르기까지의 과학의 역사를 물리학과 천문학을 중심으로 정리한『과학의 탄생』(야마모토 요시타카/이영기, 동아시아), 예술작품 속에서 나타난 주사위놀이나 숨바꼭질 등 ‘놀이’를 통해 서양 미학을 풀이한『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진중권, 휴머니스트) 등이 선정되었다.
‘5월의 읽을 만한 책’ 선정도서 및 추천사는 다음과 같으며, 자세한 내용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http://www.kpec.or.kr)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5월의 읽을 만한 책 추천사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르시아 마르케스 / 송병선 / 민음사
2005. 4. 25 / 170쪽 / 9,000원
마르케스는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현존하는 작가 가운데서 가장 비중 있는 원로의 한 사람이다. 그의 최근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출간 전부터 세상의 관심을 끌며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작품이다.
이 책은 90살에 가까워진 마르케스의 자전적 요소가 적지 않게 투영된, 늙은이의 사랑과 섹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노인은 90살 생일을 처녀와 한 침대에서 맞이하고자 한다. 그 사이사이에 자기가 과거에 만났던 창녀들에 대한 추억을 펼치고, 또 부모님과 음악과 책과 고향의 풍경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아흔 번째 생일에 델가디나의 행복한 침대 속에서 살아 있는 몸으로 눈을 뜨자, 인생은 헤라클레이토스의 어지러운 강물처럼 흘러가 버리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석쇠에서 몸을 뒤집어 또 90년 동안 나머지 한쪽을 익힐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흡족한 생각”을 한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어찌 보면 노추(老醜)일 수도 있지만, 젊은 영혼을 지닌 한 노인의 늙음에 대한 멋진 응수이기도 하다.
- 추천자 : 이남호(고려대 국어교육학과 교수)
조선의 마음
신봉승 / 선
2005. 4. 10 / 384쪽 / 15,000원
문학이든 역사든 ‘스토리’를 기본으로 하는 서사구조로, 서로 사촌쯤 된다는 인식은 전통시대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역사는 문학에서 유리되어 사회과학으로 편입되고, 재미없는 과목으로 전락하였다. 스토리가 실종되고 분석의 대상이 되어 형해화(形骸化)하였다.
이 책은 ‘문학으로 읽는 조선왕조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조선의 마음’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옛날 이야기하듯 문학적으로 쓴 조선시대 역사서이다. 나라이름을 지은 조선 초부터 국망(國亡)을 당한 비운의 순종 황제의 유서에 이르기까지 주요사건을 56편의 역사 칼럼으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그렇다고 하여 실증을 등한시한 것도 아니고『조선왕조실록』등을 근거로 하면서도 연대기적 통설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 식민사관의 그늘에서도 벗어나 “조선왕조는 가난한 나라였어도 지혜로운 나라”라는 나름의 해석도 하고 있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 사람냄새가 나는 역사이야기이다.
- 추천자 : 정옥자(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응용윤리
피터 싱어 / 김성한 외 / 철학과현실사
2005. 4. 15 / 288쪽 / 12,000원
철학은 일반적으로 구름 위에서 맴도는 학문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영미 계층의 현대철학은 추상적인 언어의 분석에 몰두하여 더욱 그러한 경향을 나타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 분석의 도구로 현실 문제를 철저하게 진단하고 처방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 책은 현대가 당면한 가장 첨예한 문제들을 예리한 철학적 탐구의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 환경윤리, 안락사, 낙태, 동물의 권리, 평등과 차별, 기업윤리, 전쟁과 평화 등이 그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전문가들에 의해서 다루어진다.
다른 문제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흔히 그렇듯이, 이들은 구체적인 답변을 마련하기보다는 문제의 성격을 명료화함으로써 우리들 스스로 치유의 방안을 찾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통해 철학은 이제 구름 위에서 내려와 우리들에게 시원한 청량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 추천자 : 엄정식(서강대 철학과 교수)
살아 숨쉬는 미국 역사
박보균 / 랜덤하우스중앙
2005. 2. 25 / 302쪽 / 13,000원
지난 60년 동안 많은 한국 사람들이 미국에서 유학을 했고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미국에 한번쯤은 다녀왔다. 200만이 넘는 교포가 미국에 살고 있고 우리에게 매일 미국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미국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우리가 미국을 이해하는 수준은 표피적이고, 우리의 대미외교는 아직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의 현장에서 미국을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보균 기자가 쓴 『살아 숨쉬는 미국 역사』는 발로 쓴 미국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자적 감각으로 발품을 팔아서 미국의 진면목을 파악하고 확인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역사 속에 아직까지 숨어 있던 ‘한국’을 찾아보려 하고 있다. 남북전쟁의 승패를 결정한 게티스버그, 미국의 치부인 KKK단의 탄생지, 인디언 학살의 현장,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이 벌어진 알라모를 답사했고, 뉴햄프셔의 작은 해안 도시 포츠머스에서 대한제국의 운명을 결정지은 미일강화조약의 진실을 확인했고, 워싱턴의 대한제국 공사관에서 100년 전 우리 선조의 비극을 목격했다.
그러나 이 책은 역사 기행문이 아니다. 미국의 역사를 추적하여 미국의 키워드를 해부함으로써 우리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을 어떻게 잘 이용할 것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국제정치학 서적이다.
- 추천자 : 임혁백(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부의 탄생
윌리엄 번스타인 / 김현구 / 시아출판사
2005. 3. 30 / 576쪽 / 25,000원
잘사는 나라의 비결은 무엇일까? 어떤 나라는 빈곤을 극복하고 풍요를 누리지만, 한때 영화를 누렸던 부국이 몰락하는 경우도 많다. 경제체제 때문인가, 정치지도자 때문인가, 아니면 근면한 국민들 때문인가?
이 책은 잘사는 나라들의 역사적 경험에서 성공과 실패의 공통점을 찾아 부가 탄생하는 실마리를 설명하고 있다. 재산권을 제대로 확립해주고, 과학적인 합리주의가 지배하며, 자본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환경에서 부(富)가 탄생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역사적 경험에서 찾아낸 공통점에 누가 이의를 달 수 있겠는가. 나라가 잘사는 일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쯤 정독해야 하지 않겠는가.
- 추천자 : 정갑영(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위기의 노동
최장집 외 / 후마니타스
2005. 3. 18 / 494쪽 / 18,000원
지난 18년간 우리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가장 큰 위기에 처한 부문의 하나는 노동이다. 민주화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노동의 민주화 및 인간화에 있다면, 노동이 이렇게 위기에 처한 것은 민주화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낳았으며, 그 위기의 구체적인 실상은 어떠한가. 이 책은 위기에 빠진 한국의 노동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화의 진전에 따른 노동의 위기는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위기의 대처 방식이 전혀 부재한 것도 아니다. 민주화가 사회세력 간의 민주적 협약을 맺는 것이라면, 노동에 대한 더욱 전향적인 협약을 모색할 수 있다. 노동의 위기를 타개하지 않고서는 우리 민주화는 성숙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우리 노동문제는 물론 우리사회 전체에 놓인 현주소를 냉정하게 분석함으로써 민주화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 추천자 : 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과학의 탄생
야마모토 요시타카 / 이영기 / 동아시아
2005. 4. 8 / 1,002쪽 / 38,000원
과학도라면 이 책을 비껴갈 수 없을 것이다. ‘지식인의 자기부정’을 부르짖으며 스스로 대학을 떠나 재야학자의 길을 걸은 일본의 물리학자가 평생 작업으로 펴낸 이 책은, 자료의 방대함이나 해석의 독창성으로 볼 때 서양 주도의 과학사에 드물게 세운 동양의 위업이다.
번역본으로 무려 1,000쪽이 넘는 이 책에서는 ‘힘’의 존재를 발견하는 고대 그리스 과학자들로부터 뉴턴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역사를 한 눈에 펼쳐 보인다. 애써 약점을 잡는다면 뉴턴 이후의 과학 발전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기본적으로 물리학과 천문학의 역사를 다뤘다는 것이다. 간간이 화학사의 흔적은 보이지만 생물학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저자가 진정 과학의 ‘탄생’의 역사를 다룬 것이라면 탓할 수 없을 것이다.
읽기가 그리 쉬운 책은 결코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일반 독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고 한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주저 없이 권한다.
- 추천자 : 최재천(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교수)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진중권 / 휴머니스트
2005. 3. 21 / 376쪽 /15,000원
‘아는 것이 힘’이라던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은 이성의 가능성을 지피는 풀무였다. 이제 그의 말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상상하는 것이 힘’이라고. 이성의 시대에 궁극의 추구점이 진리였다면, 이 탈근대 혹은 탈근대 이후의 시대에는 그 자리를 재미가 차지하게 되었다. 노동이 유희로 뒤바뀌는 세상이 된 것이다.
저자는 주사위, 체스, 숨바꼭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물구나무, 그림자놀이, 인형놀이, 수수께끼, 마술, 만화경 등 수많은 놀이와 게임을 등장시킨다. 그리고 이들 각각의 놀이는 ‘우연과 필연’, ‘순간에서 영원으로’ 등 일곱 가지 큰 테마로 다시 정리되어 등장한다. 여기에는 윤리학이 미학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언한 마르크스의 입론이 바탕을 일구고 있으며, 서구 미학사를 빛낸 여러 인물들의 예화와 논점이 끝없이 돌출적으로 등장한다. 독자는 사고게임을 하듯이 이 책을 읽어나가야 한다.
- 추천자 : 김갑수(문화평론가)
감정의 연금술
타라 베넷 골먼 / 윤규상 / 생각의나무
2005. 3. 15 / 498쪽 / 20,000원
넉넉할 때는 세계를 품다가도 편협할 때는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는 것이 마음이라 했던가. 마음을 얻으면 모든 것을 얻는 것이고, 마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불안에게, 두려움에게 마음을 내어주고 스스로 고통당한다.
『감정의 연금술』은 부정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에서 나오는 여러 감정의 혼돈을 살피고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증오감으로부터, 분노로부터, 탐욕으로부터, 질투로부터 벗어나 마음의 평정을 찾아갈 수 있는지 그 방안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인정해서 자신이 언제 불안해하고 언제 분노하는지를 들여다보자. 그것이 깨어있는 마음의 첫 단계다.
원래 고대의 연금술사는 납을 금으로 변화시키려 한 사람들이었다. 저자는 연금술을 혼란과 고통을 맑고 또렷한 통찰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의 은유로 읽고 있다.
- 추천자 : 이주향(수원대 교양학부 교수)
우리 엄마
앤서니 브라운 / 허은미 / 웅진씽크빅
2005. 3. 20 / 20쪽 / 8,500원
엄마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아이의 목소리로 풀어낸 『우리 엄마』. 한 마디로 이 책은 엄마의 품처럼 참 따뜻하다. 『고릴라』, 『돼지책』, 『동물원』을 통해 이미 우리에게 친근한 앤서니 브라운. 이 책은 그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작품을 쓰는 목적이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아이와 엄마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엄마의 밝은 표정과 따스한 눈빛,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강인함이 부드러운 그림 속에 자연스럽게 펼쳐져 특유의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이 책이 지닌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장마다 소박하고 간단한 글, 평범한 엄마의 표정을 담고 있지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아이와 엄마가 함께 보기에 좋은 책이다.
- 추천자 : 김자연(전주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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