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오지에서 만난 노모와 시각장애인 아들”
1번국도에 접어들면 도로는 180도 상황이 달라진다. 대관령 옛길이 구비길이라고 하지만 이보다 열배, 아니 백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구불거리고 도로폭도 비좁아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한쪽이 경사면이면 다른 한쪽은 낭떠러지인 라오스 산길의 특성상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는 길.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다는 것, 간간히 지나가는 트럭과 아침나절 쌈느아를 출발한 노선버스가 이곳을 통행하는 차량의 전부다.
지나는 중간 중간에 만나는 원주민들이 어디에 살고 있을까 궁금할 정도로 한적한 산간오지마을이다. 도로에서 약초를 건조하는 원주민도 보이고 야생에서 포획한 너구리며 살쾡이를 가져와 통행하는 차량들에게 흔들며 팔고 있는 아낙들도 보인다. 물론 사는 사람도 없지만 말이다.
굽은 길을 다라 얼마를 갔을까. 민가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 산길. 산모퉁이를 돌자 남루한 옷차림의 두 사람이 뜨거운 아스발트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오르막길이라 천천히 속도를 줄이던 필자는 스치듯 지나가며 희미하게 보이는 그들을 확인했다. 후사경으로 본 두 사람은 허연 백발의 늙은 노모와 꼭 붙어 있는 장성한 아들 같아 보였다.
굽이 길을 돌자마자 필자는 그들이 눈치 채지 않도록 차를 세우고 엔진의 시동을 껐다. 얼른 뒷문을 열고 망원렌즈가 부착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노모와 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요하던 산중에 금속성셔터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듯 올라오던 아들은 노모의 몸에서 손을 떼고 경계하듯 걸음을 멈추었다. 생전 듣지 못한 금속성소리가 아들의 경계심을 자극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서 한걸음도 내딛지 않았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아들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역력했다. 안타깝게도 이 노모의 아들은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었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노모는 멈춰선 손을 흔들며 웃음을 지어보이는 필자를 보자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지 아들을 안심시키기 시작했다.
노모의 설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던 아들은 낮선 셔터소리와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을 조금씩 풀었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하듯 노모의 검지손가락을 새끼손가락에 걸어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아들의 얼굴에는 이내 어색하지만 밝은 미소가 흘렀다.
산간오지에서 만난 노모와 아들, 가슴이 아려왔다. 라오스의 행복지수는 세계최고라고 한다. 진짜 행복해서 지수가 높은 것인지 아니면 불행을 몰라서 행복한 것인지 궁금했다. 라오스를 여행하다보면 유난히 많은 장애인들을 만날 수 있다. 팔다리가 없는 장애인에서부터 시각장애인, 그리고 병명도 모르고 시름시름 앓는 환자들이 무수히 많이 눈에 띈다. 사회복지시설이 전무한 이 나라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먹을 것 보다 죽음에 대한 어떠한 처방도 할 수 없다는 것. 해발 1500고지가 넘는 산에서 만난 노모와 아들, 아직은 살아 움직이는 늙은 노모가 세상을 떠나는 날, 아들의 삶도 편치 않으리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불의의 사고로 두 눈을 잃은 아들이 있었다. 앞을 볼 수 없는 불구자가 될 처지를 비관한 아들은 병원에서 늙은 노모에게 매일 투정을 부렸다. 눈 치료를 받던 어느 날 붕대를 푼 아들은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두 눈이 멀쩡했던 노모의 한 쪽 눈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노모는 아들을 향해 말했다. “두 눈이 없으면 너에게 짐이 될까봐 하나는 남겨 놓았다”고... . 아마 산에서 만난 노모의 심정도 이러했으리라. 그러나 의술이 턱없이 부족한 라오스는 눈을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는 나라다.
옷이 없어 헐벗고 보릿고개로 굶주렸던 시절, 우리가 받았던 것처럼 라오스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우리가 부족함 없이 사는 것은 지금 우리가 주는 것처럼 예전에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라오스는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나라다. 우리가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 라오스의 불우한 이웃을 지원하려는 봉사단체와 개인을 위해 라오코리아타임즈가 현지에서 검증된 한국인 봉사단체와 연결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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