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공공언어 개선의 경제적 효과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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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2010-06-29 17:56
서울--(뉴스와이어)--국립국어원(원장: 권재일)은 행정기관의 어려운 용어 때문에 얼마만큼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지, 또 이러한 어려운 행정용어와 정책명을 알기 쉬운 말로 개선할 경우에 어느 정도의 경제적 효과를 얻게 되는지를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하여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행정기관이 사용하는 낡고 권위적인 표현, 그리고 생소한 외국어로 된 정책명 때문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빚어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날마다 쓰는 어려운 행정용어만 개선해도 연간 170억 절감

우선 일반 국민이 행정기관의 서식 등을 작성할 때에 어려운 행정용어(예: 귀책사유, 봉입, 불비, 익일 등) 때문에 치러야 하는 시간 비용은 1년에 약 170억 원으로 추산되었다. 이는 일반 국민이 치러야 하는 비용 118.3억 원과 민원 처리 공무원이 치러야 하는 비용 51.8억 원을 합한 것이다.

※ 금액 산출 근거: 어려운 용어를 1년에 1회 이상 접한 국민 총수(14,949,719명) × 일반 국민이 어려운 용어를 접한 1년 평균 횟수(1.85회) × 어려운 용어로 인해 추가로 들이는 평균 소요 시간(125초) × 일반 국민 시간당 평균 노동 임금(12,331원)

※ 조사 방법: 2010년 4월 22일부터 30일까지 1,024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6%)

이에 따라 행정기관 서식 등에 쓰이는 어려운 행정용어를 알기 쉬운 용어로 개선할 경우에 얻게 될 비용 절감액은 첫해에 51억 원, 1년 후 102억 원, 그 후 연 17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되었으며, 이를 순현재가치법에 따라 계산하면, 5년간 총 570억 원, 10년간 1,168억 원, 20년간 2,031억 원, 그리고 무한 지속되는 경우에 총 3,431억 원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되었다.

※ 순현재가치법(Net Present Value, NPV): 어떤 사업의 가치나 기대 효과를 나타내는 척도 중 하나로서, 미래에 얻을 비용 절감 효과를 현재 가치로 전환한 값.

아무도 모르는 정책명으로 경제적 손실 114억

행정기관이 새로운 정책에 붙이는 정책명이 생소한 외국어여서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경우의 비용도 분석해 보았다. 어려운 정책명(예: 맘프러너, 마이크로크레딧, 바우처 등) 때문에 치러야 하는 시간 비용은 1년에 약 114억 원으로 추산되었다.

※ 금액 산출 근거: 어려운 정책명을 접한 국민 총수 × 일반 국민이 어려운 용어를 접한 1년 평균 횟수(5.93개) × 어려운 용어로 인해 들이는 추가 평균 소요 시간(30초), 일반 국민 시간당 평균 노동 임금(12,331원)

이에 따라 생소한 정책명을 알기 쉬운 용어로 개선할 경우에 얻게 될 비용 절감액은 첫해에 34억 원, 1년 후 68억 원, 그 후 연 102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되었으며, 이를 순현재가치법에 따라 계산하면, 5년간 354억 원, 10년간 716억 원, 20년간 1,238억 원, 그리고 무한 지속되는 경우에 총 2,085억 원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되었다.

정책명의 경우에 개별 정책의 성격에 따라 경제적 파급 효과가 달리 나타난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사례를 놓고 경제적 파급 효과를 조사해 보았는데 서울특별시가 2008년부터 펼친 ‘맘프러너 창업스쿨’ 정책에 대해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기회비용 손실, 용어를 개선할 경우에 예상되는 파급 효과를 예측해 보았다.

‘맘프러너’ 몰라 4,500명 창업 못해

‘맘프러너 창업스쿨’은 창업을 희망하는 서울시 여성들을 위해 창업에 필요한 지식을 교육하고 창업을 돕는 사업이다. 그러나 ‘맘프러너’라는 생소한 말 때문에 서울시가 펴는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이 적지 않았음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

※ 맘프러너: ‘엄마(Mom)’와 ‘기업가(Entrepreneur)’의 합성어

우선 서울시 여성 인구 344만 명 중에서 13.7%인 47만 명이 ‘맘프러너’에 대해 설명을 듣고서야 정책의 취지를 알게 되고, 그중에서 약 6만 명이 ‘맘프러너 창업스쿨’ 교육과정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따라서 교육이 실시될 경우 1인당 약 192,500원의 교육비가 지급되는 만큼 서울시 여성 6만 명은 총 116.2억 원의 비용을 혜택받지 못한 것으로 추산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창업스쿨을 수료한 후 실제 창업하는 사람은 평균 7.5%인 것으로 조사되었으므로 6만 명 중에서 4,500여 명이 실제 창업했을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창업 후 1년 추정 매출액은 2,303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2,046억 원, 생산유발효과는 4,336억 원으로 추산되었다. 모처럼 시민을 위해 좋은 정책을 마련해놓고도 사용하는 용어가 어려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이처럼 많고 이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 행정기관이 대민행정에서 사용하는 딱딱하고 권위적인 행정용어가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으며 국민이 어려운 행정용어를 이해하기 위해서 들이는 시간비용이 막대함이 드러났다. 이러한 비용은 순수히 시간비용만 계산한 것이며 국민이 느끼는 심리적인 불만감, 좌절감 등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어서 행정용어를 쉽게 써야 할 필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면서도 정책명을 국민이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정책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음이 드러났으며 그 경제적 손해 규모도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앞으로 행정기관에서는 대민행정에 사용되는 행정용어가 국민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정책명을 지을 때에도 모든 국민이 그 정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친근하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국립국어원은 이 조사를 바탕으로 공공기관의 언어가 좀 더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되도록 공공언어 개선 사업에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국립국어원 개요
국립국어원은 우리나라의 올바른 어문 정책을 연구·수행하고자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이다. 역사적으로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도운 ‘집현전’의 전통을 잇고자 1984년에 설립한 ‘국어연구소’가 1991년 ‘국립국어연구원’으로 승격되고, 2004년에 어문 정책 종합 기관인 ‘국립국어원’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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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
김형배 학예연구사
02)2669-9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