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장애인의 날’ 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모니터보고서
그 결과 올해는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보도량도 많아졌고 비교적 다양한 아이템으로 장애인 관련 문제에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BS의 경우 ‘장애인 고용’, ‘법제도 개선’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비해 MBC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보도량이 가장 적었으며 대부분의 보도가 장애인 편의시설·기구 관련 고발에 집중됐고, SBS는 미담보도가 많았다. 하지만 방송3사 모두 장애인 시위와 관련해 ‘직접적인 요구’ 보다 ‘과격시위’와 ‘교통혼잡’에 초점을 맞춰 한계를 드러냈다.
1. 양적 분석 : 보도량 증가, 보도비중은 낮아
방송3사의 ‘장애인의 날’ 관련 보도는 19일~21일에 집중됐다. 이 기간 동안 장애인 관련 보도량은 총 21건으로 전체보도의 7.3% 정도였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 동안 방송3사의 장애인 관련 보도량이 7건(KBS 3건, SBS 3건, MBC 1건)에 비해 3배 증가한 것이다. 또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뉴스워치팀의 모니터에 따르면 2004년 10월부터 2005년 3월까지 총 6개월 간 방송3사의 저녁종합뉴스에 등장한 장애인 관련 보도는 모두 199건(5시간 31분 40초)으로 전체 방송시간의 1.6%에 불과해 평소 장애인 보도와 비교해도 보도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방송3사가 관련사안을 적극적으로 보도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평소 장애인 관련보도와 비교한다면 ‘반짝 관심’이다. 한편 KBS와 SBS의 관련보도가 각각 8건인데 비해 MBC는 5건으로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방송사들이 ‘장애인의 날’ 관련 보도에 어느 정도의 뉴스가치를 부여했는지 살펴보기 위한 보도순서 분석에서 방송3사는 장애인 관련 보도를 1~5번째에서 단 한 건의 보도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BS는 관련 보도를 대부분 뉴스 후반부에 배치했다.
2. 내용분석
1) 전체적으로 다양한 내용
그 동안 장애인 관련 보도에서는 미담보도와 사고보도의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올해 ‘장애인의 날’을 전후해 방송3사는 장애인관련 제도와 고용, 교육, 재활, 미담 등 다양한 내용을 보도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2) 3사 ‘장애인 고용’ 보도 긍정적
장애인들의 취업·고용은 장애인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스스로 생활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과제다. 방송3사는 ‘장애인 고용’, 그 중에서도 ‘장애인의무고용’ 문제를 공통적으로 보도했다. KBS는 19일 <집중취재① 돈으로 때운다>에서 “대기업들은 나눔경영 차원에서 장애인 지원에는 적극 나서고 있지만…정작 장애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고용 문제는 인색한 실정”이라며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실태를 다뤘다. 현재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 2%를 지키는 기업은 30대 기업 가운데 3개 업체에 그친다. 반면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1인당 48만원의 고용부담금으로 때운 돈은 1100억원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이어진 <집중취재② 의무고용률 미달>에서는 “87개 공기업과 정부 산하기관의 장애인 고용률은 1.83%”이라며 공기업 등의 장애인 고용실태까지 지적하고, “공기업의 경우 민간기업보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나아가 “장애인 고용이 경증의 남자 장애인에 집중돼 있는 점과 사무직보다는 생산직에 장애인이 집중 배치되는 고용의 질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고용현실까지 지적했다.
MBC도 19일 <도움보다 일자리>에서 “종업원 300명 이상인 회사는 원래 장애인을 근로자의 2% 이상 채용해야 하지만 실제로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 정도에 불과하다”며 “한 사람당 48만원의 의무부담금은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못 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 “단순노동직 위주인 고용의 질도 문제”라며 인터뷰를 통해 장애인들도 ‘첨단직종’과 ‘고급직종’에서 일할 수 있음을 알렸고, 이밖에 인터넷 창업을 소개하면서 “철저한 관리와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SBS는 19일 <법은 좋지만>에서 ‘장애인 고용’ 문제를 보도했으나, 이미 다른 매체를 통해 익히 알려진 ‘무궁화전자’에 대한 사례소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업들의 고용실태에 대해서는 “현재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겨우 1퍼센트”라는 언급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20일 <눈높이 직업교육>은 신체적인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직업과 관련된 취업교육을 소개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맞춤 직업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해 유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 KBS만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다뤄
장애인들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장애인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심층적으로 다룬 방송은 KBS가 유일했다. KBS는 20일 <집중취재① 4년 간 논란만>에서 “160만 장애인의 최대 바람이라면 아마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일 것”이라며 주요 쟁점사항을 상세히 설명하는 등 장애인의 시각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다.
4) ‘미담성’ 보도 줄어
한편 ‘장애인의 날’이면 상투적으로 등장하던 ‘장애극복·미담’ 보도가 줄어들었다. KBS는 미담성 보도가 없었고 SBS와 MBC는 각각 2건, 1건을 보도했다. SBS는 19, 20일 ‘테마기획’에서 ‘시각장애인마라톤대회’와 시각장애를 극복한 음악인의 공연모습을 전했다. SBS의 보도는 굳이 ‘장애인의 날’이 아니더라도 평소 ‘테마기획’에서 볼 수 있는 아이템으로 별다른 차별성이 없었다는 평가다.
MBC는 20일 <장애인의 날>에서 중증장애인들의 도보순례, 기념행사, ‘장애인의 날 차별철폐 결의대회’ 등 ‘장애인의 날’을 맞아 각지에서 열린 행사를 1분 20여초 동안 종합해서 보도했다. 이날 보도는 “검게 그을린 얼굴들에서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장애인들이 모처럼만에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 배형진 군은 올해의 장애인 극복상을 받았다”며 주로 ‘훈훈한 소식’을 집중 전달했는데, 보도말미에 ‘장애인 차별철폐 결의대회’와 관련해 “한때 마포대교를 점거한 채 경찰과 충돌해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며 행사내용보다는 ‘몸싸움’에 초점을 맞춰 문제로 지적되었다.
5) 장애인 시위, 요구는 외면·교통혼잡은 부각
방송3사의 ‘장애인의 날’ 관련 보도 중 가장 문제로 지적된 것은 바로 마포에서 개최된 ‘420장애인 차별철폐 결의대회’ 관련 보도였다. 이날 9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장애인인권 확보’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등 장애인 문제와 관련한 주요 요구 사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방송3사는 행사 도중 빚어진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나 교통체증에 초점을 맞췄다. KBS는 이날 집회를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와 묶어 단신으로 다루며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면서 여의도와 마포 일대가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고 보도했고, MBC도 ‘과격시위’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는데 그쳤다. KBS는 장애인들의 가장 핵심적인 요구인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 바로 다음 꼭지에서 상세히 다루긴 했으나, 정작 장애인들의 직접적인 현장의 목소리는 담지 않아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SBS는 현장중계차까지 연결해 집회소식을 전했지만 주된 관심사항은 ‘마포대교 정상화’ 여부였다. 특히 “경찰의 강제 해산조치가 이뤄지면서 마포대교는 빠르게 정상화…하지만 두 시간 넘게 남북단 양방향 모두 통제됐던 탓에 주변 교통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해 폭력진압과 강제연행을 동반한 경찰의 물리력 행사를 정당화시키는 듯한 리포트를 하기도 했다. 1분 20여초의 이 보도에서 장애인들의 목소리는 “공동투쟁단은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장애인의 생존권과 사회적 권리 확보를 골자로 한 결의문을 낭독했다”는 10여초 동안의 언급에 그쳤다.
나가는 말
방송3사의 ‘장애인의 날’ 관련 보도는 예년에 비해 ‘장애인 고용’ 등 소재가 다양해져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됐으나 내용에 있어 여전히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장애인들의 거리시위를 ‘교통혼잡’에 더 비중을 두어 보도한 점은 문제다. 방송사들은 장애인 등 사회소수자, 약자와 관련해 ‘연례 행사’처럼 형식적으로 다루는 관행에서 벗어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장애인 문제 사회의제화에 앞장서주기를 기대한다. 특히 이들의 인권문제와 제도개선에 관한 더욱 적극적인 보도를 바란다.
2005년 ‘장애인의 날’ 관련 방송보도 모니터보고서
모니터 대상 : KBS 뉴스9·MBC 뉴스데스크·SBS 8시뉴스
모니터 기간 : 2005년 4월 19일~20일
모니터 주체 :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연락처
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