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BP의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이후’

서울--(뉴스와이어)--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는 ‘21세기 최대의 재앙’이라고 불려질 만큼 피해 규모나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이번 사고의 수습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그에 따른 업계 경쟁구도 변화 및 에너지 시장의 구조 변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콜롬비아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Gabriel Marquez)의 대표 장편소설 <백년의 고독>에서 주인공 부엔디아는 남미의 처녀림 속에 새로운 마을을 건설한다. 7대에 걸쳐 펼쳐지는 사랑과 자유, 고독, 문명과의 갈등 속에서 유토피아를 상징했던 이 원시적인 마을은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번창해가는 듯했다. 그러나 결국 타락한 물질 문명에 오염되어 하루아침에 지상에서 사라져 버린다. ‘유리로 지은 집들이 가득찬 위대하고 빛나는 도시’가 되려 했으나 결국은 멸망하고만 이 마을의 이름은 마꼰도(Macondo).

최근 또 다른 마꼰도가 이와 비슷한 운명에 처해있다. 지난 4월 20일 오전 BP 관계자들은 멕시코만(Gulf of Mexico) 마꼰도 광구(Macondo Prospect)에서 심해 유전을 탐사중이던 시추시설 딥워터호라이즌(Deepwater Horizon)호에 모였다. 7년의 무사고 심해 시추기념식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마꼰도 광구는 수심 약 1.5km, 시추심도 약 5.5km의 심해광구로 세계 2위의 석유기업 BP(British Petroleum)가 실질적인 운영 책임자로 6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딥워터호라이즌호는 올해 2월 15일부터 진행해온 시추 작업을 4월17일에 완료하고 20일에는 기존 유정(油井)의 봉합(Casing) 작업을 끝낸 후 다음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날 밤 딥워터호라이즌호가 폭발하면서, 현장 인력 총126명 가운데 13명의 사망자와 17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폭발의 여파로 화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사고 발생 이틀째에는 시추시설이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고 다음날에야 겨우 화재가 진압되었다. 그러나 사고발생 나흘 후 바다 밑 유정과 시추시설을 연결하는 시추 파이프에 구멍이 뚫려 기름이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됨에 따라 폭발 사고는 더욱 심각한 환경적, 정치경제적, 기술적 이슈로 부상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일어난 원유 유출 사고 중 최악으로 기록될 이번 사고는 실질적 사고 책임자인 BP 및 관련 기업은 물론 미국 남부해안 생태계 및 경제, 세계 석유/에너지 산업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마꼰도 폭발 사고의 원인과 현재까지의 사고 수습 현황을 살펴보고,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를 둘러싼 주요 이슈 및 향후 석유산업에 미칠 영향을 점검해 본다.

천재지변이 아니라 예정된 사고

BP는 2008년 미 남부 루이지애나주 해안에서 남동쪽으로 80여㎞ 떨어진 멕시코만 해상의 마꼰도 광구 탐사권을 확보한 후, 시추 작업에 의한 원유 유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내용의 환경 영향 평가서를 광물관리청(Mineral Management Service)에 제출하였다. 이에 BP는 미국 내무부로부터 시추 작업에 대한 추가적 세부 환경 영향 평가 작업을 면제받고, 트랜스오션 마리나호를 통해 마꼰도광구에 대한 시추를 시작했으나 11월 불어 닥친 허리케인 아이다(Ida)에 의해 시추시설이 손상되어 탐사 작업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새롭게 투입된 시추시설 딥워터호라이즌호는 21일 내에 약 1억 달러 규모의 예산으로 마꼰도 광구 탐사를 마치기로 되어있었으나 시추 작업은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다. 이 과정에서 폭발방지기(Blowout Preventer)가손상되는 사고가 있었으나, 예산 및 일정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 임시 조치만을 취한 채 작업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 최대해양 굴착업체 트랜스오션(Transocean)사 소속 최고 전기 기술자로서 본 시추 작업을 담당한 마이크 윌리엄스(Mike Williams)는 CBS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목표했던 시추 완료시점이 지나고 작업 일정이 지연되자 BP의 압력은 더욱 심해졌으며, 이에 따라 해저 지반의 특성 및 수반 가스의 압력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시간에 쫓겨 시추를 진행해야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BP는 사고 발생 3일 전 시추 작업을 마무리하고 굴착 입구를 봉합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향후 마꼰도 유정에서 원유를 상업적으로 본격 생산하는 일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생산설비를 옮겨올 때까지 일시적으로 유정을 닫아두기 위한 콘크리트 돔 구조물 제작을 맡은 할리버튼(Halliburton)사는 유정에 심각한 가스 유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정과 그 주변 부분이 철저히 봉합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를 제안했다.

이미 계획대비 43일의 시간이 초과되고 약 20%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뒤였다. 사고 당일 오전 7시, BP는 약 13만 달러의 비용과 12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테스트를 취소했다. 약 15시간 후, 어둠 속에서 파이프를 타고 가스가 치솟으면서 딥워터호라이즌호는 화염에 휩싸였다.

사고는 아직도 현재진행형

원유 유출량은 사고발생 초기에는 하루1,000~5,000 배럴이 유출되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약 한달 후 미 정부 조사단은 하루 12,000~25,000 배럴로 상향 조정했다. 6월15일에는 하루 35,000~60,000 배럴의 원유가 멕시코만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발표했다. 2007년 태안반도의 총 유출량이 약78,000 배럴임을 고려할 때, 보수적으로 본다해도 멕시코만에서는 태안반도 사고가 이틀에한번 꼴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발생 후 지금까지 유출된 기름의 양은 최대 345만 배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역사상 최대기름 유출 사고인 엑슨 발데스호 사고의 유출규모 24만 배럴을 훨씬 능가하는 엄청난 양이다(<그림 1> 참조). 멕시코만에는 서울시 면적의 약 40배인, 약 2만4000㎢의 기름띠가 형성되었으며, 기름띠로 인한 피해는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앨라배마, 미시시피 등 인접 주(州)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BP는 기름띠 확산을 막기 위해 오일펜스 설치, 유화제 살포, 기름띠 연소 등의 작업을 진행했으며 유정의 제어를 위해 해저돔 설치, Top Kill, Top Cap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왔다. 로봇 잠수정이 보내오는 화면을 보고 원격으로 작업을 하는 것은 우주탐사에 비교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심 1.5km 지점은 압력이 엄청날 뿐 아니라 낮은 수온으로 인해 기름과 함께 분출되고 있는 메탄가스가 소금물과 섞여주변에 슬러시(Slush, 질척한 얼음)를 만들고 있는 극한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유정 차단 시도에 수차례 실패를 거듭한 끝에 BP는 사고발생 85일만인 지난 7월 15일 75톤짜리 대형 차단캡을 설치해 원유 유출을 일시적으로 막았다고 발표했다. 현재 BP는 유정 압력 측정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른 유출구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차단캡 밸브를 통해 원유를 뽑아내 회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차단캡 밸브를 모두 잠근 상태에서도 압력이 떨어지면 원유가 새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감압 유정(Relief well)을 뚫기 전에는 원유 유출을 완전히 막을 수 없게 된다. 현재 진행 중인 감압유정 시추 작업은 8월에나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를 둘러싼 주요 이슈
원유 유출에 대한 수습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고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이해당사자들간 책임 공방 또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본 사고를 둘러싼 주요 이슈들을 점검함으로써 현재 실질적인 사고 책임자로서 막대한 부담을 떠안고 있는 BP가 사고 이후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 본 사고로 인한 정책 등 사업 환경변화가 석유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전망해보고자 한다.

①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에 있으나, 시추 파이프 내부에 메탄가스가 고이면서 압력이 급상승했으나 폭발방지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가스가 콘크리트 봉합을 뚫고 올라오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 소재도 결정되겠지만, 현재로서는 광구 운영 책임자인 BP를 비롯해 굴착 작업을 담당했던 트랜스오션사, 봉합 작업을 담당했던 할리버튼사, 폭발방지기 제작업체인 캐머론(Cameron International)사 등이 폭발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기업간 책임 공방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캐머론사는 폭발방지기는 근본적인 구조에 문제가 없었으며, 이미 제작된 지 10년이 지나 그 동안장비를 사용 및 관리해 온 트랜스오션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트랜스오션사와 할리버튼사는 BP의 최종 결정에 따라 작업을 진행했으며, BP 관계자들에게 안전 문제에 대해 경고했으나 무시당했다며 모든 책임을 BP에게 돌리고 있다. 마꼰도 광구에 대해 BP와 더불어 각각 25%와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애너다코와 미쯔이 또한 지분 비율에 따른 비용 부담을 지지 않겠다고 손을 들고 있다. 1989년 발생했던 엑손발데스 원유유출 사고 당시 책임 공방이 2008년에나 마무리된 것을 비추어볼 때, 이번 사고 또한 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오바마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고 발생 10일만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현장을 방문했으며, 11일만에야 방제 작업 총 책임자를 임명했다. 이에 미국 여론은 피해 사실에 대한분노뿐 아니라 늑장대응에도 많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한 유명 라디오쇼 진행자는 자신의 방송에서 오바마의 늑장대응을 꼬집으며 이번 사건을 ‘오바마의 카트리나’라고 빗대어 말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루이지애나주를 강타했을 때 늑장 대처로 인해 정치 생명을 위협 받은 바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등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친환경적 정책을 강조해 온 오바마 정부로서는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 사고가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뒤늦게나마 원유 및 천연가스 시추 사업의 안전 관리 업무를 담당해온 광물관리청에 대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나라의 긴급 사태 때만 열리는 오벌 오피스 연설을 통해 이번 기름 유출 사고 수습을 위해 모든 노력을 총동원 하겠다고 다짐하는 등 사고 수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비난 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Whose ass to kick)”라는 원색적 비난을 하며 BP의 토니 헤이워드 최고경영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이번 사고에 대해 BP는 ‘멕시코만 기름 유출(Gulf of Mexico Oil Spill)’이라고 부르는 반면, 미국정부 는 ‘BP 기름유출사고( BP Oil Disaster)’라며 BP측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미 정치권이 BP에게 맹공을 퍼부으며 파산도 감내해야 한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자 일부 영국 언론들은 미국이 ‘BP 때리기’에 나섰다고 반발하는 등 미국 대 영국의 갈등으로 까지 비화되고 있다.

② BP 구조조정이 석유산업에 미치는 영향

사고 관계자들간의 복잡한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 속에서 사고 원인 규명 및 책임 공방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어떠한 결론이 나던지 간에 BP는 막대한 책임 부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7월 20일 기준 현재까지 BP가 사고 수습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약 40억 달러에 이르며, 총 사고 수습 비용은 약 110억~293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악의 경우 BP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700억 달러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는(<그림 2> 참조) 등 BP가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과 같이 BP가 파산하거나 엑슨모빌 등에 인수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BP는 영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기업이자, 2008년 기준 매출액 3,600억 달러, 총자산 2,280억 달러에 약 9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2009년 세계 경기침체 속에서도 264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더욱이 영국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율도 높아 영국의 정치권과 투자가들은 BP가 파산하거나 외국 기업에게 넘어가는 것을 호락호락하게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가 BP에게 파산 등 극단적인 결말을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국영석유기업 및 석유메이저 기업들이 BP의 자산 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산업 경쟁 구도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영국 정부 및 BP 이사진과 경영진들은 본사고 수습 비용 마련을 위해 약 100억 달러 규모의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BP는 파키스탄, 베트남, 미국, 캐나다, 이집트 등지의 생산설비 및 채굴권 등을 매각대상으로 발표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 자산에 대해 이미 미국의 석유기업 아파치(Apache Corp)사가 인수를 타진 중에 있다. 아파치는 수명이 거의 다한 유전이나 가스전에서 추가 생산이 가능토록 하는 기술을 보유해 BP, 쉘, 엑슨모빌 등 석유메이저들이 더 이상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한 자산을 대거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워온 바 있다.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 에너지 기업들 또한 BP의 자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BP의 아르헨티나 소재 자산에 대해 이미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지분 추가 매입을 통해 이를 남미사업 확대 기회로 삼고자 하고 있다. BP의 총매출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사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에도 관심이 주목된다. TNK-BP는 BP 총 원유 생산량의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카스피해 지역에서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즈프롬(Gazprom)등과 함께 대규모 자원 개발 사업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BP의 재정난을 기회로 가즈프롬과 같은 러시아 기업들이 중앙아시아 및 유럽지역에서의 에너지 사업권을 추가로 가져오게 된다면 러시아의 범 유럽 에너지 자원에 대한 장악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엑슨모빌, 셰브론(Chevron) 등 미국의 석유메이저들이 BP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불거져 나오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토니 헤이워드 BP CEO는 아랍에미리트를 전격 방문하는 등 중동의 국부펀드들에게 백기사를 요청하고 있다. 기술 및 시장 확보를위해 해외 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는 중동의 국영 석유기업들에게 이는 좋은 투자 기회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③ 석유 개발 규제 강화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

미국을 비롯해 해양유전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양유전 개발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심해에서의 원유 시추가 예상보다 매우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이며, 사고 발생시 대처 기술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각국의 해양유전 개발 안전 규제 강화 움직임은 석유 생산량 감소 및 생산 비용 상승을 유발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바마 정부는 현재 11월 30일까지 심해시추를 잠정적으로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내린 상태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사고 이후 6개월 동안 해저 약 150m 이하의 심해에서 시추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지만 연방법원에서이를 해제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일부 의원들 또한 이번 조치로 인해 약 12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시추 금지 조치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새로운 행정 명령을 통해 심해에서의 모든 시추 행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조치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안전 강화에 필요한 규제가 마련될 때까지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캐나다 또한 심해 시추에 대한 안전 규제를 강화함과 동시에 일부 해상에 대한 시추 금지 조치를 연장하고 있다. 영국, 노르웨이 등 유럽국가들도 북해 등지에서의 심해 시추에 대한 안전 관리 실태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OPEC 의존도를 낮추고 비OPEC 지역에서의 석유 생산 능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북미 및 서유럽 지역의 심해유전이 활발히 개발되어 왔다. 특히 최근 비OPEC 지역에서 발견된 대규모 유정 중 절반 이상이 심해 유전임을 고려할 때, 금번 사고의 여파로 비OPEC 석유 공급 증대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7월 보고서에서 이번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여파로 미국 원유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며, 심해 시추 금지 조치가 연장될 경우 10만~30만 배럴이 감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유 생산비용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의 재해 산정 평가 전문 기업인 RMS(Risk Management Solutions)는 ‘마꼰도 원유 유출 사고의 보험업계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번 사고가 자원 탐사, 개발, 운영과 관련해 보험료, 보험 적용 범위 등 전반적인 보험 체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이미 심해 채굴 관련 설비 임대료가약 50% 상승하는 등 이번 사고에 따른 영향은 당초 업계의 예상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일 전망이다. 뉴욕타임즈는 금번 사고에 따른 심해유전 시추 관련 보험료 상승 및 안전 관리 비용 증가로 심해 원유 생산 비용이 배럴당10~15달러 정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해 등지에서 심해유전 개발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프랑스 최대 석유기업 토탈(Total)사의 CEO는 월스트릿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에 따른 석유 생산량 감소 및 비용 증가 등으로 연말 유가가 배럴당 9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Beyond Pollution vs. Beyond Petroleum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는 ‘21세기 최대의 재앙’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 피해 규모나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석유를 생산·판매하는 데에만 몰두하는 기업이 아니라며 ‘Beyond Petroleum(석유, 그 이상)’이라는 구호로써 친환경 기업 이미지 제고에 힘써왔던 BP의 몰락은 특히 에너지, 환경과 관련이 깊은 석유·화학 기업들에게 커다란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BP와 같은 거대 기업의 구조조정은 개별기업 차원의 변화에서 나아가 관련 업계의 경쟁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이를 계기로 한 정책 등 사업 환경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경쟁 방식의 변화 및 에너지 시장의 구조변화까지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심해 시추 금지 조치가 장기화되고 안전 규제 강화가 대폭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유가 대비 경제성을 확보한 대체에너지의 활용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고의 수습 상황을 지속모니터링 하고 그에 따른 장단기적 에너지 시장의 구조 변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문상철 선임연구원]

*위의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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