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인도 사업에서 짚어야 할 HR 주요 포인트’

서울--(뉴스와이어)--인도 경제의 잠재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인도에서의 사업 활동도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은 여러가지가 있지만그 중 HR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사업을 이루어 나가는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인도 HR을 위해 고려해야 할 주요 포인트를 짚어본다.

인도에 대한 글로벌 차원에서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대(對) 인도 FDI(Foreign Direct Investment, 해외 직접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04년 60.5억 달러 → 09년 271.8억 달러)하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 ‘Post China’ 등의 관점에서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올해 초 CEPA(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발효, 대통령의 인도 방문 등을 계기로 인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의 인도 진출 모색 활동도 활발하다. 인도정부 및 기업들이 방한하여 굵직한 사업 설명회도 실시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 기업들의 인도에서의 사업 활동은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들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HR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사업을 이루어 나가는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사업을 할 경우 그 나라 사람들의 특성이나 상황 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효과적으로 사람을 확보하고 동기부여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국내의 HR 제도를 그대로 적용해서는 성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인도 HR을 위해 고려해야 할 주요 포인트를 짚어본다.

1. 사람은 많으나 인재는 부족하다

HR의 첫 단추는 인재 확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재만 잘 확보해도 HR의 절반 이상은 성공’이라는 말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인도에서 적절한 인재를 확보하기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인도의 노동 시장은 양극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쪽에선 실업률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다른 한쪽에선 쓸만한 인재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그림 1> 참조),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도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애플은 인도 방갈로르에 3천명 규모의 R&D 센터를 세우기로 했었으나 모집이 제대로 되지 않아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으며, 이러한 인재 모집 난(難)에 힘입어 인도의 인건비는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HR 전문 컨설팅 회사인 휴잇(Hewitt Associates)에 따르면 인도는 아·태 지역에서가장 높은 임금 인상률을 보이고 있는 나라다(<그림 1> 참조). 특히 기술직·관리직 등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한 분야의 인재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정부 재정 부족 등으로 교육의 혜택이 전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교육의 혜택은 경제력을 갖춘 일부 중산층 이상에게 사교육 등의 형태로 대부분 돌아가고 있다. 인도에서는 올해 초에서야 초등교육이 의무화 되었으며, 고졸자의 10% 정도 인원만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유엔개발기구(UNDP,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에 따르면 인도 성인의 문자해독률은 61% 수준에 불과하다. 사람은 많지만 적정 수준 이상의 교육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수인 것이다. 둘째, 고급 인력들의 해외취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의 경우 영어를 공용어 중 하나로 쓰고 있기 때문에 언어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뿐만 아니라,인도의 고급 인재는 글로벌에서도 고급 인재로 인정받는 경향이 있어 해외 취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셋째, 인도의 산업화가 진전되고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과 투자가 증가하면서 인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들이 맞물려 인도의 인재난은 가중되고 있다. 인도 상공회의소(FICCI, Federation ofIndian Chambers of Commerce andIn dustry)는 향후 인재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인도에서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까? 첫째, 기대 수준을 낮추어 역량 수준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채용하고 입사 후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A사의 한 관리자는 “눈높이를 좀 낮추어서 뽑고, 교육하면서 일을 한다. 인도 사람들은 ‘배워야 성공할 수있다’는 인식들을 가지고 있어 교육에 열심히 응하고 학습 효과가 높은 편이다.”라며 인도에서 무조건 기대 수준의 스펙을 갖춘 사람을 뽑는데 너무 힘들이지 말 것을 권고했다. 그보다는 교육 프로그램을 좀 더 탄탄하게 마련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도 현지의 유수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선발 후 가르치며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98개의 인도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 방식 등에 대해 연구한 하바드 대학의 피터 카펠리 박사는 “인도에서 교육은 회사에 필요한 인재(Talent)를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라고 지적했다.

둘째, 산학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특정 기업 직무에 적합한 맞춤형 인재 양성 및 확보를 위해 대학들과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인도에는 20,000개가 넘는 단과 대학과 400개 이상의 종합 대학이 있다. 이들 중 적정 대상을 물색하여 필요 인력을 사전 교육시켜 공급받는 것이다. 한 예로 인도의 대표적인 IT 업체인 Infosys는 ‘Campus Connect’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Infosys는 협력 관계를 맺은 대학 교수들에게 현장 교육을 제공하고, 회사 입장에서 필요로 하는 커리큘럼을 학생 교육에 추가해 주기를 요청한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교육을 제공하고 학생들이 회사에서도 직접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체계를 구성해 놓았다.

Infosys는 300여 개 이상의 엔지니어링 단과대학(Colleges)과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이를 통해 Infosys는 필요한 인재를 보다 빨리 확보하는 데 도움을 얻고 있다.

2. 체계적인 직무 관리 필요

사람을 잘 확보하더라도 시간, 업무 내용 등에 대한 직무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직이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과 사고나 행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잘 파악하고 사전적으로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사후에 현지인과 크게 얼굴 붉히는 일없이 기대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인도현지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정해진 시간’에 ‘기대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인도에서는 일일이 챙기지 않으면 정해진 시간에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다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첫째, 체계적인 시간 관리가 필요하다. 인도에서 시간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인도인들은 ‘가정사’로 인한 결근으로 업무 상의 공백이 잦은 편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 장례를 치른다고 2주일 회사를 빠졌다가, 다시 제를 지내야 한다고 1개월 이상 회사에나오지 않는 것도 인도에선 공공연히 발생하는 일이다. 이는 ‘가정사’를 사적인 일이 아닌 공적인 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즉 가정사는 신이 부여한 의무인 것이다. 그렇기에 때로 오히려 직장 생활보다 가정의 대소사를 돌보는것이 인생에 있어 보다 중요한 본질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힌두교인들은 이러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내세에서 더 좋은 신분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철저히 믿고 있다. 그렇기에 집안 일이 생겼을 때 직장에 결근하는 것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선 업무를 대행할 책임자를 사전에 지정해 놓는 등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인도인들은 시간 내에 되지 않을 일임에도 ‘할 수 있다’고 답변하는 성향이 있다. 인도인들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대답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중요한 마감이나 일정 등을 정할 때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스갯 소리로 ‘인도 사람들의 No Problem이라는 말은 9가지 문제가 있다는 뜻 (인도에서 ‘노’라는 발음은 ‘9’로도 해석 가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떤 상황에서든 ‘괜찮다, 할 수 있다’라는 답변이 많다. 이후 일에 차질에 생기면 ‘여러 가지 상황들’ 때문에 일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을 한다. 인도 사람들의 ‘할 수 있다’는 ‘상황에 따라서 일이 제대로 안될 수도 있다’라는 문장이 생략된 경우가 많은 것이다. 현지의 국내업체인 B사의 한 관리자는 “인도의 C업체로부터 납품을 받기로 했는데, 담당자가 내일까지 된다고 하는 것이다. C업체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D업체의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어 알아봤더니, 내일까지 우리에게 물건이 오기란 불가능했다.”라며 당사자의 말만 그대로 믿기보다는 중요한 상황들을 미리 파악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약속’보다는 ‘상황’에 근거하여 일정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관련자들 간 업무 내용 조율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도인들의 경우 각자 자신이 담당한 일에 최선을 다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의 업무에 대한 관심은 낮은 경향이 있다. 현지 국내업체 E사의 한 관리자는“한 예로 화단 가꾸기라는 프로젝트를 한다고 치자. 땅 파는 사람, 나무 심는 사람, 물 주는 사람 세 사람이 있다면, 나무 심는 사람은 땅이 파여 있지 않더라도 나무를 갖다 세워 놓는다. 물 주는 사람은 나무가 심겨져 있지 않더라도 물을 준다. 각 자 자신이 담당한 역할에 충실히 하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화단 가꾸기라는 목표에는 효과적으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직 전체 차원에서의 그림을 맞추어 나가려는 노력이 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의 상당 부분은 힌두교 가르침에서 기인한다. 힌두교는 카스트라는 고유의 계급 구조(<그림 2> 참조)를 만들어 놓고 ‘각 카스트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일에만 충실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카스트의 일을 잘하는 것보다 자신의 일을 못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라고 강조한다. 현대 직장 생활에서 협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러한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오랜 시간 생활의 양식으로 자리잡은 가르침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기란 쉽지 않다. 전체 팀이나 조직 차원에서 업무가 효과적으로 조율(Integrating)될 수 있도록 책임자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챙겨보는 활동이 필요하다.

3. 성과주의를 통한 모티베이션

인도인들을 동기부여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금전적 보상이다. 물론 사람이라면 누구나 금전적 보상에 매우 민감하다. 굳이 인도인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인도의 경우에는 ‘돈을 중시하는 성향’ 속에 일반적인 사람들의 속성을 넘는 종교적인 배경이 깔려있다.

인도 힌두교 최고(最古)의 법전으로 알려져 있는 마누법전에서는 힌두교도가 따라야 할 인생의 목표를 아르타(부), 다르마(종교적 의무), 까마(쾌락)의 세 가지로 제시했다. 이 중에서도 서열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르타다. 즉 인생에서 탄탄한 경제적 기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돈 버는 것이 종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목표이므로 힌두교인들은 돈 문제에 있어서는 결코 양보가 없다고 한다. 때로 ‘부’를 쌓기 위해 거짓말 등 다소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상당 부분 용납된다. ‘거짓말’은 용서가 되어도 ‘금전적인 손해’는 용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지의 한 인도 전문가는 “인도인에게 돈은 신이다. 돈 문제에 있어서는 절대 양보가 없기 때문에 인도 사람들과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돈 문제로는 얽히지 않는것이 좋다.”라고 권고할 정도다.

이러한 배경에서 효과적인 동기부여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로 ‘성과에 따른 차등보상’을 빼놓을 수 없다.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은 ‘한만큼 준다’라는 공정한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의의도 크지만, 금전에 대한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제도가 업무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데 더 큰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인도 현지 기업들도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예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서도 성과에 따라 평균 임금의 2배에 이르는 급여를 지급하는 등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중심으로 급여를 결정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성과주의를 통해 기업 전체의 생산성 향상 등의 성과를 누리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성과주의를 실행하는 데 있어 주의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성과를 조작하기 어려운 조직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성과주의가 강력히 실행되면 구성원들 사이에선 성과를 조작하고 싶은 마음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특히 인도와 같이 ‘부’가 인생의 핵심 목표로서 강조되는 환경에서는 유혹의 마음이 더 클 수 있다. 이러한 유혹들이 사전에 차단될 수 있도록 윤리 교육의 강화, 결재와 지급 부서의 이원화 등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4. 카스트의 영향력 극복을 위한 노력 있어야

인구의 약 85%가 믿는 힌두교는 사람의 혈통에 근거하여 카스트라는 계급 구조를 만들어 놓고 있다. 카스트에 있어서는 개인의 역량은 큰 의미가 없으며 아버지의 계급이 무엇이냐에 따라 신분이 결정된다. 또한 힌두교에서 하위카스트는 상위 카스트에 복종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물론 이러한 카스트는 정부의 공식적인 폐지, 산업화의 진행 등으로 그 영향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알게 모르게 인도 힌두 사회를 지배하는 핵심 패러다임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상하 카스트의 철저한 구분과 위계를 강조하는 힌두교의 가르침은 자칫 직장 내 상하간 위계를 흔들 우려가 있다. 즉 하위 카스트가 상급자가 되는 경우 통솔력이 약해질 수 있다. 실제로 하위 카스트가 상급자가 된 경우상위 카스트인 하급자가 회사를 그만 두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함께 일하더라도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상위 카스트인 하급자가 "내가 너보다 상위 카스트인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라고 말하면 하위 카스트인 상급자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러한 현상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서는 ‘외국계’ 기업이라는 특수성을 가능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즉 채용의 시점부터 “우리는 외국계 기업이기 때문에 카스트를 인정하지 않는다. 오로지 역량과 성과에 따라서만 사람을 평가할 뿐 카스트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카스트 간 갈등을 대비하여 갈등 해결 위원회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갈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절차를 마련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카스트보다는 성과와 역량이 조직에서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항상 주지시켜야 한다. 현지의 국내업체 G사의 한 관리자는 “그나마 외국계 기업에서는 카스트가 통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인도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도 방심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카스트는 우리 회사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도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알려줘야 한다.”며 외국계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5. 민주적인 리더십 스타일을 잘 발휘해야

현지에서의 인재 확보 및 교육, 직무 관리, 동기부여 등의 일은 대체로 우리나라 관리자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지화가 진행되면서 상당 부분 현지인 관리자에게 이양되어 가겠지만, 그렇더라도 우리나라 관리자와 현지인 관리자간 협업은 필수불가결할 것이다. 우리나라 관리자들은 현지에서 리더 혹은 코치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상기의 일들을 효과적으로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인데, 이를 위해선 현지인들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이들을 잘 리드할 수 있도록 적절한 리더십 스타일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인도에서는 외국계 회사라는 입장을 고려할 때 특히 민주적인 리더십 스타일을 잘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도인들은 외국인이 ‘군림’하려는 듯 한 기색만 풍겨도 질색을 하는 경향이 있다. 델리 대학의 한 교수는 이를 식민지 경험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런 경우 인도인들끼리 똘똘 뭉쳐서 외국인을 몰아낸다.”라며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카스트라는 구조 속에서 굳이 해석을 해 보자면 외국인은 돈 많은 불가촉천민에 지나지 않는 입장이다. 아직 카스트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도 농촌에서는 상위 카스트의 사람들이 외국인과 손잡는 것도 꺼린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외국계 회사는 하위 카스트인 외국인이 상위 카스트인 인도인들을 고용하고 있는 상황으로 ‘돈을 많이 주니까 일하고 있는 곳’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외국인들은 직장에서의 상하 관계를 카스트 상하 관계처럼 오인하여 인도인들에게 권위적으로 대하는 경우도 종종있다. ‘착각’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상호 존중하는 자세를 갖도록 유념해야 한다.

특히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화’를 내는 것은 금물이다. 자칫 잘못하면 리더십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인도인들은 화를 내는 사람에 대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 자기 통제력이 없는 사람, 겁을 먹고 있는 사람’ 등 정상적인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인도인들은 어려서부터 ‘화가 나면 1부터 10까지 수를 천천히 센 후에 말을 해라’와 같이 화를 다스리도록 교육을 받는다.

이는 ‘다양성’이라는 인도의 사회적 환경에 기인한다. 사용하는 언어만 해도 영어, 힌두어 외 공용어로 18개가 있으며 지역 방언들까지 합하면 인도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1,600개가 넘는다. 같은 인도인들 사이에서도 언어가 통하지 않아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나라다. 이와 같이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사회에서 불필요한 충돌을 최소화하고 잘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감정을 조절하고 화를 다스리는 것이 필수적인 조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어린 시절부터 감정을 절제하도록 교육 받아온 인도 사람들이기에, 쉽게 화를 내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인도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가급적 차분히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현지국내업체 H사에서는 현지인들과의 회의 장면을 비디오로 녹화해 둔다. 회의 후 다시 보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이성적으로 적절히 반응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며 새로운 언행 습관을 익히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인도인들과의 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이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의 사업은 대상 국가가 어느 곳이든 간에 그 나라 사람들과 문화에 대한 존중과 애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는 동반자적 의식 없이 ‘실리’를 우선적으로 따져서는 단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그 나라에서 뿌리 내리기 어렵다. 적잖은 사람들이 인도를 후진적인 나라로 보고 다소 폄하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인도에서 사업을 해 나가는데 있어 걸림돌이 될뿐이다. 더구나 인도가 아직 경제·산업 관점에서 발전 과정에 있는 나라임은 분명하지만 인도인들의 자국의 가능성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매우 높다.

인도는 웬만한 선진국이 아니면 도움을 준다고 해도 거부하는 나라다. 쓰나미 때 원조만 해도 우리나라가 원조하겠다고 나섰지만 받지 않았다. 대국이 소국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사업을 할 때는 이러한 인도인들의 자부심을 잘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먼저 인도 사람들의 마음과 신뢰를 얻으면, 중장기 관점에서의 성공적인 사업 운영도 요원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황인경 책임연구원]

*위의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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