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북핵문제는 6자회담 참가국들의 일련의 집중적인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 재개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북미 간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최근에는 상대국 지도부에 대한 상호비난으로 감정적 대립마저 격화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실무협의 차원을 넘어서 관련국 정상 수준의 타개책 모색이 긴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8일 개최된 노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간의 한·중 정상회담은 이러한 정상 차원의 북핵 교착국면 타개책 모색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양국정상의 모스크바 도착 직후 가장 먼저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를 사실상 단일 의제로 예정된 시간을 넘겨 50분 동안 진행되었다. 당초 9일로 예정되었던 정상회담이 하루 앞당겨진 것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정상회담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밝힌 것처럼 두 정상은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핵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북한의 핵 보유 주장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동시에 일부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는 무력불사의 강경론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외교당국 간 고위 실무협의를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한 점이다. 이는 북핵 상황에 대한 인식공유를 바탕으로 향후 한·중이 북핵 교착국면 타개를 위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서 주목된다.
9일의 한·러 정상 간 회동은 사실 이례적인 것이었다. 전승 기념행사에 54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관계로 러시아가 양자회담을 최소화하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 회동은 북핵 교착국면의 타개가 긴요하다는 한·러 정상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며, 그런 만큼 북핵문제가 주된 의제였다.
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그 동안의 노력에 사의를 표하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이 계속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를 희망하였으며 푸틴 대통령은 북핵문제가 러시아에게도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우리와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하였다. 그간 러시아가 6자회담의 참가국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관망적 태도를 보여 왔음에 비추어 향후 러시아의 적극적 기여가 기대되며, 특히 우리 정부의 적극적, 능동적 노력에 적극 협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는 최근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였다. 일부에서 북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6자회담의 유용성을 강조한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로 해석된다.
이렇듯 노 대통령은 이번 전승 6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북핵 교착국면 타개를 위한 북핵 정상외교를 적극 전개했다. 이를 계기로 관련국 간 후속 실무협의에 탄력이 붙게 될 것이다. 이 같은 북핵 정상외교는 6-7월경에 열릴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일련의 정상회담에서는 동북아 정세와 유엔 개혁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의 번영을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인식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를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또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는 유엔 개혁의 바람직한 방향과 동북아 정세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적극 설명하였다.
앞으로도 참여정부는 대한민국의 도덕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다양한 계기를 통하여 유엔 개혁과 동북아 역사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나갈 것이다. 이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외교철학과 비전의 발로이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참여정부는 존경받는 ‘국제협력 국가’를 지향해 나갈 것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