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 전통무늬의 표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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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구박물관
2010-09-07 10:15
대구--(뉴스와이어)--우리나라의 전통무늬는 같은 주제라 하더라도 시대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따라서 이를 통해 유물들의 연대를 추측하기도 한다. 영주 흑석사 목조아미타불 복장유물에서 발견된 연화모란넝쿨무늬 겹보자기와 구름무늬 겹보자기는 조선시대 전기의 대표적인 무늬라는 점에서 특별함을 지닌다. 이들은 발견 당시 발원문을 통해 명확한 연대가 밝혀졌을 뿐만 아니라, 색상과 직조 상태가 완벽하게 잘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은 경상북도 영주시 이산면 석포리 흑석사에 소장되어 있으며, 복장유물은 국립대구박물관(관장: 이내옥)에 기탁되어 섬유복식실에 전시되어 있다. 조선 전기의 목조불상(목조아미타불여래좌상)과 그 안에 복장되어있던 전적류 및 직물류 등의 유물은 1993년 11월 5일 국보 제282호로 지정되었다.

흑석사 그리고 목조아미타여래좌상

흑석사는 삼국시대 석조마애여래상과 통일신라의 석조여래좌상(보물 제681호)이 있는 절로, 늦어도 통일신라 때 창건된 절이라고 할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폐사되었다가 1945년 다시 중창되었는데, 1990년대 대웅전에 봉안되어 있던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몸체 안에서 많은 복장유물이 발견되었다. 이 목조불상은 함께 발견된 기록들에 의해 조선 세조 4년(1458)에 법천사 삼존불 가운데 본존불로 조성된 것임이 밝혀졌다. 이 불상의 몸체 안에서는 불상의 조성을 알리는 글과 시주자 명단이 들어있는 불상조성권선문(佛像造成勸善文)을 비롯하여 복장기(腹藏記),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 백지묵서 불조삼경합부(佛祖三經合部), 금니묘법연화경(金泥妙法蓮華經) 2권, 변상도(變相圖), 감지은니묘법연화경(柑紙銀泥妙法蓮華經) 3권, 부적 등 전적류 7종 14점, 사리보자기 등 직물류 38점, 오향, 칠약, 오곡, 유리, 구슬, 칠보 등 5종이다.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은 조선 세조 4년(1458)에 조성된 목조불상으로 15세기 중엽 조선 전기의 불상양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목조불상이다. 불상의 복장유물에서 명확한 기년이 확인되었고 원래 정암산 법천사에 삼존으로 봉안되었던 불상임을 알게 되었다. 또한 1824년 유점사에서 간행된 ‘조상경’에 나오는 불상 몸체 안에 넣는 부장물의 내용과 일치하는 38종의 다양한 직물들과 5향(香), 5곡(穀), 유리·호박·진주 등 칠보류가 함께 발견되었다. 무엇보다 이 유물들은 아미타불의 만든 시기를 알려줄 뿐 아니라, 개별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으로 서지학(書誌學)과 직물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조선 전기 직물무늬의 표본을 만나다

복장유물 중 직물류는 불상의 몸체에 들어 있던 동·서·남·북 및 중앙의 오방(五方)을 뜻하는 5색 비단을 비롯하여, 사리함과 향을 쌌던 보자기류, 겉은 부드럽지만 안쪽은 빳빳한 사리보, 발원문이 적혀 있는 청색의 생사, 시주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비단천 등 각각 색과 무늬가 다르다. 특히, 직물류 중 대표 유물인 연화모란넝쿨무늬 겹보자기는 연화와 모란꽃이 넝쿨과 함께 어우러진 무늬이다. 고려시대 말과 조선 전기에는 꽃의 모양이 작고 섬세한 것이 특징인데 이 보자기에 직조된 무늬는 이러한 특징을 정교하게 나타낸다. 또한 운보문단은 구름무늬와 그 사이에 서책·영지·화주·산호·서각·방승·전보·금정의 여덟가지 보배무늬가 들어있다. 구름무늬는 고려 말에 형성되기 시작하여 조선 전기에 정형화되며 조선 시대 말까지 사용되는 대표적인 무늬이다. 구름무늬는 주로 관복용과 같은 남자들의 주요한 소재로 많이 쓰였다.

직물무늬로서의 가치

15세기 조선의 직물 무늬의 양식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목조아미타불 복장유물은 당시 보자기를 정성스럽게 겹으로 만든 양식과 염색기술의 우수성, 사용된 무늬의 시대적 의미까지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며 형태와 색이 거의 완전하여 역사적 가치가 크다.

보물로 지정될 가치가 있는 것 중에 제작연대가 오래 되고 시대를 대표하거나, 유례가 드물고 우수하며 특이하거나 혹은 역사적 인물과 관련이 있는 것을 지정한 것이 바로 국보이다. 따라서 흑석사 목조아미타불 복장유물로 발견된 직물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한낱 무늬 보자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조선 전기의 삶의 표본을 반영하고 있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박물관 속의 작은 조선시대를 만나러 가자.

웹사이트: http://daegu.museu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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