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 현대건축물 ‘부산대 인문관’ 리모델링 기금 마련 이색 바자회
이 바자회는 지난해부터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인문관의 건축사적 가치와 조형미를 보존하는 데 필요한 기금을 조성하려는 취지에서 기획되었으며, 인문대학과 예술대학의 교수 및 명예교수, 부산지역 원로 작가(화백, 서예가)들이 대거 동참하여 귀중한 소장품 및 작품들을 쾌척했다. 현재 바자회용으로 수집된 기증품은 동양화, 서양화, 서예, 공예, 도예, 사진, 골동품 등 100여점이다.
전시품 중에는 청남 오재봉 선생의 작품으로서 김인세 총장이 기증한 기독교 성서의 한 부분을 한역한 서예작품(병풍)과 우흥찬 전 교수(미술학과, 2001년 작고)의 유족이 기증한 우 교수의 유품, 성파 스님을 비롯한 ‘스님 화백’들의 작품을 비롯한 작품들이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바자회를 준비한 부산대학교 인문대학은 이 전시품들을 인문관 2층 복도에 전시하여 판매한다. 판매대금은 대학발전기금으로 출연되어 인문관 내부 정비 및 복원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부산대학교 인문대학은 이번 바자회를 위해 정진농 학장을 위원장으로, 김봉모 교수 등 전임학장 4명을 고문으로, 12명의 학과장을 위원으로 하는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기증품을 수집하는 데 주력했다. 한편, 부산대학교는 지난해 여름방학기간에 지하1층, 지상4층(연면적 2천7백82평) 규모의 인문관을 대대적으로 복원(리모델링)하는 1차 리모델링 공사를 한데 이어 오는 여름방학 때 2차 리모델링을 할 예정이다.
지난 59년 9월 완공된 인문관은 월터 그로피우스(독일),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미국)와 함께 근대건축의 4대 거장의 한 사람으로 불리는 꼬르뷔제(프랑스) 문하에서 사사한 김중업 선생의 초기작품이다.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제주대학교 본관, 유엔묘지 정문 등이 그의 작품이다. 인문관은 필로티(1층에 기둥만 세우고 2층 이상에 방을 두는 건축기법) 방식으로 설계돼 1층의 지면이 벽으로 차단되지 않고 기둥 사이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지나다닐 수 있도록 한 배치가 당시로는 파격적인 구조여서 화제를 낳았다.
인문관은 김중업 선생이 귀국 당시 몸에 배어 있던 꼬르뷔제의 건축철학과 방법론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시킨 작품으로서 꼬르뷔제 건축 작품의 교과서적 의미를 지닌 것으로 국내에서 유일한 건축물이어서 보존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준공 당시 부산지역 건축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이 건물은 한국 현대건축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물론 지난 40여년 간 부산대학교를 상징하는 중심 건물로서 건축가들은 물론 학생들과 일반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인문관의 외향은 경사진 대지의 등고선을 따라 편안하게 걸터앉은 형상으로, 지형을 자연스럽게 응용한 환경친화적 색채가 짙다. 또한 공간미와 여백미가 뛰어나 시원한 느낌을 준다. 모퉁이가 부드러운 'ㄴ' 자 건물인 인문관은 금정산을 배경으로 산자락의 경사를 최대한 살리면서 남쪽에서 동쪽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곡선으로 배치되어 서구 건축의 힘과 당당함은 물론 부드러운 동양적 미를 자아낸다. 둥글게 꺾이는 곳에 위치한 회전식 계단은 4층까지 시원하게 트인 ‘구름계단’으로 용트림을 형상화하고 있다.
계단 전면은 유리로 되어있어 계단을 내려오면서 유리창 너머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계단의 뒤쪽 중앙홀에는 두꺼운 벽사이로 기하학적 무늬가 촘촘하게 뚫려 있어 빛의 스펙트럼이 찬란하게 펼쳐진다. 인문관은 1987년 ‘학원민주화운동’ 당시 1만여명의 학생이 연일 시위를 벌여 건물에 금이 가는 등 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 때 계단의 안전에 위험성이 제기되어 기둥 없이 건축된 인문관의 각 층마다 쇠기둥이 세워졌다.
웹사이트: http://www.pusan.ac.kr
연락처
대외협력과 51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