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논평-의혹만 키운 천안함 최종보고서, 이제 국회가 검증해야 한다

서울--(뉴스와이어)--국방부는 어제(9/13) 천안함 사건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공개했다. 국방부가 천안함 최종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지 두 달 반 만이며, 약속한 시한을 한 달 반 가까이 연기한 끝에 발행된 것이다. 미 대사관이 250여 쪽 분량의 보고서를 받아보았다고 밝힌 지 3개월만이며, 심지어 외신기자가 그 초안을 보았다고 기사를 작성한 지 한 달이나 지난 뒤에 대한민국 국방부는 40쪽 남짓 보강된 289쪽의 보고서를 자국 국회와 국민에게 공개하였다. 사건 발생 6개월만이다. 문제는 이 뒤늦은 보고서를 통해서도 우리 국민과 국회, 그리고 국내외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의문에 대한 답변이 그다지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한외교사절에게 3달 전 공개된 보고서, 국민과 국회에게 이제야 공개

공개된 정보의 수준과 질로 보자면, 289쪽의 최종보고서가 기존의 발표내용에서 진전된 내용들이나 새롭고 중요한 정보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정보인 항적과 항적 간 수심층이 공개되지 않았다. 둘째, 교신기록은 당시 상황을 보여줄 만큼 충분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고 선택적으로 몇 가지 사례만 요약 발췌되었다. 셋째, 생존자와 초병의 증언 부분은 중요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이미 최문순 의원 등의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통해 부득불 공개되었던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물기둥의 존재 등을 부인하는 내용으로서 전혀 정부의 결론을 지지해주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물기둥 존재를 확인해주는 것처럼 인용되고 있다. 넷째, 해외 전문가들의 분과별 역할은 과거보다 좀 더 상세히 설명되었지만, 이들이 국방부가 주장하는 이른바 ‘결정적 증거’의 발견이나 그 과학적 입증작업에 참여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최종보고서는 이들 해외전문가들이 북한 어뢰부품 설계도면, 어뢰 추진체의 1번 표기, 산화물 및 탄흔과 관련된 조사나 분석 등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고 있다. 게다가 스웨덴 조사단의 경우, 자신들이 참가했던 부분에 대해서만 동의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다섯째, 북한산 어뢰 설계도의 출처와 카탈로그, 그리고 어뢰를 발사한 것으로 결론지은 이른바 연어급 북한 잠수정의 성능, 제원, 항로 등에 대한 정보가 상세히 공개되지 않았고 심지어 과거에 정부가 공개했던 정보조차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여섯째, 군은 이번 보고서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뮬레이션은 어뢰피격을 전제로 탄약량을 추정하거나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가설에 정보를 꿰어 맞추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항적 등 핵심정보는 여전히 비공개, 핵심쟁점엔 침묵과 외면 일관

내용면에서 볼 때, 전체 보고서의 구성과 중점이 5월 20일 보고서와 크게 달라졌다. 5월 20일 ‘최종결과발표’가 ‘북한 잠수정의 중어뢰 공격에 의한 격침’이라는 결론을 입증하기 위해 주로 이른바 ‘결정적 증거물과 그 과학적 분석결과’를 설명하는데 치중하였다면, 이번 최종보고서는 결론은 동일하지만 어뢰피격을 전제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소개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국방부는 스스로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해온 어뢰추진동력장치에 대해서는 보고서의 맨 마지막 부분에서 짤막하게 다루고 있고, 그나마 알루미늄 산화물의 성분과 이를 검증하기 위한 국방부의 자체 실험결과에 대해서는 보고서 본문에서 다루지 않고 부록으로만 다루고 있다. 이는 이 보고서의 서두에 서명한 해외 조사단의 서명이 이 보고서의 부록에 대한 보증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의심하게 한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가 자신의 주장에 대해 과학적인 반론을 제기한 과학자들을 만화로 희화하고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명백한 국가공권력의 남용이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다.

국제적 논쟁거리인 어뢰 추진체 흡착물 분석, 은근슬쩍 부록으로

어뢰 추진체에 대한 국방부 합조단의 최종분석은 그 내용면에서도 매우 실망스럽다. 합조단은 ‘1번 매직 글씨’의 솔벤트 블루 성분이 고온버블 안에서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다는 자신들의 분석결과를 정당화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인 송태호 교수의 주장을 바탕으로 복잡한 설명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어뢰 추진체 스크루에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다량 흡착되었다는 자신들의 분석을 도리어 부정하는 논리적 상충을 보여주고 있다. 합조단의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어뢰 스크루의 앞뒷면에 이른바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흡착되기 위해서는 탄약에 포함된 알루미늄이 최소 섭씨 2325.1도 이상의 온도에 의해 액체화된 상태여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합조단은 버블의 지름이 6m 안팎이라고 밝히고 있고 7.3m길이 어뢰의 맨 끝에 위치한 어뢰추진체가 최초의 폭발과 함께 30-40m 후방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더욱 설득력을 잃고 있다. 분리된 어뢰 추진체 스크루의 매직 글씨가 그대로 남으려면, 열 뿐만 아니라 흡착물도 전달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분리가 일어나야 한다. 반대로 흡착물이 존재한다면, 열도 전달되어서 매직 글씨가 타버려야 한다. 이 같은 논리적 모순에 대해 참여연대 등은 이미 지난 7월 국방부 참관보고서를 통해 상세히 제기한 바 있다. 한편, 국방부 합조단은, 탄약흔적이 아닌 알루미늄 산화물을 가지고 폭발을 입증하려 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지적해왔던 참여연대와 다른 주체들의 문제제기를 의식한 듯, 탄약의 분석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지만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놓는데 실패했다. 군은 함체에서 아군의 것인지 북한 것인지 확인되지 않는 극미량의 다양한 탄약성분을 발견한 반면, 어뢰 추진체에서 의미 있는 탄흔을 찾아내지 못하였다.

스크루 변형, 수중폭발 입증할 사상/파손 흔적에 대한 설명 미흡

어뢰피격을 전제로 한 최종보고서는 천안함에 가해졌을 어뢰폭발의 충격과 압력을 입증해내는데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 우선, 우현 어뢰스크루의 변형에 대해 이렇다 할 과학적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관성력이 작용한 결과라는 합조단의 설명은 먼저 충격을 받았을 좌현 스크루가 멀쩡한 점, 당시 스크루가 분당 100회 회전의 속도로 저속 회전 중이었다는 점, 우현 스크루에 붙었던 따개비들이 무언가에 마모된 형태로 떨어져 나간 점 등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 변형을 목격한 러시아 조사단은 좌초의 흔적이라고 단정한 바 있다. 또한 합조단은 함안정기의 변형을 버블의 압력흔(dishing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증거물로서 제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어뢰공격을 입증하는 데는 불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해군 예비역들의 증언에 따르면, 함안정기는 항해 시 수압에 가장 심하게 노출되는 부위기 때문에, 오래된 함체의 함안정기에는 대체로 철골격 안쪽으로 표면이 둥글게 휘어지는 디싱 현상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망자의 사망소견이 거의가 익사라는 점, 생존자의 부상정도가 대체로 경미하다는 점, 선체 내부의 형광등이나 탄약 등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점 역시 해명되지 않은 의문점이다.

연어급 잠수정 위성사진과 실체논란은 아예 부록에서도 실종

정부와 군은 북한 연어급 잠수정이 발사한 중어뢰가 천안함을 격침시켰다는 주장을 펴왔지만, 이번 최종보고서에는 논란을 빚어온 연어급 잠수정에 대한 소개가 은근슬쩍 사라졌고 심지어 부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2004년 국방백서 이래 북한이 ‘로미오급 및 상어급 60척, 유고급 및 소형잠수함 10척 등 70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온 국방부는 지난 5월 20일 갑자기 북한이 최신형 중어뢰 발사능력을 가진 연어급 잠수정을 비롯한 소형잠수정 10척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국방부 합조단 정보분석분과의 책임자는 자신이 직접 북한의 신형 잠수정을 식별하여 ‘연어’라는 한글이름을 명명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국제무기연감에 등재된 잠수정의 명칭이 Yeono인지 Yono인지, 북한 생산품으로 등재되어 있는지 이란 생산품으로 등재되어 있는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그 폭이 2.75m인지, 3.5m인지, 3.2m인지도 알지 못한 채 구형 모델로 보이는 북 잠수정의 위성사진을 신형 연어급 잠수정이라고 강변하여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북한의 소형잠수정이 사고 당일 북한 기지를 이탈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정보보고가 언론에 공개되어 논란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고서에서는 단지 ‘비밀자료’를 통해 이탈을 확인했다고 간략히 언급할 뿐 이렇다 할 설명이나 해명을 시도하지 않았다. 설사 소형잠수정의 기지이탈 사실이 여하한 경로를 통해 확인되었더라도 이것을 천안함 공격의 증거로 단정하는 것은 논리적이고 합리적 추론이라 할 수 없다. 더구나 한반도 전문가이자 정보통인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러시아의 평가를 인용해, 북한이 비접촉 폭발을 가능케 할 신형어뢰를 보유하고 이를 발사할 능력을 가졌다는 한국정부의 분석에 회의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정책과 가설에 정보와 분석을 꿰어 맞춘 최종분석

전체적으로 이번 보고서는 합조단이 지난 5월 20일에 발표했던 조사결과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한 채 같은 내용만 되풀이 했고 심지어 후퇴하기까지 했다. 일부 분석들은 과거의 설명을 번복하거나 그 의미를 축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결과 발표 이후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그동안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어 천안함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어 왔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일반 국민들은 이번 국방부의 천안함 보고서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국민들의 의혹을 국방부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해소해 주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런 기대를 말끔히 무너뜨려버렸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지난 7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5월 20일 발표한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국민 중 32%만이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0명 중 7명은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대해 의문을 갖거나 불신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불행히도 국방부의 종합적인 천안함 보고서 공개에도 불구하고, 신뢰도는 더욱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정조사 불가피하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국방부에서 스스로 천안함 관련 의혹을 해소해 주지 못하니,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천안함 관련 의혹을 해소해야만 한다. 사건 6개월 만에 비로소 국회는 주한외교사절들, 그리고 외신기자들의 일부가 이미 접했던 종합적인 분석결과를 살펴볼 수 있게 되었지만, 불행하게도 아직 많은 의문이 남아있다. 그동안 참여연대를 비롯한 야당에서는 천안함 국정조사를 강력히 요청해 왔었다. 국방부가 내놓은 최종 천안함 보고서로도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주지 못한 지금, 더 이상 다른 방법은 없다. 다시 한번 천안함 의혹 해소를 위한 국정조사를 촉구한다.

국정조사에서는 특히 철저한 검증작업 외에, 투명하고 신중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할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한 점, 국민과 국회의 합의도 없이 무리하게 국제무대로 가져가 소모적인 냉전적 대결외교의 대상으로 삼은 점, 그리고 이로 인해 국민들에게 사회적 비용과 외교적 대가를 전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작업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웹사이트: http://peoplepower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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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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