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환율 하락, 신기술의 대두,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경영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리스크 관리 체계의 구축이 우리 기업들에게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 리스크와 경영성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하고 기업체계적 리스크 관리 정착을 위한 요건들을 살펴보았다.

지난해 기업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531개 증권거래소의 상장사의 작년 순이익은 49조523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3년(24조6114억 원)보다 101% 급증한 것이며 지금까지 사상 최대였던 2002년(26조964억 원)보다 2배에 가까운 액수다. 매출액은 608조4104억 원으로 2003년(519조7964억 원)에 비해 17% 증가했다. 증권거래소 상장사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지난해 내수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난 2~3년간의 높은 성과를 저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복병들이 나타나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 유가 상승, 위안화 절상 가능성, 미국 경기둔화 등 대외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외부 경제여건의 악화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제 여건뿐만 아니라 신기술의 대두,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 고객 니즈의 빠른 변화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 기업가치 등락이 심해지고 우량등급의 채권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최근호(2005년 4월)에서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의 신용등급을 받는 회사 중 A등급 이상 기업 비중이 점차로 축소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기업 중 A등급 이상 비중은 1985년 41%에서 2003년 13%로 줄어들었다. 반면 B등급 이하 비중은 크게 증가하여, 1985년 35%에서 2003년 73%로 늘어났다. 또 1993년부터 2003년까지 포천 1000대 기업 중 매년 기업가치가 60% 이상 하락한 기업이 1/3을 넘어서고 있다. 불확실성 시대에 경영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수익구조를 갖추고,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해외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들에게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 리스크는 상당히 높은 수준

리스크는 기업 목표를 저해할 수 있는 사건이나 사고 등으로 정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급 과다, 특허 침해, 적기 제품 개발의 실패, 부실 채권 증가 등이 기업 리스크로 대두될 수 있다. 경영자가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기업 실적과 기업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기업 리스크 수준은 기업가치(시가총액)가 특정기간 동안 얼마나 변동하는 지를 측정함으로써 파악할 수 있다. 기업가치의 변동, 즉 리스크가 크다는 것은 기업 내, 외부 환경에 따라 매출이나 이익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1,451개 기업의 과거 25년간(1980년~2004년)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국내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평균 변동률은 48%로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장기업은 시장, 기술, 경쟁 등 기업 내/외부의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매년 기업가치의 절반정도가 상승하거나 하락하고 있다. 기업가치 변동의 구간별 분포를 살펴보면, 20% 미만으로 리스크가 작은 기업은 6.7%(97개 기업)에 불과했다. 기업가치 변동이 100% 이상으로 리스크가 매우 큰 기업은 14.9%(216개 기업)나 되었다. 리스크가 작은 기업보다 큰 기업이 더 많은 것이다. 기업가치 변동이 20~40% 미만은 30.4%(441개 기업), 40~60% 미만은 27.6%(400개 기업), 60~80% 미만은 12.9%(187개 기업), 80~100% 미만은 7.6%(110개 기업)이었다. 지난 해 리스크는 외환위기 이후 최저 기업의 리스크는 최근 들어 더 커졌을까, 아니면 줄어들었을까. 이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리스크가 큰 기업이 비중이 어떠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지를 분석하면 알 수 있다.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정확하게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금융감독원의 공시기준을 이용하면 대체적인 판단기준을 얻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기업이 사업보고서를 공시함에 있어 최근 5사업연도 중 직전사업연도 대비 당기순이익 증감율이 30% 이상이면, 해당 사업연도와 그 주요 원인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당기순이익 증감이 30% 이상 변동했다는 사실을 회사의 이익창출능력에 큰 변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회계정보 공시 기준을 이용하여 기업가치가 30% 이상 변동한 기업을 리스크가 큰 기업으로 정의하고, 국내기업의 리스크 추이를 살펴보았다.

1980년 이후 리스크가 가장 컸던 해는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7년이었다. 1997년에는 분석대상 기업의 76%가 기업가치가 30% 이상 변동하였고, 이중 하락한 기업 비중이 85%이었다. 작년에는 리스크가 큰 기업 비중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인 44%까지 떨어졌다. 부실기업 처리 등을 원만히 처리하면서 기업 리스크도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전기가스업의 리스크가 가장 작아 한편 업종별로 리스크 수준을 비교하면, 전기가스업과 제조업의 리스크가 작았다. 전기가스업의 기업가치 변동률은 29.5%, 제조업은 44.4%였다. 전기가스업은 내수산업이고 독과점사업이어서 환율이나 수요 변동의 영향이 미미하고, 제조업은 비교적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기업 내, 외부 환경변화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큰 업종은 통신업, 건설업, 금융 및 보험업이었다. 통신업의 기업가치 변동률은 81.6%, 건설업은 67.9%, 금융 및 보험업은 66.8%이었다. 통신업은 내수산업이긴 하지만 경쟁이 치열하여 투자규모에 상응하는 이익을 내는 업체들이 많지 않다. 건설업은 건설경기 사이클의 변화가 심하고, 금융 및 보험업은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산업재편을 겪는 과정에서 기업가치 변동이 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중 수출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기업을 수출기업으로, 50% 미만인 기업을 내수기업으로 정의하고 두 집단 간의 기업가치 변동률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수출기업의 리스크가 내수기업보다 더 컸다. 수출기업의 기업가치 변동률은 69.1%, 내수기업은 43.9% 이었다. 수출기업의 기업가치 변동률은 내수기업에 비해 무려 25% 포인트 정도가 더 컸다. 수출기업은 커버하는 시장 범위가 더 넓기는 하지만, 원/달러 환율에 따라 기업 실적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제조업 중 IT기업과 전통기업을 비교하면, IT기업의 리스크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 IT기업의 기업가치 변동률은 47%, 전통기업은 43.3%이었다. IT기업은 새로운 기술이 출현함으로써 자신이 영위하고 있는 산업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는 등 기술 변화에 따른 실적 변동이 심하다.

리스크가 작은 기업의 성과가 더 높아

기업 리스크와 경영 성과 간의 관계를 살펴보자. 경영 성과는 다양한 업종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 자기자본이익률(ROE: Return on Equity)을 사용하여, 기업리스크와 경영성과간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기업 리스크와 경영 성과 간에는 반비례 관계가 나타났다. 기업 리스크가 작을수록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리스크가 가장 작은, 즉 기업가치 변동이 20% 미만인 기업의 과거 5년의(2000~2004) 평균 ROE는 15.3%이었다. 반면 리스크가 가장 큰, 즉 기업가치 변동이 200% 이상인 기업의 ROE는 2.0%이었다. 리스크가 가장 낮은 기업이 가장 높은 기업에 비해 7.7배나 높은 성과를 보였다. 20~40% 미만인 기업의 ROE는 9.6%, 40~60% 미만은 8.0%,60~80% 미만은 8.3%, 80~100% 미만은 6.4%, 100~200% 미만은 1.7% 이었다. 기업의 리스크가 작다는 것은 경영자가 환율, 금리, 유가, 기술 변화, 고객 니즈 변화 등 기업 내, 외부의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을 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리스크 대응을 잘하는 기업일수록 기회를 발굴하는 데에도 뛰어난 성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리스크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은행의 안정 성장 비결은 리스크 관리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국내 기업들의 기업 가치는 매년 절반가량 변동하고 있다. 환율, 유가, 기술변화 등에 따라 기업의 가치가 상당히 크게 변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의 리스크 수준을 낮추고, 경영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수익구조를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2000년대 초반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견실한 성장을 하였던 미국 은행산업은 이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1990년대 초 미국 은행산업은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다. 내수 불황, 주택 거품 붕괴, 남미 국가의 채무불이행 등으로 은행의 부실채권은 늘어나고, 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당시 미국 은행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도산율을 기록하였다. 이후 은행들은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툴과 기법들을 개발하는데 많은 투자를 하였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어 2000년대 초 10년 전과 비슷한 위기 상황이 도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은 별 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닷컴 기업의 버블 붕괴, 경기 불황 등 은행 실적을 저해할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지만, 미국 은행은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였다.

가치 중시 문화의 정착이 리스크 관리의 선결과제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의 선결과제는 가치 중시 문화의 정착이다. 기업 목표가 경상이익이나 경제적 부가가치(EVA) 등 수익성이 아니라 시장점유율이나 매출액 등 외형을 중시하는 한 리스크 관리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시장점유율이나 매출액을 중시하는 경영이 리스크의 근본적인 원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업부서나 해외 판매 법인이 시장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신용도가 낮은 고객과의 거래를 지속해야 할지를 고민한다고 하자. 기업 목표가 매출액에 있는 한 영업부서나 해외 판매법인은 리스크를 떠안으면서 신용도가 낮은 고객과의 거래를 지속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 목표가 수익성에 있다면 신용도가 낮은 고객과 거래를 지속함으로써 발생하는 매출 효과와 신용도가 낮은 고객이 도산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부실채권을 상호 비교할 것이다. 그리고 리스크와 매출 증대 효과를 고려하여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전사적 리스크 관리 체계 수립 필요

신사업이나 해외투자 진출의 투자 타당성 검토도 마찬가지이다. 신사업이나 해외투자진출의 실제 목표가 시장점유율 증대나 매출 확대에 있는 한 투자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만무하다. 투자를 확대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시장점유율이나 매출액은 늘어나기 때문에 투자의사결정을 철저히 할 유인이 떨어진다. 투자 타당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는 신사업이나 해외투자 진출은 향후 커다란 리스크가 되어 기업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거 실패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기업 실패 양상은 다르더라도 근본적인 원인은 동일한 경우가 많다. 과거의 성공사례와 더불어 겸손한 자세로 실패 경험을 철저히 분석하고 실패를 초래한 제반 리스크 팩터를 분해함으로써 미래 의사결정을 최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확실성 시대, 경영환경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은 튼튼한 수익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전사적 리스크 관리체계를 수립하여야 한다. 리스크 관리는 가치 중시 문화의 정착, 과거실패에서 배우려는 겸손함에서 시작된다.

LG경제연구원 박상수 경영연구그룹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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