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로 인해 우리 경제는‘인력부족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 경제가 풍부하고 우수한 인적자원에 의해 성장해 온 점을 감안할 때 노동공급의 감소는 향후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부족한 노동력을 채워줄 대체인력이 시급하다. 해답은 여성인력과 고령인력의 활용에 있다. 선진국의 경험을 살펴보면 대체로 1인당 국민소득(GNI)이 1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여성의 경제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여성인력의 활용을 통해 노동력 부족 위기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 낸 것이다. 지식이 경쟁력 강화의 핵심요소로 자리 잡은 지금 시점에서 여성인력의 활용은 선진국 진입에 필수적인 요소의 하나이다.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를 나타내는 남녀권한척도(GEM)와 1인당 국민소득과의 관계는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여성이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나라일수록 소득 수준도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저조한 여성인력 활용 실태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인력 활용도는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저조한 상태이다. 2003년 현재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5.9%로 캐나다, 미국, 영국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OECD 평균(61.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인력도 대부분 저임금 단순 서비스 업무 등에 기용되고 있다. 여성인력이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의 경쟁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시기에 이들을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은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여성인력 활용을 통한 고용 극대화

이처럼 저조한 여성인력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선진국진입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여성인력의 활용이 우리에게 절실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고용 증가와 경제성장의 관계는 향후 수십 년간 더욱 밀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던 자본 스톡은 수익모델 부재와 투자수익률 하락으로 정체되어 있고 생산성은 단기간 내에 향상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가용인력의 적극적 활용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2만 달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고용이 필요할까. 여러 가지 추정방법이 있지만 여기서는 1인당 국민소득이 취업자와 비례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을 이용해 보기로 한다. 1978~2004년 동안의 취업자와 1인당 국민소득의 관계를 단순 회귀 분석한 결과 한국 경제가 국민소득 2만 달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약 2,330만 명의 취업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보다 약 74만 명의 추가 고용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나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의 증가율이 점차 둔화되고 있고 경제활동참가율 마저 정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추가 고용이 쉽지만은 않다. 더구나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한 25~49세의 연령층은 2007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여성인력의 활용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15~64세의 생산가능 인구 중 약 740만 명의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중 10%만 활용해도 고용인원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에 필요한 추가 근로 인력자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여성인력의 활용을 통한 고용 극대화가 지속적 경제성장의 발판이 되는 것이다.

고학력 여성 비 활용에 따른 사회적 손실

고학력 여성의 활용이 낮다는 것은 우리나라 대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에서 잘 나타난다. 2002년 현재 대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7.1%로 OECD 국가들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성인력 활용 실태의 국가 간 비교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 중 하나는 선진국들의 경우 학력이 높을수록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져 고급 여성인력의 활용이잘 되고 있으나, 한국의 경우에는 고학력일수록 활용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학력이 높을수록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으며,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상실되는 사회적 기회비용은 커진다. 선진국 고학력 여성(OECD평균)과 우리나라 여성 대졸자의 경제활동참가율 격차가 20.8%포인트이므로 이에 해당하는 5만6천 명가량이 대학 졸업 후에도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투자되는 1인당 교육비는 약 1,824만원으로 GDP 대비 교육투자 비중이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OECD, Education at a Glance 2004). 졸업 후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여성인력과 이들에게 투자된 교육비를 고려하면 매년 1조 원가량의 교육관련 비용의 투자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물론 이 수치는 미취업 여성들이 자녀양육, 가사노동 등을 통해 사회적 편익 증진에 기여하는 점을 감안하지 않은 예시적인 추정치이다. 결국 고급 여성인력의 활용이 저조하다는 것은 국가경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여성인력, 특히 고학력 여성을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넓은 인재 풀 및 다양성 강화

기업 차원에서도 여성인력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기업은 예전에 비해 선택 가능한 인재의 풀이 넓어짐에 따라 기업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기업의 여성인재 활용에 관해서는 <LG주간경제> 826호 참조). 선진국에서는 이미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기업들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하이테크 산업의 경우 고급인력 부족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도 고급인력 부족 현상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본격적인 우수인재 유치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고급 여성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여성인력을 활용할 경우 여성의 새롭고 다양한 시각을 경영에 접목시킴으로써 기업혁신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던 기업문화에 여성의 새로운 시각을 반영시킨다면 보다 혁신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여성인력의 활용은 이미 기업성과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맥킨지(McKinsey & Company)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매출 순위 100대 기업의 경우 1996년에서 2000년 사이 여성 관리직의 비율이 높은 기업들의 주주 총 수익률이 27.6%로 100대 기업 평균인 23.1%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로 가는 시점에서 진행되는 제조업 고도화와 서비스직 확대 과정은 새로운 노동유형, 즉 지식과 감성에 바탕을 둔 노동을 요구한다. 이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여성의 활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출산 및 육아부담으로 인한 경력 단절

이처럼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여성 친화적인 노동시장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통계조사 보고서(2002)는 우리나라 여성인력의 육성과 활용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이유로 육아부담과 차별적 관행, 그리고 여성인력 양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여성인력의 활용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활발하게 일할 나이에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일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육아기인 25~34세에 경제활동참가율이 현저하게 낮아져 라이프사이클 상에서 여성인력의 경력 단절 현상(M형)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 입장에서는 출산으로 인한 비용 부담 때문에 여성인력의 채용을 회피하게 된다.

전통적 기업문화와 인력수급 불균형

여성인력의 활용을 저해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들 수 있다. 육체노동이 요구되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는 여성의 취업에 상당히 불리한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산업구조 상의 문제로 인해 모집 및 채용단계에서 여성은 상대적으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 왔다. 뿐만 아니라 업종선택이나 업무배치에 있어서의 차별 때문에 전체 여성근로자의 임금은 남성의 64.2%에 불과한 실정으로OECD 회원국 평균인 80%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 여성인력 중 중간 관리자급 이상의 비중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유리천장(glass-ceiling)’이라고 불리는 승진의 어려움으로 인해 여성인력은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고 있다. 결국 뿌리 깊은 남성 중심의 기업문화가 모집·채용과정에서부터 업무배치나 승진 등 모든 과정에서 여성인력 활용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인력을 활용하는데 있어서 또 하나의 장애요인은 수요와 불균형을 이루는 인력의 공급이다. 2003년도 우리나라 대학 졸업생의 학과별 분포를 성별로 비교해 보면 남성은 사회적 수요가 많은 공학계열에 무려 41.3%가 집중되어 있고 수요가 적은 인문계열에는 8.6%만이 분포되어 있다. 반면 여성의 경우 인문계열에 20.8%, 자연계열에 15.8%가 집중되어 있고 공학계열에는 10.1%만이 분포되어 있다. 이러한 여성의 학과 편중현상은 기업이 원하는 인력과 노동시장에 공급되는 인력 간에 불일치를 발생시켜 여성인력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대폭적인 보육부담 완화 정책 실시

경제성장과 여성인력 고용이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기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인력 활용에 힘써야 한다. 먼저 정부 차원에서 살펴보면 여성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가장 큰 원인이 육아에 대한 부담인 만큼 대폭적으로 보육부담을 완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여성의 출산휴가 기간 임금에 대한 고용보험 부담 분을 확대하려는 정책은 여성의 경력 단기화를 방지하고 나아가 고학력 여성을 활용하는 데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고용에 따른 기업의 추가비용을 사회화함으로써 여성인력의 노동공급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취업여성을 위해 아동의 연령과 가정의 소득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보육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사부담이 높은 25~34세 시기의 여성이 육아와 취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시간제 근무나 탄력적 근무시간제, 그리고 재택근무제 등의 다양한 고용형태를 제공해야 한다. 이 연령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20~24세 여성의 경제활동 수준까지 끌어올릴 경우 33만 명의 추가 고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성고용실적에서 우수한 기업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담고 있는 남녀고용평등법개정안을 조기에 확대 적용함으로써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편입시켜야 한다.

기업 내 여성 친화적인 환경 조성

기업 차원에서도 여성인력의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는 최고경영자의 의지표명을 통해 확인되어야 하며 신규채용에 있어 여성 채용비율 목표치를 정해 여성인력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 또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해 업적과 능력이 뛰어나면 남녀 구별 없이 관리자나 임원으로 발탁하는 시스템이 기업 내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업무배치와 승진에 있어서의 차별을 획기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홍보나 디자인 등 전통적인 여성 중심 직무 외에 영업, R&D 등에도 능력과 적성이 맞는 여성의 활용을 확대해야 하며, 보육시설의 확충 등 여성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자녀양육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양희승 정책분석그룹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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