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제204회 정기공연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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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2005-05-13 09:09
서울--(뉴스와이어)--“연기자들은 신이 나서 참여했고, 관객들에게 퍽 좋은 반응을 보여주어 보람 있게 막을 내렸다.” (『국립극단 50년사』 50면, 최명수)
“사람들이 많이 와서 서울 명동 국립극장 문이 부서져 나갈 정도였다.” (1962년 초연 당시 ‘귀덕’ 역 김금지의 회고)

1962년 12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 동안 명동 국립극장에서 국립극단 제24회 정기공연으로 오른 연극 <산불>. 차범석 희곡에 이진순 연출로 초연된 이 작품은, 박상익, 백성희, 나옥주, 김금지 등 국립극단의 쟁쟁한 배우들이 열연을 펼쳐 두고두고 화젯거리가 되었고,‘해방 이후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최고봉’이란 찬사를 들으며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한국 연극사에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윤택)은 5월 28일(토)부터 6월 4일(토)까지 ‘2005년 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 복원 및 재창조 작업’의 첫 번째 작품이자 제204회 정기공연으로 차범석 작의 <산불>을 임영웅 연출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산불>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후 소맥산맥의 한 두메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남북한 간의 이데올로기의 양상과 그 안에서 빚어지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세밀히 묘사해 한국 사실주의(리얼리즘) 희곡의 최고작으로 손꼽히는 차범석의 대표작이다. 한국연극에서 큰 줄기를 이루는 ‘사실주의’의 가장 핵심이 될 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초연의 성공 후 여러 극단과 배우들이 가장 선호하는 작품 중 하나로 <산불>은 자리 잡아 왔고, 영화로도 두 번 제작되었으며 TV드라마와 오페라, 뮤지컬 등 여러 장르로 제작되면서 명작만이 가능한 끊임없는 생명력을 자랑해 왔다.

국립극단은 제204회 정기공연으로 <산불>을 올리면서 사실주의의 대가(大家) 차범석 선생의 작품에 가장 어울리는 연출가로 역시 사실주의 연출의 일인자로 알려진 임영웅 선생에게 작품을 의뢰,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원형이란 어떤 것인지” 2005년의 새로운 <산불>을 통해 유감없이 보여줄 생각이다.

2005년의 <산불>에는 깊이 있는 시선으로 무대를 철학의 경지로 이끌고 가는 무대미술가 박동우가 참가하며, 연극 <오구>로 유명한 탤런트이자 연극배우 강부자가 ‘양씨’ 역으로 나와 주목을 끈다. 또 권복순(최씨), 곽명화(점례), 계미경(사월) 등 국립극단 배우들과 연극 <떼도적>에서 ‘카알’ 역을 맡았던 주진모(규복)와 양말복(귀덕) 등 개성 있는 객원 배우들이 참가해 보기 드문 앙상블을 기대하게 한다.

공연명 : 국립극단 제204회 정기공연 · 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 복원 및 재창조 작업 Ⅲ <산불>
일 시 : 2005년 5월 28일(토)~6월 4일(토) 평일 오후 7시30분/ 토 오후 4시, 7시30분/ 일 오후 4시 (*단 첫날 4시 공연 없음)
장 소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관람료 : 으뜸석(3만원), 버금석(2만원), 딸림석(1만2천원)
예 매 : 02)2280-4115~6(국립극장 고객지원실) www.ntok.go.kr
1588-7890(티켓링크), 1544-1555(인터파크)

*사랑티켓 참가작
*공연 할인 청소년 30% / 장애우 및 국가유공자 50% / 단체15인 이상 20%
*쟁이석 공연 당일 오후 2시부터 국립극장 고객지원실에서 선착순 10명에게 프로그램 포함, 으뜸석 2매를 5천원에 판매(1인 2매까지 구입 가능)

staff
예 술 감 독 이윤택
작 차범석
연 출 임영웅
무 대 미 술 박동우
의상 디자인 김지연
조명 디자인 박정수
분장 디자인 김종한
음 향 한 철
조 연 출 김진만

cast
강부자(양씨), 이승옥(아낙), 김재건(김노인), 서희승(자위대장)
이혜경(포목장수), 권복순(최씨), 주진모(규복), 최운교(사병)
조은경(쌀례네), 남유선(아낙), 노석채(대장), 계미경(사월)
양말복(귀덕), 곽명화(점례), 류 진(끝순이), 이은희(아낙)
이원재(사병), 김마리아(정임) 외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의 위대함
- 6월의 연극 무대를 불태우는 <산불>

전쟁이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은 물질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6.25동란을 고비로 해서 사상과 권력과 당파의 틈바구니에서 시달려야 했던 민족의 비애는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오점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일정한 방향이나 의식도 없이 끌려 다니는 무지한 사람들의 애증(愛憎)의 원색(原色)은 곧 적나라한 인간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나는 여기 문명도 의욕도 찾아볼 길 없는 깊은 산속에서 그릇된 사상의 희생(犧牲)들의 갈등을 통해 지난날 우리 민족이 겪었던 상처를 어루만지며 잃어버린 인간성을 찾고자 이 졸고(拙稿)를 감히 내놓는다.
- 1962년 <산불>을 올리며 차범석 -

<산불>이 오른 지 올해로 43년째이다. 차범석 선생은 국립극장으로부터 창작극 의뢰를 받고는 10년 간 품속에 간직하고 있던 이야기를 희곡으로 풀어냈다고 한다. 고향 목포에서 교편을 잡던 시절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보고 듣고 했던 이야기를 영암 월출산에다가 작가적인 상상력으로 옮겨 심은 것이 <산불>이라는 것. 저술 당시엔 정치적·성적 제압이 많던 시대라 <산불>은 남북 냉전 이데올로기라는 무거운 주제에 묶여 민족적 비극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나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와 인간의 애욕과 갈등의 양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묘사는 이 작품이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큰 이유가 되기도 한다.
6.25가 터지자 두메산골에까지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남자란 남자는 모두 죽거나 떠나고 여자들만 남은 과부마을. 그 마을에 한 남자가 내려오면서 일어나는 과부 여인네들의 심리와 욕망은 주변 사건들과 맞물리면서 극적 완성도를 극대화시킨다. 탄탄한 이야기와 대사, 빈틈없는 캐릭터와 구성으로 <산불>은 ‘해방 이후 사실주의 희곡의 최고봉’이란 찬사를 들었고, 아직도 많은 극작가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사실주의는 한국 현대 연극의 큰 줄기라 할 수 있다. 특히 유치진-차범석으로 이어지는 사실주의는 분단과 함께 변화무쌍한 현대사를 겪어온 우리나라에서 역사나 사회문제와 더불어 피할 수 없는 절박한 선택이기도 했다. 서사극이나 부조리극과 같이 비사실주의적 연극기법이 실험되는 한편에서 처음부터 ‘사실주의’만 고집해 온 차범석 선생은 사실주의를 통해 현실을 비추는 거울을 만들고자 했다.

“우리는 무엇을 쓸 것인가? 두 말할 나위도 없이 현실을 비추어 주는 거울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겪은 역사적인 현실, 그리고 일상생활 주변에서 물거품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져 가는 수많은 일들… 우리 주변에 작품의 소재는 거의 무진장으로 산재해 있다”(「무엇을 쓸 것인가」중)

차범석은 사실주의가 단순한 현실의 재연이 아니라 역사적인 현실 가운데 놓여진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는 데 있다고 봤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기본적으로 역사의식과 휴머니즘이 바탕이 되어왔다.
<산불>은 60년대 분단 직후의 상황에서도 실제 민중들의 삶 깊숙이 들어가 시대상황을 객관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더욱 큰 평가를 받았다. 그는 <밀주>, <귀향>과 같이 농어촌의 가난한 풍경을 그린 데서부터 시작해 문명화에 따른 혼란을 그린 <불모지>나 비정한 세태를 그린 <계산기>, 사회부조리를 고발한 <청기와집>, <학이여 사랑일레라> 등과 선각자들의 삶을 그린 <손탁호텔> 등 사회와 역사 속에서의 인간의 모습에 대한 관심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이어져 왔다.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복원 및 재창조 작업’은 국립극단 50년 역사를 대표할 만한 공연 레퍼토리를 선정, 오늘의 공연 양식으로 재창조하고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기획 시리즈이다.
국내 연극 관계자들의 추천을 받은 국립극단의 대표 작품들은 창작극과 해외극으로 나뉘어 시대별로 선정되었는데, 1950년대의 대표작으로 <뇌우>와 <인생차압>이, 60년대의 대표작으로 <산불>, <베니스의 상인>, 70년대의 대표작으로 <달집>과 <물보라>, <파우스트>, 80년대 대표작으로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어이>, <들오리>, <간계와 사랑>, 90년대 대표작으로 <맹진사댁 경사>, <피고지고 피고지고> 등이 그것이다.
국립극단은 2004년 4월과 5월에 그 첫 작업으로 중국 작가 조우의 <뇌우>(이윤택 연출)와 오영진의 창작극 <인생차압>(강영걸 연출)을 차례로 올려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올해 그 두 번째 작업으로 한국 창작극의 대표작인 60년대의 <산불>(차범석 작, 임영웅 연출)과 70년대의 <물보라>(오태석 작, 연출)를 연달아 올리게 되었다. <산불> 공연에 이어 오태석의 <물보라>는 6월 9일부터 18일까지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려진다.

줄거리

어느 추운 겨울밤, 여자들만 남은 산골 마을에
한 남자가 숨어 내려온다 …

5막 7장

때: 1951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
곳: 소백산맥 줄기에 있는 촌락

1951년 추운 겨울, 소맥산맥 한 줄기에 없는 듯이 묻힌 두메산골. 세상과의 소통이라곤 고작 포목장수에 의해 간신히 이어가는 이 마을에도 전쟁은 빗겨가지 않았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국군과 빨치산의 틈바구니에서 희생되거나 길을 떠났고, 마을은 노망난 김노인과 아이들을 빼곤 졸지에 모두 여자들만 남은 과부촌이 되었다.
국군이 서울을 탈환하고 남한 일대에는 다시 평화와 재생의 물결이 일고 있으나 험준한 산악 지대인 이‘과부마을’에는 밤이면 공비들이 활개를 치는 그늘진 마을로, 여자들은 남자들을 대신해 공출과 야경에 시달린다. 이 마을에 이장을 맡고 있는 과부 양씨와 이웃에 사는 과부 최씨는 사사건건 반목을 일삼는 사이인데 여기에는 뿌리 깊은 감정의 대립이 있었다. 양씨의 아들은 과거 우익진영의 청년단의 일을 보다가 행방불명이 되었고, 최씨의 사위는 해방 전에 부역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었던 것. 양씨의 며느리 점례는 이 마을에서는 드물게 유식자이며 아름답고 젊은 과부이고, 최씨의 딸 사월이도 딸 하나를 둔 젊은 과부이다.

어느 눈 내리고 추운 밤, 점례의 부엌으로 부상당한 한 남자(규복)가 숨어들고, 점례는 규복을 마을 뒷산 대밭에 숨겨준다. 규복은 친구 따라 입산했다가 도망쳐 나온 전직 교사로 추위와 이데올로기에 상처받고 식욕과 성욕 등 모든 것에 허기진 남자. 규복에게 동정심을 품은 점례는 음식을 날라주며 규복과 사랑을 나누는데, 어느 날 점례와 규복의 밀회장면을 사월이 목격하게 된다. 과부 신세 2년이 지나 과부병에 걸리다시피 한 사월은 이들을 관계를 묵인해 주는 대신 규복을 점례와 나눠가지려 한다. 세 사람 사이에 미묘한 관계가 형성되고, 욕망과 인간애 사이에서 여자들의 혼란은 커져만 간다.

3개월 후, 사월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헛구역질을 해댈 무렵, 국군의 빨치산 토벌작전이 본격화되어 국군은 점례네 대밭에 불을 지르기로 한다. 솟아오르는 연기 앞에서 규복은 뛰어나오다 쓰러지고, 사월은 양잿물을 마신다. 망연자실한 점례를 두고 극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작가와 연출가 소개

우리 연극계의 두 거장, 차범석과 임영웅

한국 희곡사와 연극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극작가 차범석(車凡錫· 81)과 사실주의 연출의 일인자로 알려진 임영웅(林英雄· 71). 두 사람은 극작가와 연출가로 2003년 산울림소극장에서 올린 <그 여자의 작은 행복론>과 뮤지컬 <처용> 이후로 오랜만에 <산불>로 다시 만난다. 이미 70년대에 <산불> 공연을 함께 올린 적은 있지만 각자 극단 산하와 극단 산울림을 운영하던 처지에서였는지 공동작업은 의외로 많지 않다.
두 사람 모두 국립극단과는 많은 작품을 만들어왔지만, 함께 작업하기는 1999년 아베 고보의 <친구들> 공연에서 역자와 연출가로 만난 이후로 이번 <산불>이 처음이다.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견인차 역할로 평생을 현장을 떠나지 않았던 우리 연극계의 두 거장, 차범석과 임영웅이 함께 만드는 2005년의 <산불>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희곡_ 차범석(車凡錫)
1955년 <밀주>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한 이래 현재까지 한 번도 연극 현장을 벗어나지 않은 한국연극의 산증인. 특히 1962년 발표한 <산불>은 ‘해방 이후 사실주의 희곡의 최고봉’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영원한 고전이자 살아 있는 레퍼토리로 자리 잡고 있는 대표작.
향토적인 이야기에서 가난한 농촌풍경, 신구 갈등, 계급 갈등, 정치적 부조리 문제 등 전방위로 관심사를 드러내며 90여 편의 희곡을 발표했다. <산불>을 비롯해 <환상여행>, <학이여 사랑일레라>, <손탁호텔>, <활화산>, <꿈하늘>, <옥단어> 등 대표 희곡작과 무용극(저 하늘 저 북소리, 도미부인 등)도 많이 썼으며 TV 드라마 <전원일기>의 초대작가로도 유명하다.
국립극단과는 <태양을 향하여>(61년, 시공관), <산불>(62년, 이진순 연출), <환상여행>(72년, 이기하 연출), <활화산>(74년, 이해랑 연출), <손탁호텔>(76년, 이해랑 연출), <학살의 숲>(77년, 이진순 연출), <꿈하늘>(87, 김석만 연출), <안네 프랑크의 장미>(92년, 문고헌 연출), <친구들>(99년, 임영웅 연출) 등 십여 편을 함께했다. 문예진흥원장을 거쳐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을 지내고 있으며 요즘도 한달에 10편 이상의 공연을 감상하고 꾸준히 작품을 쓰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연출_ 임영웅(林英雄)

1970년 극단 산울림을 창단하면서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자가 되었고, 1985년 소극장 산울림을 개관하면서 한국 소극장 연극의 중심에 섰다. 특히 산울림 소극장 개관작이었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수많은 명배우와 기록들을 낳으면서 36년 동안 16번째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국립극단과는 1968년 오태석 희곡의 <환절기>를 연출하면서 인연을 맺었고, 1972년 국립극장 부설 연기인양성소 소장으로 지내면서 많은 연기자들을 배출해 낸 선생님으로도 유명하다. 국립극단과는 <환상살인>(69년 정하연 작), <인종자의 손>(70년, 전진호 작), <달집>(71년, 노경식 작), <북향묘>(76년), <초립동>(77년, 한로단 작), <흑하>(78년, 노경식 작), <베케트>(79년, 장 아누이 작), <북간도>(80년, 안수길 원작) <제3의신>(83년, 이청준 작), <침묵의 바다>(87년, 노경식 작), <혈맥>(98년, 김영수 작) 등 10여 편의 연출을 맡았고, 극단 산울림의 <위기의 여자>, <딸에게 보내는 편지>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등을 비롯해 100여 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주요 출연진 소개

<산불>은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주인공들의 살아 있는 캐릭터로 인해 한국의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규복’을 꿈꾸고, 여자 배우라면 ‘점례’나‘귀덕’을 꿈꾼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배우들에겐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역할로도 유명하다.
우익진영 청년단의 일을 보다 행방불명된 아들을 둔 마을 이장 양씨 역엔 탤런트이자 연극 <오구>로 유명한 강부자, 경찰에게 목숨을 뺐긴 아들을 두고 양씨와 사사건건 붙는 최씨 역엔 국립극단의 중견 권복순, 양씨의 며느리이자 공산군을 몰래 숨겨주는 과부 점례 역엔 국립극단의 곽명화, 점례의 숨겨둔 남자를 찾아내어 욕망을 풀어놓는 사월 역엔 역시 국립극단의 계미경이 맡았다. 또 양씨의 모자란 딸이지만 작품에서 가장 개성 있는 캐릭터로 알려진 귀덕 역엔 대학로에서 활동하던 양말복, 과부촌으로 들어와 마을 여자들에게 일대 혼란을 안겨주는 규복 역엔 연극 <떼도적>의 카알 역으로 눈길을 모은 주진모가 맡았다. 이밖에 김재건, 서희승, 이혜경, 조은경 등 국립극단 중진들이 극을 이끌어 가는 든든한 조역으로 활약한다.

양씨 강부자 TV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한국의 어머니상을 연기해 온 탤런트 강부자.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강부자는 연극 <엄마의 치자꽃>, 모노드라마 <나의 가장 나종 지닌 것은> 등을 비롯해 8년째 연극 <오구>를 공연하고 있는, 대학로에서도 보기 드문 장수 연극배우이다.

1962년 KBS 탤런트로 입사하면서 연기활동을 시작, 이듬해 차범석 선생의 극단 산하의 단원으로 들어가면서 처음 연극무대에 섰고, 국립극단과는 1964년 최현민 연출의 <만선>에 동네 아낙 역으로 출연한 후 이번이 41년 만의 만남이다. 연출 임영웅 선생과는 뮤지컬 <춘향전>, <꽃님아 꽃님아>, <처용>과 같은 작품으로 호흡을 맞춰왔다. 이번 <산불> 공연 제의를 받고 주말 연속극을 앞두고도 선뜻 응할 만큼 연극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는데, 이미 30여 년 전 최씨와 양씨 역으로 <산불>에 두 번이나 출연한 적 있어 이번이 세 번째 무대다.
“예전에는 그냥 노인 흉내만 낸 거라면, 지금은 어느 정도 연륜이 쌓였고, 작품 주인공의 나이와 비슷해졌기 때문에 지금 연기하는 양씨가 진짜일 것 같아요.”

최씨 권복순 1982년 국립극단에 입단한 이후 <여자가>, <말괄량이 길들이기>, <태>,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 등에서 강렬한 역할을 주로 맡았다. 2004년 <뇌우>에서 주복원의 전처인 노시평 역을 맡았다.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인상 등을 수상했다.

규복 주진모 1987년부터 1996년까지 국립극단의 주역 배우로 지냈다. <꿈하늘>, <오이디푸스왕>, <맹진사댁 경사> 등에서 중량감 있고도 파워 넘치는 연기로 사랑받았던 배우로 기억되고 있다.
이후 대학로 연극계에서 <인류 최초의 키스>에서 고참죄수, <관객모독>의 배우1 등의 역할로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05년, 10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와 국립극단의 <떼도적>의 ‘카알’ 역을 맡아 여전한 그의 저력을 보였고, 그 강한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산불>의 남자 주인공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점례 곽명화 반듯한 외모와 차분한 목소리로 점례 역에 적격이란 평이다. <맹진사댁 경사>에선 예쁜이 역으로, 지난해 오른 <뇌우>에서는 두 형제의 사랑을 받는 ‘노사봉’ 역으로 나왔다. 중앙대 국악과 출신으로 가야금 연주와 정가 등 다양한 방면으로 재능이 있다.

귀덕 양말복 지난해 12월, 국립극단의 지향점인 ‘개방’을 위해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객원 연기자 15명 중 한 명으로, 대학로에서 오랫동안 연기를 하며 공력을 키워왔다. ‘귀덕’은 바보 역할이지만 우리 희곡사에서 몇 되지 않는 개성이 강한 여주인공. 역대 귀덕 역으로 알려진 김금지, 윤소정의 뒤를 잇는 개성파 연기를 보여줄 예정.

사월 계미경 앙칼진 목소리로 당돌하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며 밀어붙이는 사월 역의 계미경. <브리타니쿠스>의 주니아,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 장녹수 역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고, 자기 색깔이 강한 역할을 잘 소화해 왔다. 아나운서 출신답게 정확한 발성과 울림이 강한 목소리가 장점이다.


국립극장 개요
1950년 창설한 국립극장은 우리 공연예술계 현대사의 주무대였다. 서울 중구 장충단로 남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가장 큰 해오름극장과 달오름, 별오름극장을 운영한다.

웹사이트: http://www.ntok.go.kr

연락처

한정희 2280-4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