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의 그늘에 가려진 이 시대의 슬픈 단상, 황연종 장편소설 ‘그 안에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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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솜
2010-10-08 10:34
서울--(뉴스와이어)--‘국경을 허문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각종 방송과 매체에서 훈훈하고 아름답게 다루어진 국제결혼, 특히 한국 노총각과 동남아시아의 젊은 아가씨의 만남은 우리보다 절대 약자인 외국인을 끌어안고 다문화 사회를 지향해가는 발걸음이라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따스한 포장 속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어두운 진실이 숨겨져 있다면 믿겠는가? 여기에 그 진실을 파헤치는 장편소설 ‘그 안에 내가 있었다’(황연종 지음, 도서출판 한솜)가 나왔다.

이 책은 한국 남자인 현호가 베트남 여자인 튀하를 만나 10년 동안 살면서 보고, 듣고, 직접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쓴 장편소설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대부분이 현실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등장인물 ‘현호’의 처지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친형이 운영하는 봉제공장에서 재단보조 일을 하는 현호는 거래처에서 일하던 튀하를 보고 첫눈에 사랑을 느껴 만남을 가진다. 튀하 역시 현호가 싫지는 않았지만 둘 사이에는 한국과 베트남, 그리고 자국민과 불법체류자라는 현실의 벽이 가로막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그녀와 살아가기로 결심한 현호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걸고 튀하를 아내로 맞이한다. 결혼 후 딸을 낳고 베트남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릴 꿈에 부풀지만, 점차 살아나가면서 베트남 사람들과의 마찰이 심해지면서 결혼생활에 한계를 느낀다.
그리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국제결혼의 피해사례를 하나 둘 접하며 현호는 마침내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융, 한국 남자가 바보가 아니라 저 여자가 안 좋은 거야!”
“형, 말이 맞다, 여자 안 좋지! 근데 우리나라 지금 저 여자와 똑같아 많아요, 한국 남자하고 결혼해서 거짓말 많이 해서 돈 다 빼내고 저런 집 짓는 여자들 많다. 그리고 도망 나온다. 형, 한국말 ‘끔’ 알아요?”
그리고는 반융은 입으로 껌을 씹는 모습을 보였다.
“껌!”
“맞다! 껌… 한국 남자 껌 똑같아요, 베트남 여자들 한국 남자하고 결혼해서 껌 똑같이 씹어 필요 없어 버려요, 에이, 나쁘요!”
생각지도 못했던 반융의 그 말에 현호도 크게 공감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다! 껌이다 껌… 네 말을 들으니 정말 한국 남자들 껌하고 똑같다.”-본문 123쪽

“아주머니들도 제 얘기를 듣기 전에 저 여자를 봤던 시각과 제 얘기를 듣고 난 다음에 저 여자를 보는 시각이 많이 틀려지지 않았나요? 마찬가지입니다. 수박도 쪼개본 사람이 그 속을 알 수 있듯이 쪼개지 않고 그 속을 알 수 있을까요?

일반사람들이 보는 것은 비유하자면 수박의 겉이죠. 수박의 겉만 보고 어떻게 수박을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그 속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주머니들은 현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물었다.

“그러면 저 앞에서 울고 있는 아기들하고 저 베트남 여자들도 똑같은 건가요?”
“저 여자들은 아기들의 진짜 엄마도 아닙니다. 아기들의 진짜 엄마들은 따로 있죠. 아마 인천공항에서 아기들을 저 여자들에게 맡기고 엄청 울었을 겁니다. 저 여자들은 진짜 엄마들에게서 일정금액의 돈을 받고 엄마 대신 베트남으로 보내는 거죠.”-본문 161쪽


현실을 아름답게 싼 포장을 한 꺼풀 벗겨보면, 이방인이나 불법체류자는 온갖 권리를 보장받고 대우받는데 정작 자국민은 자국 땅에서조차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소설 속에서 속속히 드러난다.

그러나 현존하는 방송 매체들은 국제결혼의 밝은 면,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화려하게 포장할 뿐, 그 속의 진실을 파헤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은 음지에서 소리없이 침전하기만 한다. 작가 황연종의 날카로운 문장으로 이 모든 현실이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표현된다.

결국 이 소설은 픽션의 형태이지만, 현호와 튀하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 주변의 국제결혼 커플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 국제결혼의 실상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많은 선량한 한국 남성들이 이익만 받아 챙기려는 브로커들에게, 그리고 돈만 벌어 자국으로 돌아가려는 외국 여성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상처와 피해를 공개하는 한편, 이 잔혹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 것을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점점 늘어가는 국제결혼과 직업 현장에서의 외국 인력 유입 등으로 앞으로 대한민국도 다문화 사회로 점점 변모해 갈 것이다. 여러 민족이 서로 얽혀 살아가는 다문화 사회는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소설에서 꼬집고 있는 바와 같이 부정적인 면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한 맹점을 부정하고 현실을 아름답게만 포장해서는 성공적인 다문화 사회로 갈 수 없을 것이다. 현실을 바로 직시하는 한편, 서로 다른 문화의 간극을 좁히고 문제점을 찾아 보완해가면서 이상적인 다문화 사회를 이룩하는 데 이 책이 일조하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말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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