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2009년 이후 소득 격차 완화는 일시적 현상’

서울--(뉴스와이어)--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악화되던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이 최근 개선되는 모습이다. 지니계수가 2008년 0.296에서 2009년0.293으로 소폭 하락하였으며, 5분위 배율도 같은 기간 4.97에서 4.92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에도 소득 불평등 완화가 지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 수치는 아니지만2010년 1분기의 5분위 배율이 5.80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1p 하락하였고, 2분기에도4.94로 역시 동기대비 0.2p 감소했다. 특히 후자는 2분기의 5분위 배율로는 2003년 이후최저 수준이다. 상반기 동안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의 총소득이 전년동기대비 16.9% 증가한 반면 상위 20%인 5분위는 6.9% 늘어나는데 그침으로써 양자 간 격차가 올 들어 더욱 좁혀졌기 때문이다.

이전지출 증가로 1분위의 소득 보전

1분위의 소득이 최근 크게 증가한 이유로 정부 및 공공기관으로부터의 이전소득 확대를 가장먼저 꼽을 수 있다.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이전지출 규모를 직접 늘린 부분(ex. 추경 편성을 통한 한시 생계구호금, 생활안정자금 신설 및 증액)과 자동안정화장치 작동에 따라 늘어난 부분(ex.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실업급여 지급액이 자동적으로 증가)이 모두 해당한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1분위의 연평균 소득증가율에 대한 이전소득의 기여도는 2.9%p였지만 2010년 상반기에는 5.7%p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금융위기 이후 올 상반기까지 실업급여지급 규모가 장기 추세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용보험적용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실업급여 제도의이용자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일자리 창출 부진에 따른 수령 대상자 및 수령액의 증가를 주된 이유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작년 초부터 올 상반기까지 누적 지급된 총 실업급여액 약 6조4천억 원 중 추세적으로 지급되어 오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자동안정화장치에 따른 증분으로 볼 수 있는데 그 금액이 약 1조8천억 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약 1천7백만 가구 중에서 하위20%에 해당하는 3백4십만 가구가 해당 실업급여를 모두 가져갔다고 가정하면 1년 반 동안 가구당 53만원의 실업급여액이 이들에게 추가적으로 더 지급된 셈이 된다.

임시 고용 창출로 근로소득 개선

정책 효과 중 저소득층에게 근로소득 창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희망 근로 프로젝트 또한 소득 격차 확대 방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시행된 희망근로를 통해 공공 부문의 일자리가 각각 25만 개, 10만 개씩 더 늘어남으로써 전체 취업자수 급락이 방지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이 없었던 탓도 있지만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취업자수 감소 규모는 3분의 1에 불과했다. 작년과 올해 희망근로에 배정되었던 예산은 각각 1조7천억 원과 5천7백억 원 정도로, 1인당 인건비를 월 1백만 원으로 가정하면 예산의 대부분이 인건비 지급에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한시적 고용 대책으로 고령층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50대 이상의 취업자수가 희망근로 중단 기간이었던 2010년 1분기를 제외하고 계속 늘어난 반면, 40대 이하의 고용 사정은 이보다 훨씬 부진하다. 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주의 평균 연령이 55.23세로 5분위의 46.31세보다 9세 가까이 높아 고령 가구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 더 많이 분포해 있다. 따라서 이번 대책을 통해 저소득이면서 고령인 가구의 근로소득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전되었다.

고소득층의 逆자산효과도 한 몫

두 가지의 정책 효과 외에 부동산 부문의 逆자산효과로 인한 고소득층의 임대소득 부진을 소득 격차 완화의 또 다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이자율인 월세이율이 집값 하락의 영향으로 2009년초 0.88에서 2010년 8월 0.86까지 떨어진 것이다. 월세이율이 0.86이라는 것은 1억 원의 전세를 월세로 전환했을 때 매월 86만원의 임대료를 받는다는 의미이다. 또한 금리 하락으로 인해 금융소득이 줄어든 것도 고소득층의 재산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가계동향조사에 나타나는 5분위의 재산소득 규모는 2010년 상반기에 월평균 약3만9천 원 정도에 불과하다. 경상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여 고소득층의 상대적 부진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가계동향조사에는 잡히지 않지만 주택가격 하락 등에 따른 자산의 평가손실이 더욱 클 것이다. 고소득층이 주로 소유하고 있는 대형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고점이었던 2007년2월 104.4에서 2010년 8월에 98.4까지 5.8%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 계층이 자산의 평가손실과 가격하락에 따른 월세 부진을 모두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장기적으로 소득 격차 확대 추세는 여전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정책 효과와 逆자산효과등으로 최근 불평등이 다소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동안 우리나라의 소득 격차를 장기적으로 확대시킨 요인들은 아직 그대로 존재한다. 글로벌 차원에서 소득 불평등도가 계속증가하고 있는 원인으로 산업간 성장률 격차확대, 생산 시설의 해외 이전, 보수적 경영에 따른 투자 부진, 숙련 기술 인력과 전문직에 대한 보상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것들이다. 우리나라의 분배 수준은 OECD의 평균 정도로 미국, 영국, 멕시코 등에 비해 심각하지 않지만 외환위기 이후 경제 구조에 큰 변화가 나타나면서 소득 분배 구도가 2000년대 들어 크게 나빠진 상태이다.

산업 집중도 확대와 투자 부진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도가 장기적으로 악화된 배경 중 하나로 먼저 수출 부문의 빠른 성장과 수출 산업 내에서의 집중도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수출 제조업 부문이구조조정과 고도화를 통해 높은 성과를 올리는 동안 서비스업은 생산성이 제조업 대비 91.4%(외환위기 이전 평균)에서 52.1%(2009년)로 절반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생산성 격차가 부문별 임금에 반영되면서 소득 격차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같은 수출 부문 내에서도 특정 산업군으로의 집중도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전체 수출에서 상위 5대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중반까지 30%대에 머물렀지만 2000년대 들어 43% 안팎으로 크게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력 수출 산업의 비중 확대로 수출 산업 간에도 소득 격차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안정 경영을 중시하면서 투자가 둔화된 것도 소득 분배를 악화시킨 요인 중 하나이다. 2000년대의 연평균투자 증가율은 2.3%로 1990년대의 절반에 불과하다. 기업의 수익이 투자 등을 통해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는 효과가 약화되면서 내수 및 서비스 부문의 고용 창출이 부진해졌고 소득 창출의 기회도 줄어들었다. 또한 고용유발효과가 큰 노동집약적 산업 부문의 설비가 생산성 확보를 위해 해외로 이전되면서 상대적으로 저임금의 단순 조립 및 가공 관련 일자리는 크게 감소하였다.

보상 차별과 자영업 부진

글로벌 분업 구조에서 우리나라가 자본 및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특화함에 따라 단순노동에 대한 소득 분배가 줄고 전문 직종에게는 생산성에 합당한 보상을 하는 추세가 강화된 점도소득 격차가 확대된 요인이다. 직종별 소득 배율을 외환위기 전후로 살펴보면 사무직의 경우 1990년대에는 단순노무직에 비해 1.53배의 소득을 올렸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1.79배 로 그 폭이 확대되었고, 전문 직종의 경우에도 단순노무직과의 격차가 더 커졌다. 이는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단순노무직과 사무직 및 전문 직종 간의 생산성 차이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총소득 중 성과급의 성격을 띠고 있는 연간특별급여의 경우 단순노무직에 대해서는 2000년대 들어 매해 0.6%씩 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반면 전문가, 사무직, 고위 임직원 및 관리자의 경우는 계속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영업 부문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당부문 종사자의 소득 부진이 지속되는 것 또한 불평등 확대 추세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 당시 임금 근로자에서 이탈한 인력들이 대거 자영업으로 몰리면서 우리나라의 자영업자수는 2002년 중반 8백만 명까지 확대되었다. 이후 7년 이상 구조조정이 진행되어 자영업자수가 현재 6백만 명 대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화, 고도화가 미진하여 부가가치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서비스업 대비 자영업비중이 가장 높으며 영세성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음식업, 숙박업, 도소매업 부문 등의 취업자수 감소 추세와 이들 부문 종사자의 소득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자산 가격 상승 및 소유 편중

자산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 또한 소득 분배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이다.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는 2000년대 들어 매년 12.1% 오른 반면 명목 경제성장률은 6.9%로 절반에 불과해 가격 상승에 따른 이득이자산 소유층에게 크게 편중되었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경우 지속되고 있는 가계 적자로 자산을 보유할 여력이 크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계층별 순자산(=부동산 자산+금융 자산-부채) 보유의 변화를 한국노동패널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위 계층의 자산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월세, 이자, 배당금 등이 포함된 재산소득의 증가가고소득층에 집중되어 나타났는데, 1분위의 재산소득은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전인 2007년까지 매년 5.8%씩 감소한 반면 5분위의 재산소득은 매년 3.3%씩 늘어났다.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자산 보유의 편중은 처분 시 발생하는 평가손익을 통해서도 가계의 부에 영향을 미쳐왔다. 주택가격 상승과 더불어 주가지수 또한 2008년에 2000년 대비 122.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의 국부통계조사 기준 우리나라의 총국부는 약 4,685조원으로 연간 총소득의 10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자산 소유 및 처분의 집중화는 소득 불평등과 함께 부의 편중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소득 불평등 개선은 일시적 현상

최근 소득 불평등이 개선된 이유를 살펴보면 대부분 일시적인 것들이다. 먼저 고용 시장이 회복되고 실업률이 안정되면서 이전지출의 소득에 대한 기여도는 과거 평균 수준으로 회귀할 전망이다. 또한 경기가 안정화되면서 비상시 마련되었던 임시 근로 대책이나 한시적 생계 구호 등도 이미 정상화되고 있다.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고소득층의 타격은 향후 전망이 불분명하지만 주식 등 다른 자산으로 포트폴리오 구성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글로벌금융위기와 같은 충격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면 逆자산효과의 영향은 감소할 것이다.

반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킨 배경이 되는 요인들은 상존하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생산성이 높은 수출 부문이 성장의 동력이 되어 왔지만 소득분배 관점에서는 격차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투자 부진과 저임금 일자리의 해외 이전으로 국내에 고부가 일자리가 긴요하나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상 격차 확대 추세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으며, 자영업을 비롯한 서비스업 부문의 경우 일자리창출과 대형화, 고도화라는 숙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저소득층에게 지속적으로 적자가 누적됨으로써 자산 취득의 기회가 적은 것도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요인은 아니다. 따라서 소득 불평등을 장기적으로 악화시킨 구조적 요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의 불평등도 개선은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경쟁력 있는 부문의 강화를 통한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동시에 소외 계층을 배려하고 이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정책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윤상하 선임연구원 www.lger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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