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서 구전되어오는 7,044건의 생물자원 활용 지혜를 새로이 밝혀내

인천--(뉴스와이어)--국립생물자원관(김종천 관장)은 ‘자생생물의 전통지식 조사·연구’사업(‘10.4∼’11.3, 전주대학교 김현 교수)을 통하여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가 계승된 전통지식을 새롭게 밝혀냈다.

※ ‘전통지식(traditional knowledge)' 이란 전통에 기반을 둔 지적 활동의 산물로서 파생되는 산업, 예술 또는 문학적인 결과물을 총칭하며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 행해지고 있는 민간치료요법, 인도벽화의 문양, 아프리카 토인의 음악 등이 모두 전통지식으로 분류됨.

본 사업은 민간에 구전(口傳)되어오는 활용 정보, 즉 전통지식을 발굴하여 채록하기 위한 사업으로 전통문화와 자연생태가 잘 보존된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 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 중에 있다.

민간전승의 구전 전통지식을 과학적으로 발굴하여 자료집을 발간하고 DB화하는 것은 전통지식을 보호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정부차원의 노력으로서, 자생생물의 구전 전통지식은 신약 개발, 생물산업 신소재 발굴, 미래식량자원 발굴 등의 토대가 되므로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특히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지식은 고령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함께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어 국가 차원에서 전국 규모의 생물자원의 전통지식을 채록하고 문헌화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 1992년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은 전통지식 및 생물유전자원 보유국의 주권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며, 2002년에는 ABS에 대한 ‘본 가이드라인’을 채택함으로서 ABS의 이행에 대한 국제적·실질적인 지침을 제공하였으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발적 지침에 불과하여 이익공유의 실현이 의문시된다는 개도국의 우려가 강하게 제기됨에 따라 2002년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WSSD)에서 ABS에 대한 국제적인 규범 마련을 위한 협상 개시에 결의 (제8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06년, 브라질)에서 제10차 당사국총회('10년, 일본)까지 ABS 국제협상을 종결지을 것을 결의)

금번 조사에서 밝혀진 석이, 능이, 가죽나무, 왕사마귀, 굼벵이 등 7,044건의 전통지식 가운데 특별한 의미를 갖는 몇 가지 사례는 다음과 같다.

‘석이’는 석이과의 지의류로써 조선 현종 때 석이를 왕실잡채에 많이 사용하였고, 석이로 만든 떡인 석이단자는 국가적인 대연회의 상차림으로 나왔으며 왕비의 태교음식이었다고 한다.

‘석이’는 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제거하고 채로 썰어서 김장 김치 담을 때 넣으면 오래 보관해도 군내가 나지 않고 덜 무르며 사각거리는 맛을 유지하는 등 천연방부제로 이용되었으며, 또한 부패하기 쉬운 여름철 음식에 넣어 식중독을 예방하는 데에도 활용되었다.

‘능이(능이버섯)’은 굴뚝버섯과의 식용버섯으로 참나무 뿌리에서 균생하며 참나무가 우거진 600-700미터의 이상 높은 산의 8부 능선이상에서 발견되어 ‘능이’라고 하며 건조시키면 강한 향기가 있어 ‘향버섯’ 또는 ‘향이’라고도 한다.

‘능이’는 살짝 데쳐서 먹으며, 고기 먹고 체했을 때 달여서 먹는 등의 천연소화제로 이용됨을 확인하였다.

‘가죽나무’는 우리나라 전국 각처에서 자라는 소태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동의보감에 의하면 뿌리껍질을 ‘저근백피(樗根白皮)’, ‘춘피(椿皮)’라 하여 한방에서 이용되는 식물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가죽나무’는 잎을 삶아 말렸다가 볶아서 먹고(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찹쌀 풀을 끓여서 잎에 바른 후 말린 다음 자반 또는 기름에 튀겨서 부각(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함양군 및 하동군), 전(전남 구례군), 쪄서 쌈(경남 함양군), 생으로 쌈(경남 하동군), 장아찌(경남 하동군) 등 잎을 7가지 조리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는 ‘가죽나무’가 전통음식, 무공해 식품 및 웰빙 건강식품으로의 식품화 개발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 산업계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유용한 전통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무’는 십자화과의 1년초 또는 2년초로써 동양의학에서는 협복(莢箙)이라고 부르며 과식했을 때의 소화제로 사용된다.

‘무’는 장아찌, 밥, 떡, 국, 김치, 물김치, 죽, 나물, 부침개, 차 등 식용뿐만 아니라 산후조리, 감기, 기침 기관지, 어혈제거, 화상, 농약해독 등의 약용으로도 활용되었다.

차로 이용되는 ‘무 뻥튀기‘는 예전에는 무를 썰어 말려 솥에서 볶아 집안의 상비약(소화제)으로 보관하였다가 소화가 잘 안될 때 차로 끓여서 이용하였으나 근래에는 뻥뛰기 기계를 이용한 것으로 보아 전통지식도 시대에 맞추어 그 이용방법도 변화됨을 확인하였다.

장기보관이 어려운 ‘도토리묵’은 잘게 썰어 완전히 말려 묵말랭이로 보관하였다가 원하는 때에 다시 불려서 무쳐먹었으며, 이를 통해 우리 조상의 지혜로운 식품보관 지식을 엿볼 수 있다.

‘땅강아지’는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며, 땅속에 굴을 파고 돌아다니며 사는 대표적인 토양 곤충으로, 주로 배탈, 설사 등 장에 탈이 났을 때 복용하거나 배앓이를 자주하는 사람이 장을 튼튼히 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번 조사결과, ‘땅강아지’는 장 기능과 관련된 질환에 다양하게 사용함을 확인하였고, 말려 가루를 내어 복용할 경우 변비치료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새롭게 밝혀졌다.

‘사마귀 알집’은 사마귀가 알을 거품에 쌓아 낳은 것이 굳은 것으로 민간에서는 인두의 점막이 붓고 헐어 목이 쉬는 인두염에 사용한 예가 있다.

‘사마귀 알집’은 주로 왕사마귀가 만든 알집을 사용하며, 말려 가루를 내어 목 관련 질병에 사용한 예가 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알집을 모아 다린 물을 마셔 변비를 치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굼벵이(꽃무지류 애벌레)’는 초가지붕이나 볏짚, 두엄에 주로 자라며 식물의 부식을 돕는 굼벵이는 영양이 부족하던 시절 단백질 보충용으로 식용하기도 했고, 한방에서는 간을 튼튼히 하기 위한 약재로 썼다.

이미 알려진 용도 외에 굼벵이를 호박과 함께 삶은 뒤 으깨어 환부에 직접 바르거나 그것을 말려 환으로 만들어 염증이나 다친 곳을 아물게 할 때 사용하였다.

※ ‘굼벵이’는 굵고 통통한 딱정벌레류 애벌레를 굼벵이라 총칭하는 경우도 많으나 주로 꽃무지류 애벌레를 일컫음

금번 조사사업의 결과들은 각각 생물자원 전통지식 자료집, DB, 전통지식 도감 등으로 완성되어 우리나라 전통지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면서 전통지식에 대한 주권을 확립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국내 관련 산업·학문의 추가적인 연구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생물자원관 박 정미 박사는 지리산국립공원 지역을 중심으로 실시한 자생생물 전통지식 조사를 앞으로는 전국으로 확대하여, 그간 밝혀지지 않은 우리나라 자생생물에 대한 전통지식을 신속히 찾아내어 체계적으로 문헌화함으로써 다가올 생물자원 전쟁의 시대를 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 개요
국가생물다양성 관리·보전 연구, 생물산업 지원연구, 국가생물자원 정보 관리 및 정책지원 연구, 생물 표본 전시, 전문 해설사 및 음성 안내기를 통한 설명, 세미나 및 특강을 주요활동으로 하는 환경부 소속 국가기관이다. 다양한 전시와 교육 그리고 소통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웹사이트: http://www.nibr.go.kr

연락처

국립생물자원관 고등식물연구과
이동욱 과장
032-590-7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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