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장, “가사노동과 여가가 투영된 사회발전 지표 필요하다”
2009년 통계청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여성은 하루 24시간 중 가족을 보살피고 가정을 관리하는데 3시간 35분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와 같이 가족의 웰빙에 영향을 미치는 가사노동의 가치는 국내총생산(GDP)에 계상되지 않는다. 가사노동도 서비스라는 가치를 창출하는 주요 생산활동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시장을 통해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제외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사노동의 배제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경제성장률 지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컨대, 전업주부가 취업을 하며 그동안 자신이 전담하던 가사활동을 가사도우미에게 유료로 맡기게 되면, 이전에는 제외되던 그러한 가사노동의 가치가 GDP에 포함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표상 GDP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이 실상보다 높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한편, 국제사회에서는 최근 행복 또는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개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아마르티아 센은 GDP와 같은 물질지표에서 벗어나 포괄적 복지상태를 보여주는 사회발전 지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프랑스와 캐나다 정부가 이에 선도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14일자 인터넷판에 따르면, 영국 집권 보수당의 캐머런 총리도 행복지수 개발을 영국 통계청에 주문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논의의 핵심은 소득 등 계량적 지표만으로는 개인의 삶의 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기존의 전통적 방법은 소득이 높을수록 삶의 질도 높다는 가정에 근거한 것으로, 개인의 선호체계를 고려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소득이 많으면 근로시간이 길고 여가는 부족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여가 선호도가 높으면 삶의 질 또는 행복도는 오히려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주목받는 생활시간조사
그러므로 무임금 가사노동, 여가 등의 가치가 반영된 사회발전 또는 삶의 질 측정지표가 개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민이 가사노동, 여가활동 등에 투입하는 시간이 유형별로 세밀하게 파악되는 생활시간조사 통계가 필요하다. 생활시간조사가 다른 조사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가구와 가구원의 시간활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에 대하여도 조사된다. 그래서 가사노동, 여가 등 인간행동들의 빈도와 지속기간, 그리고 그 요인에 대하여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생활시간조사가 국제 통계사회에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계청, 생활시간 연구 국제회의 공동 개최
통계청은 이러한 생활시간조사의 발전과 활용에 관한 국제회의를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김정배) 및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원장 백진현)과 공동으로 11. 19.(금)~20.(토) 양일간 서울 워커힐호텔(4층 아트룸)에서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는 ‘생활시간 연구의 현황 및 전망’을 주제로 국제 시간활용 연구학회 회장인 Michael Bittman 뉴잉글랜드대 교수 등 국내외 통계청 및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생활시간조사 조사방법의 발전방안, 조사결과의 분석 또는 활용사례 등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할 예정이다.
이인실 통계청장은 개회사를 통해, 위와 같이 전통적 경제지표인 GDP의 한계와 삶의 질을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사회발전 지표의 개발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이를 위한 필수적 기본통계로서 생활시간통계의 중요성에 대하여 역설하였다. 아울러 이번 국제회의에 의해 생활시간조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조사방법의 발전, 조사결과의 활용도 제고, 조사 및 활용방법에 대한 국제적 공조 및 공유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하였다.
한편, 통계청에서는 1999년에 5년 주기의 생활시간조사를 처음 도입하였으며, 2004년 2차 조사를 거처, 2009년 중 3차 조사한 결과를 금년 3월에 공표한 바 있다. 조사결과는 3. 31일자 보도자료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www.kosis.kr)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 개요
통계의 기준설정과 인구조사, 각종 통계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기획재정부 산하의 외청이다. 정부대전청사 3동에 본부가 있다. 1948년 정부수립 때 공보처 통계국으로 출범해 1961년 경제기획원으로 소속이 바뀌었다가 1990년 통계청으로 발족했다. 통계의 종합조정 및 통계작성의 기준을 설정하며, 통계의 중복 방지 및 신뢰성 제고, 통계작성의 일관성 유지 및 통계간 비교를 위한 통계표준 분류의 제정 개정 업무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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