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법 관련 성명
“1항. 로스쿨협의회가 제시한 로스쿨 학사관리 강화 방안이 시행되는 것을 전제로, 로스쿨 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들이 큰 어려움 없이 합격할 수 있는 자격시험으로 시행한다. 2항. 2012년 제1회 시험의 합격자는 정원대비 75%이상으로 한다. 3항. 2013년 이후는 차후 논의한다.”
위원회의 이러한 결정은 로스쿨시대의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어야 한다는 취지를 저버리고, 위원회 스스로 자격시험임을 인정하면서도 현행 사법시험과 같은 성적순 몇 등까지만 합격시키는 정원제 선발시험을 실시하겠다는 모순된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75% ‘이상’이라고 하였으나 실제 75%, 즉 2,000명중 1,500명만 합격시킨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는 2004년 이후 2009년까지 법학전문대학원 관련 법률과 변호사시험법을 제정할 때 정책자료와 국회 상임위에서 공언했던 정부의 입장도 뒤집어진 것이다.
2012년 시험을 치를 로스쿨 1기생은 내년 한 해동안 사법시험 준비하듯이 변호사시험 공부에만 매몰될 것이다. 자신이 1,500등 안에 들지, 1,501등이 될지 모르는만큼 0.1점이라도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로스쿨의 커리큘럼 교과과정에 집중하기 보다는 시험위주 공부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즉 법무부와 위원회의 결정으로 말미암아, 다수의 로스쿨은 고시학원, 다수의 로스쿨생은 고시생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로스쿨 3년차에는 1,2년차에 배운 기본적 법률지식에 더해 더 다양한 심화과정, 실무교육과 전문법률분야 교육에 더 관심을 갖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법률가로서의 능력을 배양할 시기이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를 시험공부에만 빠져있다가 변호사가 된들, 법무부와 변협등이 주장하듯이 과연 경쟁력있는 양질의 법률가를 배출할 수 있겠는가?
몇몇 시험과목에서 다른 이들보다 0.1점 점수 더 많이 받는다고해서 경쟁력있는 양질의 법률가라고 볼 수 있는가? 위원회와 법무부의 결정은 국민에게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개방될 법률시장에서 외국 법률가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있고 잠재력있는 법률가 배출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위원회 결정은 그 1항에서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그 2항에서 2012년 제1회 시험의 합격자는 ‘정원대비 75%’ 이상, 즉 로스쿨 정원이 2,000명으로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1,500명을 합격정원으로 한다고 하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결정안에서 ‘자격시험’으로 실시하되 ‘2012년에는 정원제 시험’이라고 하는 모순된 결정아닌가?
왜 2012년 제1회 시험의 합격자만 1,500명 이상인가? 왜 그 합격자수를 ‘정원대비’로 결정하는 것인가? 왜 그 합격자수는 정원대비 ‘75% 이상’이 되어야 하는가? 만일 시험준비가 미흡한 학생들이 응시를 포기하여 응시자수가 1,499명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작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학생들 중에 변호사의 기본자격을 갖추기 어렵다고 볼 이들도 1,500명을 채우기 위해 합격처리시켜 줄 것인가? 위의 위원회 결정 어디에도 이들 질문에 대한 답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는 기존 사법시험같은 정원제 선발구도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빠져버린 딜레마이다.
또 위원회는 3항에서 2013년 이후는 차후 논의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한 나라의 법률가자격을 부여하는 시험은 사법이라는 국가의 중요기능을 담당하는 구성원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사전에 명확하게 확정되어 있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2년 후의 상황을 지금 정할 수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제1항, 즉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라고 한 대전제에 따라 2012년은 아니지만 2013년부터는 자격시험으로 시행한다고 결정하면 무슨 문제라도 발생한다는 것인가? 2년 후에 다시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갈 구상을 지금은 숨기고, 잠깐 숨고르기를 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처럼 모순되고 의문 투성이인 결정이 내려진 것은,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 50%’를 주장하는 대한변협과 ‘응시자 대비 80-90% 이상’ 혹은 ‘응시자 대비 80% 이상’을 주장하는 로스쿨생 혹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 입장을 무리하게 절충한 결과라고 파악한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민주사회에서 ‘절충’은 민주적인 방식의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원리적으로 상충되는 요소들을 하나의 결정 속에 담는 것은 결코 ‘절충’이 아니며 단지 ‘담합’일 뿐이다.
자격시험이라는 원칙과 정원제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2012년의 기준이 2013년에는 적용될 수 없다면 그것은 이미 기준이 아니다. 그렇다면 위의 위원회 결정은 ‘담합’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닌 것이다.
따라서 위원회 결정을 대한민국의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법으로서 인정할 수 없으며,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라는 대원칙에 따라 수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단언한다. 위의 위원회 결정은, 1항만을 남겨두면 된다. 그리고 실제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교육과정과 연계하는 시험이라는 변호사시험법에 천명된 원칙을 따르고 로스쿨 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경우에는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의 시험으로 시행하면 된다.
로스쿨제도의 기본설계도를 제시하고 있는 사법개혁위원회의 “사법개혁을 위한 건의문”에 명기되어 있듯이, 변호사시험은 “법률가로서의 기본소양 및 자질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경우 비교적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는” “자격시험”이어야 한다. 따라서 시험 실시 이전에 선발예정인원을 미리 정하는 사법시험과는 달리, 변호사시험은 시험 실시 결과 일정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는 수험자들은 모두 합격시키는 시험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가 다시 논의해야 하고 위원회로부터 어제의 결정을 전달받은 법무부장관도 재논의를 부쳐야 할 것이다. 아울러 로스쿨을 고시학원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과 변호사시험은 정원제가 아닌 자격시험이라는 점을 전제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과 변호사시험법을 통과시킨 국회가 정부의 잘못을 시정토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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