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역전 하반기 이후 본격화될 전망
한미 양국 간 금리는 올해 상반기 중에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적어도 올해 중에는 계속 정책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정책금리 인상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해외 주요 금융기관들은 대체적으로 미국의 연방기금금리가 2분기에는 3.25%, 올해 안에는 4%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30년간의 평균인 6.5%와 비교할 때 여전히 낮은 연방기금금리 수준과 유가상승 등으로 점차 높아지고 있는 미국의 물가상승압력을 감안하면 향후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정책금리가 인상되기 보다는 현 수준에서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경제는 구매력 증가, 가계부채 조정 진전으로 하반기 이후 내수가 다소 살아나겠지만 원화 강세, 세계 경기둔화로 수출증가율이 낮아질 전망이다. 한편, 물가는 원화절상 등의 영향으로 한국은행의 관리목표 범위 내인 3%대 초반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우리나라는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 급등 등 늘어난 시중 유동성으로 인한 작용이 가시화될 경우 연말경에 가서야 소폭의 금리 인상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를 종합하면, 국내외 금리는 미국이 6월 말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소폭 인상하는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역전될 전망이다.
투자자금의 해외 이탈은 공통적인 현상
우리보다 앞서 국내외 금리 역전 현상을 경험했던 국가들을 살펴본 결과, 공통적으로 내국인들의 해외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1994년에 국내외 금리가 역전된 이후 내국인들의 해외 채권 및 주식 매입이 크게 늘어났다. 독일금리가 미국금리보다 높았던 1990년부터 1993년까지 독일인들의 해외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액은 연평균 253억 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미국금리가 독일금리보다 높아진 1994년부터 2001년까지의 기간 동안 투자 규모는 연평균 1,024억 달러로서 무려 4배로 늘어났다. 이후 독일금리와 미국금리의 격차가 줄어들자 투자액은 2002년 604억 달러, 2003년 376억 달러로 다시 줄어들었다. 또한 국내외 금리의 역전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투자에도 영향을 미쳐 자본수지흑자 규모를 줄이거나 적자 규모를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금리가 해외금리보다 낮아질 경우 국내자본의 해외 금융시장 유출은 늘어난 반면 해외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유입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후반에 이미 국내금리가 미국금리보다 낮아졌던 일본에서는 이후 금리 격차가 확대될수록 포트폴리오투자수지의 적자규모가 커지고 금리 격차가 축소될수록 포트폴리오 투자수지의 적자규모가 줄어들거나 심지어는 흑자로 전환되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국내외 금리의 역전으로 인한 투자자금의 대규모 유출 이후 주가, 통화가치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대만은 2000년 이후 국내금리가 미국금리보다 낮아지면서 내국인의 해외 금융자산 투자액이 크게 늘고 포트폴리오투자수지 역시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되었다. 대만달러를 팔아 미 달러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환율은 상승했고 투자자금이 줄면서 주가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 결과 국내외 금리 역전 이전 5년에 비해 이후 5년간 대만달러화는 11% 평가 절하되었고 주가는 17% 하락했다.
완만한 자금유출은 경제 불균형 해소에 도움
우리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국내외 금리 역전으로 인해 국내 투자자금이 다소 해외로 유출되더라도 이를 반드시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적정한 수준의 해외투자 증가는 도리어 우리 경제의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높아지는 원화 절상 압력은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불안 요인 중 하나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우리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에 커다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달러화 약세, 중국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 대외적인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현재 원화는 구조적으로 지속적인 절상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02년 이후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양 쪽에서 모두 거액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가 넘쳐 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흑자를 통해 외환시장에 공급된 미 달러화는 무려 360억 달러에 달한다. 한편 이들 해외부문으로부터 공급되는 통화량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로 발행된 통화안정증권이 이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늘어났다. 2003년 말 105조 5천억 원이던 통화안정증권 잔액은 2004년 말에는 142조 8천억 원으로 늘어 불과 1년 사이에 35%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이미 발행된 통화안정증권에 대한 이자지급액만도 5조 6천억 원에 달하여 이자 지급을 위해 또 다시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외 금리 역전 현상으로 인해 해외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경우 자연스럽게 과도한 원화 절상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고 통화량 조절 상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 또한, 지난해 두 차례의 금리 인하로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돌다가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같은 자산 가격 버블을 일으킬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해외채권 및 주식의 보유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이 커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투자자금이 비교적 완만한 속도로 유출됨으로써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하는‘낙관적 시나리오’의 발생 확률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이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원화가 당초 전망처럼 강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국내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급락하지 않고 해외투자는 완만하게 늘어나는 시나리오이다. 원화 강세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해외투자시의 수익률은 환차 손 만큼 줄어들게 되고 이러한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헷지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국내외 금리가 다소 역전되더라도 투자자금이 대거 해외로 이탈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채권시장 내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 미만으로 매우 낮아 국내외 금리 차이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자금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비관적 시나리오의 가능성 배제 못해
이와 비교하여 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됨으로써 주가, 통화가치, 부동산가격 등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비관적 시나리오’의 발생 확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그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먼저 시중자금의 단기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자금이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투자처로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다소 주춤하던 단기자금 규모는 올해 초 400조원을 돌파하더니 1분기에는 411조원까지 늘어났다. 시중자금 중 단기자금의 비중도 급격히 높아져 사상 최고 수준인49.6%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국내 투자수익률은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연초 급등했던 시중금리는 다시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고 주가지수1,000포인트 시대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던 주식시장은 3월 이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시중부동자금이 기웃거리고 있지만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으로 위축되어 있다. 이에 따라 고수익 자금운용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수익에 대한 기대로 일부 계층의 해외투자가 늘어나고 여기에 나머지 계층의 herd behavior(떼거리 행동)마저 결합될 경우 단기간에 해외투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국내외 금리 역전 현상이 국내금리 인하보다 주로 미국금리 인상에 의해 초래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은 국내외 금리의 역전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글로벌 유동성의 축소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해외투자 규모도 축소될 수밖에 없어 해외 투자자금의 국내 금융시장 이탈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1970년대 말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해외 투자자금의 이탈이 1980년대 초 멕시코, 아르헨티나 외환위기 발생의 주된 원인이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금리인상과 개도국의 금융위기 발생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만약 유가 급등 등으로 인해 미국의 물가상승압력이 급격히 높아지고 이에 대응하여 미국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림으로써 미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될 경우 비관적 시나리오의 발생 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위안화의 실제 절상 폭이 당초 예상에 못 미쳐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로 강세를 나타내 온 원화가 약세로 전환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내외 금리차가 더욱 확대되는 가운데 원화마저 약세로 전환된다면 해외투자의 기대수익률이 더욱 높아지면서 투자자금이 급격히 해외로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비관적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우리경제에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식 및 부동산과 같은 자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구매력이 저하되어 내수회복 시기는 더욱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금의 급격한 이탈로 시중금리가 급등할 경우에는 저금리에 의존하여 느리게나마 부채를 조정해가고 있는 가계와 중소기업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해외투자 확대의 속도 조절 필요
따라서 해외투자 확대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 속도와 크기를 조절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급격한 자본 유출이 경제에 충격을 줄여지는 없는지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해외 금융상품에 대한 간접투자의 규모와 범위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들 상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들의 리스크관리 실태에 대한 감독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들이 고수익 확보를 위한 공격적 투자와 금융상품 판매경쟁에 치중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를 부담하여 자칫 금융부실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들에 대해서는 음성적인 환치기 등을 통한 편법적 해외투자는 엄격하게 규제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해외투자의 건전화를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국내의 장기 고수익 투자를 활성화시켜 자금의 해외유출 속도가 시장 기능에 의해 스스로 조절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막대한 단기자금이 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입되도록 장기저축 및 장기간접투자 상품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자금을 장기로 운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장기채권 시장 미비 등으로 인해 해외투자의 유인이 큰 국내 연기금, 보험사 등에게 고수익 장기자금 운용처를 확대해 주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가령, 모기지론을 더욱 활성화시킴으로써 연기금, 보험사 등이 매입할 수 있는 장기 MBS(Mortgage Backed Securites) 채권의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경제연구그룹 선임연구원.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연락처
조영무 선임연구원 3777-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