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울산건설플랜트노동조합 파업’ 관련 방송보도 모니터보고서
모니터 대상 :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시뉴스
모니터 기간 : 2005년 3월 18일~5월 17일
모니터 주체 :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들어가며
울산건설플랜트노동조합(이하 플랜트노조)의 파업이 60일을 넘어섰다. 플랜트노조는 하루 8시간 노동, 유급휴일 보장, 최소한의 안전장비 지급, 중식 제공 및 식사장소 탈의·세면시설 제공 등 가장 기본적인 노동조건 확보를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해왔다.
플랜트노조는 배관·용접·제관·비계·기계·계전·보온 등의 직종을 가지고 주로 정유공장과 석유화학공장·발전소·제철소·조선소 등 국가기간산업설비의 건설·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건설일용노동자’로 구성된 비정규직 노조다.
식사할 장소가 없어 작업현장에서 비를 맞으며 끼니를 때우고, 탈의실이 없어 노상에서 옷을 갈아입고, 세면시설조차 없어 얼굴에 검정을 닦지 못한 채 퇴근한다는 플랜트 노동자들의 현실은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이들의 요구는 사업주들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야 마땅하다. 또한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사회적 약자인 이들의 사정을 제대로 보도해야 했다.
하지만 언론은 지난 3월 18일부터 시작된 이들의 파업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다 ‘폭력시위’가 발생하자 노동자들의 과격성과 폭력성을 부각하고 나섰다. 방송3사 역시 폭력적인 시위장면 중계에만 촉각을 곤두세웠다.
플랜트 노동자들은 지난 해 6월부터 줄곧 대화와 교섭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원하청 사업자들은 이들을 교섭대상으로조차 인정하지 않고 한 차례도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에 대한 ‘블랙리스트’까지 작성해 고용마저 가로 막아왔다. 더구나 울산시청과 노동부 등 관계기관들도 적극적인 중재노력을 하지 않고 사업주 편만 들어왔으며, 파업 초기부터 경찰병력을 배치하고 소환장을 발부하는 등 파업무력화에 골몰해온 경찰은 무려 825명의 노동자를 한번에 폭력적으로 연행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원인은 간과한 채 ‘폭력시위’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송의 보도행태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일조할 뿐이다. 플랜트노조 파업과 관련한 방송보도가 ‘공론장 형성’이라는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 방송3사 무관심 심각, MBC 특히 지나쳐 / SBS 보도량 가장 많아
- ‘시위’와 ‘농성’이 있을 때만 보도
플랜트노조와 관련된 방송보도는 보도량 자체가 적었을 뿐 아니라 보도소재 역시 ‘과격시위’와 농성에 치우쳤다.
플랜트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3월 18일부터 5월 17일까지 이를 다룬 보도는 단신 5건을 포함해 총 13건으로 SBS 6건(단신 3건), KBS 4건(단신 2건), MBC 3건(단신 1건)에 그쳤다. 그나마 SBS가 6건을 보도해 방송3사 중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고, 공영방송인 MBC와 KBS의 보도량은 그 절반에 그쳐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MBC는 플랜트 노동자들이 쇠파이프로 경찰의 진압에 대항하는 등 격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5월 6일에야 처음으로 이를 보도해 무관심의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기적으로 방송3사의 보도는 파업과 과격시위 이후에 몰려있다. 플랜트노조는 파업 이전부터 단체교섭을 요구해 왔으나 이는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파업 초기 보도도 찾을 수 없었다. 첫 보도는 경찰과 플랜트노조가 물리적으로 충돌한 4월 1일 SBS에서 나왔고, 이 마저도 23초의 단신에 그쳤다. 이후에도 방송3사는 모두 ‘시위’와 ‘농성’이 있을 때만 관련 보도를 했다. 보도내용도 시위 관련 내용에 머물렀다. 물리적 충돌과 무관하게 등장한 보도는 플랜트 노동자 일부가 SK 울산공장의 정유탑을 점거했다는 소식을 전한 단신 3건(SBS 2건, KBS 1건)에 그쳤다.
결국 ‘폭력시위’라도 해야 그나마 플랜트 노동자들의 파업사실이 방송에 보도라도 되는 상황이 계속되어 온 것이다.
참조 1. 울산건설플랜트노동조합 파업 관련 방송보도 표
·방송사 : SBS
- 보도제목 : <울산 건설 플랜트 노조원들 경찰과 충돌>(단신, 4/1), <울산 시청 기습 진입>(4/8), <고공 단식 농성>(단신, 4/30), <정유탑 점거 농성>(5/1), <사흘째 고공시위>(단신, 5/2), <화염병 격렬 시위>(5/6)
·방송사 : KBS
- 보도제목 : <플랜트 노조원 울산시청 한때 점거>(단신, 4/8), ‘단신종합’(4/30), <시위…100여 명 부상>(5/6), <또 충돌…수십명 부상>(5/17)
·방송사 : MBC
- 보도제목 : <격렬 시위>(5/6), <폭력시위 엄단>(단신, 5/7), <격렬 시위>(5/17)
2. 노동자 ‘과격성’만 부각한 시위현장 중계보도
방송보도는 그동안에도 노동자, 농민, 철거민 등의 시위와 관련해 ‘과격’, ‘폭력’만 부각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플랜트노조의 파업에서도 방송3사는 격렬한 시위 현장 전달에만 치중해 노동자들이 ‘왜 과격시위까지 나서게 되었나’라는 본질을 외면했다.
참조 2. 노동자들의 ‘과격성’을 부각한 방송보도 내용
○ SBS
“울산지역 건설 근로자들이 울산시청으로 난입해 2시간 동안 농성을 벌였다”, “건설플랜트 노조원들이 갑자기 담을 넘기 시작…일부 조합원들이 의사당 내 민원실로 몰려가면서 현금지급기 등 일부 기물이 파손되고 2시간 가량 업무가 완전 중단…일부 노조원들이 시의회로 들어가 경찰과 대치”, “도심 로터리를 점거하기도 했으며 비조합원 폭행과 차량파손 등 갈수록 과격양상을 띄고 있다”(4/8)
“정유탑을 점거한채 고공농성…정유탑은 1급 국가보안 시설…경찰이 농성해제를 유도했지만 이들은 거부”, “서울 SK본사 앞에서는 건설플랜트 노조원 백여명이 건물 내 진입을 시도하면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5/1)
“건설플랜트 노조원들이 오늘 화염병까지 던지며 격렬한 시위”, “정유공장앞에 쇠파이프와 각목이 난무…흥분한 일부 시위대들이 화염병을 투척하는 위험천만한 상황까지 빚어져…경찰이 저지에 격렬히 저항하면서 이 일대가 아수라장이 돼…이들은 가투시위에 나서 경찰과 시가전이 벌어져…시위대가 지나간 노점 시장은 쑥대밭이 됐고 경찰 차량도 부서져…노사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불법시위를 벌인 것”, “시내 도로가 2시간여 동안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5/6)
○ KBS
“일부 조합원이 울산시청 민원봉사실을 점거해 2시간 동안 업무가 마비됐다”(4/8)
“경찰과의 충돌에 화염병까지 등장”, “노조원들이 철골울타리를 부수고 석유화학 공장 안으로 진입을 시도…막아서는 경찰에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극렬한 충돌이 빚어지면서 부상자가 속출…위험천만하게도 화학공단 안에 화염병까지 등장…충돌은 시내 한복판까지 이어져 곳곳이 아수라장…길가에 주차돼 있던 경찰기동대 버스도 쇠파이프 공격에 파손”, “당사자들끼리 해결하기에는 시위가 너무 격렬해지고 거칠어졌다”(5/6)
“플랜트노조가 경찰과 또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노조원들이 직접 만든 공격장비까지 등장했다”, “공장 진입이 시도되면서 경찰과 격렬한 충돌…노조원들이 리어카에 쇠파이프를 연결해 만든 공격용 장비를 앞세우고 쇠파이프를 휘두르자 경찰저지선이 힘없이 무너져…경찰은 살수차를 동원해 물대포를 쏘며 공장 진입을 막느라 안간힘…기동대 36개 중대가 동원됐지만 역부족…전장을 방불케 하는 충돌”, “또 한 번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혀 더 큰 충돌의 우려를 낳고 있다”(5/17)
○ MBC
“건설플랜트노조가 오늘은 위험하게도 화염병 시위까지 격렬하게 벌였다”, “ 위험물이 가득한 울산 석유화학공단에서 경찰과 건설플랜트 노조가 밀고 밀리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시위노조원들은 SK울산공장에 진입하기 위해 화염병을 던지고 공장철망도 뜯어내…격렬한 시위가 3시간여 동안 계속되면서 노조원과 경찰 100여 명이 다쳐”, “파업이 50여 일째 이어지면서 노사 모두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고 시민들도 불편과 위험에 노출”(5/6)
“플랜트노조시위와 관련해서 폭력을 행사한 적극 가담자와 주동자를 가려내 사법처리하기로”(5/7)
“돌덩이와 물대포 또 쇠파이프가 동원돼 70명이 다쳤다”, “노조원들이 정유공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밀고 밀리는 공방전…SK울산공장 안으로 돌덩이가 날아들고 시설경호에 나선 경찰은 물대포로 저지…노조는 자체 제작한 지게차로 컨테이너박스를 들어내며 진입을 시도…노조원들이 휘두르는 쇠파이프에 경찰 30여 명이 중상…부산과 대구 등 영남권 노동자 4000여 명이 가세”, “27일 울산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갖고 또 한번의 대규모 시위를 예고”(5/17)
플랜트 노동자들의 과격성이 집중된 반면 경찰은 노동자들의 ‘격렬한 시위’를 방어하는 수준에서 수동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한 것처럼 묘사되었다. 특히 KBS는 “경찰저지선 힘없이 무너져”, “공장진입을 막느라 안간힘”, “기동대 35개 중대가 동원됐지만 역부족” 등 살수차와 고공물대포까지 동원해 강도높은 진압을 펼치고 확인되지 않은 약품까지 섞어 물대포를 쏘았던 경찰에 대해 대처가 부족했다는 듯이 보도하기까지 했다.
노동자들의 기초적인 노동조건 개선 요구는 무관심한 채 ‘과격시위’에만 초점을 맞춘 이들 방송사의 보도태도는 ‘채용비리’, ‘금품수수’, ‘기금운용비리’ 등 노동운동진영의 ‘비리’문제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내용을 상세하게 전달하고 ‘노동운동의 위기’를 진단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 균형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3. 비인간적 노동조건에 눈감은 방송 - 언론도 사태 악화 책임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플랜트 노동자들의 요구는 양적으로도 적게 다뤄졌을 뿐 아니라 보도 내용도 단편적이었다.
SBS는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에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고 보도했지만 구체적으로 플랜트 노동자들이 어떤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는지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비가와도 비를 피할 공간이 없고, 눈이 와도 아무리 추워도 추위를 피할 공간이 없다”는 플랜트노조 박해욱 위원장의 연설이 딱 한 번 인용되었을 뿐이다. MBC도 “화장실을 지어달라는 그런 단계의 요구안이 있다”는 박해욱 위원장의 인터뷰를 통해 노동자들의 요구를 단편적으로 전할뿐이었고, KBS는 노동자들의 비인간적인 처지는 아예 생략한 채 “근로기준법 준수 등 기본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데도 교섭 한 번 하지 못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보도하는데 그쳤다. 다만 타방송사들이 플랜트노조와 사측의 주장을 대비시켜 ‘중립’적으로 보도한 데 비해 SBS는 상대적으로 노동자들의 입장을 많이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조 3. 노동자들의 요구와 사측의 입장을 다룬 방송보도
○ SBS
“건설현장 일용직인 이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는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 “비가와도 비를 피할 공간이 없고, 눈이 와도 아무리 추워도 추위를 피할 공간이 없다”(플랜트노조 박해욱 위원장 연설 인용), “일용직이어서 고용관계가 명확치 않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는데다 당국의 중재 또한 미온적인 실정”(4/8)
“노조원들은 단기고용을 반복하는 건설노동자들의 특성을 악용해 사업주들이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4/30)
“노조 측은 사용자측과 단체협상이 체결될 때까지 농성중인 조합원들이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5/2)
“노사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불법시위를 벌인 것”(5/6)
○ KBS
“울산시의 협상 중재를 촉구하며 울산시청 앞에서 시위”(4/8)
“사측이 공사기간만 일하는 건설근로자들의 특성을 악용해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4/30)
“조합원들은 건설플랜트업체의 불법 다단계하도급 금지와 근로기준법 준수 등을 요구하며 발주업체와의 교섭을 요구”, “발주업체들은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은 할 수 있지만 사태 해결은 계약 당사자인 전문 업체와 노조, 양자의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본적으로 발주사는 건설플랜트노조와 전혀 고용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임단협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다”(울산지역공장협의회 지해석 회장 인터뷰)(5/6)
“단체협약 등을 요구하며 두 달째 파업, 근로기준법 준수 등 기본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데도 교섭 한 번 하지 못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5/17)
○ MBC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50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건설플랜트노조”, “노조측은 사측과의 단체교섭과 근로조건 개선, 다단계 재하청 금지 등을 요구”, “화장실을 지어달라는 그런 단계의 요구안이 있습니다. 그런 걸 요구하고 있는 이런 순박한 걸 확대 과장한다”(박해욱 위원장 인터뷰), “사측은 개별교섭에는 응할 수 있지만 여러 회사들이 단체로 교섭에 나설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 “정제탑 노선을 점거농성을 즉각 중단하고 향후 이러한 불법적이고도 위험천만한 행위의 재발방지를 시민 앞에 약속해 주시기를 바란다”(지해석 회장 인터뷰)(5/6)
“석유화학공단의 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일용직 근로자로 구성된 건설플랜트 노조는 근로조건 개선과 다단계 하청금지 등을 요구”(5/17)
방송은 과격한 시위 현장을 ‘중계’하듯 상세히 전하면서, 정작 비인간적 처우를 받고 있는 플랜트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한번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플랜트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그 상황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누구나 ‘분노’할 정도여서, 만약 방송들이 파업 초기에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 심층보도를 했다면 대다수 시청자들은 이들의 처지를 이해했을 것이고, 사업주들 역시 무작정 교섭을 외면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방송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방기했을 때 어떠한 사회적 손실이 생기는지 이번 플랜트 노조의 파업과 시위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 SK 등 원청업체의 책임 외면
한편 방송은 이번 플랜트 노조 파업의 해결 주체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방송은 ‘고용관계에 있는 노동자와 개별교섭이 가능할 뿐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하청업체들의 입장을 보도하면서도 정작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밖에 SK 등 원청업체는 일용직 노동자들과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조건 개선 등에 대한 교섭을 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플랜트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SK는 하청업체들에게 단체교섭을 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식의 압력을 행사하는 등 파업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이 있다. 하지만 방송들은 노동자들이 SK공장 정유탑에서 농성을 벌이고, SK 공장 진입을 시도한다고 보도하면서 정작 노동자들이 ‘왜 SK공장을 문제삼는지’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대기업에 지나칠 정도로 관대한 방송들의 태도가 이번 플랜트노조의 파업에서도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나오며
- 사태 해결 위해서라도 방송 제 역할 해야
플랜트노조가 파업과 격렬한 시위를 벌이게 된 과정은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 후진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를 다루는 방송보도 역시 구시대적 노동쟁의 보도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모니터 기간 이후인 5월 18일 보도된 MBC의 <“가담자 사법처리”>도 그 전형을 보여준다. 경찰의 플랜트노조 농성장 압수수색 관련소식을 전한 이 보도는 “쇠파이프와 돌멩이 등으로 무장한 시위대를 방패와 곤봉만을 든 경찰이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며 부상당한 경찰의 인터뷰를 담고, 기자가 직접 시위용품을 손에 쥐고 흔들면서 “영화에서나 등장할 만한 이런 쇠채찍이나 갈고리 같은 불법시위용품 1000여 점이 경찰에 압수됐다”고 보도하는 등 철저하게 노동자들의 폭력성을 부각했다.
다만 같은 날 SBS는 <장기파업 왜?>라는 보도에서 “작업복을 갈아입을 공간도 없고 휴식을 취할 공간도 없다”는 박해욱 위원장의 인터뷰를 통해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전달하고, “근로조건 개선과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며 시작된 파업은 지금껏 제대로 된 협상 한 번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래픽까지 제시해 비교적 상세하게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일부 업체가 협상에 나선다 해도 전체 업체를 대표할 수 없어 협상 결과가 실효성을 가지기도 어렵다”며 하청업체들이 요구하는 개별 교섭이 가지는 문제를 처음으로 짚었다. 이 보도는 플랜트노조와 관련한 방송3사의 보도 가운데 가장 ‘심층’적인 보도로 평가되지만, SK 등 원청업체의 연관성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그 동안의 노동자와 경찰의 충돌 장면을 재편집해 보여주는 등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방송3사의 보도는 모두 SK공장 정유탑에서 농성을 벌이던 노동자들이 경찰에 연행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날 경찰의 농성 노동자 연행은 이른바 ‘과격시위’가 언론을 통해 크게 부각된 다음 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70미터 높이의 고공에서 보름 넘게 농성하며 체력이 저하된 노동자들을 헬기와 물대포, 경찰특공대까지 동원해 강제연행했다.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경찰의 무리한 진압에 대한 지적이 필요했지만 방송3사는 이 같은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울산건설플랜트노동조합의 파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27일 울산에서 다시 한 번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과 비인간적인 노동실태에 대해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접근하는 방송의 태도변화가 요구된다. 지금이라도 플랜트노조의 파업이 해결될 수 있도록 방송이 제 역할을 해주길 강력하게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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