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朴容晟)는 25일 ‘선진국기업의 이사회 운영실태와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미국의 경우 회사경영의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전현직 CEO들이 사외이사의 80%를 차지하면서 이사회의 정책결정기능이 활발한데 반해 우리의 경우 이 비중이 31.7%에 그쳐 이사회의 고유기능인 정책결정기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보고서에서 우리 기업의 이사회는 예전에는 사업실적과 경영전략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향을 결정하는데 초점을 두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되면서 현재는 내부거래위원회(삼성전자), 투명경영위원회(SK) 등 견제와 감시기능 위주로 운영되는 경향이 많다고 밝혔다. 또 기업에 따라서는 사외이사제도를 법률상 의무라는 소극적 측면에서만 받아들인 채 이사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기업들의 경우 사외이사 위주로 이사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경영감시기능과 정책결정기능이 모두 활발하다. GE에는 P&G그룹의 현회장인 A.G.Lafley와 존슨앤존슨 전회장인 Ralph S. Larsen이, 존슨앤존슨에는 Leo F. Mullin 전 델타항공 회장이, 3M에는 전 펩시콜라 부회장인 Robert S. Morrison이 각각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등 이사회가 전현직 CEO들을 주축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특히 미국기업들의 경우 이사회 내에 전략부문 강화를 위한 다양한 소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함으로써 사외이사제를 회사내부의 부족한 능력을 보완하는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GE는 감사위원회, 보수위원회, 지명위원회와 같은 전통적인 위원회 외에도 경영개발위원회를 두어 경영성과를 점검하고 사업전략을 개발·수립하고 있으며, 월마트는 전략기획 및 재무위원회를 두어 재무문제의 분석과 장기전략 수립역할을 맡기고 있다. HP의 경우에는 기술위원회를 두어 기술경쟁력과 지적재산권의 범위와 질을 평가하고 있는데 HP에서 33년 동안 핵심기술 개발책임자로 일한 Richard A. Hackborn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그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기업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대한상의는 우리의 경우에도 사외이사비중 확대나 집중투표제 도입 등 경영감시기능에 치우쳤던 정책관행과 교수와 법조인, 회계사 등 대외용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해 온 기업관행을 탈피해 대내적으로 기업성장에 가장 도움되는 인사들 위주로 이사회를 구성,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당면과제로서 대한상의는 현재의 부족한 사외이사 인력풀을 확대하는 한편 보수는 적고 책임만 무거운 여건을 고쳐줄 것을 제시했다.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보수가 평균 2,020만원(2003년 기준; 1천만원 이하 32.2%, 1~2천만원 27.4%)에 불과하고 사외이사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 자체를 도덕적 해이로 몰아가는 사회풍토에서는 유능한 사외이사를 선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처럼 회사가 정관을 통해 사외이사의 책임한도를 일정액 이하로 제한할 수 있도록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제한의 책임이 가능하도록한 현행 제도 아래서는 사후에 책임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의 의사결정과정에 형식적, 보수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대한상의 보고서는 가족기업의 후계자들이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사회 관련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BMW사의 경우 42%의 지분을 가진 퀀트(Quandt)가문은 경영이사회 대신 감독이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경영감시 및 자문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증권거래법상 지분율이 10% 이상인 주주는 사외이사자격을 제한하고 있어 대주주가 대표이사 자리를 포기하고 경영감시 및 조언자로서의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역할기대는 준법감시인이나 감사가 해야 할 일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사회는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이며, 그 고유기능은 회사의 성장발전에 중요한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것이라는 점이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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