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금산법에 의하면 금융사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 없이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으나, 재정경제부는 이미 초과 취득한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만 제한한다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재경부 개정안보다 더 강도 높은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구분하는 것은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 미국과 같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스위스와 같이 산업자본이 은행 주식을 100% 소유할 수 있는 나라도 있다. 나라마다 형편이 다르겠지만 스위스 은행들의 탁월한 성과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1999년 클린턴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의 금융현대화법(Gramm-Leach-Bliley Act)에서는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에 진출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지만, 법안이 통과된 후에 Gramm은 “앞으로 10년 내에 또 다른 은행법안이 성안될 것이며, 그것은 산업[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다루게 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논거가 희박함을 표현하는 말이다.
둘째, 고객의 돈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막는다는 논리도 타당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금융사는 고객이 맡긴 돈으로 높은 수익을 올림으로써 회사의 번창을 꾀함은 물론, 고객에게도 이익을 줄 수 있다. 대규모 기업집단 금융사의 자산 운용 현황을 알면서도 소비자들이 돈을 맡기는 것은 이들의 성과가 좋다는 것을 나타내는 시장평가이므로 법이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은행이 부실화되었을 때 대규모 기업집단의 금융사에 돈이 많이 몰린 것은 이를 반영하는 한 예다. 자산 운용의 결과 계열사를 지배하게 되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을 이유도 없을 뿐만 아니라,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자산 운용을 제한하는 것은 사유 재산권 침해이다.
셋째,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계열기업들을 지배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도 논리적 근거가 없다.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주요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것은 의사결정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효율적이다.
넷째, 강제 매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5%를 초과하는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재경부안도 사유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금융사 의결권 한도를 2008년까지 15%로 낮추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더하여, 5%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면 우리 기업들은 적대적 흡수·합병에 더 쉽게 노출될 것이다.
결국 법률 개정안들은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거나 완화함으로써 경제 체질이 강화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 기초한 것이며, 자칫 특정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커녕 기업 환경은 더 악화될 것이다.
김영용(전남대 경제학부, yykim@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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