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그들은 무엇이 다른가’

서울--(뉴스와이어)--기업의 재무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구성원의 자발적 몰입과 창의성 발휘가 반드시 필요하다. 포천지가 선정하여 발표하는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들은 이러한 구성원의 자발적 몰입을 이끌어 내고 그 결과로 높은 성과를 창출해 내는 선순환을 만드는데 성공한 사례들이다.

2011년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1위로 선정된 SAS사의 경우 직원들에게 지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이를 방해하는 요인은 최소화하는 데 탁월하다. 2위로 선정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직원들의 성장을 위한 투자와 노력에 있어서 남다르다. 업무자체의 특성상 ‘탁월한 학습환경’을 갖고 있고 1:1멘토링을 통해 선배직원들의 경험을 후배들이 내재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직원들의 업무성취도, 일을 즐기는 정도에 따라 개개인별로 적합한 진로를 갈 수 있도록 경력 개발도 하고 있다. 3위 웨그먼즈사는 식품소매체인 회사이지만 ‘서비스맨의 기본은 지적 능력’이라는 기본 Policy하에 직원의 교육훈련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대니 웨그먼즈 회장은 ‘고객이 왕’이 아니라 ‘구성원이 왕, 그다음이 고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야 진정 고객을 왕으로 모실수 있다는 철학일 것이다. 이들 회사는 모두 직원들의 보상과 복리후생은 업계 최고 수준이며 성장성과 수익력에서도 탁월하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보여주는 조직 운영 방식과 인사 제도는 각 기업의 상황과 경영자의 철학에 따라 서로 다르게 만들어져 온 것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이들 기업의 구체적인 제도를 단순히 모방할 수 없고 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그 근저에 있는 사람과 조직에 대한 가정과 믿음을 배우고 이것을 자신의 기업 철학과 사업 특성에 맞게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Ⅰ. 구성원 행복과 조직 성공의 관계

우리 속담 중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하나도 못 잡는다’라는 말이 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기업은 운명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만 한다.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하고, 구성원에게는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한 삶을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낮은 인건비 지출을 통해 높은 이윤을 만드는 식으로는 기업의 영속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구성원 만족과 기업 성공의 관계에 대한 논란

내세를 믿는 일부 국가의 사람들은 낮은 소득수준에도 불구하고 부유한 나라의 국민들보다 행복 지수가 높다고 한다. 그러나 기업의 세계에서는 구성원의 행복과 기업 성과가 높은 관련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다만, 행복한 직원이 성과가 높은 것인지, 성과가 높은 직원이 행복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서로 상반되는 연구결과들이 존재한다.

1930~40년대 미국의 호손 공장에서 이루어진 실험에 따라 ‘행복한 구성원이 생산적인 구성원이다’라는 믿음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다. 사람들은 근로조건 향상 등 관심과 배려를 베풀어줄 때 더 높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Iaffaldano와 Muchinsky(2001) 등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런 가부장적 정책의 효과는 상관관계가 0.17~0.30 정도로 매우 낮다고 한다. 오히려 그 반대로 생산적인 구성원이 행복한 구성원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다수 제기되었다. 일을 잘해냈을 때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더불어 보상과 명성도 따라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행복한 조직이 성과도 좋은 이유

이처럼 개인 수준의 만족과 기업 성과간 관계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분분하지만, 행복한 조직이 성과도 좋다는 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Harter et al, 2002). 이는 구성원들의 행복 지수가 높은 기업(GWP, Great Work Place)들의 주가 및 이직률 데이터(98~06년)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문제는 행복의 성격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구성원의 행복은 만족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녁을 맛있게 먹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볼 때의 만족감과, 백두대간을 한걸음 한걸음 걸어올라 마침내 목표지점을 등정하고 느끼는 만족감은 다르다. 가장 큰 행복은 적극적 몰입이 끝났을 때 느끼며 이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무아지경 빠질 때 느끼는 몰입은 개인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뿐아니라 기업 조직에 대해 높은 성과도 가져온다.

따라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GWP)의 경우 구성원들이 단순히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상태가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직무 몰입으로 이어져 성과로 나타나도록 관리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Ⅱ.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3개사의 사례

포천(Fortune)이 매년 선정하여 발표하는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순위에서 2011년 1, 2, 3위를 차지한 기업들은 SAS, Boston Consulting Group, Wegmans Food Market 세 회사이다. 이들 회사의 사례를 통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의 경영 모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1. 2년 연속 1위에 선정된 SAS사

SAS사는 1976년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굿나이트(J. Goodnight)를 비롯한 4명의 동업자에 의해 설립되었다. 미농무성의 자료 분석을 위한 통계프로그램인 SAS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발족한 조직을 모태로 하여, 이후 한번도 멈추지 않고 매년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이는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기록이다. SAS사보다 1년 앞서 SPSS라는 통계프로그램을 갖고 설립된 경쟁사보다 인력과 매출 측면에서 거의 10배나 더 큰 회사로 성장했다고 설명하면 이해가 조금 더 쉬울지 모르겠다.

높은 성과의 비결은 창의성 경영 3원칙

창업자이자 CEO인 굿나이트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게재한 글(Managing for Creativity, 2005)에서 그 비결을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우선, 구성원에게 도전적인 일 그리고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SAS의 방식을 간단히 요약하면, 사람들에게 지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이를 방해하는 요인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업 직원이 제품의 기술적인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판매에만 신경을 쓸 수 있도록 Sales Engineer라는 직무를 따로 두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프로그래머에게는 오류 체크에 시간을 뺏기지 않도록 최신의 버그 체크용 툴을 제공한다.

다음으로, 관리자들이 실무형 매니저(Working Manager)가 되게 하는 것이다. 이 회사에는 관리만 하는 매니저가 없다. 심지어 CEO인 굿나이트도 예외 없이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일이 소중하며 자신의 기여가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보다 강하게 받게 된다. 또한, 매니저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이질감 없이 어떤 질문도 거리낌없이 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고객도 제품의 개발과 개선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SAS는 매년 ‘사용자 컨퍼런스(User Conference)’를 개최해 불편이나 개선 사항에 대한 피드백을 직접 듣는다. 또한 제품 매뉴얼에 개발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기재해 놓는 ‘개발자 실명제’를 통해 평소에도 프로그램 개발자에게 문의나 지원 요청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SAS사의 독특한 인사관리 정책과 관행

이런 특징과 함께 이 회사에는 독특한 인사관리 방식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복리후생 제도는 특히 유명하다.

●남다른 복리후생 정책과 제도

SAS사는 가족들도 이용 가능한 사내 식당과 의료시설, 수준 높은 탁아시설, 자녀 여름 캠프, 세차와 미용실 그리고 마사지실과 넓은 체육관 시설, 주택 지원 프로그램 등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학교를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제도들은 매년 이익의 15%를 퇴직기금으로 적립해 주는 SAS 특유의 이윤배분제도와 맞물려, 자신의 일에 보다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SAS의 한 관리자는 “우리 직원들은 행복하기 때문에 SAS를 떠나지 않는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존중 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나도 그런 이유로 이 곳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회사의 이직률은 약 4%로 업계 평균 이직률인 20%대에 비해 매우 낮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SAS사가 이렇게 복리후생을 하나씩 만들어 오면서 견지하고 있는 원칙이다. 이 회사는 직원의 생산성과 유지(Retention)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만을 도입한다. 일례로, 애완견을 키우는 직원들을 위해 애견 센터를 검토한 적이 있었으나 생산성 관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엄격한 채용과 Outplacement 정책

SAS는 식당이나 의료시설 담당자, 심지어는 경비 직원들까지도 모두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한다. 그들이 피고용인이라기 보다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SAS의 남다른 면모를 주목해 보아야 한다. 새로 입사해서 자기가 할 일이 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며 1주일을 보낸 여직원, 그리고 상사와의 면담에서 앞으로의 포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신이 ‘최고’가 되어 남의 주목을 받는 게 목표라고 했던 남자 직원을 위해 그들의 상사가 기꺼이 다른 직장을 찾아 줬다(Outplace)는 일화는 의미심장하다. SAS는 실제로 겸손하고 친절하며 주도적으로 남을 기꺼이 돕고자 하는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회사다. 다행히 SAS의 높은 고용 브랜드 덕분에 지원자들은 넘쳐난다고 한다.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고, ‘98년도의 첫 순위 발표에서 3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매년 상위에 선정되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이 업종도 다르고 상황도 다른 SAS사의 제도를 그대로 모방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또한 그럴 필요도 당연히 없다. 2004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의해 20세기 위대한 미국 비즈니스 리더의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굿나이트는 “우리 회사 자산의 95%는 5시에 회사 밖으로 나간다. 나의 일은 다음날 아침에 이들이 다시 회사로 돌아오게끔 근무환경을 만드는 것이다”라는 표현을 한 바 있다. 이 말에는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며, 이들을 믿고 대우하면 그들이 남다른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강한 믿음이 배어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SAS의 조직과 인사 철학을 통해 자신의 인사 원칙을 되돌아 보는 것이다.

SAS사는 주당 근무시간이 35시간으로 매우 짧은 회사다. 그래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이 된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만약 일이 매우 힘들고 어려운 회사의 경우에는 어떨까? 일이 고되기로 유명한 곳이 컨설팅업계다. 오죽하면 ‘급여도 높지만 이혼율도 높은 곳이 컨설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컨설팅 분야에서 지난 6년간 연속해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리스트의 상위에 올라오는 기업이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이 바로 그 회사다. 흔히 줄여서 BCG라고도 한다.

2. 일이 많아도 행복한 BCG사

이 회사는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로, 1963년 브루스 헨더슨(Bruce Henderson)에 의해 보스턴에서 설립된 회사다. 이후 1966년 세계 주요도시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구상의 일환으로 일본 도쿄(東京)에 첫 사무소를 설립한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2개 사무소를 포함하여 전세계 41개국에 71개 사무소를 설립하였으며, 3,000명의 컨설턴트를 포함하여 5,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재무적인 성과 측면에서는 2010년 기준으로 매출액이 약 30억불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상 정책

BCG사가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에 선정되는 비결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는 이는 ‘높은 급여’를 그 이유로 꼽는다. 신입 사원이 급여와 보너스를 합쳐 최고 2억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견 그럴 듯 해 보이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 이유만이라면 맥킨지 등 급여가 높기로 유명한 전략컨설팅 회사들의 이름은 왜 빠졌는지 설명할 길이 없다. 맥킨지사가 전략컨설팅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의 보상’이라는 급여 정책을 가진 회사라는 점에서 급여가 과연 핵심 요건인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고용 정책

BCG가 특히 올 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2위에 선정된 이유는 고용 안정이다. 미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고(Layoff)를 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오히려 2010년에 신규 채용을 늘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만큼 경영성과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가족이나 집단이 사회의 기본 단위가 되는 동양과 달리, 미국에서는 개인이 사회의 기본 단위이다. 그래서 고용에 관한 책임도 기본적으로는 개인에게 있다. 그런 미국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고용 안정에 대한 의무를 다한다는 것은 분명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요인일 것이다.

또한 BCG는 여성의 비율이 45%를 넘고 소수자 채용도 직원의 25%로 높은 편이다. 이 점도 고용브랜드를 높이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구성원 육성 정책과 제도

컨설팅은 대표적인 지식 산업이다. 그래서 직원들의 지식과 노하우 그리고 열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연유로 BCG에는 직원들의 성장을 위한 투자와 노력에 있어서 남다른 점이 있다.

우선 직원 연수 지원제도를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대학을 졸업한 신입 사원을 뽑아 일을 배우게 하고 그 후 몇 년이 지나면 그 중 우수한 사람들을 선발해 유명MBA 스쿨에 보낸다. 물론 학비를 지원해 주고 학위를 받고 돌아오면 이전에 받던 연봉의 두 배 수준의 보상을 받게 해 준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성과 리뷰 및 피드백 제도 그리고 멘토링 제도이다. 업무 자체의 특성상 BCG는 ‘탁월한 학습 환경’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의도적인 육성 노력이 병행되지 못하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먼저, 성과 리뷰 및 피드백에서 우리가 유념할 점은 BCG에서는 일의 특성과 구성원 적성이 맞는지에 대한 점검부터 시작한다는 부분이다. 일의 성과도 높으면서 자신의 일을 즐기는 직원은 계속 남아서 승진하고 리더 위치에 오르도록 한다. 그러나 성과가 낮고 일을 즐기지도 못하는 경우라면 하루라도 빨리 조직을 떠나 다른 곳에서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하도록 도와준다. 성과는 높은데 일을 즐기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기업가의 길로 들어서거나 고객사로 전직을 하기를 조언한다. 반대로 성과가 낮더라도 일을 즐긴다면 일단 코칭 제공 등을 통해 성과를 제고하도록 돕는다. 결국 당장의 성과보다는 일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적성에 맞는 사람을 먼저 확보하는 데 노력을 경주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개인이 일을 통해 경험한 바를 선배 직원들의 멘토링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내재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최고경영자인 칼 스턴의 지적처럼 90~99%의 개발은 일을 통해 일어난다. 그러나 BCG 입사 2년차 무렵의 직원들에 대한 사례 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들은 초기에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많은 난관과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이 때 1:1 멘토로 선정된 선배 사원이 적절한 멘토링을 제공함으로써 개인이 성공적인 컨설턴트가 되도록 돕고, 궁극적으로 고객과 회사의 발전에 기여하게 만들어 준다.

최고경영자의 역할

그러나 1997년 4대 CEO로 취임한 칼 스턴(Carl Stern)의 지적에 따르면 당시만 해도 고객을 위한 프로젝트에만 관심을 집중하느라 사람의 육성에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취임 이후 13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고 “People Tea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위원회로 하여금 채용과 훈련, 견습제도 그리고 경력개발 등을 담당하도록 역할을 부여했다. 지금 BCG가 운영하고 있는 내부승진제도, 전문가 육성제도, 훈련과 충원 그리고 컨설턴트 평가 프로그램 등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조직과 인사 제도를 흉내 내는 것은 비교적 쉽다. 그러나 제도의 구축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사람의 중요성에 대한 기본 철학을 가진 최고경영자의 주도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3. ‘고객보다 구성원이 먼저’인 Wegmans Food Market

미국은 일부 대도시에 살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식품을 구매할 때 대형 할인점에 가서 대량으로 구입을 한다. 대형 할인점은 매장이나 주차장도 넉넉하고 일반 식품뿐만 아니라 공산품까지 한꺼번에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가장 널리 애용하는 유통 채널이다. 그런 미국에서 2010년 기준 56억 달러(약 6.2조) 매출과 미국 4대 슈퍼마켓 평균의 2배가 넘는 영업 이익, 그리고 면적당 매출액이 업계 평균 대비 50% 이상 높을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슈퍼마켓이 있다. 미국 뉴욕 로체스터에 본사를 두고, 미 북동부지역에 77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식품 소매점 체인 Wegmans Food Markets사가 바로 그 회사이다.

웨그먼즈사의 성공 비결

이 회사의 성공 비결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친절하고 전문적인 직원들 그리고 그들의 훌륭한 서비스, 여기에 더해 매력적인 상품 구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우선 이 회사는 식료품뿐 아니라 의류 등 비 식료품도 취급하는 다른 대부분의 소매점과는 달리, ‘오직 식품 하나’로 승부를 한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식품들은 영양정보가 표시되어 있고, 건강 관련 약국도 있어서 ‘Eat Well, Live Well’이라는 슬로건에 걸맞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건강 브랜드라는 명확한 스토어 브랜드를 구축하고, 여기에 더해 시간을 절약해주는 편의성에 맛까지 뛰어난 즉석 요리 상품도 제공하며, 고급스러운 상품 포장으로 경쟁사와 차별화하고 있다.

이런 마케팅 측면의 성공 요소는 이를 전달하는 인적 요소와 잘 어우러져 웨그먼즈의 지속적인 성공을 이끌고 있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직원들은 단순히 제품뿐만 아니라 특별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와인을 구매하러 온 고객이 있다면 와인의 사용 용도를 물어보고 그에 맞는 식기류는 어떤 것인지, 어울리는 음식이나 고기, 스낵은 어떤 것이 있는지 추천해 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원 육성 정책

그러기 위해 웨그먼즈사는 직원의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웨그먼즈는 500여종이 넘는 치즈를 취급하는 데 담당 직원에 대해 스위스 낙농업 견학을 시켜주거나, 와인 담당 직원에게 프랑스 보르도 지방으로 현지 견학을 갈 수 있도록 해 준다. 나아가 대학에 다니는 구성원들에게는 장학금을 제공하는데, 풀타임 직원은 매년 2,200달러, 파트타임 직원은 1,500달러를 지원한다.

이런 육성 정책(Development Policy)은 ‘서비스맨의 기본은 지적 능력’이며, 구성원들의 역량을 개발해 주면 고객이 경험하는 서비스의 수준도 자연히 올라간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보상과 복리후생 정책

그리고 이 회사는 구성원의 월급을 업계 최고 수준(Lead Policy)으로 가져간다는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평균 연봉이 9만 2천불을 넘을 만큼 급여 수준이 높다.

복리후생에 있어서도 앞서 소개된 SAS나 최근 주목 받는 구글 등에 못지 않은 다양한 혜택을 자랑한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1984년부터 대학 학자금을 보조해 주는 제도(Scholarship Employee Program)를 운영하고 있고, 스키장, 영화관, 스포츠 경기장 할인권을 직원과 그 가족에게 나누어주며, 디즈니월드와 같은 놀이공원 입장권도 싸게 제공해 주고 있다.

이러한 보상 분야의 정책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자면 무엇보다 직원들부터 최고 수준으로 대우해야 한다.’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용 정책

게다가 이 회사는 창업 이래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은 회사로도 유명하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대니 웨그먼즈는 2006년의 한 강연에서 “우리 직원들은 단순히 회사에 소속된 종업원이 아니다. 대가족의 중요한 일원이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었다. 웨그먼즈의 직원들도 회사의 이런 가족적 분위기를 좋아해서 좀처럼 이직을 하지 않는다. 업계 평균 이직률이 약 20%인데 반해, 이 회사는 6% 수준으로 매우 낮다. 그 덕분에 직원들의 평균 근속이 10년 이상이고, 심지어 파트타임 직원들의 평균 근속도 5년을 넘을 정도다. 그리고 매니저의 절반 이상이 청소년 시절부터 이 회사에 근무하기 시작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런 고용 안정은 결과적으로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 구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일하고 싶은 기업을 만드는 출발점

웨그먼즈사가 이러한 인사 정책들을 수립하고 실행하게 된 배경은 명확하다. 경영자의 사람에 대한 믿음과 철학에서 출발한 것이다. 대니 웨그먼즈(Danny Wegmans) 회장은 부친의 뒤를 이어 1950년 회사를 맡으면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라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직원들이 먼저 즐거워하고 자신의 일을 신바람이 나서 할 수 있어야 고객도 즐거운 쇼핑을 경험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객이 왕’이 아니라, ‘구성원이 왕, 그 다음이 고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 믿음은 한 직원의 말처럼 ‘이 곳은 나의 제 2 가족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고, 그 결과 웨그먼즈사가 1998년 포천지가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8년 연속 랭킹에 포함돼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만들었다. 나아가 매장에서 만나는 고객마다 ‘매장 직원들이 정말 대단합니다’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고객에 대한 봉사도 자연히 상승하는 성공 사이클을 형성하고 있다. 업종과 규모를 떠나 기업의 경영 모델을 고민하는 경영자라면 한번쯤 되새겨볼 만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Ⅲ. 기업 경영 모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

일전에 ‘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라는 책으로 소개된 바 있는 미라이공업은 아마다 야키오 사장의 색다른 경영 방식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많은 한국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고, 일주일에 3일 정도는 한국에서 견학팀이 오는데 인당 2천엔의 견학료까지 받는다고 한다. 이 회사의 사례를 보고 261억엔 정도 규모의 중소기업에는 가능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1조원 이상의 매출을 하는 대기업에 적용하기에는 어렵지 않느냐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앞서 소개된 1~3위 기업들은 모두 매출이 2조~6조원대의 대기업들이다. 그것도 일본이나 한국 기업도 아닌 미국의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대한 가정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서구 기업의 그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물론 기계 장비에 의해 생산성이 좌우되는 제조업, 특히 범용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Lepak과 Snell(1999)은 구성원의 몰입을 중시하는 인사 모델(Commitment Model)보다, 구성원들이 정해진 절차나 규율에 따르도록 관리하는 데 초점을 두는 인사 모델(Compliance Model)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중국의 많은 제조업체나 대만의 생산대행업체들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많은 국내 기업들도 한 때 이러한 경영 모델을 적용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기술 차별화와 혁신을 통한 생존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 시작하면서 경영 모델에 대한 고민이 새삼 필요해지고 있다.

지금의 지식경영 시대에는 구성원의 자율과 자발적 몰입 그리고 창의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이제 우리 기업들도 사람에 대한 믿음과 철학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채용부터 처우, 퇴직의 인사 영역별 정책(Policy)을 일관성 있게 구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영의 귀재인 잭 웰치 전 GE 회장은 2009년 3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주주가치를 올리겠다고 분기 실적이나 주가에 집착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식 경영 모델의 대명사였던 잭 웰치조차 ‘주주가치는 경영진부터 직원에 이르는 기업 구성원 모두의 합작품’이라고 뒤늦은 자기 반성을 하는 이유를 잘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LG경제연구원 노용진 연구위원 www.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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