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차 세계신문협회 총회 개회식 노무현 대통령 연설문
존경하는 「게빈 오렐리」 세계신문협회 회장,장대환 한국신문협회 회장, 그리고 내외귀빈 여러분,
제58차 세계신문협회 총회의 개막을 축하드립니다. 세계 각국에서 오신 신문발행인과 편집인, 기자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올해는 인쇄신문이 탄생한 지 4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은 이미 13세기 초에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서울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리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총회를 준비하신 관계자와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신문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친숙한 매체입니다.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아침 신문을 통해서 세상과 만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신문과 함께 하루를 시작합니다.
신문의 역사는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사 한 줄, 사진 한 장이 인류 역사를 바꿔놓은 사례가 많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많은 언론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자유와 정의, 평화를 위해 땀 흘리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그리고 세계의 모든 언론인들께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 신문도 역사의 질곡 속에서 맡겨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일제와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다가 신문이 폐간되기도 했고, 수백명의 기자들이 한꺼번에 해직당하는 고통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정의로운 펜을 꺾지 않은 신문과 언론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참석자 여러분,
이번 총회에서는 신문의 위기와 혁신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 저는 별로 아는 게 없습니다만 또 다른 관점에서 먼저 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신문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문의 위기를 얘기하지만, 여전히 신문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권력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권력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배구조는 투명해졌으며 참여적 거버넌스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제 사회공론의 장에서 의제를 독점적으로 주도하는 일은 그와 같은 주체는 없습니다. 정부, 기업, 시민, 네티즌, 신문과 방송이 함께 의제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신문은 공론의 장에서 가장 잘 짜여진 조직입니다. 제도적인 집행력이 없다는 점에서는 정부보다 취약하지만, 국가나 공동체의 의제를 주도하는 데 있어서는 오히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18세기 시민사회 이후 정치권력에 대한 언론의 견제역할이 강조되고 그에 따라 언론의 자유에 대한 보호는 강조되었지만, 언론 자체가 시장의 독점과 독점적 지배구조를 통해 권력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독자가 언론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이나 시장의 메커니즘은 크게 발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언론 권력의 남용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언론인의 윤리적인 자세와 절제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적인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그 중의 하나입니다. 의사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내부구조를 갖추고 있을 때 신문은 민주주의의 당당한 주체로서 우리 사회를 감시하고 비판할 자격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다양하고 균형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정한 지배집단의 가치나 이해관계에 치우친 언론이 시장을 지배하면 사회적 약자의 이익은 설 땅을 잃게 됩니다.
의제선정의 책임감도 매우 중요합니다. 신문이 미래를 말할 때 시민들은 희망을 갖게 되고, 신문이 불신과 증오를 말하면 사회는 대립과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지금도 한편으로는 평화를 주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대량살상 무기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 관해 끊임없이 의혹을 부풀려 불신을 조장하고, 그 결과로 국가간 대결을 부추기는 일은 없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유와 인권이 위기에 처한 사회에서 언론의 비판적 기능은 여전히 강조되어야 하지만,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니라 통합의 위기가 문제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갈등을 조장하는 언론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이고 창조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신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지난 수년 동안 우리나라의 언론환경은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정부가 언론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정부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지나칠 정도로 자유롭습니다. 정부는 타당성 있는 비판이면 적극 수용하되,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은 바로잡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또한 행정정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해서 국민의 알권리와 국정참여 기회를 확대해오고 있습니다. 아울러 언론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신문발전기금 설치 등 신문산업 진흥방안도 착실히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세계 언론인 여러분,
신문의 미래는 민주주의의 미래입니다. 여러분이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진실과 정의, 그리고 희망을 써내려갈 때 인류는 더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약속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번 총회가 이러한 신문의 역할과 사명을 재확인하고,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 모두 한국에 머무시는 동안 즐겁고 보람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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