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미 오벌비 암참 수석부회장의 발언에 대한 영화인대책위의 입장
암참은 지난 1월에도 이와 유사한 행동을 보인 바 있다. 1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웨인 첨리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외국자본은 한국경제에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BIT 협상이 8년 이상 지속됐고 스크린쿼터문제가 장애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4월까지는 스크린쿼터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고 BIT가 끝나면 FTA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는 발언을 했고, 영화인들의 항의와 공개 토론 요청에 이해당사자가 아니기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화로 통지하였다. 이에 영화인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BIT는 투기자본을 보호하는 협약으로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며, 한국은 수차례의 조치를 통해 외국자본의 국내시장 진입장벽을 사실상 제거하였다. 스크린쿼터는 GATT와 WTO가 보장한 정당한 문화정책이며 통상협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해당사자가 아닌 암참의 협박성 발언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나 동일한 발언과 행동이 암참에서 반복된 것이다.
암참의 대표가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의 대표이고 암참 또한 철저하게 미국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임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암참 대표의 발언은 그동안 기사화된 허바드 전 주한미대사, 크리스토퍼 힐 현 대사, 웬티 커틀러 미무역대표부(USTR) 북아시아 담당 대표보, 윌리엄 래시 미상무성 차관보, 잭 발렌티 미국영화협회(MPAA) 전 회장과 댄 글릭만 현 회장 등 미국 정재계, 영화업계 인사의 스크린쿼터와 BIT, FTA의 관계에 대한 근거없는 주장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6월 1일(수)부터 3일(금)까지 있을 APEC통상장관회담과 APEC회담 후 열리게 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롭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의 양자회담을 앞두고, 때 맞춰 통상압력에 해당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도 우리의 판단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것 모두가 세계영화시장의 91%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영화업계의 로비 결과이자 이들의 이익과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
미국영화가 팔리는 곳에서 미국상품이 팔리고, 또한 영화가 미국의 영향력을 그대로 퍼뜨리는 첨병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미국은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으며, 1930년 이래 각국에 영화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그들의 영화산업을 붕괴시키며 할리우드의 영향력을 확대시켜 왔다. 미국의 공세로 영화시장이 붕괴된 호주의 한 언론에서 미국영화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미국식 발음으로 엄마를 부른다는 기사를 최근 접한 바 있다. 그것이 바로 현실화된 미국영화의 영향력이다.
현재 영화를 포함한 대중문화상품은 항공, 약품과 더불어 미국의 3대 수출 효자상품이다. 미국이 세계영화시장을 독점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영화시장 개방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이 이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러한 요구가 방송, 음반, 출판 등 모든 문화산업으로 확대되어 모든 정책, 지원제도 등을 붕괴시켜 왔던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영화는 21세기 문화 전쟁의 최전선으로서의 의미를 지니며, 스크린쿼터는 문화주권과 관련된 상징성을 지닌다. 영화을 비롯한 문화상품을 실어 나르는 전달수단의 비약적인 확대로 타자의 생활양식과 사고를 접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에 문화상품을 생산하고 배포할 수 있는 능력은, 나름의 정체성과 의식을 지킬 수 있다는 소극적 의미를 넘어서 타자와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성장 속도에 비추어볼 때 문화산업이 앞으로 국가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성장엔진로서의 위상을 갖출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문화산업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이 단순통계로 설명할 수 없을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이 입증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세계가 한 집단의 문화시장의 독점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고, 자국의 문화산업 성장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그 이유에서이다. 또한 세계영화시장 91% 점령으로 상징되는 대중문화강국 미국이 동북아시아의 한 나라를 상대로 지난 10여 년 동안 스크린쿼터의 축소 문제를 끊임없이 언급하며 압력을 가하는 것도 그것이 지닌 중차대한 의미와 영향력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스크린쿼터 제도는 현 WTO 체제에서 자국 영화의 상영을 일정 정도 보장하는 가장 효과적이고도 유일한 제도이다. 상영수단을 확보한다는 것은 한국영화가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었음을 의미한다. 많은 자금을 쏟아 부어 영화 제작을 지원하고, 인력을 양성하고, 인프라를 갖추어 좋은 영화를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상영수단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영화가 향할 곳은 영상자료원이나 창고밖에 없다. 영화인들이 2,700억 원, 아니 2조7천억 원의 정부 지원금을 마다하고 영화상영 메커니즘을 보장받으려는 것은, 스크린쿼터가 한국영화 상영 가능의 조건을 보장함으로써 투자자와 제작자가 신뢰를 갖고 지속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할리우드의 독과점을 견제하여 한국영화가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양한 영화가 제작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방안 등의 충분조건은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라는 필요조건 하에서만 가능하다는 주장도 이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오는 10월, 강력한 구속을 지닌 유네스코 “문화컨텐츠와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를 위한 협약”(이하 문화다양성 협약)이 채택되어 문화패권주의로부터 약소국의 문화정책이 보장받도록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그리고 문화정책 수립, 이행에서의 주권을 보장받고자 하는 그러한 열망의 실현이 초읽기에 들어가 있다. 우리는 대등한 한미관계, 자주외교를 표방하여 많은 문화예술인들의 지지를 얻어낸 참여정부가 암참을 비롯한 어떠한 집단의 부당한 통상압력, 위협에도 주권국의 당연한 문화적 권리를 포기하지 않으리라 굳게 믿는다. 더구나 “문화다양성 협약”의 채택을 앞둔 시점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문화정책을 축소하여 미래의 성장엔진을 스스로 포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시민, 문화전문가, 영화들과 의견을 나누어 장기적인 계획 하에 미래의 중추산업을 지원할 정책을 마련하고 어떤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인지 현명하게 판단하리라는 믿는다.
암참의 발언은 DDA 2차 양허안 제출마감시한, 미국과의 FTA 협상을 비롯한 수차례의 통상협상, APEC회담 등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스크린쿼터와 관련하여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 정부는 미래 한국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다져지는 정책을 입안할 것이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문화정책을 수립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시민과 문화단체, 영화인들은 성원을 보내며 정부의 의지를 믿고 이를 돕기 위해 힘을 보탤 것이다. 암참과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이, 우리가 스크린쿼터 축소 혹은 폐지 후 몰락을 경험한 브라질, 멕시코, 뉴질랜드. 호주, 이태리, 독일 영화의 실패의 역사를 망각하길 바란다면, 그것은 커다란 오판이다.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영화인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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