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그리스 위기와 EU의 딜레마’
1차 구제금융 이후에도 그리스 정부부채는 계속 늘어났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2010년말 그리스 정부부채는 3,286억 유로로 전년대비 10%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2009년부터 2011년 5월까지 신규 조달된 정부 부채의 평균 만기는 각각 5.66년, 3.68년, 2.68년으로 2008년의 10.96년 대비 단기화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부채 중 61.5%를 외국에서 보유하고 있어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의 부담이 매우 높다. 또한, 2011년 3월말 기준 2011~12년까지 만기도래하는 정부부채 상환액도 총 705억 유로에 달한다. 그리스 정부의 재정긴축의 성과와 경제회복의 미흡으로 2011년 들어서도 재정적자는 오히려 악화되었다. 그리스 정부의 긴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0년 재정적자는 목표치 -9.4%보다 높은 -10.5%를 기록하였고, 2011년 1~4월의 재정 적자도 72.3억 유로로 전년동기대비 13.5% 증가하였다. 이는 이자 지급 규모가 크게 증가한데 기인한다. 경제도 2010년 -4.5%로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되고 있고 높은 경상수지 적자와 고실업률도 지속되면서 재정 건전화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 위기는 추가 구제금융 지원, 채무재조정 및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의 3가지 해결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 IMF와 유로존 주요국이 그리스에 추가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기존 구제금융 의 만기도 연장해 주는 것이다. 우선 1차 구제금융의 상환기간을 3년에서 7.5년으로 연장하고 구제금융도 600억 유로를 신규로 지원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그리스 부도위기를 진정시키고 유로존 여타 국가들에게도 자국의 경제·금융시장을 방어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 유로존 전체 위기로의 확대를 저지할 것이다. 그러나, 구제금융만으로는 그리스 부도 위기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고 독일 등 주요 자금지원 국가들의 추가 지원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는 것도 문제이다.
둘째, 채무재조정(Sovereign Debt Restructuring Mechanism)의 실시이다. 이는 그리스 정부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ECB, 유로존 회원국 및 해외 금융기관이 손실을 감수하며 채무를 탕감해주고 국채의 만기도 연장해 주는 것이다. 그리스 국채의 유로존 비중은 54%에 달하며 이 중 ECB 14%, 프랑스 14%, 독일 9%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FT에 따르면 서유럽권 은행들이 그리스에 대출한 규모도 약 2,370억 유로로 추정되는데 국가별로는 프랑스 은행권이 980억 유로, 독일이 720억 유로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 국가의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채무재조정은 그리스 디폴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안이나 도덕적 해이 문제로 이후 그리스의 중장기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이로 인해 경기 회복도 더욱 지연될 수 있다. 또한, 그리스 채무재조정이 실시될 경우 여타 부채위기 국가들의 채무재조정 압력도 높아질 수 있어 이는 유로존 금융시장의 불안을 고조시킬 것이다.
셋째, 유로존 탈퇴 후 디폴트를 선언하고 자국 화폐인 드라크마(Drachma)를 재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그리스 정부가 이자율 조절, 통화 절하를 통해 수출과 관광산업을 활성화 할 수 있어 경기 회복의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다. 그러나 유로존 와해라는 인식, 그리스 경제 내의 불안심리 고조 및 유로존의 실질적 지원도 사라진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특히, 자국 통화 재도입을 통한 평가 절하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제조업 기반이 약한 그리스로서는 수출 경쟁력 제고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큰 폭의 평가 절하는 그리스 국가 부채 규모의 확대로 연결되기 때문에 ECB와 주요국의 지원이 중단될 경우 위기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그리스 디폴트를 해결하기 위한 3가지 대안 중 제 1안인 추가 구제금융이 피해범위가 가장 적고 적용 가능성도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추가 유동성 공급이 합의된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부도 위기는 낮아지겠지만 완전한 해결에는 한계가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로 인해 채무재조정에 대한 논의가 계속 제기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지속적인 유럽발 재정위기의 반복으로 우리 경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첫째,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둘째, 국내 수출이 위축되지 않도록 동아시아 FTA 협력 주도, 고성장하는 남미·동유럽으로 수출 품목과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셋째, MSCI 선진시장에의 조속한 편입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국가와 자금 유형을 보다 다양화하여 해외 요인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을 완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럽 투자자금의 순유출로 발생할 수 있는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조정해 나감으로써 국내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조호정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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