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최근 들어 국내 M&A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의 대한투자신탁증권인수 등 금융권을 비롯해 SK텔레콤의 YBM 서울음반 인수, 팬택앤큐리텔의 SK텔레텍 인수,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규모 및 파급 효과 측면에서 사상 유래 없는 M&A 바람이 불고 있다.

이는 경기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산업 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으로 풀이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M&A로 기업 가치를 증대시킨 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의 마크 L. 서로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산업에 걸쳐 168건의 M&A 사례를 조사한 결과 65%가 시너지 창출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M&A 목표달성에 실패한 기업들이 아니라 M&A에 성공한 나머지 35%의 기업들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느냐가 될 것이다.

통합 과정에서의 잠재 리스크

A.T. Kearney의 연구 결과는 이러한M&A성공의 열쇠에 관한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A.T. Kearney는 1998년부터 1999년에 수행된 115건의 M&A 사례를 바탕으로 통합 과정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A.T. Kearney의 글로벌 PMI(Post Merger Integration) 조사 결과, 기업들이 M&A 과정에서 가장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한 것은 통합 과정이었다. 또한, 응답 기업의 32%만이 M&A 통합 과정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공식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 2/3가 넘는 기업들이 M&A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서도 통합 과정상의 리스크 관리에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A.T. Kearney의 연구 결과는 M&A성공이 통합 과정에서의 리스크 관리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통합 과정을 원활하게 진행시킨 기업들만이 통합 초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 성장의 원천으로 M&A를 활용할 수 있었다. 반면에 통합 과정의 어려움을 간과했던 기업들은 기대했던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막대한 손해를 입고 말았다. M&A 후 발생하는 리스크들은 본질적으로 어느 사례나 비슷하다. M&A를 통한시너지 기반이 기업마다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M&A를 통해 창출될 수 있는 시너지요소는 크게 5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전략과 비전, 조직 구조, 운영 프로세스, 기업 문화, 지식 기반이 그것이다. 하지만 M&A를 통해 추구하는 시너지 창출 기반이 통합 과정에서는 바로 기업들이 직면하는 리스크요인으로 바뀌게 된다(표 참조). 왜냐하면 통합 과정에서 시너지 창출 요소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무시되거나 간과된다면, 시너지는 오히려 함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M&A 추진 당시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는 M&A를 성사시킨다고 해서 저절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ㄷ. 따라서 시너지 창출 기반을 통합 과정에서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면 기업 가치 증대라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M&A 성공의 열쇠가 된다.

통합 방식의 결정

기업 경영자가 M&A 성사 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사안은 통합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질적인 두 기업의 효과적인 통합을 위해 인수 기업은M&A의 목적 및 피인수 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적절한 통합 방식을 결정하여 통합 수준과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LG주간경제> 777호, ‘M&A, 통합 전략이 중요하다’참고). 인수 후 통합 방식은 통합 과정에서 두기업이 서로의 핵심 역량을 얼마나 긴밀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상호 의존성과 피인수기업의 자율성을 얼마나 인정할 것인가라는 두 축에 의해 구분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수 후 통합 방식은‘흡수 통합’, ‘보존 통합’, ‘진화적 통합’의 세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M&A의 목적이 전후방 산업의 통합을 통한 수직 계열화에 있는 경우, 상호 의존성이 높은 만큼 빠른 속도로 프로세스 및 조직을 통합하여 조기에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주안점을 두는‘흡수 통합’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반면에 우수한 기술력 및 R&D 역량 확보를 통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찾기 위한 목적의 M&A인 경우, 최대한 피인수 기업의 자율성을 보존하여 신기술 및 신사업개발을 추진하는‘보존 통합’방식이 바람직하다. ‘진화적 통합’은‘흡수 통합’과‘보존 통합’방식이 결합된 형태로 처음에는 자율성을 인정하다 점진적으로 흡수 통합해 나가는 방식이다. 합병 기업이 통합 방식을 결정한 후에는 앞에서 논의한 5가지 리스크 요소들에 대한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에서는 M&A 후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본질적인 리스크 요소들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관리 방안에 대해살펴보기로 한다.

● 두 기업 간 명확한 공유 비전을 수립하라
일반적으로 M&A 성사 이전에 인수 대상기업에 대한 실사 작업이 이루어지지만 주로 재무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거나 합병시너지에 대해 피상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통합 과정에서 막연한 비전을 세우거나, 또는 새로운 전략과 비전에 대해 명확히 공유하지 않을 경우 통합기업은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하기 쉽다. 소니의 콜롬비아 영화사 인수 사례는 명확한 비전 없이 시너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는 기업 가치를 증대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1989년, 소니는 하드웨어(가전제품)와 소프트웨어(영화)를 통합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50억 달러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여 콜롬비아 영화사를 인수하였다. 문제는 통합 과정에서 발생했다. 소니의 경영진은 영화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콜롬비아 영화사와의 시너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시킬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헐리우드에서 진행되는 모든 사업은 당시 소니가 운영하던 소규모 프로덕션 출신의 관리자들에게 맡겨졌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시너지 창출은 요원해지고 말았다.

● 전략적 초점을 반영하여 조직 구조를 재설계하라
통합 조직의 설계는 반드시 새로운 전략 및 비전과 연계되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M&A의 목적에 부합하는 조직 구조와 인력구성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M&A 후 통합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조직 구조 재설계 및 인력 재배치 작업은 통합 방식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Electrolux의 Zanussi 인수 사례는 대표적인 흡수 통합 사례로 합병 기업의 조직 구조 재설계에 대한 좋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Electrolux는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가전 기업으로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동종 산업의 경쟁자들을 지속적으로 인수하면서 성장하였다. Zanussi는 이탈리아에 기반을 두고 관련 부품의 생산 라인을 포함하여 수직적으로 통합된 사업 구조를 가진 기업이었다. Electrolux는 Zanussi 인수 후 중복 투자된 부분을 통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조직을 재설계하기 시작하였다. Electrolux는 합병 계약 체결 직후 스웨덴 회사와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있는 경영진을 선임하고, 두기업의 경영진을 포함하는 8개의 TFT(Task Force Team) 조직을 구성하여 통합 가능한 모든 부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결과적으로 두 기업의 사업이 중복되는 지역에서는 보다 큰 조직이 작은 조직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통합하였다. 또한 전반적인 조직 구조를 사업부제로 재편, 각 사업부가 한 상품군에 대한 개발에서 생산까지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였다. 반면에 브랜드 및 R&D의 경우 새로 조직을 신설하여 두 기업의 브랜드 간 충돌 및 신상품 개발을 위한 중복 투자를 회피하였다. 명확한 원칙이 있는 조직 통합 작업을 통해 M&A 이전만 해도 1억 2천만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던 Zanussi는 합병 4년 뒤 6천만 달러의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게다가 Electrolux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확보하며 시장 지배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었다. 이는 조직 구조 재설계 시M&A 목적에 맞게 전략적 초점을 반영하여 원활한 조직 통합을 이루어낸 결과였다.

● 새로운 조직에 맞는 비즈니스 시스템을 구축하라
통합 기업의 경영자가 명확한 전략과 비전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효율적인 운영 프로세스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멋진 전략과 비전도 구호에 불과하다. 소매 유통회사인 시어즈 로벅(Sears Roebuck)의 M&A를 통한 금융업진출 사례는 훌륭한 전략도 자사의 운영 프로세스로 구현해내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시어즈 로벅은 유통 사업 이외에 자신들의 소매 채널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금융 회사인 콜드웰 뱅커(Coldwell Banker) 및 딘 위터 레이놀즈(Dean Witter Reynolds)를 잇따라 인수하였다. 하지만, M&A 후 통합 과정에서 새로운 서비스에 맞는 운영 프로세스를 구축하지 못하였다. 시어즈는 금융 서비스 창구를 자동차 용품이나 스포츠 용품 코너와 같이 혼잡스러운 장소에 설치했는데, 이는 금융상품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많은 쇼핑객들이 오고 가는 장소에 금융 서비스 카운터를 두는 것이 상품 판매에 효과적 일 것으로 보이지만 혼잡한 장소에 마련된 금융 창구는 소비자들에게 상품에 대한 신뢰을 주는 데 장애가 된다. 또한 금융 상품의 특징에 따라 마케팅이나 영업 방식 및 유통 채널이 달라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획일화된 운영 프로세스로 일관했다. 시어즈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에 맞는 비즈니스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시어즈의 잇따른 금융 회사 인수는 핵심 사업인 소매유통 사업마저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는 M&A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던 시어즈의 전략이 잘못되었던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에 맞는 비즈니스 시스템과 운영프로세스를 구축하는데 실패한 결과였다.

● 두 기업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라
M&A를 추진했던 기업들이 통합 과정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문화적 통합이다. 문화적 통합은 크게 3가지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 방향으로 이식하는 방식, 두 기업의 문화를 별도로 유지하는 방식, 우수 유전자를 선택 후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3가지 대안 모두 현실적으로 어느 한 가지만을 완벽히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방식에 무게를 두든 간에 상호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잇따른 M&A를 통해 리딩 뱅크로 자리를 잡은 하나은행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열려 있는 기업문화에 있다. 충청, 보람은행을 인수한 경험으로 하나은행은 새로운 조직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하나은행의 문화적 강점은 서울 은행 인수 시 불과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에 통합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었다. 하나은행은 서울은행과의 합병 발표 직후 통합 추진 위원회를 발족하고 적극적인 사내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질적인 두 조직을 원활하게 통합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매일 업데이트되는 사내 소식지를 통해 통합 진행상황을 내부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내 소식지에는 통합 진행 상황 이외에 두 기업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연재물을 함께 실어 구성원들이 서로의 문화 차이를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또한 인사카드에 출신 기재란을 삭제하여 기존 구성원들의 기득권을 경계하고 새로운 구성원들에 대한 차별적인 요소를 없애도록 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과거M&A 경험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었다. 즉, 하나은행은 문화적 갈등이야말로 원활한 통합을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임을 잘 알고 있었다.

● 핵심 인력을 파악하고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라
M&A를 추진하는 중요한 동기 중 하나는 새로운 지식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렵게 M&A를 성사시키고도 핵심 인력이 대거 이탈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통합 과정에서 지식 기반의 핵심을 이루는 인재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주요 관리 과제 중의 하나이다. 통합조직의 인력 관리에 있어서 편파적 인사나 지나친 관망은 반드시 피해야 할 방식이다. 피인수기업의 핵심 인력을유지하면서 우수한 지식 기반을 성공적으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을 취해야 한다. 우선, 핵심 인력 및 그룹을 파악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해당 인력들이 조직을 떠났을 때 예상되는 손실이다. 또한 새로운 조직에 대한 핵심 인력들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그들이 바뀐 조직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잔류 시특별 보너스를 지급하거나 기본급을 인상하는 것과 같은 금전적인 유인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통합 조직에서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안정적인 위치를 보장하고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M&A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스코는 인수된 회사 출신 기술자들이 독자적인 모임 활동을 계속하고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시스코의 M&A 추진 팀은 인수 활동 당시 맺었던 피인수기업 핵심 인력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통합 과정에서 겪는 애로 사항과 새로운 조직에 대한 건의 사항을 수시로 커뮤니케이션한다.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M&A 성공의 열쇠지금까지 성공적인 M&A를 위한 후폭풍 관리방안에 대해 살펴보았다. 경영의 꽃이라고 일컬어지는 M&A. 혹자는 M&A가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수많은 대안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장 신속하게 기업의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이란 점이다. 다시 말해 기업의 성장을 위해 M&A만큼 매력적인 대안은 없다. 기업 성장 전략으로서 M&A만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많게는 수 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공적인 M&A로 평가 받는 사례는 많지 않다. 이는 크게 2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경우는 애초에 적절치 못한 기업을 인수한 경우이고, 두 번째 경우는 M&A의 사후 과정을 과소평가하여 원활한 통합에 실패한 경우이다. 이중 첫 번째 경우인 적절한 인수 대상 기업선정에 실패하는 경우는 Deal이 성사되고 나면 되돌릴 방법이 없지만, 두 번째의 경우는 통합 과정에서의 리스크 관리역량에 따라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앞에서 제시한대로 M&A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들은 사전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발생 가능한 리스크들에 대한 관리방안을 미리 준비한다면 효과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거센 M&A 열풍이 불고 있는 요즘. M&A의 최종 성패가 궁극적으로 M&A 후폭풍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

LG경제연구원 박천규 전자통신전략그룹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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