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구박물관 특별전시 ‘4백년 전 편지로 보는 일상’ 개최
진주 하씨는 현풍 곽씨 19세손인 곽주(郭澍:1569~1617) 의 두 번째 부인이며 하준의(河遵義:1552~?)의 맏딸이다. 곽주는 첫째 부인과 사별한 후 진주 하씨 부인과 결혼하였고, 슬하에 4남 5녀를 두었다. 부인 하씨와 전처의 아들과 갈등으로 인해 곽주는 소례에서, 하씨는 논공에서 각각 떨어져 살았다. 따라서 다른 곳에서 왕래하는 생활을 하면서 편지를 통해 많은 사연들을 주고받았다. 172건의 편지 가운데 곽주가 부인에게 보냈던 편지는 105건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 시집 간 딸이 하씨에게 쓴 편지 42건, 하씨가 곽주에게 쓴 편지 6건, 친정 어머니가 보내온 편지 등이 있다.
이번 전시는 진주하씨의 무덤에서 나온 편지와 옷가지를 가려 뽑아 부부의 일상생활과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엮었다. 1부에서는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편지를 모았다. 아이들과 아내를 걱정하고 가족을 부양하려는 아버지의 정이 있다. 또, 아버지이기 이전에 조선의 선비로서 자신을 뜻을 지키려는 모습도 담겨져 있다. 2부에서는 진주 하씨가 남편 곽주에게 쓴 편지와 시집 간 딸이 보낸 편지들이다. 곽씨 집안에 시집와서 겪어야 했던 갈등, 어머니로써 느끼는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3부에서는 의식주 및 생활의례와 관련된 다양한 사연들과 함께 묘에서 출토된 옷들이 소개된다. 곽주가 부인 하씨에게 보낸 편지 중 의생활과 관련된 것은 약 42점으로 일상복을 비롯하여 제사와 관련된 의례복, 길쌈, 염색 등 다양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편지와 함께 수습된 것은 장옷 4점, 중치막 1점, 저고리 9점, 치마 2점, 바지 17점 등 의복류와 직물을 포함하여 81점이다. 편지와 함께 전시되는 복식은 10여점으로 편지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17세기의 것으로 대부분 무명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같은 시기의 다른 유물들과의 차이점을 보인다. 4부에서는 대기근과 각종 전염병이 만연했던 혼란한 사회 속에서 나름대로 견뎌낸 그들의 지혜로운 치료법을 살펴볼 수 있다. 17세기의 조선시대는 각 종 자연재해와 대기근으로 평화로운 날이 없을 정도로 위기의 시대였다. 대기근으로 인한 흉작과 이로 인한 전염병이 사회 전반에 가했을 충격은 곽주의 편지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편지에는 곽주를 비롯하여 자녀들의 병치레에 대해 걱정하는 구절을 자주 볼 수 있다. 편지에서는 꿀에 소주를 타거나 석웅황, 생강 등으로 병을 치료하는 등 음식을 이용한 다양한 치료법이 등장한다.
이렇게 엮은 편지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일상은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번 전시는 17세기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생한 일상을 느끼며, 편지에 담긴 인간적인 진솔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웹사이트: http://daegu.museu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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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실
학예연구사 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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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27일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