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무영 시인 ‘너를 닮은 빈집 하나’ 출간…추억과 맞닿아 있는 인생의 흔적들을 그려내
본문은 전체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작은 어촌 구룡포에서’ 중 눈에 띄는 시는 ‘비켜 가는 구름’과 ‘하늘 정원’이다
먼 산 잘 보이던 길/ 빌딩과 굴뚝이 가로막고/ 콘크리트 기둥이 밀고 들어와서/ 마지막 숲의 전도사 자리마저 내주었다/ 갈 데 없는 폐기물/ 터지고 윤기 잃은 나무토막/ 수없이 대못에 박히며/ 몸짓으로 나누던 온기/ 눈을 감는다/ 양지에 누운 듯이 가벼워지는 몸/ 미소를 머금은 파란 잔디, 숨소리 들리고/ 예쁜 치마 머리맡에 걸치며 다가오는 소녀/ 여기가 하늘 정원인가?/ 산업 폐기물 반입 금지함 (‘하늘 정원’ 중에서)
어릴적 추억을 간직했던 푸른 숲은 이제 빌딩과 콘크리트 사이에서 갈 길을 잃었다. 한없이 따뜻하기만 했던 푸른 정원이 삭막하고 차디찬 곳이 되었다. 우리의 마음도 덩달아 차갑게 변한 것일까? ‘산업 폐기물 반입 금지함’이라는 마지막 구절이 쓸쓸함과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2장 ‘붉은 단풍 속으로-백양사에서’는 ‘자전거 바퀴살’이라는 시가 인상적이다.
숨막히는 줄 모르고/ 바퀴통에 묶여 굴러가던 바퀴살/ 그 굴레를 벗어나 노랑꽃 우거진 들길을/ 마음대로 달리고 싶었다/ 쉴 적마다 짐짓/ 가냘픈 몸 흔들어 이음새를 넓혔다/ 기름칠하던 손길은 헐거워, 녹슨 살은 비켜 가고/ 그예 쓰레기더미에 버림받았다/ 멋대로 구르고 싶던 녹슨 살의 생/ 가슴 벅차서 쓰레기더미를 헤치고 나와서/ 몇 번이고 홀로 서 보았다/ 바로 설 수도 없는 걸. (‘자전거 바퀴살’ 중에서)
바쁘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누구나 일탈을 꿈꾼다. 하지만,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행복감은 그것을 잃고 난 후에야 깨닫게 된다. 시인은 이 점을 ‘자전거 바퀴살’에 빗대어 꼬집고 있다. 자유를 갈망하던 바퀴는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굴레에서 벗어나자마자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만다. 바퀴를 보며 힘들지만 힘차게 달릴 수 있었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혼자서는 설 수조차 없는 바퀴로 인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사실, 바퀴가 우뚝 일어나 쌩쌩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지도 모른다. 자신과 꼭 닮아 있는 바퀴가 신나게 자유를 누리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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