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현행 대정부질문 제도 폐지하고, 이슈 중심으로 전환해야

“의원님들, 안에 들어오셔서 대정부질문에 응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지난 4월 13일 대정부질문 시간에 의원들의 이석이 커지면서 의사정족수(59명, 재적의원의 1/5)가 미달될까봐 김원기 의장이 안내방송을 시도했다. 의원들은 대정부질문 시간에 의원들의 이석이 잦은 이유에 대해 현행 대정부질문이 6시간이 넘게 10여명의 질문자에게만 발언권이 주어지고, 후반부로 갈수록 질문내용이 중복되면서 형식적이고 비생산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토로한다.

“반드시 필요한 제도인데 지금 같이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내가 이렇게 비생산적으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나, 전부 다 그런 것 느끼잖아요?” (5월 4일 국회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2소위원회 회의록) 현행 대정부질문에 대한 손봉숙 (민주당, 비례) 의원의 비판이다.

2003년 2월 4일, 16대 국회는 현행 대정부질문의 ‘일방향성 폭로형 발언’을 줄이고 실질적인 정책토론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연설식의 모두질문을 폐지하고, 일문일답 방식을 도입했다. 바뀐 국회법 하에서 17대 국회는 총3회의 대정부질문을 진행했고 100명이 넘는 의원들이 참여했으나 그 성과에 대해선 의원 본인은 물론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슈리포트⑪ 에서는 17대 국회 개원 이후, 2004년 정기국회(250회), 2005년 2월(252회), 4월 임시국회(253회)에서 진행한 대정부질문을 모니터링 하여 그 문제점을 지적, 개선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1.대정부질문 왜곡 사례 - 이것이 대정부질문인가?

야당은 정쟁 부추기기, 여당은 정부 감싸기 식의 형식적 질문으로 무의미한 대정부질문

17대 국회에 들어서도 대정부질문에서는 여전히 당의 원내전술 차원에서 ‘저격수’로 불리는 의원을 배치하는 등 구태의연한 정치행태가 존재한다. 국무위원에게 신상에 관한 모욕적 발언을 하고, 무조건 사퇴를 종용하거나 추측성 발언으로 몰아붙이고 수준 미달의 용어를 사용하는 의원들도 있다.

작년 10월 28일 안택수 (한나라당, 대구 북을) 의원은 정치 분야 질문에서 이해찬 총리에게 ‘그러면 끝까지 한번 해보자 이 말씀이십니까?’, ‘막가자네’, ‘부디 좌파 시각에서 벗어나서 시대착오적인 노무현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은 제발 포기하십시오’ 등의 발언으로 정쟁을 부추겼으며, 11월 12일 정두언 (한나라당, 서대문을) 의원은 사회·문화 분야에서 ‘저는 이런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그리고 상생을 포기한 총리에 대해서 질문을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총리가 사퇴해야 된다고 생각합니까, 안 합니까?’ 등 질문은 하지 않은 채 할애된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여당 총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자 김원기 의장이 몇 차례에 걸쳐 제지한 바 있다. 또한 올 4월 11일에는 이계진 (한나라당, 강원 원주시) 의원은 정치분야 질문에서 이해찬 총리에게 총리의 고압적인 자세를 비판하며 '총리께서는 열린우리당의 총리십니까, 전체의 총리십니까?‘ 등의 정쟁유도형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의 경우에는 여당 출신 국무위원에게 형식적, 의례적으로 대정부질문을 진행하거나 대정부질문이 아닌 야당 공격에 전력을 쏟는 식으로 대정부질문을 활용한다.
2월 15일 경제 분야 질문에서 박명광 (열린우리당, 비례) 의원은 이해찬 총리에게 ‘어려운 시기 고난도 겪으시면서 잘 헤쳐 나오셨다고 생각한다’, ‘그게 다 5선 경륜에서 기인한 게 아닌가’ 라며 총리를 추켜세웠고, 작년 11월 16일 정치 분야 질문에서 열린우리당 김종률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군) 의원이 신행정수도건설 위헌결정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에 대해 ‘한나라당은 기만적 이중적 태도에 대해서, 대국민 사기극에 대해서 진심으로 속죄부터 해야 마땅한 것 아니냐’며 야당에 대한 공격을 퍼붓자, 방청석으로부터 ‘대정부 질문을 하세요’라는 야유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대정부질문에 걸맞지 않은 발언과 행동을 하는 의원들
매 회기마다 해당 분야와 전혀 상관이 없는 질문을 하거나 황당한 행동으로 대정부질문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의원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지난 2월 14일 정치·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은영 (열린우리당, 비례) 의원은 난데없이 ‘2005년을 맞아 열심히 일 하겠다’며 자기다짐을 했고, 4월 13일 박찬석 (열린우리당, 비례) 의원은 경제 분야 질문에서 ‘본인은 자전거타기로 디스크를 치료했다’며 대정부질문 시간 전체를 ‘자전거 예찬’에 할애했다.

대정부질문 자리를 빌려 은근슬쩍 ‘정치적 민원’을 제기하는 의원들도 있다. 작년 10월 28일 정치 분야 질문에서 한나라당 박계동 (서울 송파을) 의원은 ‘대선자금 관련 정치인들과 김우중 회장을 비롯한 경제인들을 대승적 차원에서 풀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4월 14일 안영근 (열린우리당, 인천 남구을) 의원은 교육·사회·문화 분야에서 김승규 법무부 장관에게 ‘장관이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하면 거시기 하느냐’며 불법 대선자금 연루 정치인 사면을 요구했다.

이는 대정부질문을 위해 서면질문이나 상임위 활동, 국정감사 등 다른 수단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장에서의 대정부질문이 개별 국회의원의 홍보 활동, 언론으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로 부각되면서 왜곡 운영된 사례라 할 수 있다.

2. 대정부질문 개선방안에 대한 국회개혁특위 소속 위원 입장

6월 30일로 활동시한이 만료되는 국회개혁특별위원회가 대정부질문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의원별로 제각기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고, 6월 국회가 개원하였지만 아직까지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시한 내에 관련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표 1> 국회개혁특별위원회 법률심사2소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입장

[열린우리당]
문석호의원(소위원장) : 행정부 통제 기능 훼손될 우려로 지금의 형식 유지 입장
노현송의원 : 원칙적으로 대정부질문 폐지 입장이나 해당 상임위에 소속되지 않은 의원들의 참여도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대정부질문 유지 불가피
이원영의원 : 대정부질문만을 위한 본회의를 폐지하고, 법률안 처리하는 본회의에서 개회시점에 한두 사람이 현안관련 질문을 하는 형태로 개선

[한나라당]
정병국의원 : 본회의장에서 진행할 필요 없음
예결위장, 소회의장에서 공개하여 진행

[민주당]
손봉숙의원 : 대정부질문의 실효성 있으나 형식이 비효율적. 정병국 의원과 같은 의견

<표 2> 대정부질문 관련 국회법 개정안

정병국 의원 대표발의 (2005-04-22)
가. 국회의 기본일정으로는 여름, 겨울 휴가 이외 상시 개원하도록 함
(안 제5조의2제2항 제1호)
나. 상임위원회의 소관 직무에 따라 전문적으로 여러 소위원회를 구성, 독자
적으로 청문회 등을 개최할 수 있도록 하여 국회 활동을 활성화 함
(안 제57조제9항 및 제10항 신설)
다. 의원보고책임자 제도를 신설, 특정 사안에 대해 보고책임자가 상임위에서 법안 심의 과정을 책임지도록 함 (안 제58조의2 신설)

이해봉 의원 대표발의 (2004-08-24)
정부에 대한 서면질문서를 통해 질문과 관련 서류제출 요구를 함께 처리할 수 있도록 함 (안 제122조제1항)

3. 대정부질문제도 이렇게 바꾸자

대정부질문의 개선방안에 대해 ‘개선론’과 ‘폐지론’이 제시되고 있다.
‘개선론’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대정부질문의 비생산적 요소를 제거하고 정부정책 견제·감시 기능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장치 마련에 초점을 두고 있고, ‘폐지론’은 현행 대정부질문을 폐지하고, 이슈중심으로 그 형식을 전환하되 상임위 중심의 대정부질문을 활성화할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개선론의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국회운영위원회의 사전 조율로 반복 질문 불허, 의원 질문시간 축소, 질문 의원 수 확대 및 방청석의 추가 질문 허용, 대정부질문 사후 처리 보고 의무화, 회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하루 6시간에서 2시간으로 분할 진행,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 참여비율 확대 등이 제안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개선론과 폐지론이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국회가 ‘상임위 중심주의’를 택하고 있고, 주제와 이슈를 특정 하는 것이 준비과정과 질문과정에서 집중도를 높여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하여 ‘폐지론’을 중심으로 개선방안을 정리하였다.


“상임위 중심의 대정부질문을 강화하고, 긴급현안질문, 국정조사 활성화해야”

◎ 형식적 대정부질문 개선 위해 현행 대정부질문 폐지

국회는 정쟁을 줄이기 위해 일문일답식 제도를 도입했지만 질문 자체를 현재와 같이 분야별(정치, 외교·안보·통일, 경제, 교육·사회·문화 분야)로 진행하는 것은 질문의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핵심적인 논점을 부각시키거나 정책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질문자가 제한되어 있고, 중복질문도 전혀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의원을 매 회기마다 꼬박 나흘, 총 24시간 이상 본회의장에 앉아 있게 하는 것도 비생산적이라 할 수 있다. 아예 내놓고 의례적인 정치공방의 장이 되어버린 대정부질문의 개선을 위해 현행 대정부질문 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 긴급현안질문, 국정조사 제도 활성화를 통해 이슈 중심으로 전환

17대 국회가 진행한 3번의 대정부질문을 모니터링 한 결과, 매 국회마다 정치, 외교안보통일, 경제, 사회교육문화 등 각각의 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이 이뤄지기 보다는 그 시기에 중요한 정치적 이슈가 질문의 초점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월 대정부질문에서 많은 수의 의원들은 자신이 맡은 질문 분야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독도문제로 야기된 한·일 관계’에 질문의 초점을 맞췄다. 이는 의원들이 대정부질문에서 현안이 되고 있는 문제를 피할 수 없으며, 이미 대정부질문이 현안이나 이슈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바에야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제도를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대정부질문은 중요한 현안이나 사건에 대한 의회의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이슈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현재는 활용도가 낮지만 긴급현안질문과 국정조사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현안에 대한 입법부의 집중적이고 철저한 정책 감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긴급현안질문과 국정조사 실시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등의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 상임위 중심의 일상적인 대정부질문 활성화해야

긴급현안을 제외한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해당 상임위를 중심으로 대정부질문을 진행하되 타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상임위 차원의 대정부질문은 개별의원의 준비 정도에 모든 걸 맡기는 본회의 차원의 대정부 질문에 비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입법으로 연결하기 쉬우며, 정보 수집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4. 결

문제는 국민들이 대정부질문을 ‘야당이 정부를 상대로 정치적 쟁점에 대해 공방을 벌이고 의혹을 추궁하는 통과의례’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는 국민을 대신하여 정부 정책에 대해 심도 깊게 질문하고 평가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이 국회의 활동을 통해 정부 정책을 이해하고, 수용·거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국회개혁에 있어 의회의 가장 본질적 기능인 행정부 견제 기능의 정상화를 위해 대정부질문제도의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웹사이트: http://peoplepower21.org

연락처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담당 : 강수경 간사 725-7104, (전자우편) 이메일 보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