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하이퍼컴피티션 헤쳐가려면 강점도 스스로 허물 수 있어야’

서울--(뉴스와이어)--사업 환경의 급변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고조되는 하이퍼컴피티션(초경쟁) 상황에서 특정 경쟁우위 요소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진입장벽을 구축하고 경쟁을 지양하는 과거의 경쟁방식 대신, 오히려 새로운 경쟁 상황을 찾아 다니고 때로는 기존의 우위 요소를 기업 스스로 허무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은 모든 기업의 바램이다. 그러나 모든 경쟁우위는 다른 기업의 모방과 혁신에 의해 언젠가 소멸된다. 문제는 이러한 경쟁 우위의 소멸 속도가 점차 빨라진다는 데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기업간 경쟁이 빠르고 공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하이퍼컴피티션(Hyper-competition: 초경쟁)’이 일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의 본질이 바뀌는 하이퍼컴피티션

하이퍼컴피티션은 시장 참여자 증가로 경쟁 강도가 심화되고, 빠른 기술변화로 인해 경쟁의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으로 광범위하게 이해되기도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신기술에 대한 정보가 경쟁 기업에 유출되는 데 평균 12~18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하이퍼컴피티션을 단순히 해당 산업 내에서 치열해지는 경쟁과 빠른 기술변화로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화, ▲더욱 매력적인 대체재의 출현, ▲지식화되고 분화되는 소비자의 취향, ▲규제 완화, 그리고 ▲새로운 사업 모델의 등장 등이 경쟁의 본질을 바꾸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해당 산업은 구조적 불균형 상태에 빠지거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업계의 리더들이 권좌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빈번해진다.

하이퍼컴피티션 환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예측 불가능성과 급변성을 잘 보여주는 분야가 정보통신 및 전자 산업이다. 휴대폰 분야의 철옹성 같았던 세계 1위 업체 노키아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깊은 수렁에 빠지고, 대신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혁신적인 사업 모델과 아이디어, 기술을 가진 북미 기업들이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기존의 시장 참여자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혁신자들이 해당 산업의 경계 밖에서 새롭게 출현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높은 성과 변동성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기업일수록 하이퍼컴피티션을 경쟁의 본질이 바뀌는 엄격한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2007년 말 세계 1위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던 GM이 불과 1년 만에 파산까지 내몰린 것이나, 2009년 역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도요타가 품질 문제로 신뢰성이 땅에 떨어진 상황도 하이퍼컴피티션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스스로 기존의 경쟁우위 요소를 허물 수 있어야

하이퍼컴피티션 상황에서 기업의 대응 전략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현재의 경쟁우위 요소를 유지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구축하고 경쟁을 회피하는데 주력하던 과거의 방식은 시장의 경계가 빠른 속도로 와해되고 새로운 위협이 예측 불가능한 영역에서 출몰하는 상황에서는 적합한 대응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변화하는 환경에 가능한 빠르게 적응하도록 기업 내부의 시스템을 정비하겠다는 수준의 대응도 부족하다.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이퍼컴피티션에서 요구되는 자세는 경쟁 상황을 오히려 찾아 다니고, 때로는 기업 스스로 기존의 우위 요소를 허물고 새로운 경쟁 시장을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 하이퍼컴피티션에 강한 기업으로 꼽히던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를 보자. 인텔은 CPU의 속도경쟁을 부추기며 항상 한 발 앞서가며 칩 제조 분야에서 우위를 지켜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장기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도스(DOS)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윈도우(Windows)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출시했기 때문이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공통점은 신제품이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그 제품을 쓸모 없게 만드는 활동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응은 적어도 기존 산업의 경계 내에서는 선도적이었으며, 상당기간 대표적인 혁신 기업으로 추앙 받았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엄격한 의미의 하이퍼컴피티션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이들은 실상 특정 제품 카테고리에서 자기 잠식 (Cannibalization)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차세대 제품을 공격적으로 출시하는 데 그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이들의 다음 움직임은 경쟁자들이 쉽게 예측 가능했다. 또한 주로 PC 사용환경에 집중된 전략으로 인해 최근 몇 년간 모바일 시장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아직 뚜렷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예측 가능한 혁신과 예측을 뛰어넘는 혁신

반면 1990년대 후반 윈텔(윈도우+인텔) 진영에 밀려 파산지경에까지 몰렸던 애플은 PC 중심의 기존 사업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탈피했다. 애플은 2003년 아이팟과 아이튠즈를 시작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클라우드 등 기존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경쟁우위 요소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며 IT 시장의 패러다임을 흔들고 높은 성과를 올렸다. 엄격한 의미의 하이퍼컴피티션 상황에서 현재는 애플 정도만이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평가된다. 즉,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본질적으로 동일한 경쟁우위 요소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다 모바일 환경으로 인해 주도권을 상실하게 된 전통적인 경쟁방식의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애플은 새로운 경쟁우위 요소를 계속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며 혁신하는 하이퍼컴피티션의 경쟁방식을 구사하며 큰 차이를 보인다.

아직 애플의 경우도 새로운 경쟁우위 요소가 기존의 강점을 허무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진행되는 수준은 아니다. 가장 최근의 아이클라우드와 같이 기존 제품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강한 요소도 있다. 그러나 기능의 중첩으로 인해 핵심 제품간 자기 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각각의 제품 카테고리에서 한층 고도화된 경계 파괴를 추구하는 모습은 전통적인 경쟁 관점으로는 쉽지 않은 전략이다.

새로운 경쟁우위 요소, 어떻게 만들까

하이퍼컴피티션 환경에서 요구되는 근본적인 역량은 무엇일까? 모든 기업이 애플처럼 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혁신성에 기반한 새로운 경쟁으로 동태적인 우위 요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고민이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들은 존재한다. 먼저 ‘시장 흔들기’와 ‘타이밍의 효과적 활용’은 전통적인 경쟁 방식과 근본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제는 상투적인 표현이 될 만큼 성공 기업 사례에서 빠지지 않는 ‘고객에 집중된 사고’는 여전히 중요한 가치이다. 이러한 세가지 근본적인 역량을 바탕으로 하이퍼컴피티션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 실행의 단계별 포인트들을 살펴보자.

1. 준비단계 : 전략적 대안과 이슈 진단의 속도 경쟁

경쟁자들에게 빠르게 모방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분야를 중심으로 장기적인 계획과 몰입(Commitment)에 기반을 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몰입’의 정의 자체가 쉽게 흔들리거나 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변화무쌍한 환경에서는 부적합한 측면도 있다. 일본 기업들의 쇠퇴 원인을 지나친 신중함이나 장기 계획의 강조에서 찾는 경우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렇다고 전략적 몰입을 모두 부정하라는 뜻은 아니다. 몰입이 없다면 열정도 찾기 힘들며, 전략이 지나치게 행운에 의존하는 듯한 인상을 구성원에게 줄 수 있다. 대신 전략적 몰입을 실천하는 주체와 전략적 대안을 발굴하는 주체를 분명히 다르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는 2001년 출시 초반 소니 주도의 게임 콘솔 시장에서 큰 손실을 기록하긴 했지만 점차 Heavy gamer들의 지지를 받으며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Xbox는 게임콘솔 사업 자체로서도 의미가 있으나 향후 운영시스템 사업이 PC 플랫폼 이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을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으로서의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즉, 개별 사업부에서는 높은 몰입도로 현재의 경쟁 범주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최고 경영층은 개별 사업부의 전략적 몰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인지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 된다.

전략적 대안의 중요성을 인지하더라도 이를 설계하려는 조직 내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신문사업자들은 지난 30여 년간 전자출판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검색, 광고 및 UCC와 관련해 제대로 된 대안을 구성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1990년대 말 신문사업자들은 큰 어려움을 겪으며 구글이나 크래그리스트 (지역정보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블로거들의 뒤를 쫓을 수밖에 없었다. 최고 경영층이 아닌 전략적 대안 개발을 전담할 조직을 별도로 가동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존슨앤존슨의 경우 다양한 변화의 동인과 전략적 대안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JJDC(Johnson & Johnson Development Corporation)라는 사내 벤처 조직을 두고 있다. JJDC는 자체 예산을 가지고 기존 사업팀이 직면할 수 있는 위험 요인들을 식별, 시나리오별 대안을 만들고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내·외부 협력과 투자를 진행한다.

현재 사업의 위험요인을 적시에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이슈의 진단 프로세스에 대한 재정비도 필요하다. 과거 이슈 진단 프로세스에서 관심 사항은 주로 의사결정 과정이었지, 속도의 이슈는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략적 이슈 진단의 속도는 결과적으로 반응의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반응의 타이밍은 공격과 방어 기업 모두의 경쟁우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하이퍼컴피티션과 같이 환경 변화가 빠르고 경쟁 양상이 복잡해질수록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은 증가하고, 속도의 중요성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 이슈 진단의 속도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비즈니스 인텔리젼스 조직의 공식화 여부와 IT 시스템의 활용도가 중요하게 꼽힌다. 공식적 인텔리젼스 조직은 사적인 이해관계의 영향력을 최소화함으로써 진단 과정에서 불필요한 세력의 개입과 잡음을 차단하고,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의사결정 시스템은 돌발 사건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2. 실행단계 : 민첩함과 의외성으로 승부

변화와 혁신의 주기가 짧아지면서 전략의 실행단계에서도 속도경쟁과 민첩성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민첩성이란 기회를 빠르게 식별하고 기존 구조가 가져올 충돌 요인을 미리 없애는데 필요한 역량이다. 변화관리 분야에서는 주로 민첩성을 개선하기 위해 업무, 인력, 자원, 그리고 아이디어가 원활히 흐를 수 있도록 구조적 또는 문화적 장애물을 허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변화에 대한 열린 시각을 갖게 함과 동시에 내부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외부 자원을 신속히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시된다. 예를 들면, 의류 산업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ZARA와 같은 패스트 패션의 경우도 그때그때 바뀌는 시장에 반응하는 민첩성을 극대화하여 새로운 경쟁 방식을 만들어 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의류 산업은 해당 시즌에 판매할 디자인과 물량을 시즌 전에 미리 준비하는 기획 생산 체제였으나, 패스트 패션 기업의 경우 최신 트렌드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시장 수요에 따라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인한 경영난을 피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업계는 역량이 뛰어난 외부 디자이너와 한시적으로 협업을 한다거나 경쟁력 있는 다수의 아웃소싱 채널을 확보하여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경쟁 요소의 대안이 가격-품질-기능 등에 그칠 뿐 다양하지 않다. 그러나 산업간 경계가 와해되고, 새로운 기술과 혁신적인 사업모델이 빈번하게 출현하는 환경에서는 가능한 의외의 전략으로 시장을 먼저 흔드는 주체가 한동안 자신에게 유리한 경쟁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의외성이 클수록 경쟁기업은 마땅한 대응책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은행업계의 스타벅스라고 불리우는 움프쿠아 은행은 보수적인 금융업에 ‘소매점’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1994년 지점 6개의 작은 지역은행에서 현재는 186개의 지점을 가진 금융 그룹으로 성장했다. 1990년대 침체된 미국의 금융산업에서 퇴출 1순위였던 움프쿠아 은행은 1994년 레이 데이브를 새로운 CEO로 영입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매우 의외적인 전략을 펼쳤다. 고객이 자주 찾고 싶어하고, 상품들을 직접 둘러보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구매를 결정하는 백화점 매장의 개념을 은행에 도입한 것이다. 직원들을 호텔로 보내 우수한 서비스를 벤치마킹 해오도록 했으며, 은행이 최고의 인테리어 상을 휩쓰는 이례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독특한 경험을 판매한다는 스타벅스 고유의 정체성이 다른 커피 전문점들의 모방으로 인해 이제는 전혀 의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처럼 움프쿠아 은행도 현재의 경쟁우위 요소가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라도 민첩성이 동반된 의외성만큼 시장을 흔드는데 파급 효과가 큰 비책은 없을 것이다.

3. 재창조단계 : 주기(Cycle) 재설계와 빠른 회복

경쟁우위 요소를 재창조하는 단계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은 경쟁과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경쟁주기를 재설계하는 감각이다. 경쟁우위 요소들이 순차적으로 만들어지고 소멸되는데, 이는 시장이 요구하는 적절한 리듬과 맞아 떨어질 때 파급력이 크다. 즉, 고객의 마음을 읽고 기존의 경쟁우위 요소가 소멸되기 직전 새로운 경쟁우위 요소로 다음 주기를 시의 적절하게 만들어 가는 역량이 요구된다. 2004년 레이저 폰으로 큰 성공을 거둔 모토로라는 해당 경쟁우위 요소의 지속 가능 기간을 낙관하면서 신제품 욕구에 대한 니즈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 델 역시 ‘Direct’ 사업모델로 PC 시장을 평정하는데 성공한 바 있으나, 시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경쟁우위 요소를 제때 선보이지 못함으로써 HP에게 시장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변화 속도가 가장 빠른 정보통신 분야에서 애플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원인도 시장 리듬에 맞는 주기 재설계로 주도권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3년 아이팟과 다양한 후속 모델들, 2008년 아이폰, 2010년 아이패드, 그리고 2011년 아이클라우드로 이어지는 애플의 경쟁우위 요소의 창출 주기는 시장에 지루함을 주는 대신 기대를 가지고 애플의 다음 행보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최상의 경쟁우위 요소를 제대로 발굴하지 못하는 경우 실패는 불가피하다. 스마트 모바일 시장에서의 마이크로소프트나 노키아처럼 하이퍼컴피티션 상황에서 한번 시장의 흐름을 놓치게 되면 깊은 수렁에 빠져 단기간에 회복이 쉽지 않다. 그러나 애플 맥 컴퓨터의 쇠락과 아이팟의 부상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혁신은 위기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다. 애플은 큰 실패를 통해 점차 PC가 아닌 혁신적인 모바일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로 자사 생태계의 차별화라는 경쟁우위 요소를 만들어냈다. 하이퍼컴피티션의 본질은 지속되지 않는 다수의 경쟁 요소가 시장을 역동적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므로, 치명적 실패로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재도약의 기회는 분명히 존재한다. 현재의 경쟁에서 열위에 놓인 기업은 최대한 빨리 새로운 경쟁우위 요소를 재창출해갈 수 있도록 회복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예상치 못한 거대 충격을 경험하면서 기업들은 더욱 회복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복력은 본질적으로 조직 시스템이 얼마나 탄탄한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예측하지 못한 외부의 충격에도 치명상을 입지 않아야 한다.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안정적인 재무구조가 필요하고, 위기 상황을 빠르게 돌파할 수 있는 리더십과 인재도 필요하다. 또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실패에 대비해 기업은 안정성 확보를 위한 반복적 장치를 두거나 자원을 비축해 두기도 한다.

그러나 죽을 고비를 경험했다 하더라도 진정으로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재건한 기업들의 경우 오히려 우수한 회복력을 보유한다. 9/11 테러사태 이후 파산에 직면한 몇몇 항공사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핵심 가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업모델을 재정비하는데 성공했으며, 3년 전만 해도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GM은 올 2분기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훨씬 슬림화된 사업구조와 비용절감, 다른 미국 경쟁기업 대비 전기차의 앞선 출시와 연료 효율성이 높은 중소형차 개발 등의 노력이 GM의 빠른 회복을 가능하게 했다. 조직 내 강하게 공유된 정체성과 목적, 그리고 가치들이 적절한 내·외부 자원들과 결합되면서 빠른 회복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부정적 측면도 존재

일반적으로 기업(공급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소비자들은 보다 많은 혜택을 얻게 된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기업간 가격 경쟁으로 인해 제품의 가격 대비 효용이 증가한다. 그러나 고객입장에서 하이퍼컴피티션으로 인한 부작용도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속되지 않는 다수의 경쟁우위 요소가 자칫 새로운 고객 가치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의 일시적 유행 선동에 치우칠 가능성이 있다. 본질적인 제품의 성능은 동일한데 그럴듯한 기술적 용어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며 신제품 판매에 열을 올린다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전혀 반가운 일이 아니다. 치열한 금융업계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률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복잡한 파생상품들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기도 한다.

하이퍼컴피티션으로 인해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 중 가장 일반적인 사례는 아마 혼란과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편함일 것이다.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기술수명주기가 짧아지면 기존 제품의 진부화가 그만큼 빠르게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구매 의사 결정도 어려울뿐더러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하이퍼컴피티션 상황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출발점은 바로 고객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공급자 중심의 경쟁 구도에 함몰되지 말고, 고객 입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부정적 측면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LG경제연구원 한수연 책임연구원 www.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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