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R&D 리더, 경영능력 겸비해야’

서울--(뉴스와이어)--급변하는 경영환경하에서 기업에 필요한 R&D 리더는 기술능력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리더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의 R&D 리더들은 기술능력에 비해 경영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경영능력을 겸비한 R&D 리더의 중요성과 육성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왜 R&D 리더십이 중요한가?

고객 니즈의 다변화 및 고도화, 파괴적 기술 등장 등 최근의 경영환경은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보편화되었다. 이에 따라 창의성과 R&D의 역할이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으며, 고객감동을 이끌어낼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이 기업경영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경영 환경의 변화에 발맞추어 우리나라 대다수 기업들은 R&D 투자 규모의 확대, 사업전략과 기술전략간 강한 연계에 기반한 지속적인 혁신 추구, 시장의 판도를 바꿀만한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사업지향적인 R&D 성과 평가 시스템 구축, R&D 리더(프로젝트 리더, 연구소(실)장, CTO, 테크노 CEO 등) 육성 등 R&D 역량 및 성과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 중 가장 근본적이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요소는 R&D 리더의 육성이다. R&D 부문은 영업이나 생산 등 타 부문에 비해 성과를 가시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누군가의 간섭이나 통제를 받기 싫어하는 R&D 인력의 특성 등으로 인해 R&D 리더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R&D 인력의 일에 대한 만족도나 신제품개발 성과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R&D에 투자하고 선진화된 R&D 시스템을 구축한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하는 주체인 R&D 리더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 R&D 리더가 통찰력을 가지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R&D 인력을 한 방향으로 몰입하게 하느냐에 따라 기업 성과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혁신은 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혁신은 당신이 함께 하는 이들을 어떻게 리드하고 그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끌어내느냐에 달렸다”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솔선수범을 하였다. 실제로 그가 1997년 파산위기에 몰린 애플 CEO로 복귀했을 때 주가는 주당 3.2 달러였으나 퇴임을 발표한 2011년 8월 24일의 애플 주가는 376 달러로 14년 만에 주가가 117배나 폭등하였다. 어떤 R&D 리더십을 발휘하는냐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우리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R&D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유망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체계적·지속적으로 실행하여 높은 성과를 창출케 하는 주체인 R&D 리더 육성에 보다 높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떤 R&D 리더가 필요한가?

R&D 리더는 기술능력(전문 분야의 풍부한 기술 지식 보유와 업무 수행 능력 등)과 경영능력(사업화 마인드, 커뮤니케이션 스킬, 인간관계 능력 등)을 두 축으로 하여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기술능력은 탁월하지만 경영능력은 부족한 유형이다. 일반적으로 R&D 조직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실 조직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리더 유형이다. 둘째는 기술능력은 부족하지만 부하 연구원들을 효율적으로 잘 관리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유형이다. 셋째는 전문적인 기술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서 경영능력을 겸비한 유형이다. 이는 R&D 조직에서 가장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서는 가장 드물게 나타나는 리더 유형이다. 넷째는 전문적인 기술 지식도 경영능력도 모두 부족한 유형이다.

● 경영능력 겸비한 리더가 최고 성과 이끈다

최고의 R&D 리더는 셋째 유형인 ‘기술능력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리더’이다. 이 유형은 해당분야의 전문기술과 지식이 풍부하여 연구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뿐만 아니라, 명확한 조직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과 사람을 관리하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따라서 이 유형의 R&D 리더가 조직을 이끌게 되면 창의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조직여건이 만들어져 연구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120% 발휘하게 된다. R&D 조직은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냄으로써 모든 연구원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조직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2009년에 구글은 조직의 미래를 위해 차세대 검색 알고리즘개발보다는 리더 육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문제 의식 아래 리더십 분석팀을 구성하여 ‘프로젝트 옥시전(Project Oxygen)’을 추진하였다. 리더십 분석팀은 1년에 걸쳐 팀장급 이상에 관한 관찰 및 업무평가 자료, 인터뷰 및 설문조사 결과 등 입수 가능한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철저하게 분석했다.

분석 결과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8가지 조건이 도출되었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구글이 1998년 창업 이후 무엇보다 중시해온 ‘기술적 전문성’이 꼴찌에 겨우 턱걸이한 것이다. 그 대신 ‘부하와 1대1 만남을 가질 것’ ‘부하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것’ ‘부하를 일관성 있게 대할 것’이 앞자리를 차지했다.

로버트 서튼(Robert Sutton) 스탠퍼드대 교수는 “좋은 리더가 되려면 업무능력과 인간미를 균형 있게 갖춰야 한다는 것이 프로젝트 옥시전의 결론”이라며 “구글은 이 결과를 팀장 교육에 적용해 최하위 평가를 받던 팀장들의 4분의 3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기술경영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바다위(Badawy) 교수는 성공적인 R&D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능력, 인간관계능력, 관리능력을 반드시 보유해야 하며 R&D 리더의 레벨에 따라 3가지 능력의 상대적인 중요성은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상위 레벨의 리더로 올라갈수록 기술능력의 중요성은 낮아지는 반면 관리능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특히 프로젝트 리더와 같은 중간관리자들은 부하 연구원과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적인 상호관계를 갖지만, 테크노 CEO나 CTO 등의 고위층 리더는 상대적으로 접촉빈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관리능력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 기술능력은 리더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능력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R&D 리더는 매우 드물며, 기술능력은 탁월하지만 경영능력이 부족한 R&D 리더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R&D 조직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기술능력은 탁월하지만 경영능력이 부족한 R&D 리더가 빈번한 주된 이유는 아마도 R&D 조직 내에서 승진의 잣대가 기술능력의 탁월성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리더가 되기 전인 연구원 시절에는 조직 차원에서 그 사람의 경영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즉, 기술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당연히 사람관리나 프로젝트 관리능력도 뛰어날 것으로 간주하고 리더로 잘 승진시키는 것이 우리 기업의 현실인 것이다.

코찬스키와 레드포드(Kochanski & Ledford)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술능력은 탁월하지만 경영능력이 부족한 리더를 “나쁜 관리자 (Bad manager)”라고 명명하고 기술능력과 경영능력이 모두 부족한 리더보다 R&D 인력 확보 및 성과 창출에 더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기술능력은 탁월하나 경영능력이 부족한 리더는 부하연구원이 기대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강하게 질책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리더십하에서는 단기성과를 창출할 수는 있어도 지속적인 성과 창출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실패를 무릅쓰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상사에게 혼날 것을 먼저 두려워하며 시키는 일만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리더십하에서는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도, 연구원의 동기부여도, 창의적인 조직문화 구축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유럽·아시아 지역의 학계·기업·정부 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R&D 관리자 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자신들이 직접 경험한 최상과 최악의 R&D 리더 특징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하 연구원들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잘 배려하는 것이 R&D 리더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나타났다(28%). 두 번째로 중요한 조건은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갈등해결을 잘하는 등의 경영능력이 꼽혔으며(23%), 놀랍게도 탁월한 기술능력의 보유는 그 다음 순위를 기록했다(15%).

연구보고서는 비효율적인 R&D 리더의 중요한 특징도 함께 포함하였는데, 부하연구원에게 독설을 퍼붓고 함부로 대하는 것(19%), 부하연구원의 진정한 성장을 바라기보다는 리더 자신의 성장발판으로 삼기 위해 착취하고 이용하는 것(19%)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회피하거나 문제가 커질 때까지 방치하는 등 갈등관리 능력의 부족(14%)이 순위에 올랐다.

로버트 서튼 스탠포드대 교수는 “뛰어난 연구원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부하를 무시하고 모욕해서 일할 의욕이 없게 만드는 보스다. 권력을 휘두르는 보스가 부하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조직 전체의 문화와 성과가 좌우된다.”라고 말했다.

결국 기술능력만 갖고는 훌륭한 R&D 리더로서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없으며 기술능력과 더불어 인간적인 면과 관리능력을 반드시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기술능력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R&D 리더를 조직에서 육성할 수 없다면 차선의 리더는 ‘기술능력은 부족하더라도 경영능력이 탁월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R&D의 대부분은 연구원들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리더가 그들의 의견을 진심으로 존중해 주고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조직여건을 마련해 준다면 최상은 아니더라도 중간의 성과는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연구원들은 기술적인 면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자신들을 도와줄 수 있는 리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유형의 리더로는 일부 연구원들의 이직이나 직무 불만족 등을 완전히 방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R&D 리더를 육성할 것인가?R&D 조직을 잘 이끄는 최고의 리더는 기술능력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리더이다. 기술능력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리더가 조직을 이끌게 되면 연구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있는 조직여건을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탁월한 기술 및 사업 성과를 창출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연구소장들은 대체로 기술에 대한 탁월한 능력과 연공서열에 의해 해당직위에 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영자보다는 연구자’ 입장에서 조직을 운영하는 측면이 강하다. 또한 프로젝트 리더들도 담당분야의 보유기술은 뛰어나지만 관련부서와 의견을 조율하거나 부하연구원들에게 성장기회를 부여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등 인재를 육성·관리하는 능력이 전반적으로 취약하다. 실제로 R&D 조직구조나 관리시스템을 첨단으로 바꾸고도 제도의 실행주체인 R&D 경영자와 중간관리자간의 모호한 권한과 책임, 미흡한 리더십 발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과 기존 조직관리 관행에의 안주 등으로 인해 예산만 낭비하고 유명무실해진 제도나 관리시스템이 허다하다.

결국 R&D 조직은 영업, 생산 등 다른 부문보다 리더십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리더십의 결여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우리 나라의 현실이다. 이러한 R&D 리더십의 결여는 R&D 성과의 저하, R&D 인력의 직무만족도 하락 및 이직의 증대, 침체된 조직분위기 등 심각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기술능력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R&D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술능력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R&D 리더 육성 방안을 학교교육, 기업, 국가 차원에서 간단히 살펴보자.

● 팀과 사례 중심의 학교교육 강화

기업에서 바라는 R&D 인재는 창의적이고 친화력이 강하며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을 정확히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의 소유자이다.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나 기술을 설득력 있게 발표해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인간관계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주입식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중고등학교의 입시 기관화, 사교육의 지나친 과열이 발생하였고, 이는 R&D 리더가 갖추어야 할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인간관계 능력 개발을 저해하였다. 또한 대학이 기업이나 학생 등 수혜자의 니즈를 교육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이론 위주, 학점 따기 위주로 교과 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경영능력 확보 미흡의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 공과대학 대부분의 교육 과정이 개인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는데 초점이 맞추어진 측면이 있다. 개인중심의 교육을 넘어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서는 자신의 이익을 과감히 희생할 줄 아는 아름다운 2등이 많이 육성되도록 학교교육이 한 차원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과 인간관계 능력은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초, 중, 고등학교에서 인성교육에 더 가치를 둘 필요가 있다. 또한 사람과 함께, 사람을 통해서 일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실제 기업에서 높은 성과로 이어지도록 팀워크를 키울 수 있는 대학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과대학에서 기본적인 경영스킬 (커뮤니케이션 스킬, 갈등해결 스킬 등)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실제 사례나 역할연기 등을 통해 몸에 체화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 일을 통한 체계적인 육성

우리 기업의 R&D 역사가 짧아 R&D 리더십의 체계적인 육성과 활성화를 위한 기업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도 미흡하다. 실제로, 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 CTO나 연구소장, 프로젝트 리더들의 리더십 수준을 정확히 진단하고 체계적으로 개선하거나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따라서 R&D 리더십 강화를 위한 충분한 교육기회의 제공, 연구관리직과 연구직 등으로 구분한 체계적인 경력관리, R&D 리더의 적재적소 배치 노력 등 R&D 경영층 및 관리자들이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도록 기업 차원에서 체계적인 육성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탁월한 R&D 리더는 천부적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경영능력은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인 방법에 의해 체계적으로 육성·개발되는 것이다. 기술경영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타마인(Thamhain)은 경영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12가지 방법을 비용과 효과측면에서 분석하였다. 그 결과 R&D 리더의 경영능력 향상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업무를 통해 직접 배우거나 직무 로테이션, 상사의 지도 등 실제 현장경험을 통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기업에서 기술능력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일을 통해 경영능력을 배울 수 있는 직무 로테이션과 다기능팀 참여 제도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제도들은 사업부문의 입장과 니즈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사업부문과 공통의 언어와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기본토대가 되어 경영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해외기업의 CTO는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해 경영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3M의 CTO였던 이렌펠드(Ihlenfeld)는 연구원 출신이지만 4년간 사업부문 책임자를 경험한 후 CTO가 되었으며, 듀폰의 CTO였던 코넬리(Connelly)도 연구원 출신이지만 사업부문 책임자를 10년 이상 경험한 후에 CTO가 되었다. LG전자,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의 대기업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 R&D 인력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 운영

R&D 인력은 특정 기술분야를 오랜 시간에 걸쳐 전공하고 실험실 등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 사교성이나 인간관계 면에서 일반인과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기술경영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바다위(Badawy)는 이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R&D 리더가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주된 원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를 다루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많은 R&D 인력들은 사람을 다루는 것보다 실험실에서 기술적인 문제를 다루는 데 더 익숙하다. 그들의 대부분은 혼자 있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를 위해 어떤 것을 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결과적으로 많은 R&D 인력들은 리더 역할을 수행하면서 기술적인 능력보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능력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러한 R&D 인력 특성과 니즈를 반영한 제도를 적극 도입하거나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연구전문직(탁월한 기술능력을 바탕으로 순수 연구개발 업무에 전념하는 직군)과 연구관리직(탁월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연구가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관리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직군)으로 경력경로를 구분하여 인력 관리를 하는 이중경력 제도를 도입하여 기술능력이 탁월한 인력과 경영능력까지 겸비한 인력이 Win-win 하면서 기업성과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뒷받침되어야

기술능력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R&D 리더 육성에 박차를 가하려면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 대학, 국가의 전문가들이 상호교류(rotation)하는 방법을 통해 기술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R&D 리더 육성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교수급의 공대 및 경영대 교수들을 안식년 기간 동안 기업 현장에 파견하거나 기업 현장을 잘 아는 기술전문가 혹은 경영전문가들을 대학교수로 임용하는 경우 인센티브 제공 등 우대하는 제도를 국가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 현장의 살아 있는 기술과 경영지식을 체득한 사람이 교수로서 대학생들을 가르친다면 대학생으로서는 기술 및 경영지식을 동시에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풍부해지고 기업과 대학간의 협력도 보다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벤처기업의 새로운 아이디어나 신기술은 국가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이며 국가 발전의 원동력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의 풍토는 실패를 용인하는데 인색하여 젊은이들이 벤처기업 창업에 과감히 도전하기보다는 안전한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정부는 이공계 출신 젊은이들이 활발한 벤처기업 창업을 통해 경영능력을 축적할 수 있도록 일관되고 지속적인 지원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의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요즈마 펀드는 좋은 성공 사례이다. 요즈마 펀드는 이스라엘 정부가 리스크를 분담하면서도 투자자들에게 발생한 이익의 대부분을 돌려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정부는 실패한 젊은이나 벤처 기업을 낙인 찍는 것이 아니라 패자부활의 길을 열어두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운영하여,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를 성공으로 연결하는 진정한 기술혁신 리더가 배출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R&D 리더는 기업 성장의 창조적 소수

기업의 R&D 활동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목표 아래 동료·부하·상사 등이 팀을 이루어 함께 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탁월한 기술능력을 바탕으로 아랫사람에게 적절한 기회와 책임감을 부여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등 리더십의 발휘가 매우 중요하다. 결국 기업의 R&D 성과는 팀워크에서 나온다. 아무리 보유기술이 뛰어날지라도 프로젝트를 이끄는 리더에게 리더십이 없다면 그 팀은 결코 뚜렷한 목표아래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

실제로 많은 프로젝트가 기술 문제가 아닌 인간관계나 경영능력 문제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기업이 높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여러 가지 기술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하고, 관리적인 면에서는 자존심 강한 연구원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목표를 심어주고 연구원간에 협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잘 이끌 수 있는 양손잡이형 R&D 리더를 육성해야 한다.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며, 역사 발전을 위해서는 ‘창조적인 소수(Creative minority)’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조적 소수를 적극적으로 육성하지 않고 현재에 만족하고 있는 기업의 미래는 항상 불안하며 궁극적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경영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First mover로 도약하기 위한 원동력으로, 문제해결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기업 성장의 근간이 되는 R&D 역량 확보와 성과 창출의 주체인 R&D 리더 육성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LG경제연구원 장성근 연구위원 www.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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