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전국병원인 궐기 대회 열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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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병원협회
2011-10-20 14:56
서울--(뉴스와이어)--정부의 저수가정책을 규탄하는 전국병원장 결의대회와 전국 병원인 궐기대회가 잇달아 열린다. 대한병원협회(성상철 회장)는 20일 정오 마포회관 대회의실에서 ‘상임이사 및 시도병원회장 합동회의’를 열고 저수가 정책에 항의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일시와 장소 등 구체적인 사항은 집행부에 일임했다.

합동회의는 18일 수가협상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상정한 건의안건을 논의하고 전국병원장 결의대회를 개최한 후 저수가정책에 대한 정부의 합당한 조치가 없을 경우 전국 병원종사자들이 모이는 전국 병원인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또 공단 재정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수가 조정안을 내놓고 의료공급자들의 수용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현행 수가계약제도에 위헌적인 요소가 많다고 보고 헌법소원도 제기하기로 의결했다.

병원협회는 “병원계의 경영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공단 재정위원회에서 일방 통보식으로 진행되는 수가협상은 무의미하다”며 정부의 저수가정책에 대한 강경 대응방침을 밝혔다.

병협은 궐기대회와 헌법소원을 통해 정부의 저수가정책으로 인해 병원산업이 처해 있는 실상을 국민들에게 알려 향후 적징진료/ 적정수가/적정보험료 체계구축을 위한 초석을 쌓을 계획이다.

병원협회가 대정부투쟁에 나선 것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와 공동주최한 궐기대회 이후 두번째. 건강보험수가와 관련해서는 지난 1988년 의료보험요양취급기관 지정서를 반납하며 정부의 저수가 정책에 항의한 바 있다.

한편 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수가체계로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종합병원 13곳을 포함해 모두 148개 병원이 폐업했다. 또한 올 상반기에 금융권 부채를 갚지 못해 공단에서 받아야 할 진료비를 압류당한 병·의원도 423곳에 이르고 있다.

한계상황 맞은 병원계 벼랑끝에 서다

병원협회가 정부의 저수가정책에 항의해 전국 병원규모의 궐기대회 개최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35년간 계속돼 온 저수가체제로 인한 박리다매식 구조의 잘못된 고리를 끊자는데 있다.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된 지난 1976년 2월 당시를 돌이켜 보면 일본 건강보험에 대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서울의 9개 병원의 각 진료과 수가를 조사해 수가안을 내놓았다. 정부가 제시한 수가안은 의료계에 엄청난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수가안이 정상 수가의 45%밖에 안됐기 때문이었다.

건강보험제도가 없어 약국을 이용하던 환자들이 병·의원에 오게 됨으로써 새로운 이익이 창출돼 수지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게 당시 정부가 의료계를 달래는 논리였다. 한마디로 박리다매로 맞추라는 것이었다.

이후 3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의 사정은 어떤가. 아직까지 수가는 원가의 75.04%밖에 보전해 주지 않고 있다. 입원료 원가보전율은 18∼59% 정도로 더 참담하다. ‘저수가’로 생기는 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박리다매로 병·의원이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는 것 역시 변한 게 없다.

최근 10년간의 물가·인건비 상승률과 수가 인상률 비교, 그리고 병원의 폐업률같은 지수만 살펴보아도 정부의 저수가정책으로 인해 병원산업이 겪은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2001년부터 10년간 물가와 인건비는 각각 38%, 82% 오른 반면 수가는 고작 19% 인상되는데 그쳤다. 단순한 수치로만 보아도 물가 상승률의 절반, 인건비는 1/4에 불과하다.

이같은 저수가체제속에서 경영난을 버티지 못해 폐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병원은 지난해 148 곳에 이른다. 전체 병원수를 놓고 볼때 9.4%에 해당한다. 지난 한해에 10곳의 병원중 1곳꼴로 도산한 것이다. 병원 폐업률은 환자수가 급증해 박리다매로도 버틸 수 있었던 지난 2008년 6.62%를 정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해 2009년 8.08%, 2010년 9.4%로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만 해도 상반기에 86곳(5.19%)의 병원이 문을 닫았다. 이대로 가면 올해 두자리 수의 폐업률를 기록할 것이 우려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단과 건강보험 급여비를 담보로 대출을 해 주고 있는 기업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병원 54곳을 포함해 총 196곳의 병원이 2,526억원을 대출받아 급한 불을 끈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갚지 못해 공단에서 받아야할 진료비를 압류당한 병원도 지난 2006년 62곳에서 지난해에는 423곳으로 급증했다.

저수가정책은 결국 박리다매나 비급여진료 유도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05년부터 급여화된 식대수가의 경우만 해도 6년동안 한푼도 올려주지 않아 식사의 질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저수가정책이 능사가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지난 35년간 저수가정책으로 일관하면서 병원에는 서비스를 높이라는 압력을 끊임없이 해 왔다. 의약품처방이 제대로 됐는지를 확인하는 DUR 시스템 도입에서부터, 병원 서비스 개선을 위한 의료기관인증제 시행, 300 병상 이하 규모 병원에 까지 감염위원회 설치 확대 등 수없이 많다. 또한 끊임없는 선택진료제도 개선 요구로 약 1천억원 이상 수입 감소요인이 발생했고, 그동안 병원 결손을 채우는데 효자구실을 해온 주차장 이용료가 높다며 인하압력을 넣고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이런저런 비용을 모두 합쳐 추계해 본 결과, 총 4,876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과 내년에 치러질 선거를 의식해 건강보험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적정 수준으로 수가를 인상해 주기 어렵다며 고작 1.9%에 불과한 수가인상에 동의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그것도 다른 유형에는 모두 2% 이상 인상해 주면서 병원은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급여비 비중이 높아 2% 이상은 주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공단 재정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정해 준 수가인상률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패널티를 줘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21세기에 자신들이 제시한 것을 수용하지 않으면 벌칙을 받아야 한다는 억지주장을 아직까지 고집하고 있다.

병원협회가 사실상 사상 초유로 정부에 대항해 궐기대회를 여는 이유는 간단하다. 저수가로 병원이 어려워지는 것은 제쳐놓더라도 더 이상 수가이외에 박리다매나 비급여 등으로 국민들의 다른 호주머니를 털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한 보험료를 올리지 않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국민들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적정진료/적정수가/ 적정부담만이 안정된 의료공급체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벼랑 끝에 선 것이다.

내달 3일부터 이틀동안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코리아헬스케어 콩그레스에서 기조연설을 할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법학과 맥스웰 그렉 블록 교수는 “치솟는 의료 서비스 비용이 과소진료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의료서비스가 배급의 대상인가”라며 반문한다. 환자를 위해 헌신해야할 의사와 병원의 수칙이 전례없는 위협속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지 귀담아 볼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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