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가계대출 구조 변화, 금융시장보다 소비 악영향 우려’
최근 가계부채 증가, 저소득층 가계수지 적자 확대가 원인
저소득층 가계 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기 둔화와 주택가격 안정,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총액의 증가세는 아직 꺾이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으며, 대출 구성 면에서는 주택 구입과 같은 고정비 성격의 대출보다 생계비 등 경상 지출을 위한 대출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정부는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가 거시경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해 금리 인상보다는 개별 은행의 대출 총량 규제 등에 주력하고 있으나 풍선효과로 제 2금융권 대출이 증가하면서 결국 GDP 대비 국내신용 총액은 올 상반기에도 여전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풍선효과는 결국 대출금리 상승으로 대출자 상환부담을 증가시키고, 특히 저소득, 저신용 계층의 제2금융권 거래가 늘어나면서 해당 계층 가계의 재무건전성과 소비 여력을 점점 더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출 구성 측면에서는, 지난 2009년 상반기까지 42.1%에 머물던 ‘주택 구입 이외’ 목적의 주택담보 대출 비중이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해 2010년 상반기 44.2%로 증가한 데 이어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작년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에는 48.4%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한국은행이 16개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금융기관 대출 행태 조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즉, 은행 창구에서 체감하는 ‘주택 구입 목적’의 가계대출 수요는 2011년 1분기 이후 계속 줄어든 반면, 올 1분기에 10점이나 낮아졌던 ‘일반 목적’의 가계대출 수요는 2분기에 3점, 3분기에 7점씩 계속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이런 경향은 저소득층에서 더 두드러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2010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늘어난 가계대출 총액 중 각 소득 수준별 구간이 차지한 비중을 보면, 연 소득 2천만원 미만 계층의 비중이 37%로 가장 높았으며, 연 소득 6천만원 이상의 비중은 불과 3%에 그쳤다. 이처럼 저소득층의 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경기 둔화로 소득이 줄어든데다 전세 등 임대료를 비롯한 각종 가계지출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011년 2분기까지의 가계수지 변화는 이런 특징을 더 잘 보여준다. 전체적으로는 소득보다 가계지출이 적어 18~20% 수준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소득 하위 1 분위에 해당하는 계층은 소득보다 가계지출이 20% 이상 많았으며, 특히 금년 1분기에는 지출이 소득을 35%나 초과했다. 결국 이와 같은 저소득층의 가계수지 적자 확대가 생계형 대출 증가로 이어졌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원금 상환 능력이 부족해 은행 등 제 1 금융권에서 새로운 대출을 일으키기 어려운 저소득층일수록 대출 만기나 거치기간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 비은행 금융기관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두드러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높은 금리부담은 해당 가계의 대출 구조를 악화시켜 연체와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부채상환 능력 취약 대출’의 만기 도래가 집중된 2012년에 대출 부실 비율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계대출 구조 악화, 은행권에는 영향 크지 않을 듯
그렇다면 가계대출 구조의 악화와 이에 따른 부실률 악화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우선, 은행 등 제 1금융권에 미칠 영향은 우려만큼 크지 않을 전망이다. 가계부채 총액은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많은 편이지만 은행 연체율 수준이 0.7% 수준으로 미국 등의 우량대출 연체율(2% 내외)보다도 훨씬 낮고, 그 동안 은행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부실화의 여파를 견뎌낼 만큼의 체력이 쌓였기 때문이다.
최근의 은행 수익성 제고는 정부의 예대율 규제도 한 몫 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부활시킨 예대율 규제는 고금리 예금경쟁을 촉발시켜 은행의 원가비용을 높이는 측면과, 대출에 대한 은행간 경쟁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에 기여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최근 증시 침체와 저축은행 파산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된 덕분에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벌일 필요가 사라져 대출경쟁 제한에 따른 수익성 개선효과를 훨씬 더 크게 누린 것이다.
DTI와 LTV 규제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 DTI 규제는 고소득 우량대출 채무자를 선별함으로써 대출의 안전성을 높였고, LTV규제는 대출 대비 담보의 가치를 높여 은행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또, DTI와 LTV(2011년 7월말 현재 47%)가 미국과 일본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가계대출이 다소 부실해진다 하더라도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심각하게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제 2금융권의 경우는 안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은행 대출 부실화의 여파로 위험프리미엄이 증가하면 제 1금융권부터 고신용 계층, 담보대출 등 더 안정적인 쪽으로의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이는 곧 저신용 계층이 제 2금융권으로 내몰리는 대출 양극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일부나마 이미 현실화 되었으며 그 결과 최근 가계대출에서 비은행예금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늘어 2002년 11.7%에서 2011년 2/4분기 21%(전체 가계대출 826조원 가운데 173.6조원)로 증가하였다. 제 2금융권은 저신용계층과의 거래가 많을 뿐 아니라 자산규모도 은행에 비해 작아 손실 흡수능력이 적고,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 등이 이미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는 점도 이런 우려를 부추긴다. 특히 저축은행은 연체율이 높은 건설업과 PF대출 비중이 커 재무건전성 개선의 필요성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지목된다.
다행히 저축은행을 제외한 제2금융권은 가계대출 부실에 따른 급격한 재무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아직 높지 않은 편이다. 제 2금융권의 대표격인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의 예대율은 은행보다 낮은 80%이하로 유지되고 있으며, 대출 가운데 담보대출 비중이 높아 가계수지 악화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한 발 비켜서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은행권 금융기관들의 자산규모가 크지 않아 거시경제에 미칠 직접적인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적절한 관리 감독과 대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제 2, 제 3의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유의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소비 위축이 더 걱정
따라서, 현 상황에서는 가계대출의 질 악화가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보다 실물 부문에 미칠 영향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계층별 소득과 소비를 비교해보면, 월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계층이 지난 2분기 총소득과 소비에서 차지한 비중은 각각 6.2%와 10.2%였다. 2분위 계층 역시 13.1%와 15.7%로 소득 비중이 소비 비중보다 더 낮기는 마찬가지였다. 즉, 각 가구별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해당 계층 전체로는 소득 비중에 비해 소비 비중이 더 높아 시간이 갈수록 순저축(=저축-대출)이 감소하거나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국내외 금융 시장 모두 돌발 변수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자칫 이런 변수들 때문에 경기 침체와 일자리 부족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이 충분히 늘어나기 어려운 현재의 실물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대출구조 악화에 따른 원리금 부담 증가가 소비 위축과 경기 회복세 둔화라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있다.[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 www.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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