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날로 불확실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은 조직의 유연성과 생산성 제고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 해 나가야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노사(勞使)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로, 협력적 노사관계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노사관계 수준은 아직 이를 뒷받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월 스위스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가 발표한 ‘국가경쟁력평가’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비교 대상 60개국 가운데 노사관계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하위인 60위를 기록한 것이다.

복수노조 시대의 도래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서인지, 지난 몇 년 사이 정부를 비롯해 각계에서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자구 노력을 그 어느 때 보다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노사관계를 둘러싼 다양한 법/제도 선진화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따른 대표적인 변화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복수노조 시대의 도래이다. 지난 10여 년간 유예되었던 복수노조 관련 법안이 2007년을 기점으로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 노동법에서는 기업 단위(혹은 사업장 단위)에서 조직 대상을 달리하는(예컨대, 사무직, 연구직, 기능직 등과 같이 상이한 근로조건, 작업내용을 갖는 동종의 근로자 집단을 의미) 소위‘다수노조’는 허용하고 있지만, 조직 대상을 같이하는 ‘복수노조’설립은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복수노조 시대에는 기업 단위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노조 설립이 자유로워지게 된다. 따라서 기업의 노사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관계의 기초토양이 탄탄한 기업에게는 기존의 협력적 노사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에게는 복수노조에 따른 기업 경영상의 부담이 상당히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게임의 룰’변화는 필연적

이제 노사관계 제도나 관행에도 지금까지와는 상이한‘게임의 룰’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에서는 복수노조 관련한 제반 법규의 정비 작업을 오는 9월까지 마무리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섭 창구 단일화, 전임자 급여, 유니온 샵 규정, 부당노동행위 및 차별금지 규정, 조직 대상 구분 기준 마련 등 세부적인 법률안에 대한 노사정의 입장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현재 합리적 관점에서 조율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예로, 교섭 창구 단일화만 하더라도 조직 대상이 상이한 경우는 각각 교섭을 해야 하는 반면, 조직 대상이 동일한 경우, 자율적 단일화를 원칙으로 교섭대표를 구성해야만 단체교섭을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노조가 자율적 단일화에 실패할 때는 조합원수에 비례한 비례 대표제로 할 것인지, 과반수 노조에 대한 과반수 득표 노조에게 교섭권을 부여해야 할 것인지 아직 결정 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듯 법률적 세부 시행안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업 단위에서는 노사 쌍방이 이러한 변화를 사전에 면밀히 파악하고 철저히 대비해야만, 노사관계의 혼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복수노조 시대 일본의 경험과 교훈

복수노조 허용은 이미 오래 전부터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정착된 제도로, 노동 3권 중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해 ILO가 권고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 중 하나이다. 따라서 복수노조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우리로서는, 일찌감치 법/제도적으로 복수노조가 허용되어 온, 선진 국가들의 경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기업 조합주의(Corporate Unionism) 노사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일본의 경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컨대, 일본은 전후노동 개혁기인 1940년대 초에 복수노조가 허용된 경우이다. 복수노조 허용 이후 노사관계의 변화상을 요약해 보면, 초기부터 60년대까지는 주로 좌파/우파간의 이데올로기적 차원의 선명성 경쟁에 의한 노노간 갈등과 노사 간 대립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70년대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오일 쇼크 등 위기를 겪으면서 일본 기업의 노사는 상생(相生)만이 살길이라는 실리주의적 인식을 형성하게 된다. 협력적 노사관계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현재 노조가 있는 기업 중 복수노조 기업의 비중은 대략 3%선으로 50년대 초의 20%선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복수노조 허용 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기업은 주로 노사 간의 신뢰와 노사관계의 기초토대가 허약했던 기업이라는 것이다.

복수노조 발생 원인과 영향

향후 복수노조 허용 시 다수 혹은 복수의 노조가 발생하게 되는 원인과 기업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복수노조를 경험한 바 있는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과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자.

먼저, 기업의 다수 혹은 복수의 노조가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크게 4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노사 혹은 노노간의 노동운동에 대한 이념적 대립이 원인이 되어 복수노조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50년대 일본의 경우, 좌파/우파간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노동운동의 노선 차이로 이어지고, 이것이 복수노조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 둘째, 강성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수단으로 회사 측에서 제2의 노조를 설립하는 경우, 복수노조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강성 노조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기업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일 기업이 이러한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면, 자칫 노사 간 불신의 골과 갈등을 더욱 깊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셋째, 최근 인력 구조조정이 상시화 되면서, 고용불안감을 느끼는 계층에서 노조를 만들게 되어 복수노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넷째, 조직 내 구성원들 간의 차별 대우나 상대적 박탈감/소외감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강도 높은 성과주의 인사제도 실행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차별 대우, 상대적 박탈감 등은 복수노조와 관련해 기업이 크게 유의해야 할 점 가운데 하나라고 보여 진다. 위와 같은 다양한 원인으로 기업 내부에 복수노조 구도가 형성될 경우 해당 기업의 노사 환경은 그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다. 우선, 법정 분쟁이 증가할 수 있다. 일예로, 제1노조와 제2노조 간의 차별대우 문제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둘째, 기업의 관리 코스트 증가로 경영상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복수의 노조가 생길 경우, 노무관리 다원화가 예상되며, 기존과 달리 교섭 체계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노사 및 노노간 의견 차이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교섭 기간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노간 갈등 심화로 인한 노사관계 혼란도 부정적 영향 가운데 하나라 하겠다. 예컨대, 노조 측도 조합원 확보나, 선명성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복수노조 시대와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 포인트

여기서 노사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복수노조 시대 도래에 따른 법/제도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노사관계의 본질은 하나라는 점이다. 즉, 기업의 노사는 상생(相生)의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노사관계의 기초토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한 경쟁과 불확실한 경영 환경 하에서 노와 사가 생산성과 유연성 제고를 위해 기업 혁신에 적극 동참하지 않는다면, 향후 생존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1. 커뮤니케이션 채널 활성화
먼저, 노사가 활발히 대화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예컨대‘경영 실적 설명회’, ‘노사 간담회’, ‘노사 협의회’, 각종‘분과 위원회’등을 활용해,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화이트칼라 및 비정규직 구성원들의 고충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다양한 대화 채널은 복수노조 시대에 시급히 확보해야 할 인프라 가운데 하나이다. 더 나아가 ‘노사 합동 생산성 증진 프로젝트 팀’과 같이 직접적인 현안 과제를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 가려는 노력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 때, 노사 모두가 사명감과 주인의식을 갖고 생산성 제고와 경영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는 Toyota사 노사관계의 주된 특징과도 일맥상통한다. 회사는 임금을 비롯한 제반 근로조건을 노사협의회에서 결정할 정도로 노사협의회의 활용도가 높다. 노사협의회 산하에는 전문화된 각종 분과위원회(생산, 안전위생환경, 복지, 임금/보상, 인사 등)가 운영되고 있으며, 충분한 의견교환을 위해 각종 간담회(노사간담회, 지부간담회, 직장간담회 등)를 병행한다. Toyota에서는 평상시에 충분한 의견 및 정보 교환이 노사 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Toyota의 경우 단체 교섭 이전에 이미 비공식적인‘막후교섭’으로 노사 간 이견이 최소화되고 상호 만족할 수 있는 교섭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2. 진솔한 대화 자세 견지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때 유념해야 할 점은 노사 쌍방이 진솔한 대화로써 상호 공감대를 형성해, 당면 과제를 함께 풀어가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양측 모두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중요한데, 예를 들어 경영진은 투명한 경영을 통해 구성원과 노조의 신뢰를 회복하고, 구성원들 역시 끝까지 열과 성을 다해 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 미국 내 구리 광산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Magma Cooper사의 경우를 보자. 이 회사는 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노사 간의 총격전을 경험했을 만큼 적대적 노사관계와 비효율적 경영으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 하지만 1988년 새로 부임한 Burgess Winter 사장은 노사 간의 해묵은 앙금을 풀기 위해‘노사 공동 협력 위원회’의 발족을 제의한다. 위원회를 통해 노사는 수차례의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와 토론을 거쳐 새로운 노사관계의 철학과 원칙을 담은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게 되었다.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을 지향점으로 작성된‘노사 협력 약정서’는 Magma사 노사관계에 일대 전환점을 마련해 준 것으로 유명하다. 경영진과 노조 대표가 함께 회사 정문에서서 출근길의 사내 구성원들에게 노사 간 합의로 작성된 노사 협력 약정서의 내용을 소개하며 손수 나눠주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으로, 회사의 많은 구성원들에게‘무언가 달라지고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

3. 긴밀한 상호 작용 유도
또한 현장 단위에서 노사 양자가 건설적이고 긴밀한 상호 작용을 통해, 공동의 이해를 확인하고 ‘상호 신뢰’라는 믿음의 틀을 견실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영진을 비롯한 일선 관리자들과 현장의 구성원들이 인간적으로 교감하여 대화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 몇몇 우리 기업의 현장을 보면, 경영자들이 궂은일에 솔선수범하는 모습과 함께 명절에 구성원들의 집을 방문해 서로간의 정을 나누고 배려하는 등의 노력으로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만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경영자의 솔선수범도 중요하나, 일상 현장에서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의 구심점은 조직 책임자, 즉 일선 관리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과 하루의 절반 이상을 함께하며, 고충을 귀담아 들어 해결해주고, 부하 직원들이 발전/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조직 책임자들이 지나치게 개인 실적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현장에서 성원들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부족할 경우 협력적 노사관계의 기초 토대는 허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GE와 같은 해외 선진 기업들의 최근 중간 관리자들의 리더십 개발에 역점을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겠다.

4. HR 제도에 대한 만족도 제고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중간 관리자들의 리더십 개발을 위한 HR 제도개선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중간 관리자와 부하 사원과의 보다 긴밀한 상호작용을 유도할 수 있는‘멘토링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거나, 조직책임자들의 부하 직원 육성 활동을 평가하는 지표를 개발/활용하는 것 등 이다. 또한, HR 제도 전반에 대한 만족도를 제고하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최근, 대다수의 기업들이 강도 높은 성과주의, 핵심 인재 중심의 인사 및 상시 인력 구조조정과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도는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향후에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적지 않은 불공정성/불합리성을 제기하거나, 고용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HR 제도의 공정성/합리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HR 제도 개선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도 시행에 대한 구성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펼쳐지는 것이 중요하다.

5.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이 출발점
마지막으로 상생의 노사관계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과거 우리의 노사관계가 급격한 산업화과정을 거치면서 노사 간의 아픈 상처를 남겼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노와 사가 서로를 불신하고 힘겨루기를 하며 진정한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저명한 노사관계 학자Tannenbaum은‘노사 간 갈등과 다툼은 그저 집안싸움(Family Quarrel)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노사는 기업의 성쇠와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운명 공동체이다. 따라서 이제 노사는 서로를 인정하고‘우리는 하나’라는 인식부터 갖는 것이 필요하다.

Toyota사의 경험은 좋은 본보기

여기서 Toyota사의 사례는 2007년 복수노조 시대 개막이라는 새로운 시험대를 맞고 있는 우리 기업의 노사가 함께 음미해 보아야 할 대목으로,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노사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준다. Toyota의 노사관계는 2차 대전 후 어려움을 겪어 오다
마침내 1950년 무렵 극심한 경영난과 맞물리면서 폭발하게 된다. 회사는 도산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겪게 되고 대규모 노사 분규도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경영진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으며, 노조 간부의 총사직과 함께 많은 종업원들도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노사 간의 뼈아픈 고통의 경험은 이후 Toyota 내부에‘겐센(原泉)’, 이른바‘나눠가질 몫(Pie)’이라는 개념을 정착시키게 된다. 노사는 운명을 같이하는 공동체로서 우선 나눠가질 수 있는‘겐센(原泉)’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나눠가질 것이 있어야 노사 간의 합리적인 교섭을 통한 분배도 가능하다는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로 Toyota사는 노사 협력을 기반으로‘JIT(Just-in-Time)’라는 혁신적인 생산 방식을 정착시키게 되었고, 회사의 성공뿐만 아니라 일본의 자동차 산업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었다.

LG경제연구원 김현기 인사조직그룹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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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선임연구원 3777-0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