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주택정책은 투기억제 일색이다. 세무조사, 세금 인상,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비율 인하, 거래규제, 재건축 규제 등 하지 말라는 것뿐이다. 이런 조치들로는 잠시 동안 시장을 놀라게 하거나 기절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문제의 근원을 치유하지는 못한다. 보유세 강화만 하더라도, 일단 세금 강화의 효과가 부동산 값에 반영되고 난 후부터는 다시 집값이 세금과 무관하게 뛰기 시작한다. 그 증거는 우리보다 보유세 부담이 3~10배나 높은 미국에서도 지난 몇 년간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음에서 잘 볼 수 있다.
반면 참여정부는 공급 확대에 매우 소극적이다. 주택종합계획에 의하면 2008년부터는 연간 주택공급 규모가 52만호 이상에서 48만호로 줄게 되어 있다. 특히 신규 택지공급은 2003년부터 10년 동안 전국에 1억3천만 평으로 잡혀 있다. 한해 평균 1,300만평이다. 매년 전국에서 분당 신도시 2개 정도의 택지를 공급하는 것이 전부인 셈이다. 재건축을 통한 공급확대는 정부가 아예 내 놓고 막아왔다.
아마도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기 때문에 그런 축소지향의 계획을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 국민이 자가용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자동차 생산을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주택보급율이 100%가 된다고 해서 주택공급량을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올라가는 것에 맞추어 더 좋고 더 많은 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
투기억제는 임시변통에 불과하다. 오히려 공급을 축소해서 문제를 악화시킨다. 근본 대책은 공급 확대 밖에 없다. 그것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평형의 원하는 스타일의 주택이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90년대 초 분당과 평촌, 일산 신도시로의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서울 강남의 집값도 눈에 띄게 떨어졌던 사실을 기억하라.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은 수요가 있는 지역에 충분한 택지를 공급해 주는 것이다. 주택의 스타일과 평형과 배치 등은 모두 민간 건설업체들에게 맡기면 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건설업체에 대한 택지분양방식을 최고가 경쟁 입찰로 해서 환수하면 된다. 그 수입은 정부가 서민들을 돕는 일에 쓰면 된다. 택지 분양 후의 일은 시장에 맡기라. 그렇게 하면 서민주택 수요가 있는 곳에는 서민주택이 지어지고, 고급주택에 대한 수요가 강한 지역에는 고급주택이 지어질 것이다. 소위 소셜 믹스(Social Mix)라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어떤 사람과 같이 살라고 강요할 권리는 없다.
공급확대를 제안하면서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다. 공급확대 정책은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공급확대로 값이 낮아지는 것은 새로 지어진 주택단지에 입주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 사업에 착수한 지 최소 2~3년을 참아야 한다. 그 전까지는 토지 수용, 보상, 자금 조달 등 골치 아픈 일만 잔뜩 쌓여 있다. 주변지역의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난도 쏟아질 것이다. 그래서 공급확대책은 어느 정권에게든 달가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하철 공사 중에 길이 더 막힌다고 기존 도로에 안주했다면 우리는 지금 지하철의 편리함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택지를 조성하고 집을 짓는 과정이 골치 아프다고 공급 확대를 외면한다면 다음 정권에서는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제 주택정책의 틀을 새로 짤 때다. 그리고 그 방향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일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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