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벌’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 ‘왕의 남자’ 크랭크 인
첫 촬영부터 줄타기와 살판(땅재주), 춤솜씨를 보여야 하는 ‘장생’역의 감우성과 ‘공길’역의 이준기는 내심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오랜 동안 땀 흘리며 훈련해온 덕분에 2m가 훌쩍 넘는 동아줄 위에서 조금도 위축됨 없이 신명 나는 사설조의 대사를 주고 받아냈다.
특히 감우성은 수 십 년을 공연해 온 남사당패 공연단의 권원태 선생도 놀랄 정도로 능청맞게 사설을 뽑아냈다. 맛깔 나는 양반풍자와 서민들이 주고받던 구수한 음담패설까지, 막힘 없이 시원하게 쏟아져 나오는 감우성의 대사는 이미 그가 조선 최고 광대인 ‘장생’역에 한껏 동화되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여자보다 더욱 아름답게 키워져야만 했던 비운의 광대 ‘공길’역을 맡은 이준기 역시 <패왕별희>의 장국영을 능가할 만한 미모와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화 속 소극의 각시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감우성과 이준기는 바우덕이 안성 남사당패에서 약 한달 반에 걸쳐 전통줄타기와 사설, 손인형 놀음, 살판(땅재주넘기), 장고와 꽹과리 연주 등을 사사 받았다.
감우성은 이날 촬영이 없는 틈을 타 공중제비와 덤블링을 연습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연속으로 두세 번의 땅재주를 넘는 것은 이제 쉬운 일. 그러나 표정이나 대사 연기뿐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광대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자신의 촬영분을 준비하는 감우성의 프로근성은 현장을 더욱 뜨겁게 하였다. 이날 촬영분이 없는 정진영(연산 역)과 강성연(녹수 역)도 동료배우에의 격려차 세트장을 찾았는데 강성연은 각시로 분장한 이준기를 향해 ‘너무 예쁘다’며 ‘홍일점이라고 좋아했는데 긴장해야겠다’는 장난스런 농담을 던졌다.
<왕의 남자>는 시대를 호령하던 절대 권력자인 왕과 신분을 넘어 궁으로 들어가 그 앞에서 당당하게 맞섰던 광대들의 이야기를 탄탄하게 그려낸 시나리오만으로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왕의 남자>는 60억 원의 제작비가 투여되고 철저한 고증과 세련된 디자인적 상상력을 곁들여 약 3개월의 촬영을 남겨두고 있다.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놀랍고 신명 나는 한 판 놀음을 보여줄 <왕의 남자>는 오는 12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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