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물가지수개편, 무엇이 달라지나’

서울--(뉴스와이어)--물가지수 개편에 따라 물가지수의 시계열 특성도 변한 것으로 판단된다. 금반지가 제외되고 품목별 가중치가 변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추세치가 약 0.2%p 낮아졌다. 한국은행 물가목표치를 수정할 정도의 큰 변화는 아니겠지만, 속성 변화를 통화정책 운용에 반영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소비자물가지수가 2010년 기준으로 개편되었다. 소비패턴 변화를 반영한 품목 교체, 가중치 수정 등 5년 주기의 통상적인 개정이다. 예를 들어 유선전화기, 공중전화 통화료와 같이 지출비중이 급감한 품목은 제외되고 스마트폰과 인터넷 전화요금과 같은 새로운 품목들로 교체되었다. 또한 각 품목들의 가중치가 2010년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라 변경되었다. 농축수산물의 가중치는 1.1%p 감소한 반면 공업제품은 1%p 증가하였다.

그런데 몇몇 요인들로 인해 물가상승률의 하락폭이 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가지수 개편으로 상승률(1~10월 전년 동기대비 상승률)이 4.0%로 구지수 대비 0.4%p나 하락하였으며, 11월 물가도 유사한 차이를 보이는 등 큰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물가상승률 차이 0.4%p 중 0.25%p가 금반지를 타장신구로 교체하여 발생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14K 금반지가 다른 귀금속류처럼 자산으로 분류되는 품목인지, 소비형 장신구인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교체에 따른 물가하락폭이 커 신지수의 시계열적 특성 역시 크게 바뀌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평균 상승률이 낮아졌으므로 한국은행의 물가목표치를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나, 변동성이 작아졌을 것이므로 현행 ±1%p의 물가목표치 범위를 줄여야 된다는 의견들이다. 이하에서는 신지수 개편에 따른 시계열적 특성을 검토해 본다.

금반지 제외로 물가상승률 0.2%p 하락

국제 금 시세가 2000년대 들어 달러화 약세 등에 기인하여 상승세를 지속하였고,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급등하는 양상까지 보였던 만큼 소비자물가지수 산정에서 금반지 의 타장신구로의 교체(이하 금반지 교체)는 단순히 올해의 물가상승률뿐 아니라 중장기적 시계열 특성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다만 통계청의 신지수 자료를 가지고는 이러한 속성변화를 평가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신지수로 개편될 경우 2010년 이후의 신품목들은 새로운 시계열로 생성되나, 그 이전은 기존 품목들의 상승률 등 시계열 속성을 이용하여 역으로 추산하기 때문이다. 물가지수 개편에 따른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새로운 계열(이하 조정계열)을 구축하였다. 구지수의 원자료를 이용하여 금반지를 제외한 후 신지수의 가중치를 적용하여 조정계열을 생성하였다.

추정된 조정계열은 금반지를 완전히 제외했기 때문에 구지수 대비 하락폭이 신지수보다는 다소 과장되게 나올 것이다. 왜냐하면 신지수에는 금이 완전히 제외된 것이 아니라 다른 장신구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새로 고려되는 장신구는 전년동기(1~10월) 상승률이 13%로 금반지(23%)에 비해 낮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전체 물가상승률보다는 높은 수치를 보인다. 다만 장신구의 가중치가 크게 하락하였다는 점(0.48%→ 0.13%)을 반영하면 조정계열과 신지수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품목조정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효과도 반영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인터넷 전화요금과 같은 새로운 품목들은 통상 물가상승률이 낮게 형성되는 품목들이다. 이런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추정된 조정계열은 신지수 개편의 속성변화를 어느 정도 평가해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본 분석에서 추정된 조정계열로 볼 때 금반지는 추측한바 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00년대 이후 연평균 0.2%p 지속적으로 상향시켜 왔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국제 금시세가 앞으로 최근의 추세와 같은 상승률을 지속할 것으로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급락하여 현재 영향과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자료를 토대로 본다면 금반지 교체에 따른 신지수 개편으로 물가상승률의 중장기 평균 값이 하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금시세가 수급상황에 따른 가격변화라기 보다는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추이는 오히려 전체 소비자물가를 왜곡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조정계열 생성시 신지수의 품목별 가중치를 적용한 것은 물가상승률의 평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 전체평균보다 높은 물가상승률을 가진 농축수산물(2000년대 평균 5.2%)의 가중치가 소득상승에 따라 1%p 가량 줄어들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가중치 변화 역시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가중치가 늘어난 다른 품목들이 물가를 높이는 역할을 해, 전체 평균으로는 가중치 변화가 오히려 물가상승률을 약 1.1bp(0.011%p)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가공식품의 경우 평균상승률이 4.3%였는데, 품목 가중치가 0.8%p 늘어나 구지수 대비 물가상승률을 3.3bp 정도 높이는 역할을 하였다.

중앙은행 목표치를 수정할 정도의 변화로 보기는 어려워

금반지 제외로 평균 물가상승률은 약 0.2%p 낮아졌는데 인플레이션 추세가 이정도 크기로 하향 조정된 것이 과연 한국은행의 목표치를 낮출 만큼 유의미한 변화로 볼 수 있을까? 이를 간단히 검정해보기 위해 물가상승률의 행태식을 추정하여 보았다. 행태식의 상수항을 물가상승률의 추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추정기간은 2000년대 이후로 한정하였고, 설명변수로는 총수요압력에 더하여 국제환율(원/달러), 국제유가(두바이유) 상승률을 고려하였다.

추정결과 구기준 물가상승률의 추세치는 표준오차를 고려하면 2.99~3.40%의 범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나, 구지수의 평균상승률이 한국은행 목표치보다 다소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조정계열 물가상승률 추세치는 평균 0.2%p 정도 낮아지게 되면서 2.80~3.16%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추세치 하락이 유의미한 것으로 판단되나, 한국은행 목표치가 조정계열 추세치 범위 안에 있다는 점에서 물가목표치까지 하향할 필요성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가상승률의 변동성 역시 소폭 하락하였지만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석유류, 농축수산물과 같이 변동성이 컸던 품목들의 가중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표준편차가 0.05%p 하락하였지만, 그 크기는 0.9%p로 구지수와 비교시 크게 작아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중앙은행의 물가목표 범위가 1년이 아닌 보다 중기적인 목표 하에 적용되는 범위이고, 정책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확대 개편되었다는 점을 비추어볼 때 신지수 개편으로 물가목표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다소 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통화정책과 물가지수간의 관계 변화 가능성 고려해야

마지막으로 지수개편에 따라 주요 거시변수에 대한 반응도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석유류나 농축수산물의 경우 국제원자재가격 변동에 가격이 크게 변하는 품목들이다. 이들 품목들의 가중치가 낮아지면서 대외변수 변화에 따른 물가상승률의 민감도도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구지수에서는 국제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0.46%p 상승했으나, 조정계열에서는 0.28%p 상승에 그친 것으로 추정되어 그 크기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국제유가에 따른 민감도도 환율보다는 변화폭이 작지만 영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총수요압력에 따른 물가상승률 탄성치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실물경기가 둔화되면서 수요압력이 낮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로 인한 물가 안정효과가 구지수보다 커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대외변수보다 수요측 변수에 따른 물가상승률 탄성치가 높아졌다는 것은 과거에 비해 통화정책에 따른 물가안정효과가 크게 나타날 개연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지수개편으로 올해 물가상승률이 0.4%p나 낮아지게 되었다. 국제 금 시세가 2000년대 들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물가상승률 하향 조정이 올 한 해의 단기적인 변화라기보다는 시계열 속성 자체가 변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올해 하락폭보다는 장기적인 추세치 하락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비록 중앙은행의 물가 목표치를 수정할 정도로 인플레이션 추정치가 하락하지는 않았지만, 중장기적인 평균상승률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서는 통화정책의 운용을 좀 더 타이트하게 가져가야 할 필요성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주요 거시변수와의 관계도 변했을 가능성이 존재하여, 물가지수 개편에 따라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엄밀히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다.[LG경제연구원 강중구 책임연구원 www.lgeri.com]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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