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조직 침묵 현상과 리더십’

서울--(뉴스와이어)--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잘 일어나지 않는 “조직 침묵 현상(Organizational Silence)”은 우리 기업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조직 침묵 현상이 나타나는 핵심 이유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가 리더십이다. 그러나 정말 리더십만의 이슈라고 볼 수 있는 것일까? 조직 내에는 친절한 리더만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 조직 침묵 현상과 리더십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몇 가지 의문을 짚어보자.

많은 경영자들은 구성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소신 있게 말하고, 상하좌우간 자유롭게 토론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 사업화까지 이르기를 꿈꾼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많은 구성원들의 경우, 공식적 루트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장(場)에서 입을 열어 자신의 의견과 의중을 보여 주길 주저하고 있으며,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속마음 이야기들을 삼삼오오 친밀한 사람들끼리 조심스레 주고 받는다. 이렇듯 조직 침묵 현상(Organizational Silence)이 만연한 조직에서, 대화를 통해 사람들의 잠재된 창의성을 자극하여 “대화 당사자들도 놀랄만한”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도록 만드는 “집합적 창의” 현상이 나타나길 기대하기란 어렵다.

우리는 “창의”를 생각하기 전에 “창의”에 도달하기 위한 근원적 필요조건인 “대화”가 왜 단절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 조직에서 구성원들간 대화의 단절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유 중 하나는 리더십의 이슈이다. 속된 말로 “성질이 OO 같은 리더”, 즉 “불친절한 리더” 때문에 입을 열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칫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는 혼나기만 할 뿐 본전도 못 찾을 것이며, 더 나아가 당장 그 자리에서 혼날 뿐 아니라 잘못하면 연말 평가에까지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구성원들의 입을 닫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구성원들이 말을 안 하는 것이 정말로 부적절한 리더십만의 문제인가? “불친절한 리더”의 대명사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잘못된 리더일까? 스탠포드 대학의 로버트 서튼 교수는 본인의 저서 “또라이 제로 조직(The No Asshole Rule)”에서 구성원들을 괴롭혀서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만드는” 대표적 또라이 중의 한 사람으로 스티브 잡스를 지적했었다. 그렇다면 이런 리더는 상황, 이유 등을 막론하고 비난 받아야만 할 리더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조직이 아름답기를 원하지만 마냥 유토피아 같은 조직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냥 세상을 모르는 어린 아이처럼 리더들만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구성원들의 창의를 살리려다가 자칫 리더의 창의를 희생시킬 수도 있다. 일방적으로 리더십 이슈라고 비난할 경우, 되려 리더들이 구성원들의 눈치를 보며 일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등 그릇된 “인기영합주의(Popularism)”로 흐를 수도 있다.

조직 침묵 현상과 리더십 간의 관계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 보자.

리더십의 이슈인가, 팔로워십의 이슈인가?

많은 구성원들은 “독단적인, 고압적인, 존중과 배려가 없는, 불 같은” 등 다양한 단어를 구사하며 불친절한 리더십을 질타하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에 대해 어떤 이들은 “자신감 부족, 배짱 부족, 자기 주장이 부족한” 등의 표현으로 “구성원들이 너무 유약한 것이 아니냐”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칼로 무 자르듯 누가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리더십 이슈를 제기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 구성원의 팔로워십(Followership)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일” 문제, 팔로워십 이슈일 수 있다

먼저 “리더가 비판하는 대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일”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인지 또는 “사람”을 비판하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리더가 비판하는 대상이 “일”이라면 팔로워십 이슈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일에 대한 비판이란 최선의 결과를 목표로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일” 자체에 대한 논쟁을 거세게 밀어붙이는 경우를 뜻한다. 불친절함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더 나은 결과를 위한 논쟁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은 가급적 친절하고도 유순한 말들이 오고 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논쟁이란 그 특성상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말투는 공격적이 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대의 공세에 마음이 상해 자칫 말의 내용을 생각해 보기 보다는 상대의 불친절함을 우선적으로 질타하기 쉽다. 논쟁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한 사람의 일방적인 공격 또는 양자간 감정적 싸움으로 마무리 되곤 한다. 이때 논쟁이 더 진전되지 못한 것에 대해 불친절한 사람을 탓해야 할까 아니면 불친절함에 기가 질려 버리는 사람을 탓해야 할까?

리더의 “불친절함”이 그다지 칭찬할 만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존재해서는 안될 해악(害惡)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만큼 ‘또라이 리더’로 소문났던 사람도 없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명확한 기준이 있었다. 그는 한 TV 프로에 출연하여 “논쟁을 즐긴다. 논쟁의 목적은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채택되게 하는 것’이다. 창업 이래 애플의 핵심 가치는 줄곧 ‘고객에게 최선의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고 그 기준 하에 치열하게 논쟁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불친절한 리더에게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구성원들의 배짱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닌지 또는 리더는 친절해야 한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구성원, 준비와 배짱이 미흡한 부분 없는가

구성원 입장에서는 리더의 불친절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준비가 부족했던 점은 없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한 조직에서 리더의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은 거저 올라간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몰입, 충성을 했기에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기대 수준은 당연히 높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친절한 리더는 하나하나 가르쳐 주겠지만, 불친절한 리더는 부족하다 싶은 부분에 대해 가차없이 공격을 할 것이다. “난 아랫 사람이니까 조금 적당히 해도, 조금 부족해도 봐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 다 리더의 불친절함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을 것이다. 불친절한 리더에게 적당한 친절을 기대하지 마라. 그보다는 불친절한 리더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수 있을 만큼 최소한 본인이 맡은 업무에 대해서는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 리더가 무엇을 묻든 어떤 것을 가지고 공격을 하든 자신만의 논리를 가지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를 해야 한다. 또한 리더의 시각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특정 사안에 대해 리더가 바라보는 시각과 구성원이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일방적으로 구성원 입장에서의 시각을 이야기하기 보다 리더의 시각을 이해하고 이에 기반하여 대응책을 마련하면 이야기가 쉽게 풀릴 수 있다.

감정적으로 겁먹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누구나 공격적인 사람 앞에서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어 있다. 심지어 공격적인 사람조차도 다른 공격적인 사람 앞에서 잠시나마 두려움을 느끼는 법이다. “논쟁(論爭)”의 어의를 풀어보면 말로 하는 전쟁이다. 전쟁에선 항상 물리적인 전쟁 외에 심리전이 병행된다. 그만큼 심리전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두려움을 느끼면 “네, 네” 대답만 하다 마무리 되기 쉽다. 철저히 준비하고 배짱으로 밀어 붙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 문제, 리더십 이슈

만약 리더가 “일” 문제에서만 불친절하고 “사람”의 문제로까지 넘어가지 않는다면 불친절의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일에서 발생하는 적정 수준의 갈등은 조직의 성과를 높인다는 많은 연구 결과들도 있다. 문제는, “일”의 문제가 “사람” 문제로까지 번질 경우이며 이는 리더십 이슈로 볼 수 있다. 즉 “일” 때문에 논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더와 논쟁하여 리더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조직 생활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다.

일로 인한 상사와 부하 간 갈등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부하들 역시 배짱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상사들은 이러한 상황을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어디서 감히 상사에게 대들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도 괜찮다. 열띤 논쟁을 하다 보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고 심지어 특정인을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사람인 이상 누군가가 감정적으로 싫어지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이러한 호불호(好不好)의 감정이 실질적인 업무 수행 과정이나 평가 등에 반영되어 “특정인에게 불이익”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때 발생한다. 즉 업무 수행 과정 중 부하가 아무리 좋은 의견을 말하더라도 그 사람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거나, 업무 평가에까지 그러한 감정을 반영하는 경우이다. 부하는 나름 열정을 가지고 “일”을 더 잘해보자고 열심히 노력해서 배짱을 부리다가 “괘씸한 부하”로 찍히게 되고 업무와 인사 상의 불이익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조직 생활에 있어서 실질적인 불이익이 발생하게 되면 구성원들은 말을 조심하고 리더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게 된다. 조직 침묵 현상이 나타나고 강화되는 것이다.

이는 리더십의 이슈다. 구성원들과 다양한 의견들을 교류하여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조직에서 리더의 핵심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려 구성원들의 입을 막아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감(私感)으로 구성원과 조직의 공동 이익을 외면하는, 리더로서의 부적절한 행위다. “한 두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아도 조직은 얼마든지 굴러 간다. 너 없어도 상관없다”라는 리더의 작은 이기적 사감은, 그 한 두 사람 뿐만이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의 입까지 모두 닫게 만든다.

주장은 명확해도 태도는 겸손한 것이 지혜

구성원들도 태도 측면에서는 겸손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윗 사람과 아랫 사람에 대한 구분이 매우 엄격한 곳이다. 일가친척 사이에서는 단지 하루 먼저 태어났다 하더라도 “형”이라는 호칭을 써야 하는 곳이다. 요즘 시대가 바뀌어서 위계에 대한 개념이 느슨해지고 수평적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되고 있으나, 여전히 나이나 직급 등에 따른 위 아래 인식들은 적잖게 남아 있다. 리더 입장에서는 부하 말을 잘 들어 주고 싶다가도 불손하다 싶으면 일단 먼저 감정이 상하게 될 수 있다. 물론 감정이 상한다고 해당 부하의 인사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은 리더의 자질 문제이지만, 구성원 입장에서는 한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차원에서 리더의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가급적 배려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태도는 공손해야 한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라는 표현을 인상을 쓰며 삐딱하게 하는 것과 정중한 태도로 조심스레 말하는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부하가 말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리더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겸손히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직에 속한 구성원으로서 리더와의 화합을 위한 기본 책무 중 하나다.

리더십은 바뀔 수 있을까?

리더십은 변화 가능할까? 88세의 나이로 타계한 故 김수환 추기경은 신부가 되고 나서 사람들을 보살피고 사랑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 “머리로는 금방 이해를 했지만, 이러한 이해가 가슴으로 내려오기까지 7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혹자는 “죽을 만큼 힘들지 않으면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실제 연구 결과들을 보면 사람이 바뀌는 경우는 배우자의 죽음, 불치병의 선고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처했을 때라고 한다. 그만큼 사람이라는 존재가 특별한 계기 없이 갑작스레 변화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시도조차 해보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을 만들어 줘라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일”로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고 명성이 높은 리더들의 경우는 본인들이 스스로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로 그러한 사실을 자랑스러워 하기도 한다. 그런데 특히 “사람”을 힘들게 하는 리더들은 자신들이 사적인 감정으로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는 사실을 잘 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그들은 본인이 공정하게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360도 평가 등을 통해 리더십 평가가 좋지 않게 나오는 리더들, 부하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는 리더들조차 본인은 잘하고 있는데 구성원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구성원들을 탓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난 그런 사람이야, 그런데 이제 와서 어떻게 사람이 바뀌어”라고 말하면 차라리 나을 것이다. 그런데 “난 잘못이 없어. 구성원들이 이기적이고 편협해. 난 억울해”라고 정말로 속상한 듯 이야기 하는 것이다. 본인은 매우 열심히 조직과 업무에 충성하고 있는데, 구성원들이 이해도 못하고 따라와 주지도 않고 있어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그리고 실제로 본인들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마음 속 깊이 스스로 믿고 있다. 자기 인식 능력 (Self-Awareness)이 부족한 리더들이 많은 것이다. 누가 봐도 ‘유체이탈 화법’을 쓰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스스로는 그것을 모르고 있는 웃지 못할 현상이 발생한다. 예를 들면 실제로는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리더는 구성원들을 배려해야 한다. 나처럼 해야 한다”라고 확신에 찬 이야기로 주위의 구성원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무엇보다 자신의 모습, 특히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직시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하들의 리더십 평가만을 보여주는 것으로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부하들의 평가를 믿지 않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전문가의 진단과 평가를 받도록 해주는 것이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데 더 효과적이다. 즉 단순히 부하들의 평가 결과만을 던져줄 것이 아니라 심리적 상담이나 코칭 등 전문가의 손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다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

변화를 강요할 수는 없다

리더가 자기 자신의 모습을 겸허하게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되 이미 리더로 뽑은 사람들의 스타일을 억지로 바꿔 보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과에게 오렌지가 되기를, 사자에게 양이 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리더에게 모든 것을 다 잘하는 만능이 되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이다. 많은 경우 “모든 걸 다 잘한다”는 말은 “모든 것을 다 못한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구나 어설프게 바꾸려고 하다가는 기존의 강점마저 잃게 될 우려도 있다.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과 언행이 일관되게 조율되어 있을 때 가장 효과적·효율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다. 가장 자기 자신다울 때 높은 자신감을 가지고 편안하게 일에 집중할 수가 있다. 부하들을 계속 담금질하며 일을 해온 리더가 갑작스레 자율적인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해 나가기란 어렵다. 자칫 잘못하다간 자율이 아닌 “방임”이라는 엉뚱한 길로 빠질 수도 있다. 그렇게 해오질 않았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일해서 성과를 내는 방법” 자체를 모르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하며 체득을 해야 하는데, 리더라는 자리가 그렇게 시행착오를 해도 괜찮은 자리가 아니다. 이미 리더가 된 사람들은 자신들의 스타일이 있는 법이고, 새삼스레 그들의 스타일을 바꾸려고 노력해 봐야 조직 차원의 성과만 악화될 수 있다.

만약 친절한 리더를 원한다면 처음부터 리더상을 명확히 “친절한 리더”로 설정하고 그러한 리더를 뽑았어야 했다. 이미 40~50대가 된 리더들의 고유의 “스타일”을 비판하고 변화하라고 강요하느니 차라리 “잘못 뽑았다” 라고 인정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추후로는 동일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유념하여 리더상과 선발 프로세스를 재검토하고 정비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 세상에 성공을 일구어 내는 단 하나의 리더십 스타일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스타일의 다양한 리더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성공을 이끌어 낸다. 아무리 불친절한 리더라 할지라도 조직과 부하들로 하여금 “불친절은 하지만 조직과 내가 발전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갖도록 한다면 그 스타일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조직 차원에서는 조직의 핵심 가치나 문화 상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불친절”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단순히 불친절하다고 악명 높은 리더라고 해서 그 이유만을 가지고 “리더십 스타일에 문제 있다. 바꾸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강점을 살려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LG경제연구원 황인경 책임연구원 www.lgeri.com]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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