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가장 큰 문제다. 사람들은 국제적으로 많은 활동을 하니까 내가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알고 있는데 의사를 통하는 정도다. 보고서를 봐도 단문은 읽기 쉬운데 긴 문장은 부담스럽다. 영어가 나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인 것 같다. 영어가 안되니까 국제회의 나오면 뒤로 빠지고 의견개진을 못한다. 여기 온 사람들 가운데 인도 파키스탄 등 식민지 시절에 영어를 썼던 나라들이 적극적이다. 다른건 몰라도 영어 하나는 잘한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쓴다. 우리나라 교육이 국제화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빨리 고쳐야 한다. 조기유학이나 기러기 아빠를 탓할 필요가 없다. 필요하다면 국내에서도 초등학교부터 학교에 외국인 교사 1명씩을 배치해 외국인에 대한 공포감이라도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
ICC도 불어와 영어가 공식언어인데, 직원들이 모두 프랑스 사람이지만 영어로 된 문서를 쓴다. 영어는 이미 영국과 미국사람 언어가 아니고 세계어가 됐다. 독일어는 세계적으로 8천만 밖에 안쓰는 언어인데 국내 54개 대학에서 가르친다. 이런 것이 교육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사회문제로 영향을 미친다.
대학이 기업의 수요에 맞춰 맞춤교육을 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말이 안된다. 급변하는 산업과 기업 환경과 기업의 수요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업이 요구하는 것을 오해하는데 영어 교육이라도 하나 제대로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출장가서 말이 통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 안되기 때문에 문제다.
국제사회에서 경제규모에 걸맞는 대우를 받으려면 우리 교육이 언어교육부터 제대로 해야한다. 그렇치 않으면 일본처럼 회비만 많이내고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한중일이 세계GDP의 23%가량을 차지하지만 언어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뒤쳐진다. 3국모두 언어문제가 중요하다.
- WCC에서 저소득층 국가에 대한 지원이 논의됐는데?
OECD에서 GDP의 0.1%를 저소득층 국가에 지원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0.01%에 미치지도 않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런 것은 여수박람회처럼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등 세계 각국의 지원이 필요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국가에 따라 많은 지원을 하는 곳도 있지만 우리 경제 규모에는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빨리 정부가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 일이 닥쳐야 매달리는데 소용없는 일이다.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 WCC총회의 의미와 성과는?
지역별 상공회의소 회장들이 국제적인 공감대를 느끼면서 회원들의 이익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주요 주제를 살펴보면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회원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문서로 보는 것보다 직접 회의에 참여해서 봤기 때문에 더 공감대를 느낄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주제에 대한 공감대를 갖는 것이 국제대회에서 가장 중요하다.
국제회의에서 검은 양복 입고 남자들끼리 몰려다니는 나라는 한중일 그리고 아랍국가 뿐이다. 다른 선진국들은 다들 부인들이 함께 와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제 우리도 세계12대 경제규모에 걸맞게 국제 사회의 선진국과 비슷하게 활동해야한다. 최근에는 젊은 CEO의 부인 가운데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주재원 등을 한 사람도 많은데 이런 사람들이 국제회의에서 활동해야 한다. 같이 참석해서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것이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부인이 동반하면 마치 놀러다니는 것으로만 보는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다른 나라 참가자와 대화를 하면서 국가의 이미지를 전해주고 설명해야지 백날 이미지 광고해봐야 효과가 별로 없다.
- 김운용 전 IOC위원의 사퇴가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보도가 있는데
밀약같은 것은 있을수 없다. 내가 (김 위원의) 사퇴과정을 아는데 사실과 다르다. IOC위원이 되고말고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IOC위원은 개인회원이 70명, 선수출신 15명, 국제기구 단체장 15명, 각국 체육회장 15명 등으로 구성한다. IOC회원국이 195개국이어서 개인회원을 한나라에 2명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앞으로 우리 나라가 개인회원 2명이 되는 것은 이제 쉬운일이 아니다. 이제 국제연맹이나 대한체육회 회장직으로나 가능한 일이다.
- 김우중 전 회장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사법적인 판단은 사법부에 맡기고 역사적인 판단은 역사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지금 우리가 왈가왈부 한다고 평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좀 더 지나야 한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말한 것처럼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으니 선처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민단체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공존하고 있다. 객관적인 평가를 지금 하는 것은 무리다. 일단 사법부의 재판을 통해 사법적인 평가가 나올 것이고 우리 경제에 미친 김우중 전 회장의 공과 문제는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 이해당사자가 다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 차분하게 지켜보자.
김우중씨 뿐 아니라 실패한 기업인들은 많다. 30대 그룹가운데 IMF를 거치면서 18개 가량의 그룹이 해체됐다. 김우중 전 회장 1명만 잘하고 나머지는 잘못한 기업인은 아니지 않느냐. 솔직히 나도 판단 한번 잘못하면 실패한 기업인이 된다. 실패한 기업인과 나는 백지 한 장 차이다. 순간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엄청나게 다르다. 평가를 위해서는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너무 실패한 기업인을 매도할 필요도 미화할 필요도 없다.
- 정부가 밝힌대로 규제완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가
규제개혁위원회 말고 총리실이 만든 규제개혁 관련 테스크포스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한다고 공언하고 있어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 특히 3차 산업이 중요한데 교육, 의료, 레저 등이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땅이 필요하다. 이런 서비스 산업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1년 전부터 서비스 산업 육성을 한다고 했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최근 기업들이 국내에서 공장을 짓는 건수가 크게 줄었다. 나도 80년대 이후 공장을 지은지가 까마득하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서비스 산업이 국토개발에 나서야 하는데 규제가 많아서 발목이 잡히고 있다.
- 광기의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시장이 해결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공급을 늘려야 주택문제가 해결된다. 조금 더 넓은 집에서 쾌적하게 살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최소한의 주생활 기준이 25.7평의 공급만을 늘려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수요가 많은 넓은 평수 주택에 대한 공급이 필요하다. 또 국내 집값 문제도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세계 각국도 부동산 값이 많이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신도시 개발보다 강북 개발이 더 중요하다는 일부 청와대 인사의 판단에 공감한다. 특히 강북에 좋은 학교를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25.7평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을 늘리는 일이다. 40평대 규모의 주택까지를 모든 국민에게 제공할 수는 없지 않나. 그 부분은 시장의 몫이 될 것이다. 모든 국민에게 40평 짜리 아파트 공급한다고 하자. 그러면 그 선에서 끝나겠는가. 60평,70평으로 계속 욕구가 높아질 것이다. 그같은 욕구를 정부가 모두 해결해주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모든 국민이 명문대학에 갈 수 없다. 경쟁을 통해 해결해야지 모든 사람이 다 잘 살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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