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한반도에는 섬에도 호랑이가 득실

- 1903년 경 한국에 와서 호랑이를 사냥한 영국인의 기록 및 사진 자료, (사)한국범보전기금에서 새로 발굴, 공개

- 발굴된 자료를 통해 과거 한반도 서남 끝에 위치한 진도 섬에도 호랑이가 살고 있었다는 사실 확인

- 한반도 연해 여러 섬에 호랑이가 서식했었다는 사실은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기록과 구전자료에서도 널리 확인됨

- 이는 100년 전 섬에까지 살 정도로 한반도 일부 지역 호랑이 서식 밀도가 매우 높았고, 한반도는 호랑이 서식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을 보여줌

2012-02-19 12:00
서울--(뉴스와이어)--(사)한국범보전기금(대표, 이항 서울대 교수)은 과거 한반도에 서식했었던 호랑이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던 중, 20세기 초 한반도 서남 끝에 위치한 진도섬에까지 호랑이 여러 마리가 서식하고 있었다는 기록 및 사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 1915년 영국 런던에서 발간된 <아시아와 북미에서의 수렵> (The Big Game of Asia and North America-The Gun at Home and Abroad. vol. 4. The London & Countries Press Association Ltd.)이라는 책 중 포드 바클레이(Ford G. Barclay)가 쓴 “만주호랑이(The Manchurian Tiger; pp 225~233)"라는 글에는 20세기 초 한반도 내 호랑이 분포상황과 수렵실태에 대해 상세히 기재하고 있다.

“만주 호랑이”에서 바클레이는 진도섬에 호랑이 4마리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한 후 그 중 성숙한 암/수 호랑이 각 1마리 씩을 포획하였다고 기록하였다.(첨부 사진 1) 나머지 2마리를 좇아 10일간 섬을 헤매었지만 흔적을 찾지 못해 육지로 도망친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3주일 뒤 다시 진도섬에서 호랑이 두 마리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내용도 추가하고 있다. 이는 100년 전만 하더라도 한반도 전역에 호랑이가 서식하였고, 기후와 서식 여건이 양호한 일부 지역은 서식 밀도가 매우 높아 섬에까지 호랑이가 진출하였으며, 섬에서의 서식 밀도도 높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클레이의 기록은 과거 한반도 남해안의 여러 섬에 호랑이가 많이 서식하였다는 문헌 기록, 문화 유적 및 민간에 전승되는 이야기를 뒷받침해 준다. 진도에는, 고군면 회동마을 주민들이 호랑이를 피해 그 앞 의신면 모도로 도망갔다가 마을에 혼자 남은 뽕할머니의 기도로 회동마을과 모도 사이의 바다가 갈라지는 바닷길이 생겨 돌아올 수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한국범보전기금 학술위원장 김동진 박사(서울대 연구교수)는, “한반도 연안과 여러 섬에 호랑이가 살았다는 역사적 기록은 손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를 검색하면 경기의 강화도, 황해도의 철도와 강령, 전라도의 진도나 순천의 여러 섬에 설치된 국영목장에서 발생한 호환에 관한 기록이나, 경기의 강화 매도나 길상, 전라의 백야도, 평안의 신미도 등에서 호랑이를 잡기 위해 나라의 군대를 동원하여 사냥했다는 기록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원래 이러한 호환을 피하기 위해 나라에서 국영 목장을 태안, 거제, 화원, 진도와 같은 연해의 반도와 섬 지역으로 옮긴 것이지만 호환이 완전히 그치지는 않았던 것이다. 호랑이가 사람이 적고 먹이감이 많은 섬의 목장 주변을 찾아 헤엄쳐 몰려들었던 탓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진도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한 김정호 전 진도문화원장에 따르면 진도에는 호랑이와 관련된 이야기, 굿, 지명 등이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 <한국지명총람>을 살펴보면 진도에 호랑이가 살았던 굴이 6개나 확인이 되고 있다. 또 진도의 향토사학자 박주언씨에 따르면, 진도에서 1910년 경 미국인들이 진도에 호랑이 사냥을 온 일이 있었고 1920년대 초까지 호랑이가 진도 읍내에 출현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진도읍에서 잡은 마지막 호랑이’, ‘예향진도’ 제9호, 진도문화원, 1986년 1·2월호).

또한 진도를 비롯한 전라도의 도서 지역에는 호랑이와 관련된 많은 전승이 있는데, 이는 대부분 실제 역사적 사건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예컨대 조선 초기 돌산 만호가 친구를 불러서 여수 앞바다 백야도로 호랑이 사냥을 나갔다가 배가 뒤집혔다는 이야기도 전하는데 이는 조선왕조실록에서도 기록을 찾을 수 있다.

바클레이의 기록은 한반도에서 왜 호랑이가 사라졌는지를 증언하는 중요한 자료 가운데 하나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한반도에서 호랑이 사냥이 널리 자유롭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유한 서양인들은 특히 호랑이의 기념 트로피(Trophy)를 얻기 위해 한반도를 즐겨 찾았다고 한다(첨부 사진 2). 여기에 일부 지역 한국인도 벼락틀이나 함정 등 전통적인 방법에 더해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한 덫을 설치하는 등 새로운 방법으로 많은 호랑이들을 잡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남획으로 인해 1945년 이후에는 남한에서 공식적인 호랑이 서식 흔적은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북한에서도 최근 호랑이 서식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현재 한국호랑이는 극동러시아에 약 400마리 정도 마지막으로 살아남아 한국호랑이의 명맥을 잇고 있는데, 이 호랑이들은 보통 아무르호랑이 또는 시베리아호랑이로 알려져 있다. 최근 서울대학교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연구팀은 이 아무르호랑이의 유전자와 한국호랑이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사단법인 한국범보전기금은 멸종위기에 처한 한국호랑이와 한국표범을 보전하기 위해 2004년에 결성한 일반 시민들의 모임이다. 한국범보전기금은 후원금을 모아 러시아에 있는 ‘피닉스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피닉스기금을 비롯한 극동러시아의 호랑이·표범 보전단체와 기구들은 사라져 가는 한국호랑이(아무르호랑이 또는 시베리아호랑이)와 한국표범 보호와 보전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국범보전기금은 한반도에서 한민족과 오랫동안 함께 살아오는 과정에서 형성된 한국의 호랑이 문화를 보전하고 연구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관련링크
(사)한국범보전기금 Tiger & Leopard Conservation Fund in Korea (KTLCF)
http://www.koreantiger.co.kr
http://한국호랑이.한국
http://한국범.한국
http://한국범보전기금.한국

첨부자료 1: 진도에서 호랑이 사냥. <아시아와 북미에서의 수렵> (The Big Game of Asia and North America-The Gun at Home and Abroad. vol. 4. 1915 런던)이라는 책에서 포드 바클레이(Ford G. Barclay)가 쓴 ‘만주호랑이(The Manchurian Tiger)’ 중 진도 호랑이 사냥 관련 부분 원문과 그 번역문.

필자가 경험한 가장 성공적인 사냥은 한반도의 남서쪽 모퉁이에 위치한 목포라는 개항장에서 남동쪽 방향 일직선으로 30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진도에서 있었다. 진도는 본토와는 2~3마일 폭의 해협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이 해협은 해류가 거세서 조류가 바뀔 때는 오직 큰 배를 타고 30분 정도 걸려야만 건널 수가 있다. 그러나 호랑이들은 이미 제법 여러 차례에 걸쳐 이 거센 조류에 잘 맞서왔다. 진도는 와이트 섬(Isle of Wight) 정도의 규모인데 엄폐물이 될 만한 것이 거의 없어서 눈이 쌓이고 나면 마을 사람들에게 새로운 호랑이의 흔적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있으면 후하게 보상해 주겠다고 알려주는 것만으로 호랑이가 이 섬에 있는지 없는지를 제법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한번은 필자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제법 큰 수컷과 암컷 한 마리, 그리고 세 살 먹은 암컷 두 마리, 총 네 마리의 호랑이가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처음의 두 마리는 하루에서 이틀 뒤에 잡을 수 있었으나 나머지 두 마리는 몰이꾼들을 떨쳐내고 단숨에 가장 가까운 해안가로부터 12마일이나 떨어진 지점으로 달아났다. 다음날 아침 이 두 마리의 흔적이 갯벌에서 발견되었는데 본토를 향해 해안을 따라 나 있었다. 그렇지만 필자는 이정도의 겨울에 호랑이가 헤엄을 칠 수 있을 것이라는데 여전히 회의적이었기 때문에 10일 정도 추적을 계속했지만 그 사이에 새로운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3주 뒤 진도에서 다른 두 마리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필자는 섬으로 되돌아갔는데, 한 마리를 덮쳐 보려고 했으나 실제로는 발자국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1주일 뒤 이 두 마리는 갯벌에 해협과 본토 방향으로 흔적을 남겼다. (만주 호랑이 전체 원문과 번역문은 사단법인 한국범보전기금 홈페이지 참조 http://www.koreantiger.co.kr)

한국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개요
한국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은 야생동물자원을 효과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사단법인 천연기념물동물유전자원은행은 문화재청에 등록된 한국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의 법인 명칭이다.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은 다음 4가지 사업에 중점을 둔다. 1)야생동물(포유류, 조류 및 양서‧파충류)의 혈액, 조직, 분변, DNA, 기생체 등 야생동물 연구에 필요한 생물 시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보존, DB화 한다. 2)수집한 연구소재와 관련정보를 연구자에게 제공하여 야생동물 질병, 계통진화 및 분류, 보전유전학, 보전생물학, 기초생물학, 생명공학, 비교의학 연구를 촉진시킨다. 3)야생동물 보전을 위한 유전학, 보전의학, 보전생물학 연구, 학술 및 교육활동을 수행한다. 4)유전자원 확보에 필수적인 천연기념물 동물 및 야생동물의 구조, 치료, 재활, 관리, 질병연구 및 관련 교육과 지원 사업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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