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전자가 일본 NTT도코모와의 3세대(이하 3G) 이동통신단말기 공동개발을 통해 일본전자통신기기 시장에 출사표를 내던졌다. 단말기한 모델에 대한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언론이 이 계약에 대해 비범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까닭은 그간 불모지에 가까웠던 일본시장에 국내기업이 실질적으로 첫발을 내딛는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로 대표되는 국내기업의 위상은 글로벌 TopPlayer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높아졌지만 일본시장에서는 여전히 니치 플레이어에 불과한 수준이다.금번의 3G 휴대폰 진입을 계기로 국내기업의 일본시장 공략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지, 성공적인 시장 공략을 위한 과제들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한다.
해외기업들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 어려워
전자산업의 메카라고 일컬어지는 일본 전자통신기기 시장 규모는 연간 450~500억 달러에 달한다.이는 단일시장으로는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규모에 해당한다.뿐만 아니라, 일본의 소비자들은 첨단/실험성 제품에 대해 관심도가 높고,고급 제품 선호도도 매우 높아, 신제품의 실험시장(Test Bed)으로서의 가치 또한 크다. 이렇게 본다면 일본시장은 전자통신기업이라면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매우 매력적인 시장임에 틀림없다.그러나 언뜻 보기에 매력적인 시장성에도 불구하고, 일본시장은 비일본계 기업에게는 그야말로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해외기업에게 불리한 진입장벽들이 굳건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일본시장에는 소니, 마쓰시타, 샤프,도시바 등 기라성 같은 기업들이 포진하여 잃어버린 10년으로 대표되는 장기 불황 속에서도 내수시장만은 굳건히 수성해오고 있다. 일본기업들이 제품 성능 등 품질에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시장의 니즈를 재빨리 파악하고 대응하면서 해외기업의 진입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특성도 비일본계 해외기업에게는 견고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품질 지상주의를 내건 일본계 기업의 제품에 익숙해져 있어 일본 소비자들의 품질에 대한 요구수준은 까다롭기 이를 데 없다. 혹자는 이러한 일본 소비자의 특성을 비합리적이라고 평가하기도한다.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즐비한 미국시장의경우 최소 요구 품질만 갖출 경우, 합리적인 가격제시를 통해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으나, 일본시장에서는‘가격 대비 성능’만으로는 대대적인판매가 일어나기 힘들다. 다시 말해 일본시장의경우 품질에 대한 최소 요구 수준(MinimumRequirements)이 매우 높아, 최고 수준의 품질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제품을 내놓을 수조차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에서는 전자제품이 갖추어야할 최소한의 에너지 효율 기준을 법규로 제시하고 있는데, 省에너지(Saving Energy)법이바로 그것이다. 이 법에서 제시하는 최소한의 에너지 효율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제품은 출시조차 될수가 없는데, 그 기준 자체가 상당히 높다. 제품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을 수있지만 대체로 최소요구치가 우리나라 기준 1등급 제품의 1.5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밖에도 일본기업이 비교 우위를 보이고 있는 A/S 수준, 디자인 역량 등도 비일본계 기업의 일본시장진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기업들의 시장 포지션은 미약한 수준
이와 같은 견고한 진입장벽으로 인해 비일본계해외기업들의 일본시장 지위는 매우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계적인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와 모토롤라, 백색가전 부문 시장 리더인 월풀과 일렉트로룩스 등도 유독 일본시장에서만은니치 플레이어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2004년 LG전자와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각각 165억엔, 110억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마쓰시타의 5,300억엔은 물론, 일본시장에서는 3위 그룹(Third-tier)군에 속하는 산요의 1,700억엔과 비교해보아도 상당한 격차를보이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비보조) 또한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지금까지 국내 전자기업들은 주력 제품군보다는 주로 니치제품군을 타겟으로일정 규모의 매출을 유지해오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소형 가전제품을주력으로 하여 독신생활을 하는20~30대를 겨냥하고 있는데,20~30대 독신 소비자들은 성능에대한 요구 수준이 그리 높지 않고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합리적인 구매계층이다. 그러나 이 영역 또한 중국 전자기업 하이얼이 진출하면서 국내기업들의 입지가 급격히 축소되고있다. 이른바 레드오션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이얼은 산요와의 제휴를 통해 일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니치시장을 중심으로 사업확장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하이얼의성장 속도는 가히 위협적이다. 일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지 불과 1~2년 만에 매출액이 50억엔을 넘어서고있다.
일본시장의 전략적 의미 재검토 필요
지금까지 국내기업들은 일본시장의전략적 의미를 기술 및 정보 습득, 원활한 부품 소싱에서 찾아왔다. 미약하나마 휴대폰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군에서 일정 수준의 매출을 올리면서사업을 전개해온 것도 사업으로서의의미보다는 기술 및 정보 습득을 위한부수적인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컸던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의경쟁력이 글로벌 Top Player 수준에4경 영 정 보일본기업의 수성 노력,까다로운 소비자 특성 등으로인해 해외기업들의 일본시장진출 성과는 매우 미약한 수준에머물고 있다. 일본 쇼핑의 거리 기모노 여성일본 소비자들은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및 제품 품질에 대한 요구 수준이 매우 높다. 근접하게되면서 일본기업들은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가 되고 있다. 결국 적어도 글로벌 1위가 되고자 하는 제품에서는 일본기업과의 정면 승부가불가피하게 된 것인데, 만약 일본기업의 아성인일본시장에서 효과적인 경쟁을 전개해나갈 경우,이는 곧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지금까지 일본시장에서일정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던 니치 영역에서도 하이얼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면서 국내기업들의 경쟁력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샌드위치 상황(Stuck inthe middle)에 몰리고 있는 것인데,결국 니치가 아닌 대중 제품에서 승부를 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까지의 니치 시장 대응이라는 소극적인자세에서 벗어나 전략 품목을 중심으로 일본시장을 적극 공략해볼 시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3G 휴대폰이 전략 방향 전환의 계기
이러한 때에 LG전자가 NTT 도코모와 3G 휴대폰 공급 계약을 체결하게된 것은 국내기업의 대(對) 일본시장 전략 방향에 일대 전환의 계기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작지 않다. 물론 삼성전자는 일본 3G휴대폰 시장 진출에 다소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LG전자의시장 진출이 성공적으로 전개될 경우언제든지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일본 휴대폰 시장의 경우 지금까지는 주로 통신서비스 사업자 브랜드로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최근 2위업체인 au를 중심으로 제조업체와의공동 브랜드(Co-Brand)를 채택하는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au의 경우 3G서비스 분야에서는 금년 2월 기준61%의 점유율로 36%의 NTT 도코모를 크게 앞서가고 있다. 비록 전체 점유율에서는 NTT 도코모가 56%로 22%의 au를 압도하고 있지만, 3G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볼때, NTT 도코모도 휴대폰 제조업체와의 유대관계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보인다. 즉 제조업체의 요구가 있을경우 Co-Brand 전략 채택은 불가피하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걸어다니는 광고판이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휴대폰에서의 성공이 타제품 이미지의 동반 상승 효과를 가져와 전체적인 매출 증대를 견인하게되는 성공 방정식이 일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으로판단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성공 방정식이 일본시장에서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과제들이 존재한다.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국내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과제들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휴대폰을 잘 만든다고 해도 브랜드 인지도 자체가 저조할 경우 그것이 미국이나 유럽에서처럼 전체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이에 따른 매출 확대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3G 휴대폰과 함께, 기존 제품에서도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노력의 전개가 필수적으로 일어나야 한다.이와 관련하여 대표적인 전략 방향 몇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일본 전자시장 공략의 4가지 포인트
● 글로벌 스탠다드 제품을 집중공략하라
일본시장에는 일본에서만 매출이일어나는 일본 특화형 제품들이 많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훨씬 뛰어넘는 에너지 효율을 요구하는 에어컨,냉장고 등 백색가전 제품이 대표적이다. 물론 시장 규모 자체가 크기때문에, 시장성은 있어 보이는 게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내로라 하는일본기업들 대부분이 이 분야에 진출하고 있어국내기업이 실제로 접근 가능한 시장은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한정된 자원 활용 및 제품개발에 따른 기대효과 측면에서 볼 때, 국내기업들은가능한 한 일본시장과 글로벌시장을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 제품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로벌 스탠다드화된 제품들은속성상 IT 영역 및 IT 컨버전스 영역에 주로 포진하고 있다. PC와 주변기기, MP3 플레이어, 휴대폰 등이 대표적인 글로벌 스탠다드 제품에 해당한다. 휴대폰의 경우 일본시장은 2G~2.5G까지는 일본 고유의 PDC(Personal Digital Cellular)및 PHS(Personal HandyphoneSystem) 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하고있다는 점에서 지역 특화형 제품에 가깝다.하지만 유럽과 함께 시장 형성이 가장 빨리 이루어지고 있는 3G 시장의 경우 글로벌 표준을 따르고 있어, 글로벌시장 대응 제품으로도 일본시장 진입이 용이하다.
●‘Me too’제품을 지양하고차별화로 승부하라
일본 소비자들의 메인 스트림은‘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아니다. 또한자국기업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도 타지역에 비해월등히 높다. 이를 감안해 볼 때, 일본기업들의제품을 모방한 소위‘Me too’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시하는 전략으로는 일본시장에서 일본기업과 효과적으로경쟁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본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일본기업들이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제품이나, 새로운 기능 부가를 통한차별화가 필수적이다. LCD TV와PDP TV로 대표되는 평판 TV의 예를 들어보자. 일본시장에서는 일본에서 이루어지는 방송규격 모두에대응하는 일체형 평판 TV가 메인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즉 지상파 디지털 튜너와 아날로그 튜너는 물론,CS(통신 위성을 이용한 위성방송),BS(방송용 위성을 이용한 위성방송)용 디지털 튜너 등 도합 4개의 튜너가 기본적으로 장착되고 있다. 사실국내기업들은 일본시장과글로벌시장을 동시에 대응할 수있는 글로벌 스탠다드 제품에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어컨, 선풍기 사진일본시장에서 요구하는 에너지 효율 기준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인데, 이는 특히 에어컨, 냉장고 등백색가전에서 두드러진다. 이 정도의 제품 개발도 쉽지는 않다. 국내의 LG전자와 삼성전자도 4가지 튜너를 장착한 평판TV를 최근에서야 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또한 크게 보아‘Me too’제품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러한 기본적인 스펙 외에,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및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구비하여 컨텐츠 관리를 용이하게 하는 등의차별화 포인트를 갖추는 노력들이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문화와 트렌드로 제품을 포장하라
여느 지역의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일본 소비자들은 문화와 트렌드 등 감성적인 요인에 소구되는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이러한 일본소비자들의 속성에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접목시킬 경우 적지 않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판단된다. 애플의 아이팟이 좋은 성공 사례가 될수 있다. 애플의 아이팟은 일본시장 출시 불과1~2년 만에 시장 점유율 40%를 기록하며 대표적인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는데, 단일 제품 기준으로 2004년80억엔의 매출을 시현하기도 했다.특히 이 성과는 비일본계 해외기업들이성공하기 힘든 일본시장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아이팟의핵심적인 성공요인은 젊은층에게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패션 액서서리 제품이라는 문화 코드로 어필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애플은 신제품의 전세계동시 발매 전략을 채택, 젊은 층에게 새로움과 호기심을 자극하여 이목을 집중시키는 등 문화상품으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 점은 국내기업들이 특히 모바일 A/V 분야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려고 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할 대목이다. 이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디자인 컨셉을 제품 개발에 접목시키는 노력도 동시에 요구된다.
● 전략적 제휴를 적극 활용하라
일본기업들은 글로벌시장에서 국내기업들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될 경쟁자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키워가는 동반자로서 역할할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일부 영역에서는 일본기업과의 Win-win의 전략적 제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는 동종 업종간은 물론 이종 업종간의 전략적 제휴도 포함된다. 금번의 LG전자와 NTT 도코모와의 제휴를 이종 업종간 전략적 제휴의 대표적인 사례로들 수 있다. LG전자의 경우 이 제휴를 일본시장 및 유럽 i-mode 서비스시장 진출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태세다. NTT 도코모 또한 이미 3G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LG전자의 글로벌 시장 대응력을 이용하여, 일본 및 유럽에서의 서비스 시장지배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배수한 전자통신전략그룹 책임연구원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연락처
배수한 책임연구원 3777-05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