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경기, 국지적 저점 지나도 본격 회복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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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2-03-11 14:35
서울--(뉴스와이어)--최근 국내경기 지표들이 다소 개선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던 주요 지표들이 올 들어 일제히 호전되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주요 산업의생산이 반등했고 수요 측면에서도 소매판매, 설비투자 지표들이 전월비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2월 이후에도 종합주가지수가 오르고 소비자 및 기업의 심리지수들도 호전되면서 경제 분위기가 한층 밝아지고 있으며 수출도 1~2월 평균 두 자리 수 증가세를 회복했다.

이와 같은 지표의 개선을 본격적인 회복의 시작으로 보아야할 것인지 아니면 지난해 말의부진에 따른 반등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경제의 성장률, 세계경제보다 낮아져

지난해 우리경제는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속도가 지속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전기비 경제성장 속도는 1분기1.3%에서 4분기 0.4%로 떨어졌는데 이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2분기 이후 0.7%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4분기 중에는 성장속도 측면에서 국내경제가 세계경제에 미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세계경제가 비교적 꾸준한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주요 국가들의 경기변동이 서로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지난 4분기에는 일본, 유럽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인도와 브라질 등 주요 개도국 경제도 위축되었으나 미국과 중국의 성장세가 높아지면서 세계경기급락을 막는 역할을 한 바 있다.

지난해 국내경기가 세계경제보다 더 빠르게 둔화되었던 요인을 크게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세계경제 성장에 비해 교역의 둔화가 빠르게 나타나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미국, EU,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수입증가율은 모두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미국의 경우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소비와 고정투자가 모두 빠르게 증가했으나 수입은 오히려 크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전반적인 세계경제 활력 저하 속에서 경제주체들이 필수적인 소비의 비중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내수제품과 서비스에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대부분 국가에서 수입의 둔화를 전기전자 등 내구재와 관련된 제품이 주도하고 있다는 데서도 살펴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큰 내수 부문에 각국 경제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는 점도 전반적인 대외교역 부진의 원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내수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수출이 성장을 주도해온 우리 경제는 세계교역의 위축, 특히 우리 주력품목인 전기전자 부문의 부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심리 위축, 조기 재정집행도 경기 부진 원인

다음으로 국내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가 쉽게 해소되지 못한 점이 내수경기 회복을 어렵게 한 요인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분기 중에는 미국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신뢰위기로소비자 기대심리가 어두워지고 4분기에는 유럽재정위기 확산으로 다시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는 미국이 4분기 들어 기대심리가 회복된 것과 대조적이다. 외환시장 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의 유럽계 자금 유출 등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불안 심리를 가속 시켰다.

이와 같은 심리의 부진은 소비와 투자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었다. 4분기 중 가계는 고물가로 실질소득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소비를 더욱 크게 줄임으로써 소비성향이 낮아졌다. 특히 여가, 문화 부문의 지출이 크게 줄어들어 불안 심리로 인해 필수적이지 않은 소비를 자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향후 업황전망에 관한 기업들의 기대지수도 지난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기업 투자가 하반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한 바 있다.

끝으로 금융위기 이후 우리경제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재정집행의 상반기 집중 현상도 하반기 성장활력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실제 집행된 재정규모는 270조원에 이르는데 이중 상반기에 전체의 58%에 달하는 157조원이 집행되었고 하반기에는115조원으로 40조 원가량 재정집행 규모가 줄어들었다. 이는 약 650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하반기 GDP의 6%에 달하는 수준으로 정부지출의 시차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재정집행 규모 축소가 하반기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해볼 수 있다. 실제 공공행정이나 공공사업, 복지부문의 고용 인력은 상반기까지 늘어나다가 하반기에 줄어드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지난해 말 내수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연초 지표개선 추세 이어질 전망

정부는 금년에도 재정의 조기집행을 강화할 계획이다. 1월중 재정집행 규모는 29조원으로 계획보다 2조 원가량 초과했다. 정부는 일자리, 복지 등 민생안정 사업을 중심으로 상반기재정집행 진도율을 60%로 높여 지난해 말 위축되었던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도 올 들어서는 다소 개선되는 모습이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순유입으로 돌아선 가운데 소비자 및 기업 심리지수가 완만하게나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위기국의 국채금리가 안정되고 그리스 구제방안도 어느 정도 구체화되면서 불안심리가 완화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말 국내경제를 위축시켰던 요인들이 약화되면서 당분간 국내경기도 호전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월중상승세로 돌아선 바 있다. 2월 이후에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이 경우지난해 12월이나 올 1월이 단기적인 경기의 바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 상황을 본격적인경기의 회복국면으로 판단하기는 아직 어렵다. 현재의 지표호전은 지난해 말 위축되었던데 따른 반등효과가 컸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전기비로는 지표들의 성장세가 높게 나타나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해보면 주요 지표들의 성장세가 미미한 수준이다. 1월중 산업생산증가율은 전년동월비 0.1%에 머물렀고 소매판매도 0.9% 상승에 그쳤다. 설 연휴에 따른 근로일수 감소효과를 고려하더라도 2~3% 정도의 낮은 증가세로 평가되고 있다.

본격적 경기회복 기대하기 어려워

경기회복이 좀 더 뚜렷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출을 통한 대외 부문에서의 소득 창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근 세계금융시장의 불안감은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이것이 바로 세계 실물경기의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유로존 재정위기 불확실성해소는 위기국의 적극적인 재정긴축을 전제하는 만큼 실물경기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 들어 미국경제에 대한 성장기대감은 높아지는 반면 유로존은 마이너스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주요 개도국들도 지난해 수준의 성장세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과 투자를 통한 성장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중국은 최근성장률 목표치를 7.5%로 낮춘 바 있다. 최근성장활력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인도와 브라질은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재현되고 있어 향후 경기상황이 순조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때 세계 실물경기는 기간에 따른 등락은 있겠지만 평균적인 상승활력은 지난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의 향방은 향후 경기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 경기의 회복을 이끌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유가상승이 멈추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고 소비자들의 실질구매력이 회복되었다는 점이었다. 유가가 다시 상승할 경우 미국의 경기상승 모멘텀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특히 중국, 인도 등 주요 개도국들은 유가상승이 긴축기조 완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란 핵 제제와 관련된 긴장상태의 지속, 북아프리카 주요 산유국의 정정 불안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유가는 지난해보다 10달러 이상높아진다는 것이 현재 주요 전망기관들의 컨센서스 이다. 공급충격으로 인한 오일쇼크 시기의 경우와 비교해볼 때 유가상승은 국내외 경제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상을 고려해볼 때 1분기 중에는 지난해 말에 비해 지표의 호전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이러한 추세가 금년 중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럽 재정위기의 전개,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변화 등에 따라 국내경제 상황도 등락을 반복하겠지만 전반적인 성장 활력은 지난해보다 높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 www.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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