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 서울사료총서 경성부사 제1권 완역 출간
풍부한 역자 주를 통해 일반 시민도 쉽게 읽을 수 있고, 영인한 일본어 원사료를 합본하여 연구자도 일제강점기 서울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경성부사京城府史’는 총 3권으로 이뤄진 책으로 각 권의 구성을 개관하면 제1권은 선사시대부터 러일전쟁 직후 1905년 제2차한일협약 체결에 따른 통감부 설치시기까지 경성의 연혁을 통사로 다루었다. 제2권은 통감부 시기부터 1914년 부제府制 실시까지, 제3권은 1914년부터 1919년까지의 경성부 현황과 1920년대 새로 편입된 구 조선인 거주지역의 전사全史를 다뤘다. 이 책은 그중 첫 번째에 해당한다.
책 첫 장을 넘기면 “우가키 가즈시게宇垣一成 각하”에게 헌정한다는 문구가 나오고, 바로 뒷장에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우가키 총독의 친서가 실려 있다. 그렇다면 당시(1934년) 시점에서 일본인들은 왜 굳이 옛것을 익히고자 하였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새롭게 하겠다는 것이었을까?
식민지배의 상징기제는 여러 층위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경성 안에서 그러한 대표적인 시설물을 보자면 조선 지배의 상징인 조선총독부 청사, 경성부를 관할하는 경성부 청사, 그리고 정신적·문화적 억압기제로서 조선신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선총독부 청사는 1912년부터 기초 설계에 들어가 우여곡절 끝에 1926년 10월에 완공하고 남산 왜성대에서 경복궁 신청사로 이전하였다. 경성부 청사는 1925년 3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1926년 10월에 완공되어 현재 신세계백화점 경성이사청京城理事廳 자리에서 덕수궁 건너편 신청사로 이전했다. 그리고 조선신궁은 1920년부터 약 5년간의 조성공사 끝에 1925년 남산에 들어섰다.
그 이전까지 남산 언저리에 옹색하게 모여 있던 이 세 개의 상징물들이 1925~1926년 사이에 조선신궁-경성부청사-조선총독부청사의 순서로 일정 거리를 두고 북쪽 방향으로 늘어서게 된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것은 바로 ‘대경성大京城 건설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심장한 시그널이었다.
일제강점기 경성 도시계획의 흐름을 크게 3시기로 단순화하자면 1914년의 시구개정, 1926년과 1928년의 제1·2차 경성도시계획안 성안, 그리고 1934년 최초의 도시계획법인 ‘경성시가지계획령’ 및 시행세칙 제정에 따라 1941년까지 실시된 계획구역·지역제·가로망·공원·풍치지구의 정비과정으로 집약할 수 있다.
경성 도시계획의 주요 흐름과 《경성부사》의 기획 및 간행 연도를 연관 지어 볼 때, 이 책은 ‘조선병합’ 이래로 비좁은 남촌 일대에만 웅거하던 일본인들이 제국의 확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경성을 일본인만의 ‘거류지’가 아니라, 조선인과 그들의 공간까지 공격적으로 포섭해 본격적인 거대 식민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시점에 출간된 것이다.
또한 그것은 만주국 건설에 이어 중일전쟁을 일으켜 중국 관내로 침략범위를 확장하려는 국면에 ‘일본제국’ 안에서 면적으로는 제6대 도시, 인구로는 제7대 도시 반열에 오른 경성을 과연 어떻게 자리 매김할 것인지에 대한 경성부 당국의 고민이 응집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번에 국역 간행한 제1권의 내용과 구성을 살펴보면, 제1편에서는 선사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를 다루고 있다. 기본적으로 식민사학에서 원용한 기본사료와 함께 1925년 을축대홍수를 계기로 발굴한 당시로서는 최신 성과였던 암사동유적지 유물을 소개하고 있다. 고려시대의 경우 몽골의 침략을 강조하고 여말선초에 창궐한 왜구의 폐해를 의도적으로 희석화하고 있다.
제2편은 조선건국, 한양 정도 과정과 각 궁궐 및 관서, 조선 초기 정치·교육·학술·토목·건축·불교·유교 등 문화사적 측면에서 접근한 경성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제3편은 각종 사화와 붕당정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국교회복과 통신사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는 조선 초기의 역동적인 발전 동력이 당쟁으로 인해 상실되었음을 강조한다. 임진왜란과 관련해서는 일본의 장수들이 점령지역에서 철저한 기강 확립을 통해 백성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였음을 강조한 데 비해, 명나라 원군의 망동으로 인한 일반인들의 피해를 상대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조선통신사와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양국 간 선린우호의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제4편에서는 영조·정조시기의 선정과 순조 이후 쇠락해 가는 조선의 상황을 대비하여 기술하고 있으며, 특기할 사항은 이 시기 4대문 안의 도시구조와 청계천 준설공사에 관해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곧 이 책을 기획할 때부터 간행할 때까지 경성부가 ‘대경성大京城 건설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위해 현안으로 안고 있던 도시계획에 대한 관심이 역사 속에 투영된 결과이다.
제5편에서는 고종 즉위부터 을사조약 시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제5편이 이 책의 약 4할을 차지하는데 이것은 그 만큼 일본인들이 청국의 ‘속국’이나 다름없던 조선을 러시아 등 외세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개항 이래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는지를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말하자면 제5편만 따로 떼어 보자면 일본인의 관점에서 본 ‘조선의 쇠망사’라고 볼 수 있다.
‘경성부사’는 식민지시기 총 3권으로 간행된 1920년대부터 1930년대 식민사학의 연구성과가 고도로 응집된 경성을 중심으로 한 조선통사이다. 때문에 책은 이미 학계에서는 일제강점기 경성 연구를 위한 입문서가 되었다. 그러나 언어의 장벽으로 많은 연구자들과 일반인들이 접하기가 어려웠다.
그러한 점에서 본서의 국역 간행은 비록 일본인들의 관점에서 정리된 것이지만, 거꾸로 서울의 옛 모습을 식민지배자들의 시각을 통해 통사적으로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자못 의미가 크다.
자세한 문의는 서울특별시 시사편찬위원회(02-413-9622)로 하면 된다.
서울특별시청 개요
한반도의 중심인 서울은 600년 간 대한민국의 수도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현재 서울은 동북아시아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들을 공공서비스 리디자인에 참여시킴으로써 서울을 사회적경제의 도시, 혁신이 주도하는 공유 도시로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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